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 길찾기: 고블린파티
“공연에서 느낄 에너지가 줄었어요”
  • 일    시
    2020년 7월 27일 오후 3시
  • 장    소
    스타벅스(서울 양재동)
김인아 〈춤웹진〉 기자


고블린파티 안현민, 이경구 ⓒ춤웹진




김인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변화된 일상에 적응한 상태입니다만 발생 이후 많은 것들이 변화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창작활동에서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이경구: 원래 올해 신작 계획보다는 비전공자와 연극인 대상으로 하는 움직임 워크숍을 하려고 했었어요. 1월에는 연극인 워크숍을 진행했고 이후에 비전공자 워크숍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쨌든 워크숍에서 같이 땀 흘리고 살을 부딪혀야 돼서 너무 많은 위험 요소가 있기에 취소하게 됐어요. 또 수도권 외 지역에서 7월에 공연이 하나 있었어요. 6월부터 연습에 들어가고 있었고 한 친구는 부산에서 있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처음으로 작업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7월 공연이 취소되면서 연습은 했지만 계속할 수 없어서 다음 하반기로 미루게 됐어요.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최대한 공연과 안무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원래도 불안정한 수입이었어요. 그렇다고 코로나로 수입이 변하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마음의 문제인 거 같아요. 이 불안정한 상황이 앞으로 더 불안정해지는 건 아닐까, 달라진 수입은 없지만 미래에 내 수입이 더 불안정해지고 불규칙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계속 있어요.

안현민: 신작도 6월에 하려고 계획을 잡았는데 연기된 거예요. 저희는 연습을 계속하지만 정부 지침이 내려와서 극장이 아예 닫게 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연기를 해야 해요. 7월 공연도 잠정적 연기인데 언제 다시 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 공연은 어린이들이 보는 공연이라 특히나 조심해야 하고 그런 공연일수록 언제 잡힐지 모르겠는 불안정한 상황이더라고요. 연습은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 공연하게 될지, 또 취소되진 않을지 불안하죠.

올해 고블린파티가 예정했던 해외 공연은 모두 미뤄지거나 취소된 건가요?

안현민: 네, 연기된 공연은 정확히 언제 할지 몰라요.

이경구: 저는 10월 스페인 마스단자에 가기로 했어요. 올해 실제로 개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거기에 가면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격리가 끝나자마자 어린이 공연 〈루돌프〉를 공연해야 해요. 격리 기간 동안 연습도 못 하고 위험할 수도 있어서 올해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내년으로 미룰 수 있는지 확답은 아직 못 받았어요.

안현민: 홍콩 리사이드에서 듀엣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미뤄져서 내년 5월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개최되면 가는 건 확정인데, 코로나가 장기화될 수도 있어서 예측할 수 없어요.






고블린파티 연극인 대상 워크숍 ⓒ고블린파티




앞서 언급되었던 워크숍에 대해 좀 더 알려주세요.

이경구: 워크숍은 중장기프로젝트에 선정돼서 올해 할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실행하는 거였어요. 그 첫 시작이 워크숍이었고요. 우리 안에서만 하지 않고 우리가 했던 걸 공유하고자 했어요. 또 춤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공연계에 있는 사람과 창작을 하다 보면 우리의 안무 방식이 확장될 수 있고요. 우리 단체를 홍보하고 싶기도 했어요. 춤 공연은 지인이 아니면 한 걸음 떼기가 어렵잖아요. 먼저 워크숍을 통해 말과 몸을 직접 부딪치면 나중에 꼭 공연을 오시더라고요. 춤을 경험하면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기에 그런 차원에서 시작한 워크숍이었는데, 연극인까지만 하고 비전공자 대상으로도 하려다가 3번 정도 연기돼서 결국 취소했어요.

연기하게 된 시점이 언제였나요?

