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조의 호수〉와 함께 내한하는 김기민
방희망_<춤웹진> 편집위원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으로 5년 만에 고국 무대를 찾는다. 지난해 부상을 당해 1년 이상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그는 올 5월 런던 공연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브노아 드 라 당스 수상과 부상, 그리고 최근 동향까지 그를 집중 인터뷰 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주역 무용수와 마린스키 분원의 군무 무용수들이 조합된 내한공연 단체의 편성에 대해 공연주최측 대표로부터 그 상세한 내막을 들었다. (편집자 주)




인터뷰(1) 마린스키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캐릭터 창출에 전력




 


방희망
안녕하세요.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고 수석무용수로 승급, 작년에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까지 꾸준히 기쁘고 반가운 소식을 전하며 진화하고 있는 김기민씨를 5년 만에 다시 〈백조의 호수〉 내한무대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활동무대를 넓히고 한층 더 바빠지셨을 텐데 2017년을 두 달 남긴 시점에서 돌아본다면, 올해의 가장 큰 성과로 기억되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기민 올해는 아직 두 달 이상 남아있지만 저에게는 좀 더 특별한 한해가 될듯합니다. 작년 6월 뷔시네바와의 공연도중 부상을 당해서 수술을 한 후 1년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 기간 동안에 좀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린스키의 관객들과 해외의 팬들께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주셨습니다. 덕분에 금년 5월 성공적인 복귀무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는 많은 공연이 있었고 그 모든 공연이 다 소중했지만 그중에서도 런던투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런던투어에서 테레시키나와 함께 오프닝 무대를 했습니다. 주역으로서 그리고 마린스키의 간판으로서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한해가 될듯합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이후 무용수로서 김기민씨의 위상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수상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을 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고의 상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상을 받았다고 해서 최고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발레단 내에서도 축하는 해주지만 이로 인해 위상이 달라진 것 또한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마린스키로 가기 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로 김기민씨의 춤을 직접 본 것이 마지막이었고 인터뷰를 앞두고 유튜브에서 동영상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김기민씨의 레퍼토리가 여러 가지로 확장된 것에 놀랐습니다. 근래에는 〈사랑의 전설〉과 〈세헤라자데〉도 하셨더군요.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면서 스스로에겐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무용수에게서 중요한 것은 레퍼토리의 확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곳에 온지 6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20여개이상의 레퍼토리로 200회 이상의 전막공연을 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무대에 서게 되면서 조금씩 저의 스타일이 완성되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지금도 진행과정이고요. 이런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작품의 완성도도 향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게 된 김기민씨의 대표적 레퍼토리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을 비롯, 〈해적〉이나 〈세헤라자데〉 등 오리엔탈 풍이 강한 배역에서 특히 빛나는 이유가 익히 알려진 대로 가볍고 날렵한 점프나 회전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위의 배역들은 손의 움직임이 아주 다양하고 화려하지요. 저는 김기민씨의 춤에서 손의 움직임을 참 인상 깊게 보았어요. 그것은 체격 좋은 남성 무용수들이 태생적으로 가진 크고 두툼하고 모양 좋은 손이 주는 인상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손목부터의 움직임이 무척 부드럽고 섬세하면서 손바닥으로도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전하더군요. 혹시 스승이나 팬들로부터 그런 코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런 춤을 완성하기 위해 스스로 각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요.
전에 한 인터뷰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양인으로서 백인들 사이에서 주역을 하려면 조금 잘해서는 안 되고 무지막지하게 잘해야 한다... 잘한다는 의미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잘 돌고 잘 뛰고 하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마린스키에서 주역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요새 무용수들은 다들 잘 돌고 잘 뜁니다. 발레를 배우고 있는 어린 학생들도 잘 돌고 잘 뛰죠. 이곳 마린스키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표현력입니다. 테크닉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곳에서 주역이 되고 마린스키의 간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저는 무엇보다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동작 하나하나 발끝에서 손끝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해외 유명발레단의 내한 레퍼토리가 〈백조의 호수〉 아니면 〈지젤〉에 머무르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입니다만 그래도 명작은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어 명작이지요. 특히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그것이 바가노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꼬리뼈부터 허리와 등까지 척추를 곧추 세워 뒷모습으로도 많은 표정을 전하는 백조들의 춤에서 특장점이 드러나 매력적입니다. 그에 비하면 지크프리트의 배역은 우리 국립발레단이 주로 선보이는 그리고로비치 버전과 비교하면 자칫 심심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요, 김기민씨가 표현하길 원하는 지크프리트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12년도와 이번의 해석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로비치 버전보다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는 말씀에 동감하는 부분도 사실 있습니다. 그러한 버전에 익숙해져있는 한국관객들 앞에 서게 되어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일단 12년도는 제가 마린스키에 입단한지 1년이 되었을 때이고 이제 4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습니다. 그때 무대 위에서 소년을 보셨다면 이번에는 청년을 보시게 되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이미지는 같습니다. 성인식을 맞이해서 밝고 순수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외로움과 사랑을 느끼는 그런 이미지... 하지만 공연당일의 저의 느낌 그리고 파트너의 느낌에 따라 해석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이번 무대의 파트너는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입니다. 그녀와는 언제부터 어느 작품들로 호흡을 함께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파트너로서 본 테레시키나의 오데트 오딜은 어떤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 분이 파트너로 만날 때 어떤 점이 잘 맞고 좋은지,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이 어떤 장면에 집중해서 보았으면 하는지도 알려주세요.

