From Abroad

홍콩 현지취재_ 2019 씨티컨템퍼러리댄스페스티벌
문화특구와 네트워킹 확장 통한 동아시아 무용교류
장광열_춤비평가

City Contemporary Dance Festival(CCDF)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홍콩을 중심으로 인근 중국과 마카오의 컨템퍼러리댄스를 중점 소개하는 일종의 댄스 플랫폼이다.
 2017년 11월에 처음 시작한 CCDF는 그 기간 중에 HOTPOT(동아시아댄스플랫폼 East Asia Dance Platform)도 처음으로 함께 개최했었다. 제1회 CCDF에서는 공식초청프로그램 5개와 홍콩포커스 6개 등 모두 11개의 작품과 여기에 HOTPOT을 통해 한국·일본·중국·타이완의 18개 작품까지 6일 동안 모두 33개의 동아시아 안무가들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었다.
 당시 독일 탄츠메세, 북유럽댄스플랫폼, 프랑스 샤이오극장, 스페인 그렉축제 등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아시아 등 각지에서 찾아온 무용 프로그래머 및 극장 관계자 등 1백여 명의 델리게이트들이 홍콩을 방문, 동아시아 무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었다.
 2회째를 맞은 올해는 HOTPOT 프로그램이 빠진데다 홍콩 시위 사태로 인해 2년 전 출범 때의 세찬 열기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West Kowloon 문화특구 예술공원에 자리 잡은 새로 개관한 공연예술 전용극장과 이를 중심으로 한 20여개가 넘는 작품 공연, 50여 명 델리게티트들의 교류, 또한 46명이 참여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미팅, 문화특구 지구에 속속 건설되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 시설 참관 등 주최 측의 공들인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CCDF 공식 포스터, (오른쪽) Freespace의 외관 ⓒ장광열



Freespace 극장의 야외 공간. 개막공연 작품의 이탈리아 버전 공연을 위한 무대 세팅이 진행되고 있다 ⓒ장광열



개막 공연장소인 Freespace 로비에서 입장을 기다라고 있는 관객들. 400석의 블랙박스 극장과 2개의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장광열




 축제의 개막식은 11월 16일 밤, 올해 6월 개관한 무용 연극 전용공연장인 Freespace에 있는 2개의 무용 스튜디오 중 한곳에서 펼쳐졌다. 축제의 행정감독 Raymond Wong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에는 CCDF의 프로그램 자문위원이자 West kowloon 문화지구국의 무용 책임자인 Karen Cheung 등 홍콩 무용계의 주요 인사들과 개막 공연의 안무를 맡은 Sang JiJia,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델리게이트와 무용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축제의 예술감독인 Willy Tsao는 “CCDF의 목적은 홍콩과 인근 지역의 예술가들의 작업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무용 산업화의 단계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개관한 무용 연극 전용공연장인 Freespace에 있는 2개의 무용 스튜디오 중 한곳에서 펼쳐진 CCDF 개막식 광경 ⓒ장광열



홍콩 무용계의 주요 인사들. 맨 왼쪽이 CCDF의 프로그램 자문위원이자 West kowloon 문화지구국의 무용 총책임자인 Karen Cheung, 맨 오른쪽이 개막 공연의 안무를 맡은 Sang JiJia ⓒ장광열



  