안현민: 3월 첫째 주에 취소하려다가 고민 끝에 2주를 미뤘는데 코로나가 더 심해지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미루자 했는데 더 심해졌어요. 그때 한창 줌바 댄스 강사가 코로나를 전파한 거예요. 비슷한 상황이잖아요. 더 위험하게 느껴져서 이렇게 가다가 서로 안 좋을 거 같고 너무 조심스러워서 다음 기회에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죠.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취소하게 됐어요.

7월에는 어떤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었나요?

이경구: 〈여우와 돌고래〉라고 원래는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깐 관객 연령층을 확대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여서 재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기존에는 듀엣 버전이었는데 우리 단체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출연하는 거로 다시 만들어보자 해서 레퍼토리였지만 거의 신작처럼 새롭게 장면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이건 중장기 프로젝트는 아니고 ‘방방곡곡’에 선정된 거예요. 의정부, 충북, 제천 세 군데 극장에 선정됐어요.

안현민: 다행히 의정부 공연은 아마 10월에 할 것 같아요.






고블린파티 〈여우와 돌고래〉 ⓒ고블린파티




공연과 안무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경구 씨의 말씀이 창작활동에 집중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보여서 인상적이었어요. 공연과 워크숍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생활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요, 고블린파티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단체 중 하나잖아요. 공연뿐 아니라 부수적인 활동까지도 아주 활발하고요. 생활을 위해 공연 이외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이경구: 원래 했는데 공연이 많아지면서 다른 강사로 대체되는 게 잦아지고 약속이 안 지켜지니깐 수업을 유지하기가 민망하더라고요. 개인 레슨은 시간이 유동적이어서 괜찮은데, 공연 활동을 하면서 고정적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은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서 인정하고 공연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안현민: 다행히도 워크숍은 중장기 사업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교부가 완료된 사업들은 인건비를 대부분 지급하더라고요. 공연 자체가 온라인화되거나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도 연습한다는 전제하에서 인건비는 지급돼요. 워크숍도 외부 사람과는 못했지만 저희 안에서는 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경구 씨 말처럼 수입이 줄었다고 할 수 없는데, 공연 자체가 미뤄지니깐 그달에 있어야 할 수입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평균적으로 조금은 줄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필라테스를 가르치고 있어요. 부수적인 수입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게 하나는 있어야 해요. 실제로 3~4월에 수입이 줄어들면서 수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코로나의 영향이 있긴 있구나를 느꼈어요. 밥 굶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이전보다는 떨어졌다는 게 확실히 보였어요.

이런 상황이 코로나 때문에는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동시에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고블린파티는 공연을 많이 하는 단체이므로 취소로 인한 어려움이 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안현민: 네. 작년보다 수입이 줄긴 했어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슬기롭게 해쳐나가려고 노력하는지 듣고 싶어요. 고블린파티가 공연취소에 마냥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어떤 방책을 마련하였나요?

이경구: 단체 안에서 공연이 미뤄졌지만, 연습은 계속하고 있어요. 저희 같은 독립 단체들이 많잖아요. 춤뿐만 아니라 연극, 음악도 그렇고 독립단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활동하면서 몇몇 분들과 친분을 쌓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서로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올해 계획한 공연을 각자 어떤 방법으로 하려고 하는지 같이 이야기하면서 제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서 그들과 협업할 수 있는 작업들을 찾기도 했고 그런 기회가 많이 생기기도 했어요. 고블린파티 안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 작업에 참여하려고 많이 찾아다니고 다른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위기를 기회삼아 타장르와 협업을 하신다는 소식은 고무적인 일이네요. 하반기에 어떤 공연을 계획하고 있나요?

이경구: ‘오무아무아’라는 연극 극단이 있는데, 이 극단도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밀렸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공연하기로 한 극장이 문을 잠정적으로 닫은 거예요. 그래서 다른 극장을 대관했어요. 이 공연을 담기기에는 그 극장의 무대가 작고 객석도 많지 않아요. 그래도 공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연출자님께 연락을 받아 안무로 참여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또 어린이를 대상으로 음악극을 하는 단체 ‘그린더’가 광주에서 공연해야 하는데, 광주에도 코로나가 확산됐잖아요. 그 단체도 공연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예요. 영상으로 대체돼서 공연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작품을 만들어서 하자 해서 거기에서도 안무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다른 분야에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자주 만나서 서로 도우면서 하고 있어요.