테레시키나는 당대 최고의 무용수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처음 마린스키에 데뷔를 할 때 그녀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작품을 그녀와 해왔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해왔기 때문인지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테레시키나는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아주 강한 무용수이며 표현력 또한 최고인 무용수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제가 관객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공연 내내 무용수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는가를 눈여겨 보아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투어를 다니다보면 여러 극장의 시설들도 경험하실 겁니다. 서울에서 이름 있는 발레단의 내한공연장소로는 거의 세종문화회관이 선택되곤 합니다. 관객입장에서는 이곳이 너무나 큰 행사용 공간이라 무대도 멀고 시야 및 음향도 좋지 않아 여운을 간직할 겨를도 없이 불편함을 느끼는 측면이 더 큽니다. 아무래도 발레나 오페라 등에 특화된 전용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내한하는 단체의 격에 걸맞고 완성도 높은 좋은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필히 개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때 직접 무대에 서는 분들의 의견이 무척 중요할 겁니다. 유서 깊은 극장에서 둥지를 틀면서 공연해온 동료들과 함께 고국에 공연을 하러 온 무용수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혹시 없으신지, 있다면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2012년도에 세종문회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했습니다. 당시 기억으로는 시설 등등 아주 훌륭한 극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극장이 넓고 크다보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몰입도가 좀 떨어지고 시야성이 확보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넓은 무대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세종문회회관에서의 공연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내한공연을 앞둔 소감과 함께 내한공연 이후의 계획은 어떤가요? 이번 시즌에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춤웹진〉 독자들에게도 인사 전해주시지요.

이번 내한공연은 실로 오랜만의 한국공연입니다. 사실 많은 발레 마니아들 조차도 제 공연을 안 보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인지 무척 설레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마린스키에서 주역을 하고 있는 김기민은 무엇이 다를까? 그가 표현하는 백조의 호수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공연에서 그에 대한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저는 미국투어를 하는 중에 있습니다. 투어를 마치면 마린스키극장에서 〈사랑의 전설〉이란 작품이 예정되어있고요. 그리고 바로 내한공연을 하게 됩니다. 내한공연 3일 뒤에는 〈지젤〉이 예정되어있습니다.
이곳 마린스키는 일 년 내내 공연이 있으며 매일매일 레퍼토리가 다릅니다. 그리고 캐스팅은 약 한두 달 전에 나옵니다. 아직 정확한 공연스케줄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보다 많은 작품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항상 관심을 가져주시는 <춤웹진>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방희망
2013년 제1회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신인상을 통해 춤비평가로 등단했다. 현장 비평가로 다양한 춤 공연에 대한 비평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춤비평가협회 정회원, <춤웹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 11.
사진제공_(주)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