(왼쪽) Freespace 입구에 모여 있는 델리게이트들, (오른쪽) Freespace에 있는 카페에서 담소 중인 델리게이트들 ⓒ장광열




 축제는 크고 작은 작품을 선보이는 메인 공연과 중국,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활동하는 독립 안무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Elite 쇼케이스, 그리고 외국(벨기에, 호주, 이스라엘, 이탈리아) 안무가들의 작품을 홍콩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축제의 개막공연을 장식한 작품은 홍콩 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의 〈Re-Mark〉 (안무 Sang JiJia). 2018 이탈리아 댄서들과 함께 Fabbrica Europa Festival에서 초연된 작품을 CCDF의 개막 공연에 맞추어 홍콩 댄서들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이탈리아 버전은 축제 기간 중 Freespace 극장의 다른 공간에서 공연되었다.
 개막공연에 대한 기대도 기대이지만 평자는 개막식이 열린 스튜디오의 만만치 않은 활용도를 보았던 터라 공연예술 전용극장으로 개관된 새로운 공간인 Freespace의 공연장인 The Box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극장으로 들어서자 공연을 위한 무대장식과 넓고 높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400석의 블랙박스 극장이지만 넓은 공간은 프로시니엄 무대로의 조합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CCDC의 상주 안무가인 Sang JiJia의 안무 작품인 〈Re-Mark〉는 멀티미디어 작업을 표방했다. 회색 톤의 무대와 큰 나무, 댄서들의 밀착된 몸이 만들어 내는 미장센이 간간히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긴 했지만 커다란 울림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축제의 개막공연을 장식한 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의 〈Re-Mark〉 (안무 Sang JiJia). 2018 이탈리아 댄서들과 함께 Fabbrica Europa Festival 에서 초연된 작품을 CCDF의 개막 공연에 맞추어 홍콩 댄서들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이탈리아 버전은 축제 기간 중 Freespace 극장의 다른 공간에서 공연되었다 ⓒCCDF




 일본의 Namstrops 컴퍼니 3명의 무용수와 홍콩의 Unclock Dancing Plaza 3명 무용수들이 출연한 협업작품인 〈Ku-So-Olympics〉는 300석 규모의 멀티미디어 극장인 HKICC에서 열렸다. 콘셉트 Ong Yong Lock. Sun Fool과 6명의 댄서들이 모두 직접 창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접었다 펴는 사각형의 종이 박스를 시시각각 변화시켜 다양한 오브제로 활용, 올림픽 출전 경기 종목 선수들의 움직임과 댄스를 접목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 두 컴퍼니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에서도 협업 공연 작품을 선보이는 등 몇 차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댄서들의 안정된 앙상블과 작품을 풀어가는 아이디어 역시 돋보였다.






일본의 Namstrops 컴퍼니 3명의 무용수와 홍콩의 Unclock Dancing Plaza 3명 무용수들이 출연한 협업작품 〈공상 운동회〉(Ku-So-Olympics), 콘셉트 Ong Yong Lock. 접었다 펴는 사각형의 종이 박스를 오브제로 활용 올림픽 출전 경기 종목 선수들의 움직임과 댄스를 접목한 작업을 시도했다 ⓒCCDF



홍콩과 일본 무용단의 협업공연인 〈Ku-So-Olympics〉에 출연한 무용수들과 콘셉트를 맡은 Ong Yonk Lock(맨 오른쪽) ⓒ장광열




 베이징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Wu Xiaobo Theatre의 〈X〉(안무 Wu Xiaobo)는 2명의 남성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중국 심천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Round Dance Company가 더블빌로 공연한 〈Flocculantfruit〉(안무 Antonin Comestaz)와 〈Without Words〉(안무_ Xu Yiming & Ning Xi)는 10명이 넘는 무용수들에 의한 움직임 변주가, 홍콩 컴퍼니 Choreography Project의 〈Heaven Behind The Door II〉(안무 Chloe Wong)는 4명 무용수들에 의한 움직임 조합이 주조를 이루었다.
 이중 〈X〉에서 두 남성 무용수의 밀도 있는 움직임과 변화하는 몸의 접점에서 보여 지는 미감은 인상적이었다.




중국 심천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Round Dance Company의 〈Without Words〉(안무 Xu Yiming & Ning Xi) ⓒCCDF



홍콩 안무가 Chloe Wong의 〈Heaven Behind The Door II〉 ⓒCCDF




 Terry Tsang 안무의 〈Mo Ngaan Tai〉(無眼䏲). 4명의 퍼포머들이 시종 마스크를 쓴 채 누드로 출연한 이 작품은 델리게이트들 사이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강했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모습의 괴기스러운 마스크와 파격적인 움직임 구성이 만들어낸 미장센(mise-en-scène)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마스크를 쓴 퍼포머의 쉼 없는 움직임, 관객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성기를 드러내는 여성 퍼포머의 움직임에서 관객들은 당혹감과 함께 공연을 통해 안무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게 된다. 작품에 담긴 안무가의 사회적인 메시지, 그 행간을 읽어내기까지 상당한 안내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Mo Ngaan Tai〉는 독창적이고 강렬하긴 하지만 초청해 공연을 하기에는 부담이 이주 많은, 델리게이트로 참여한 축제의 예술감독과 극장의 프로그램 디렉터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 작업이었다.






