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프리뷰]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11월 6~10일, LG아트센터
2013.11.1

지난 2011년 처음으로 내한해 매진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플라멩코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ña, 1978년 창단)이 오는 11월 3년 만에 두 번째 내한 무대를 갖는다.

 

유럽 내에서도 다양하고 독창적인 춤의 자산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나라 스페인. 플라멩코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춤으로 뜨겁고도 원초적인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아 왔다. 이렇게 스페인의 풍요로운 춤 유산을 독보적으로 계승해 현대적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는 단체가 바로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ña: 이하 BNE)이다. 여기서 무용단의 명칭에 포함된 ‘Ballet’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래식 발레’에 한정되기보다는, 가장 잘 알려진 플라멩코(flamenco)를 비롯해 볼레로(bolero), 판당고(fandango) 등 폭넓은 범위의 스페인 춤(Spanish dance)을 의미하고 있다.

1978년 스페인 정부에 의해 설립된 BNE는 스페인 고유의 무용에 관한 한 의문의 여지없이 최고의 정통성을 자랑한다. 스페인 양대 국립 무용단 중 하나로 BNE와 함께 설립되었으며 여러 차례 내한하기도 했던 스페인 국립 무용단 (Compañía Nacional de Danza: 이하 CND)이 나초 두아토(Nacho Duato)라는 걸출한 예술감독 아래 황금기를 구가하며 세계 현대 무용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다면, BNE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호아킨 코르테스(Joaquín Cortés)를 비롯해 안토니오 까날레스(Antonio Canales), 안토니오 마르케스(Antonio Márquez), 에바 예르바부에나(Eva Yerbabuena), 아이다 고메즈(Aída Gómez) 등 내로라하는 스타 댄서와 대가들의 안무작들을 발표하면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해왔다. 또한 설립 이후 35년에 이르는 역사 동안 BNE는 비단 춤뿐만 아니라 피카소(Picasso)의 무대미술, 마누엘 드 파야(Manuel de Falla)와 호아킨 로드리고(Joaquín Rodrigo)의 음악 등 스페인 예술문화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주며 최고의 외교사절로 인식되어 왔다.

더욱 화려해진 모습으로 찾아올 BNE의 무대는 이 시대 플라멩코의 거장 안토니오 까날레스(Antonio Canales)가 안무한 <그리또(Grito)>, 그리고 플라멩코계의 젊은 실력자 안토니오 나하로(Antonio Najarro) 예술감독이 안무한 <스위트 세비야 (Suite Sevilla)> 총 두 개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먼저 스무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일제히 발구름과 손뼉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리듬과 현란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그리또(Grito)>는 다양한 스타일의 플라멩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세기리야스(Seguirillas), 솔레아(Soleá), 알레그리아스(Alegrías), 땅고스(Tangos)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 어느 한 가지 박자나 특색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플라멩코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댄디한 제복을 차려 입은 남성 무용수 10명은 어떤 기술적인 흠결도 찾아내기 힘들 만큼 능란하고 완벽한 사파테아도(zapateado: 플라멩코에서 구두 발끝과 발꿈치로 마룻바닥을 세게 또는 가볍게 차는 기교)를 선보이며 마치 전진하는 기병대와 같은 위용을 한껏 뽐낸다. 마치 이들과 쌍벽을 이루듯 등장하는 10명의 여성 무용수들도 아름답게 주름 잡힌 드레스 단을 우아하게 휘날리며 매혹적인 움직임으로 캐스터네츠를 흔든다. 스페인어로 외침(shout 또는 call)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또(Grito)>라는 작품 제목처럼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영혼의 울림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바로 라이브 뮤지션들의 음악이다. 기타와 플루트의 애수 어린 선율,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 퍼커션 위에 실린 호소력 넘치는 보컬에서는 우리 인생이 품고 있는 희로애락의 정서가 짙게 배어져 나온다.

2부에서 이어지는 <스위트 세비야(Suite Sevilla)>는 첫 장면에서부터 위로 조금씩 올라가는 커튼 아래로 일렬로 늘어선 남녀 무용수들이 손과 발을 이용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역동적인 리듬이 마치 숨이 멎을 듯한 압도감을 주는 작품이다. 이후 무대 위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원형 구조물을 배경으로 솔로와 듀엣, 앙상블 등의 장면이 다양하게 조합되고 배치되면서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 만큼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이 작품은, 앞으로 BNE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예술감독 나하로의 탁월한 감각이 총체적으로 발현되어 있다. 나하로는 스페인의 고전 무용은 물론이고 현대적인 트렌드까지도 포용해내는 발군의 안무 스타일로 긴장과 대립, 관능과 유혹, 화려함과 서정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정서를 담아내며 무대 위에 여러 폭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연달아 펼쳐 보인다. 현악기을 비롯해 좀더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라이브 뮤지션들의 연주는 청각적인 즐거움을 더하며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빚어내는데, 이에 <스위트 세비야(Suite Sevilla)>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도시 세비야에서 보냈던 어느 아름다운 한 때를 회상하듯 아련하고도 그리운 향수를 자아낸다.

티켓은 VIP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이며 6일부터 나흘간 총 6회 공연된다. (문의: LG아트센터 02)2005-0114 www.lgart.com)

2013.1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