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1) 춤 정책에 대한 기대와 전망
춤계 집단 지성으로 ‘함께’ 정책 흐름에 대응해야
김채현_춤비평가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어 새 정부가 구성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춤계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탄핵 절차에 근거해서 새 정부는 탄생하였다. 대통령 하야가 거론되다가 촛불 집회 전개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이 비로소 여론으로 결집되었기 때문에, 새 정부 탄생의 원동력은 촛불 민주주의였다. ‘이게 나라냐?’를 묻고 또 물은 촛불 민심은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민주주의, 즉 헌법 정신이 국정 전반에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할 것임을 거듭 천명하였다. 터무니없는 국정 농단, 여기서 명백히 드러난 헌법 정신의 실종은 문화예술 부문에서는 버젓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으로 자행되고 있었다.
 촛불 집회가 시작되던 지난해 11월 4일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성명을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 유포,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 억압, 출범 당초부터 부실했던 문화융성위원회 운영 실태, 현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현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의 선임 경위, 문화예술위의 운영 실태 및 권한 남용, 문예진흥기금의 모호한 집행 등”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춤을 비롯한 문화예술 시책에서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헌법 정신을 회복함으로써 문화행정을 하루 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부 시책을 뒷받침하는 규정과 조직, 그리고 특히 추진 과정이 비민주적인 상황에서는 국정의 4대 기조로 채택된 문화융성처럼 그 무슨 발전책도 소리만 요란할 뿐 그다지 소용없음을 지난 정부는 스스로 입증하였다. 아무리 대통령 자문 기구라지만 문화융성위원회는 위원들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점을 비롯하여 그 부실한 운영에 맴돌음으로써 지난 정부가 표방한 문화융성을,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문화웅성 같은 한낱 조롱거리로 추락시켰다.
 또한 지난 시기에 한국문화예술위는 그 구성과 운영이 점차 불투명해지던 실정에서 급기야 블랙리스트 문화행정의 집행 조직으로 전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공공 무용단은 예술감독 선임과 단체 운영에서 부실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의 문화예술 및 춤 기관들의 공공성 강화는 절실하며, 촛불 민주주의에 힘입어 탄생한 새 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문화정책 전반의 받침대로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 공공성인가? 문화예술 기관들에서의 공공성 또한 헌법상의 민주주의 원칙에 포괄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공공성은 춤 기관의 운영과 시책의 집행에 있어 어느 측면에서는 태연히 무시되었다고까지 지적된다. 그렇다면 공공성의 가치는 무엇인가? 공공성은 기관 운영과 시책 집행에서 민간과 개인을 향한 개방과 소통을 지향하므로 운영과 집행을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다. 이즈음 자주 회자되는 집단 지성의 참여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공공성은 기관 운영과 시책 집행을 제약함으로써 오히려 견실하며 지속가능한 수행을 촉진한다. 공공성을 걸림돌로 여기는 독선을 벗어나 막대한 자산으로 포용하는 현상은 지난 몇 해 일부 지자체들에서 협치(協治)의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다. 요컨대, 현시점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춤 공공성 강화는 기관 운영 및 시책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5년마다 새 정부 출범의 시기를 맞으면 으레 예산 증액을 통해 기관과 시책을 활성화하는 구상들을 제시하는 것이 과거의 통례였다. 그러나 운영 집행 과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예산 증액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반면에 예산을 증액하지 않고서도 투명성을 높여 예산 증액의 효과를 획득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요청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 감독권을 일정 부분 가진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그리고 지자체 직할의 공공 무용단들과 문화재단들은 구태의연함을 벗어나 새 정부 출범을 자신들의 공공성-투명성 측면에서 전기(轉機)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 대통령 선출을 앞둔 지난 4월 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새 정부 출범이 춤계에서 정책 환경을 쇄신함과 동시에 춤계 스스로 춤 발전책을 강구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에서 제안된 춤계 주요 현안은 춤 정책 쇄신을 위해 춤계 현장 여론을 수렴하는 일, 춤 지원 기관 혁신, 서울무용제 등 공공 기금 지원 대형 행사 운영 개선, 대한민국무용대상 폐지, 국내 춤경연대회의 병역특례 혜택 폐지, 국군예술부대 창설, 공공무용단 쇄신으로 요약된다. 이 성명에서 예산 증액보다는 운영과 집행의 효율적 변화가 강조되고 있듯이 춤계 현안 가운데 춤계 내부의 쇄신된 의지가 관건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이 예술을 행할 자유를 보장하고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써 보장하며 대통령이 문화 창달에 노력할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국가 즉 정부가 문화행정을 통해 정책을 펼쳐야 할 당위성은 헌법이 규정한 원칙이다. 이에 따라, 그간 한국 사회에서 고급예술(또는 기초예술)의 사회적 입지가 위축되어온 데 대한 정책적 책임은 이제 새 정부로 고스란히 이전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자본 또는 권력에 치우쳤던 문화정책과 문화행정에서 예술은 뒷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영향으로 문화정책에서 헌법 정신은 부지불식간에 퇴색되어온 것으로 생각된다. 새 정부는 이를 극복할 대책을 새 문화정책 속에 녹여 넣어야 할 것이다.

 



 새 대통령의 문화 부문 공약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산발적으로 제시되는 정책 방안들은 예술과 국민생활의 양립(兩立)을 지향하면서 두 가지를 문화로 연결한다는 비전이 중심을 이룬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예술 창작, 예술인 복지, 예술인 육성, 콘텐츠 산업 육성, 지방 분권, 예술 교육, 문화 향수권, 기업 참여와 같은 세부 사항들이 거론된다.
 전반적으로,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예술과 국민생활의 양립, 창작과 향수의 연결, 창작과 교육의 접속, 창작과 복지의 연속, 예술과 산업의 연계, 중앙과 지방의 분권을 기조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조는 예술을 예술에 국한시키는 통념을 타파하고 예술과 그 생태계의 주요한 축을 다면적으로 ‘함께’ 연관시키는 관점을 담고 있다.
 장르 간의 빈번한 교류, 예술인 배출 경로의 다변화, 예술 공간의 급속한 다양화,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다채로운 접속, 예술의 산업화 등등 21세기의 예술은 이미 예술 자체 내에서조차 ‘함께’의 흐름을 보란 듯이 시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예술 향수 경로의 다변화, 예술 상품의 유통 확대, 예술 참여 기회의 확산, 시민 예술 교육의 일상화 등 공공의 ‘함께’가 범세계적으로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함께’의 흐름에 착안해서 이를 우리의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과 더불어 조밀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입안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에 당면하여, 춤계는 스스로 쇄신해서 ‘함께’의 흐름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전국에 산재한 문예회관을 향해 춤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작업은 춤 예술 확산과 시민 향수권 진작 면에서 이 흐름을 뒷받침할 듯하다. 또한 공공의 공연장 가운데 상당수를 춤 중심 극장으로 만드는 전략은 무용인들의 머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전에 확보한 춤 중심 극장마저 점차 퇴색하고 있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춤계가 심기일전해서 ‘함께’의 흐름을 선도하려는 의지부터 춤계 내에서 조성되어야 한다. 춤의 진로를 행정과 정책에만 마냥 내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새 정부의 춤 시책에 못지않게 춤계의 결집된 전략도 중요해 보인다. 촛불 민주주의를 거친 이후의 시대에는 더 더욱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와 공공성을 갖춘 문화예술이 문화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이기 마련이다. 춤이 응당 그래야 한다는 점을 우리 춤계는 집단 지성의 결집된 힘으로 세상에 널리 알릴 책무가 있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17.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