Terry Tsang 안무의 〈Mo Ngaan Tai〉(無眼䏲). 4명의 퍼포머들이 시종 누드로 출연한 이 작품은 델리게이트들 사이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강했다 ⓒCCDF




 홍콩 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의 Qiao Yang이 홀로 출연한 〈Almost 55〉(안무 Chou Shu-yi)는 영상을 곁들인 멀티미디어 작업이었다. 23년 동안 CCDC의 무용수로 활동한 무용수답게 음악과 영상 사이로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이 공간을 지배했다.




홍콩 City Contemporary Dance Company의 Qiao Yang이 솔로 댄서로 출연한 〈Almost 55〉(안무 Chou Shu-yi). 영상을 곁들인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그녀는 23년 동안 CCDC의 무용수로 활동했다. ⓒCCDF




 축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Beijing Dance/LDTX와 호주 Expressions Dance Company의 협업 작품인 〈Matrix〉 공연, 벨기에 이스라엘 안무가들의 작품 공연이 11월 24일까지 이어졌다.
 공연 프로그램 외에도 CCDF 델리게이트들의 네트워킹 미팅과 호주, 중국,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마카오, 싱가포르, 타이완의 프로듀서들이 참가한 Asian Producer’s Platform(APP)도 축제 기간 중에 함께 열렸다.
 CCDF 기간 중 밤이 되면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공연 후 델리게이트들은 셔터가 내려진 호텔 정문의 좁은 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침이 되면 전날 밤 시위로 아수라장이 된 광경을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CCDF 기간 중 끊이지 않았던 시위. 한밤중 시위가 끝난 후 아침이 되면 이 같은 광경을 시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장광열




 CCDF의 Managing Diretor인 Raymond Wong은 다음 CCDF는 2021년에 HOTPOT과 함께 치러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홍콩의 국립무용단 격인 CCDC가 주최하는 CCDF와 West Kowloon 문화특구의 여러 시설을 통해 홍콩이 동아시아 국제교류의 중심 창구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를 그의 단호한 의지에서도 가늠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댄스플랫폼의 별칭인 HOTPOT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티컨템퍼러리댄스페스티벌(CCDF), 일본의 요코하마댄스컬렉션(Yokohama Dance Collection)이 매년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동아시아 3국의 무용교류 플랫폼이다. 2017년 홍콩, 2018년 한국에 이어 세 번째 HOTPOT은 내년 2월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올해 CCDF는 홍콩, 중국 안무가들의 작업과 컴퍼니들의 국가 간 협업 작업, 그리고 유럽 안무가들의 컨템퍼러리댄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홍콩과 중국 안무가들과 여타 국가의 협업 작업 결과물이 4개나 소개되었다.




CCDF에 참가한 델리게이트들과 CCDF 기간에 열린 아시아 프로듀서 미팅에 참가한 프로듀서들이 함께 자리한 세미나 광경 ⓒ장광열



CCDF 델리게이트들의 네트워킹 미팅. 올해 CCDF에는 50여명의 델리게이트들이 참석했다 ⓒ장광열



공연 후 아티스트들과의 짧은 미팅 광경 ⓒ장광열




 축제 기간 중에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을 개최해 프로듀서들의 네트워킹을 확장하는 시도도 이전 축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이밖에 평자를 더욱 주목하게 한 것은 홍콩 구룡반도 서쪽의 바다를 매입해 그곳에 예술공원을 조성하고 박물관과 공연장 전시공간 등 대규모 문화시설을 개관했거나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지역을 모두 문화특구로 지정해 차별화하고 이를 홍콩의 국가 이미지 고양을 위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홍콩 정부의 문화정책이었다.
 무용 연극 전용극장인 Freespace를 개관한데 이어 3년 후 준공을 목표로 댄스 하우스가 건립되고 있었고, 이 역시 West Kowloon의 문화특구 안 예술공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 ​ ​ 

2019. 12.
사진제공_City Contemporary Dance Festival(CCDF), 장광열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