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다시 읽어 보는 고인의 글
난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
 원고지 칸 메꾸는 세월이 어느새 30년 가까이 흘렀다. 남들은 나보고 그림쟁이라 하지 않는다. 글쟁이라고 부른다. 나는 글쟁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그림도 그리고 싶어진다. 어쩌다 외국나들이를 하게 되면 나는 제일 먼저 화방에 찾아간다. 장차는 그림을 그리게 되겠지 하며 화구들을 이것저것 골라 사가지고 온다.
 지면이 있는 분 댁을 우연한 기회에 방문했을 적에 그 댁 벽에 내 그림이 붙어있는 걸 보게 된다. 쑥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내가 그리는 사물의 대상은 국한되어 있다. 피아노를 그리기도 하고 발레 포즈를 그동안 수없이 많이 그렸다. 나는 내가 그린 피아노를 ‘걸어 다니는 피아노'라고 가끔 말한다. 남들도 내 그림을 보고, ’저 피아노는 걸어가는 것 같다!' 라고 웃는다. 내가 그린 피아노는 피아노 음악이란 잡지에 글을 연재했을 때 삽화로 곁들인 것까지 합치면 백여 대가 넘을 것이다.
 나는 요즘 무용을 보러 다니고 무용평도 쓴다. 프로포숑을 자세라고 번역 할지? 나는 발레리나의 포즈를 피아노만큼 그렸다. 한동안은 토슈즈만 그린 적도 있다. 철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찾아다닌다. 나는 보통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이 세상을 떠날 때 무언가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
 
* 이 글은 10주기를 맞아 인문예술교양지 〈QUESTION〉 3월호에
편집자 민병모가 꾸린 ‘회고,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에 수록된 초개선생의 글이다.
2017.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