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안무가 송주원
무용영상 장르구분 더 명확해졌으면…
김인아_<춤웹진> 기자
영상예술포럼이 주최하고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가 1월 3-5일 명보아트시네마와 예술통 코쿤홀에서 열렸다. 3일 동안의 영화제에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카메라를 위한 안무’로 구체화된 댄스필름, 무용을 주제로 하는 극영화, 다큐멘터리 등 넓은 범위의 무용영화를 소개했다. 특히 서울무용영화제는 국내 무용영상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열어 개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제 기간 동안 100편 가량의 공모작 가운데 7편이 공식 프로그램으로 상영되었고, 그 가운데 〈풍정.각(風精.刻)_ 골목낭독회〉가 최우수 작품상의 영애를 안았다. 첫 번째 열린 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의 주인공이 된 송주원 안무가를 만나 온기가 느껴지는 그의 작업, 그리고 댄스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인아
작품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전부터 다양한 예술장르와 적극적인 교류를 이어오면서 경계 없는 작업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영상과 접목해 댄스필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송주원 처음 제가 춤 영상을 접했을 때엔 카메라의 줌인-줌아웃 기술로 공연을 기록하는 아카이빙 역할이 컸었어요. 당시엔 SNS도 없었고 저의 정서도 아날로그에 가깝기 때문에 영상작업이 크게 와 닿지 않았죠. 멀티미디어 작가이신 계원예대 박진현 선생님과 오랫동안 작업하며 점차 영상을 가깝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장소특정적 공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따로 객석이 확보되지 않는 특성상 관객이 좋은 장면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뒤쪽에서 까치발로 서서 보거나, 돌아다니면서 봐야하기 때문에 중요한 지점을 너무 많이 놓치는 상황인 거죠. 작품을 온전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공연 기록용으로 풀 영상을 찍게 되었고 그것이 점차 발전해서 춤이 2차원의 공간이 아닌 영상에서 작품으로 귀결되는 댄스필름을 만들게 됐어요.

송주원 안무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8번째 프로젝트 〈풍정.각(風精.刻)_ 오차원에〉 작업기를 <춤웹진> 9월호에서 볼 수 있었지요. 〈풍정.각〉에 대한 상세한 소개 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진솔한 생각과 생생한 작업과정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수상작 〈풍정.각_ 골목낭독회〉 역시 장소특정적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데요. ‘골목’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선택되었나요?
원래 골목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경복궁역에서부터 저희 집에 다다를 때까지 수많은 골목을 거쳐 갈 수 있거든요. 골목을 보고 경험하는 일은 정말 재미나죠.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골목과 관련한 추억도 많아요. 안타깝게도 어릴 적 제가 살았던 동네는 아파트 단지가 되어 당시 골목은 사라지고 없지만요. 동네는 자기 삶의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곳이죠. 도시는 어떤 생명력을 가지고 변화하는가,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을 어떻게 영위하고 있는가에 질문을 던지게 되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네모반듯한 곳에 살면서 획일화·규격화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가 비전문무용수를 대상으로 클래스를 하고 있는데 수강하시는 분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거든요. 지금 아이들은 골목이란 공간을 잘 모른다고 해요. 그래서 슬라이드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수업한다 하시더라고요. 지금 성인이 된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골목에 대한 추억이 없는 분들도 꽤 되지요. 우리 삶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싶어요.
저는 골목에 담긴 낭만과 정서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잊혔다고 생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 있는 골목의 이야기들을 춤이라는 매체로 전하고 싶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공연을 메인으로 생각하고 영상은 내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더 잘 담기위한 매체로 여겼었는데요. 갤러리팩토리 홍보라 디렉터가 이 프로젝트가 댄스필름으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응원해주셨고 추경엽 영화감독께서 촬영에 도움을 주셨어요. 그래서 2015년에 ‘세계문자심포지아’에서 퍼포먼스 공연 뿐만 아니라 “댄스필름 전시”를 통해 골목과 그 곳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게 됐죠.


 


옥인동 재개발 지역 골목 곳곳의 이야기를 댄스필름으로 담아내면서 여러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작업과정은 어땠나요?