안현민: 9월 초에 〈놀이터〉라는 신작을 발표해요. 신작 작업을 할 때 확실히 레퍼토리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더 자주 만나고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잖아요. 다행히 올해는 신작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 같아요. 외국에 못 나가고 레퍼토리 공연도 많이 취소되니깐 신작에 더 집중하려 해요. 7명이 출연하는 꽤 큰, 고블린파티의 첫 대극장 작품이거든요. 그 작업 덕분에 공연을 바로 하지 않아도 단원들과 계속 만나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서 참 좋아요. 보통 공연이 많을 때 2~3개의 작업을 한꺼번에 할 때가 있었어요. 프로젝트마다 출연자가 다른데, 제가 출연하는 건 〈놀이터〉 한 작품이어서 확실히 시간이 줄긴 한 거에요. 집중도 잘 되고 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게 느껴지더라고요. 연습을 매일 가다가 일주일만 없어도 불안하고 그 시간이 긴 거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다행히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공부할 것도 많고 또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면서 하나의 작업에 집중도 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하면서 이겨내려고 했던 거 같아요.




고블린파티 〈놀이터〉 연습장면 ⓒ고블린파티




당장 결과물이 드러나지 않으니 예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작업에 몰두하고 공부하며 준비하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생산적인 시간일 거예요. 코로나로 인한 강제 휴식의 시간이 적어도 예술인에게는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겠어요.
요즘 1인 창작자도 많아지고 온라인으로 시도하는 작업도 부쩍 늘어났어요. 그런 것들을 새롭게 모색하고 시도하는 등 창작과정에서 변화된 것이 있나요?

이경구: 태국에서 활동하는 제 대학원 동기가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아이디어를 낸 프로젝트가 있어요. 9개의 장소에서 9명의 예술가들이 만드는 ‘In own space’라는 온라인 페스티벌이에요. 한국과 태국, 일본의 예술가 9명이 일주일에 1회, 온라인으로 공연을 선보이는데요. 공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예술가 각자의 집, 침실 또는 개인공간이에요. 개별 공연은 2분 30초의 영상으로 페이스북에 공개되고 이 과정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예술가들이 각 1회씩 총 9회의 짧은 공연을 모두 선보일 때까지 반복돼요. 각 공연은 앞의 공연에 이어 안부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연결되고요. 끝으로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모든 공연 영상이 한 편의 영상으로 연결되어 상영됩니다. 수입을 떠나서 이렇게 각자 있는 지점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안현민: 무용단 안에서 댄스필름 작업을 꽤 오래전부터 했지만 다 같이 찍은 건 2년 전이에요. 댄스필름을 만들고 나서 굉장히 잘 썼다고 해야 하나. 공연에서 상영도 많이 하고 상영회도 열었거든요. 그 영상으로 인해서 저희를 소개할 수 있게 되고, 유용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작품을 초청받았을 때 공연 시작 전에 10분가량의 짧은 댄스필름을 보여드리면, 고블린파티가 어떤 스타일과 색깔을 가진 단체인지 이해가 깊어지더라고요. 영상 작업에 관심을 갖고 계속 해왔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영상이 빠질 수 없는 콘텐츠가 되었잖아요. 올해 〈은장도〉라는 작품을 댄스필름화시켰어요.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영상과 가까워지면서 작업을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역이나 해외를 가더라고 유통할 때 좋은 콘텐츠여서 앞으로도 댄스 필름에 관심을 두고 하게 될 거 같아요.

