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베트남 춤의 현장(1)
초기 성장기 상황에서 모색하는 베트남의 춤 현장
임선영_Imdance10 대표

2018년 1월부터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도시 호치민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며 사람, 장소, 문화 그리고 춤을 나누고 왔다. 신랑의 베트남 회사 발령으로 한국의 생활을 접고 다른 문화의 도시 호치민을 가기로 결심해야 했다. 자발적인 선택이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야 했던 것이다. 내가 생활하던 익숙한 장소, 그 특정적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생기는 불안감, 함께 생활하고 춤추던 이들과 더 이상의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막연한 상실감은 한국을 떠나기 전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이다.

베트남 무용계는 외부로 무용인과 행사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곳에서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베트남 안무가의 연락처를 받았으나, 그와의 만남이 성사되기에는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여러 번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일본 무용수 Chika Tatsumi룰 통해 마침내 안무가 Nguyen Tan Loc(응우옌 탄 록)을 만날 수 있었다. 베트남의 열악한 예술 환경에서 충실하게 무용단을 이끌어가는 응우옌 탄 록과 그의 무용수들, 우리는 서로의 춤으로 가장 순수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지난 4년의 시간은 춤이 있었기에 나는 베트남에서 환영 받으며 그들의 사회 안에 들어가 사람, 춤추는 사람이 되었다. 춤이 있었기에 사람을 얻을 수 있었고, 춤출 장소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베트남은 HBSO(Hochiminh City Ballet Symphony Orchestra and Opera) 정부소속의 발레단과 민간단체 Arabesque Dance Company가 있다. 이 두 단체가 베트남 무용계의 방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베트남은 정부로부터 면허증을 발급받은 단체만 공연을 주최, 주관할 수 있으며, 국제 공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HBSO는 Hochminh Oprea House 소속 단체로 Hung Phuc Nguyen(흥 푹 응우옌) 안무가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발레공연과 무용행사에 참여한다. 민간단체 Arabesque Dance Company는 응우옌 탄 록 안무가 지도하에 국내 공연행사 및 국제행사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대구시립무용단과 협업작업,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제공연참여를 하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단체이다. 베트남의 젊은 무용수들은 이 단체의 단원으로 무용의 전반적인 교육과 무대경험을 쌓은 후 독일, 미국, 일본에서 유학 후 무용수로 활동한다고 하였다. 베트남 무용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젊은 무용수 Ngo Thanh Phuong(응오 탄 풍), Khai Ngoc Vu(카이 응옥 부), Nguyen Chung(응우옌 쭝), Chi Nguyen(치 응우옌), Vo Hong Nhung(보 옹 늉)가 호치민에서 활발이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 무용단의 주요 공연행사는 방송국, 기업행사, 지역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식적인 창작활동의 기회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정부 소속공연장의 공연물은 반드시 정부 관계자의 심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공연검열제도가 있다. 작품내용, 무용수 의상, 공연 음악에 관한 검열 후 정부관계자의 의견을 작품에 반영해야 한다. 예술가, 그 표현의 자유가 국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현장, 이것이 베트남의 현재 예술 환경이며, 이러한 사회구조 아래 컨템퍼러리 아트와 춤이 베트남 무용계에 완전하게 자리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기에 민간단체 Arabesque Dance Company는 OSOA(Open Stage Of Arabesque) 자체행사를 통해 국내 젊은 무용가들에게 안무와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춤을 베트남 관객들에게 꾸준히 보여주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OSOA 공연 현장