연습실에서 무용수들이 자기 안의 것을 꺼내어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리서치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어요. 각자 골목에 대한 기억과 추억, 일련의 사건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텍스트화하고 그것을 움직임화하는 워크숍이죠. 장소에 같이 가서 현장 리허설도 많이 했구요. 남녀 주인공인 장홍석-공영선 듀엣은 실제 골목에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골목낭독회〉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을 옥인동 골목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작업에 반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전날까지 상황을 체크하고 그에 맞춰 촬영을 준비하고 약속했어도, 도시에서 장소작업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변수가 뒤따르는 것이었어요. 원래 허름한 대문이었는데 9월 촬영 때에는 추석맞이로 단장해서 초록색으로 곱게 칠해져 있더라고요. 리허설 때에는 집 앞에 생선도 말려놓고, 무청이며 호박이며 음식들도 많이 널어져 있어서 이런 장면 모두 담아내자 했었는데 막상 촬영 때에는 모두 없었어요. 항상 빨래가 널어져있던 골목이었는데 그날따라 널은 빨래도 없었고... 그래서 무용수들이 직접 빨래가 되어 줄에 널린 퍼포먼스가 즉흥적으로 촬영되기도 했죠.
장소가 옥인동 재개발 지역이라 빈집도 많고, 어느 골목은 네이버지도에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마치 없는 동네처럼 되어 있어요. 6개월 다니면서 작업했는데 사람을 만난 적이 열 번이나 될까, 거의 없었죠. 그런 골목에서 한국어·영어·중국어 문구가 쓰여 있는 것을 봤는데 아이러니하고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는 곳, 삶이 절단된 것 같은 느낌의 서늘함과, 반대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이 골목에 공존해 있어요.
그 골목을 돌아서면 남산타워가 눈앞에 펼쳐져요. 옥인동에서 바라본 풍경, 가까이 다가서있는 남산타워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죠. 실제 촬영할 때엔 갑자기 날이 흐려져서 남산타워가 잘 보이지 않는 거에요. 꼭 담고싶은 명장면 중에 하나였는데 말이죠. 촬영 장비를 빌렸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 동안 촬영을 마쳐야 했거든요. 예상하지 못한 날씨변화나 돌발상황들은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남게 했어요.
〈골목낭독회〉가 골목을 지키고 싶단 생각에서 시작됐지만 한편으로 그 공간에서 살고 계시는 분들의 삶을 침해하거나 대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절대 안 되는 거죠. 내 집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공연하고 그걸 카메라로 찍으면서 돌아다니면 저라도 싫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그 분들께 누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숨죽이며 작업을 하게 됐어요. 조심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고민도 많았어요.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는 시간동안의 리허설과 촬영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식의 작업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창작자로서 내적 갈등이 일어났던 시간도 있었구요.

말씀을 들으니 영상으로 봤던 춤과 골목의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돌발상황과 변수는 오히려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구요. 〈골목낭독회〉 외에도 어떤 댄스필름을 만드셨는지 소개해주세요.
2014년 북촌문화센터에서 했던 〈풍정.각〉 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했었어요. 두 번째 이태원 mmmg, 세 번째 서울도서관 (구 서울시청)에서의 작업 후에 네 번째 프로젝트인 〈골목낭독회〉부터 본격적으로 댄스필름을 만들었죠. 온전히 필름으로 제작하기 위한 춤 작업이요. 무대에서의 공연이 극장 바깥의 장소로 확장됐고 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싶어 영상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는데, 단순히 공연기록용 영상을 넘어 전시와 SNS 등에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댄스필름으로 나아간 거에요. 이후 〈풍정.각〉 여섯 번째 작업에선 낙원빌딩과 세운상가에서 장기간 댄스필름을 만들었고, 얼마 전 10월 말에는 청파동 골목에서 여덟 번째 프로젝트를 작업했어요. 댄스필름은 신체를 담는 프레임을 다르게 해줘요. 장소에서의 몸 이야기를 더 내밀하게 담고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런 게 저는 참 흥미롭고 신기해요. 〈풍정.각〉 프로젝트와 별개로 지난해엔 서울무용센터에서 주최한 댄스필름 제작아카데미에서〈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을 만들었구요. 

 


송주원 안무가가 이끄는 일일댄스프로젝트의 작업에서는 비전문무용수들의 출연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그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구요. 언제부터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되었나요?

2013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현대무용 이론특강과 워크숍을 하게 됐어요. 그 전까지 저는 일반인이 무대에 오르는 커뮤니티댄스를 조금 불편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같이 작업하면서 인식이 달라지더라고요. 장소에서 하는 작업들을 비전문무용수 분들과 했어요. 각자의 언어를 찾아가고 상태에 몰입하는데, 정말 너무 아름답더군요. 훈련된 몸만이 춤을 춰야한다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구나, 몸의 언어라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죠. 살부터 44살까지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한 비전문무용수들이 〈풍정.각〉 두 번째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공연 날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아주 멋지고 근사하게 공간 퍼포먼스를 해내시더라구요. 그리고 공연이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의 삶이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변화하는지, 시너지도 확인할 수 있었구요.
〈풍정.각〉 네 번째 프로젝트인 〈골목낭독회〉에서도 8명의 비전문무용수들이 참여했어요. 시각디자이너 김민재, 설치미술작가 김윤하, 의상을 비롯해 멀티아티스트인 손정민, 가수 겸 작가·영화감독인 이랑, 건축가이자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이병엽, 가구를 만드는 유혜미, 건축가 윤자윤, 우리 팀의 제일 막내인 시각디자이너 윤세영 이 출연했죠. 전문무용수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하신 분들! 공영선 박상미 손나예 오설영 정주령 장홍석 차진엽, 무용계의 드림팀이에요(웃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한데, 모두 이 작업에 무료로 동참해 주었어요.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물론, 예산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예산이 적기 때문에 영상제작비에 대부분 투입되기 일쑤고, 무용수들 출연료는 챙기기 쉽지 않아요. 안무비는 뭐 당연히 없는 거구요. 끝나고 나면 숫자뿐인 영수증만 남아 있곤 하는데 경제적으로 정말 피폐해져 있죠. 참담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여덟 번째 청파동 프로젝트는 거리예술지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됐어요. 처음으로 무용수들에게 출연료를 조금 준 것 같고... 비전문무용수들에게도 주고요. 촬영하는데, 의상 맞추는데, 포스터 등등 디자인하고 편집·제작하는 데에 일정 비용이 들어가고 어떻게 보면 가장 수고해주는 무용수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데이잡을 갖고 중간중간 수혈해가며 한다고 해도 매번 그렇거든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정말 커요.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해요. 항상 그게 마음의 짐이죠. 그러다가 올해 살림이 조금이나마 피게 됐는데,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이 “나 이제 무용수들에게 출연료 줄 수 있다!” 였어요. 정말 기뻤죠.