고블린파티의 댄스필름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경구: 처음 제작한 것이 〈나는 도깨비입니다〉였는데, 만들고 보니깐 단체 소개에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작업할 때의 성향과 정체성을 도깨비란 캐릭터를 가지고 표현하다 보니 고블린파티의 소개 영상이 돼버렸어요. 댄스필름을 위해서 만들었다기보단 먼저 공연을 기반으로 해서 작품을 만들고, 이걸 어떻게 영상화할 건지 생각하며 재작업했어요.






고블린파티 댄스필름 〈나는 도깨비입니다〉




기존 무대, 물리적 공간에서 공연할 때와 영상에서 움직일 때 차이 때문에 고민하게 되진 않나요?

안현민: 확실히 달라요. 무대에서 하는 건 순간적인 작업이잖아요. 관객들이 볼 때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어떤 한 컷을 위해서 하기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잘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댄스 필름은 줌인을 하거나 그 컷을 위해 찍기도 하잖아요. 처음 찍은 〈나는 도깨비입니다〉는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해서 촬영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때는 공연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시각 안에서 잘 움직여야 한다는, 기법 자체가 다른 느낌인 거 같긴 해요.

이경구: 이런 영상도 있었어요. 헝가리 한국문화원 재개원을 기념해서 〈옛날 옛적에〉를 공연했어요. 동시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영상이 필요하다 해서 저희가 그 문화원 1~4층까지 〈옛날 옛적에〉에 있는 움직임과 재료를 활용해서 그곳을 구경하러 다니는 양반처럼 재작업해서 문화원 소개 영상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저도 영상을 재밌게 봤어요. 〈옛날 옛적에〉에서 소품과 의상이 한국적이잖아요. 거기에 재기발랄한 움직임과 읊조리듯 편안한 내레이션이 곁들여져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에 흥미를 가질 거라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고블린파티가 어째서 인기 있는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이경구: 항상 〈옛날옛적에〉를 외국에서 공연할 때 우리가 전통을 우리 방식대로 해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있어요. 저희는 ‘전통을 알고 있는 방식에서 사용하기보단 처음 만난 외계인처럼 이것을 대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연령과 국적을 떠나서 호기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렇지만 소재 자체가 전통이다 보니 어떤 분의 눈으로는 왜곡하거나 해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춤계에서 발견되는 풍속이랄까, 변화된 양상이 있을까요?

이경구: 제가 생각하기엔 유독 SNS에 자신이 춤추는 영상을 많이 업로드하는 거 같아요. 코로나 이전에도 개인 SNS에 안무 영상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서 또는 집 앞 정원에서 춤을 만들어서 업로드하는 걸 더 많이 목격하게 돼요. 공연에서 많이 못 보니깐 영상으로나마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리서치할 시간이 많잖아요. 공연이 사라지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 사람도 많을 거고요. 공유하는 장이 미뤄지고 사라지다 보니깐 직접적으로 빨리 소통할 수 있는 SNS를 활용해서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것을 발산, 표출하고 피드백을 받는 소통의 측면에서 긍정적일 거 같네요. 또 주변에서 감지되는 부분이 있나요?

안현민: 공연을 보고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건데요. 객석을 띄어서 앉는 경우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관람하는 게 의외로 너무 좋은 거예요. 관객 입장에서 집중이 잘 돼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붙어서 앉는 사람들의 기운이 내가 공연을 못 보도록 막은 게 있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반대로 모다페에서 솔로 작품을 공연했었는데, 확실히 사람이 없으니깐 안타깝더라고요. 공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연장이 꽉 찼을 때 관객이 주는 기운이 큰데, 띄엄띄엄 앉아 있으니깐 무서울 때가 있어요. 마스크를 쓰면 눈만 보여서 관객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관객이 적어서 기운을 느낄 수 없었어요. 공연이 괜찮은 건지 공연이 잘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에너지가 확실히 줄었어요.

그런 걸 절감하면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이전에는 당연한 거였잖아요.