또 다른 국제행사로 Krossing Over Arts Festival을 소개하고 싶다. 페스티벌의 디렉터 Sebastien Ly는 베트남계 프랑스인으로 2017년 이 국제무용페스티벌을 시작하였다. Sebastien은 Linh Rateau(Dancenter Director)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다.
Linh은 Expat(해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을 일컫는 용어)을 대상으로 무용센터를 운영하는 베트남계 프랑스인이다. 내가 사는 지역 가까이 댄스센터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혼자 연습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댄스센터에 Linh Rateau라는 디렉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무작정 포토 폴리오를 들고 나는 춤추는 사람이고, 춤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그녀를 찾아갔다. Linh은 나의 이야기를 아주 적극적으로 들어주었고,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나는 연습할 공간과 춤을 출 기회가 있다면 베트남 무용수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 후 그녀는 나의 개인연습을 위해 공간을 지원해주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듯 나는 연습실로 향했다. 아이가 학교를 간 시간은 나만의 완전한 시간이었고, 그 어떤 복잡한 관계로부터 떨어져 자발적인 고독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이후 Linh과 나는 종종 차를 마시거나 점심을 먹으며, 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발레, 재즈 등 다양한 춤을 배우고 자신의 어머니 나라를 더 이해하고 알기 위해 25살에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나라이자 자신의 뿌리가 있는 나라로 돌아와 춤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츄어 베트남 무용수들과 일반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무용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고, 무용수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녀의 젊은 시절의 열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춤, 그 특별한 공통점을 갖고 서로의 춤 활동에 대한 소식을 궁금해하며 친구 관계로 발전해갔다.

어느 날, Linh은 베트남에 온 Sebastien을 소개해 주었고, 그는 나에게 춤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 당시 나는 Arabesque Dance Company 무용수 Thu와 함께 서울 개인 공연을 위해 듀엣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는 우리의 듀엣을 보고 흥미로워했으며, 자신의 페스티벌에 듀엣을 초청하였다. Krossing Over Arts Festival은 프랑스대사관의 지원으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가 다른 공연에 비해 많이 확보된 행사였다. Sebastien은 춤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무가로서 하다가 할머니의 고향인 베트남 무용예술 진흥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 페스티벌운영을 결정하였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 페스티벌은 베트남 무용수들에게 안무 및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며, 그들의 다양한 창작경험을 확장시키기 위해 국제예술가들과 춤, 음악, 영상부문의 협력기회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하였다. 다소 폐쇄적인 느낌도 들었지만, Sebastien의 베트남 젊은 안무가 및 무용수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목적에 있어서 함께 일하는 동안 활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Krossing Over Arts Festival 공연 후. Thu(무용수), Sebastien(페스티벌 디렉터)




베트남의 젊은 무용단체 UDG(Urban Dance Group)을 페스티벌무대를 통해 알게 되었고, 이후 UDG 젊은 안무가 John Huy Tran과 함께 춤 친구가 되었다. 현 재 해외 무용단 활동 후 베트남으로 돌아오는 젊은 무용수들이 만들어가는 신생단체 1648kiomet, H2Q Art 등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그들의 공식적인 무대를 위해 페스티벌의 목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코로나로 페스티벌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앞으로 베트남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국제 행사로 여겨진다.

춤은 무엇일까? 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Loc, Sebastien, Linh(Dancenter director), Nhu(Arabesque company), Khi, Phuong 이들은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 서로에게 자리를 제공하고 자신의 사회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베트남에서 만난 예술가들이다. 나는 베트남 생활을 통해 외국인으로서 이방인이 아닌 춤을 추는 동료로 함께 시간과 장소를 나누며, 그들에게 받은 나의 자리, 춤의 자리가 진정으로 감사했다. 예술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찾고 발견하며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나에게 춤이 있기에 베트남 현지에서 춤 동료들과 함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다.




Nhu(아라베스크 부단장), Thu(무용수), Loc(아라베스크 무용단장)




추신: 현재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정부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노이의 한국문화원을 방문 했을때 문화원의 그림 전시마저도 검열 후 전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베트남 젊은 무용수들은 각자의 개인 프로젝트 운영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삼삼오오 서로 모여 언더그라운드 식으로, 또는 대사관이나 문화원의 지원방식으로 표현의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춤으로 관계 맺은 무용수들은 대부분 호치민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무용수들이며, 하노이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임선영

2018년 국제예술교류 예술가로 선정, 베트남과 한국 교류 작업을 진행하였다. 춤의 본질, 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춤: 확장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2021. 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