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노던발레단 주역에 발탁된 강민주씨에게 듣는다

영국 중부 지역의 리즈시에 소재한 노던발레단(Northern Ballet)에서 활동 중인 강민주씨가 발레단의 신작 <게이샤>에서 주역으로 발탁되었다. 한국 출신의 발레 무용수가 해외 단체에서 주역을 맡는 것은 흔하지 않은 터여서, 강씨의 이번 발탁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노던발레단에서 퍼스트 솔로이스트의 일원으로 있는 강민주씨는 서울예고와 한예종 영재교육원, 독일 함부르크발레학교에서 수학하였다. 독일 연방유겐트발레단에서 2년 활동한 후 2016년 이 발레단에 입단하였다.
 작품 <게이샤>(안무: 케네스 틴돌)는 19세기 중엽 일본에 파견된 외교 관리와 두 게이샤, 그리고 한 사무라이 간에 얽힌 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재팬-영국 2019-20 문화시즌의 기획 공연작으로서,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해외 문화 기획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이번 신작은 3월 14일 리즈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영국 내 4개 대형극장에서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5월 6~9일 에딘버러페스티벌극장 공연을 제외하고 런던 등 3곳의 공연이 취소되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강민주씨는 보스톤국제발레경연에서 상위 입상하고, 2013년 볼쇼이발레아카데미 갈라 공연, 로마와 함부르크 등지의 이벤트에 출연한 바 있다.
 노던발레단은 <게이샤> 초연작 개막을 계기로 발레단의 자체 웹사이트에 강씨와의 인터뷰를 게재하였다. 이 인터뷰에 의하면 강씨는 <신데렐라> <빅토리아> <인어공주> <드라큘라> 등의 배역으로 출연하였다.
 강민주씨는 <게이샤>와 관련하여 이메일을 통해  "안무가(Kenneth Tindall)가 처음 안무 동기를 밝힐때 단장(David Nixon OBE)이 발레단에서 안무를 할수있는 기회를 줬다. 두 사람이 상의해서 발레단에서 현재 기량이 훌륭한 동양계 무용수들이 많은데 그들의 기량을 최대치로 뽐낼수있는 발레를 선정하고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사후 세계 문화가 안무가에게는 개인적으로 독창적이고 발레와 접목하면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있다 생각하였다. 안무가 케니는 도전적 성격으로 새 것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무래도 발레는 서양에서 시작한 문화이고 어릴 때부터 백인을 연기하는것이 익숙한 저로서도, 완전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한 발레 자체는 신선하면서도 당연히 해볼만한 도전이라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던발레단은 고전발레뿐 아니라 연극, 대중문화, 문학, 오페라 등 여러 장르의 예술을 발레와 접목해서 인기작 고전발레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모색해온 단체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예술감독은 캐나다 출신의 데이비드 닉슨이 지난 20년간 맡아 왔다.
 <춤웹진>은 이번 발탁을 주목하여 노던발레단 웹사이트에 소개된 강민주씨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를 전재한다.




 




본인을 위해서 역할이 만들어진 것이 처음인데, 그 경험은 어땠나?
강민주: 잘 해내고 싶었고, 책임이 큰 일이기 때문에 가슴이 벅찼다 또한 창작의 집중을 나에게로 몰두할수 있음으로써 나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역할에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곧 매우 특별한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 안무가와 발레단 스텝들이 좋은 팀워크를 이루었고 서로 신뢰할 수 있었기에 마음을 열고 제가 가진 것을 내놓기가 쉬웠다.

작품 <게이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좋아하는 안무가 있는가?
작품에서 제 역할(오기치)에게는 행복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극에서 일본으로 최초 발령된 총영사와 함께 한 장면을 좋아한다. 그이유는, 무엇보다 이 발레가 만들어지는 처음 단계를 시작했을 때, 안무가는 먼저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그 동작의 움직임을 따라하면서 안무를 완성해 나갔다. 하지만 이 장면이 특별했던 이유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스토리 자체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는 관객들과 공유하기 전에 먼저 우리들 안에서 이야기를 이해할수있어야 하는것이 도전적이였다. 작업자들이 연습실에서 충분히 질문을 나누고 작은 디테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동작의 움직임에 더해 미세한 시선이나 총영사가 오기치를 대하는 방식 같은 작은 디테일에 대한 연습이었다. 이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 몰랐는데 장면이 완성되니 성취감을 느꼈고 관객들과 공유했을때, 관객들이 함께 이 여정에 몰입할수있을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극에서 두 게이샤 오키치와 아이코는 자매와도 같다. 그 둘의 이야기를 연기하기 위해 영감을 준 자매나 가까운 여성 친구들이 있는가?
제가 10대 시절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함께 한 여자 친구들이 있었다. 여자들끼리의 사이는 다른 관계들과는 조금 다른 따스한 이해력과 강인함이 있다.
그리고 제게 발레 선생님이자 좋은 친구가 되어준 전직 국립발레단 무용수 셨던 엄마도 떠올랐다. 제 개인의 삶에서 이런 여성들과의 관계가 이 장면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큰 영감이 된 것 같다. 여성들과의 유대가 얼마나 특별하고 흔한 남녀관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배역 오키치는 현실에서 겪는 듯한 아주 감정적인 경로를 밟아가는데, 두 시간 동안 이렇게 감정적인 장면들을 자아내는 게 힘들지는 않았는가?
당연히 어려웠다. 실제 실생활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적인 인간의 감정 중 아주 어두운 감정을 1막 마지막에서 강렬하게 표현해내야 했다.
신기하게도 감정은 신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말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의 순간만은 오키치의 감정선에 몰두하여 그 벅찬감정들을 관객들과 공유하는데만 집중했다.




  

 




노던발레단과 함께 할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때가 있는가?
너무 많다. 발레단에 합류하게 된 것은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다. 정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을 공연할 때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이 제가 무용수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도전의 기회였기에 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였다. 무엇보다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발레단 모두가 감격한 순간이었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작품 <드라큘라>를 공연하며 관중들에게 큰 기립박수를 받았던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투어 컴퍼니에 소속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영국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물론 짐을 싸고 풀고 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발레단에서 활동할수록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각 도시에 갈 때마다 나만의 공간을 찾기도 하고 카페나 레스토랑 등 장소에 애착을 갖는 것 같다. 투어에서 괜찮은 한국 식당들도 몇 군데 가보았다! 노던발레단의 작업으로 많은 도시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원문: https://northernballet.com/spotlight-on-minju-kang
(번역: 장수혜)

2020. 4.
사진제공_노던발레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