이경구: 네, 맞아요. 서강대메리홀 소극장에서 〈여우와 돌고래〉를 이틀 동안 했어요. 첫날 관객들이 극장이 아무리 안전한 곳이어도 일단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접촉을 하면 안 돼서 약간 방어적인 상태로 들어오잖아요. 저는 공연할 때 관객들의 얼굴을 보면서 하거든요. 마스크로 가리고 있으니깐 어떤 표정인지도 모르겠고 공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반응을 보면서 제 에너지를 조절하는데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지니깐 연습실에서 할 때 보다 외롭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말씀하는 거처럼 관객들이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요. 둘째 날에는 관객들이 좋다고 생각할 거라고 믿고, 그 전제로 가자 해서 마음을 내려놓고 했던 거 같아요. 첫날에는 그런 걸 처음 겪어 봐서 무대에서 힘들고 외로웠어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와 단체를 지탱해 준 것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 같아요. 모두가 힘들 때 굳건하도록 지탱해준 것이 있었다면요? 예술가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했을 때 조금은 괜찮아졌다 또는 이겨낼 수 있었다고 느꼈는지 궁금해요.

안현민: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개인 한명 한명이 건강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단체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했던 부분들이 어렵게 되면서 정말 작은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끼게 돼요. 예술 작업보다는 인간 자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결국엔 나 자체가 내 일상에 문제가 없어야 사람들과 작업을 할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영감들을 작업에 더 많이 투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은 것들이 나를 버티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잘 자고 일어나서 이불 정리했을 때 그 깔끔함에서 얻는 기운, 아침에 커피 한 잔 먹는 것, 이런 작은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작은 게 모여서 오늘 하루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많은 사람이 그랬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연습실에 가니깐 확실히 다른 거예요. 작은 거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저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경구: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막 웃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작은 행위와 말 때문에 배꼽 빠지게 웃다가 정신 차리는 순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거예요. 코로나가 터졌는데 왜 즐겁지?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공동의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작업은 계속돼야 하고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불안과 의지가 무의식 안에 있다 보니까 오늘 하루 만나서 한 시간이라도 하는 작업이 귀중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작업은 함께 손잡고 걸어 나가는 거잖아요. 연습실 안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두려움과 불안을 순간 잊어버리게 만들지만 동시에 말하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동료들과 함께 나눠요. 작업 자체가 저를 지탱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리고 코로나를 이겨 내자보다는 코로나에게 잘 져야 해요. 다같이 건강하게 무리하지 않게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모두의 건강과 생활을 서로 보살펴주면서, 단지 작업뿐 아니라 너의 생계와 생황은 어떠한지 터놓고 이야기도 해요. 이 환경을 작업으로 더 열심히 이겨내자는 것보단 그런 걸 서로 어루만져주면서 잘 져야 할 거 같아요.

앞으로 향후 계획이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안현민: 우선 코로나 때문에 미뤄졌던 공연을 올해 안에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신작이 가장 눈앞에 있기 때문에 신작을 잘 마무리해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 대극장이라 다들 긴장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여우와 돌고래〉와 〈루돌프〉, 다행히 꾸준히 공연이 있어요. 하반기에 계획한 공연을 무리 없이 잘했으면 좋겠어요. 공연하거나 작업할 때 그 순간이 소중하고 재밌고 또 행복한지 잘 모를 때가 있었어요. 작년에 해외 투어가 굉장히 많아서 사실 몸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바랐던 해외 투어인데 왜 즐기지 못하는 거 같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즐거웠던 순간도 많고 힘들었던 순간마저도 좋았어요. 올해 못 갔던 해외투어도 코로나가 안정되면 많이 나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경구: 동감하고 같은 의견입니다. 개인적인 부분은 고블린파티 공연이 미뤄지고 취소되면서 다른 예술 장르와 협업하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협업을 지속해서 제가 하는 일을 확장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경험도 얻고 싶어요. 무엇보다 공연과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 

2020. 8.
사진제공_춤웹진, 고블린파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