공연과 달리 댄스필름 제작과정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요.

다른 작품 같은 경우엔, 촬영하시는 분이 편집본을 보내주시면 어떤 부분을 수정해 달라 요청 드리는 편이었는데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은 편집 초반부터 제가 붙어서 함께 작업했어요. 총 11회차 편집을 거쳐서 발표했던 작품이에요. 촬영감독님도 편집하시는 분도 너무 많이 고생하셨죠. 고된 과정을 알아주셨는지 감사하게도 지난해 제작된 4편 가운데 우수작으로 선정되어서 이번 2017 댄스필름 프로젝트 TAKE# 상영회(11월 10-11일)에서 다시 한 번 보여드리게 됐어요. 이번 상영회를 위해 또다시 편집했구요. 최종적으로 15회차 편집을 거친 작품이 됐네요.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도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구나 싶었어요. 안무하고, 장면을 상상하면서 창작하고, 무용수와 스태프를 모아 함께 촬영하는 것 등등 이런저런 수많은 제작단계를 마치고 나서도 편집작업이 후폭풍처럼 밀려들어오는 게, 정말 만만치 않아요. 현장 사운드가 잘 붙어야 하고, 영상에 맞는 사운드 작업이 별도로 추가되어야 하고, 컬러 보정도 들어가야 하고... 단계가 엄청 나더라고요. 댄스필름 작업을 거듭하면서 영화 만드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3차원의 무대공간과 2차원의 영상을 고루 작업한 안무가로서 두 가지의 차이점을 몸소 느끼셨을 것 같아요. 필름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무궁무진하죠. 무대는 한시적이지만, 촬영은 반복작업이 가능하잖아요. 게다가 이야기를 전달할 때 작가가 의도한 곳을 집중적으로 보여줘서 정돈된 환타지를 제시할 수 있구요. 바라봄에 있어서 다양한 시선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상황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영상이 가진 큰 매력이죠. 카메라에 담긴 일상적인 공간은 특별해지고, 공감대는 더욱 커져요. 그런 점에서 공연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 생생함과 다르게 댄스필름은 좋은 의미에서 가공식품 같은 느낌이 있어요. 최대한 좋은 재료를 쓴, 유기농을 가공한 듯한 거요.




더 많은 무용인들이 댄스필름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댄스필름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영화제, 작년부터 시작된 댄스필름아카데미가 저변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댄스필름을 제작하고자 노력하는 무용인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선택이 내려졌으면 해요. 그리고 무용영상의 장르구분이 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로 가는 작업이 있고, 형식 없는 예술영화로서 춤이 갖는 이미지와 신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이 있겠죠. 댄스필름에도 매우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창작자가 그것을 더 구체적으로 펼쳐 보이면 관객들이 취향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무가 송주원의 행보에 기대가 큰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함께한 고마운 사람들과 〈풍.정각〉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우선 10편까지는 제가 하고, 11편째부터는 다른 무용가, 건축가, 설치미술가 등이 맡아서 다른 색깔로 연계해가면 어떨까 생각해요. 도시의 장소란 것이 생명력을 갖고 변화하듯이 〈풍.정각〉 역시 계속 달라졌으면 하거든요. 매번 작품크레딧에 “함께 한 사람들”이라고 써요. 이 작업을 송주원 개인이 다 한거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함께 만든 것이죠. 앞으로도 그렇게 〈풍.정각〉이 살아 움직였으면 해요.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어요. 내년에 창동레지던시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됐어요. 그곳에서 〈풍.정각〉 8.5편을 해보고 싶어요. 8편까지 달려오면서 몸집이 점점 커졌는데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질문들, 무용수와 긴밀하게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춤으로 구현될 때 더 귀하게 올라오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더 쫀쫀하게, 밀도를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근 2년 동안 옥인동 골목의 몇 개 스팟이 달라졌어요. 여기를 다시 한 번 챙겨보는 작업을 하고 싶고, 무용수를 3인 이내로 제한하여 댄스필름으로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춤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독립안무가들, 좋은 무용수들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데요. 그들에게 저의 수상이 작게나마 응원 메시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7. 11.
사진제공_서울무용영화제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