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세종문화회관 춤이 있는 융합공연 프로젝트 〈2012 춤배틀, 베틀?!〉
안무가의 낯설지만 신선한 경쟁 경험






이지현
: 오늘은 지난 9월 13일부터 16일 까지 세종문화화회관이 주최한 <춤이 있는 융합공연 2012 춤배틀, 베틀?!>(이하 춤배틀)에서 관객평가단과 전문가평가단의 평가를 통한 경선에서 최종 우승작과 2위작으로 선정되신 안무가분들을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번 춤배틀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용계 초유의 상황이 많이 연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흥미진진했던 15일 밤 상황을 좀 들어 볼까요? 13일부터 15일까지 4작품이 두 번씩의 공연을 가졌고, 15일 토요일 공연에 관객평가단이 평가를 해서 그 결과가 공연 후 발표됐지요? 결과 발표 당시의 상황을 좀 전해주시죠?


관객평가에 마음 졸이다
 

최종환: 저는 15일 공연 당일 위 상태가 안좋았어요. 공연 준비를 다 해놓고는 공연할 때는 약을 먹고 대기실에서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죠. 공연 끝나고 밥을 먹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 결과도 귀에 안들어 오더라구요. “얘들아 그렇게 됐단다”라고 무용수들에게 얘기하고 헤어졌어요.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좀 무리했었나 봐요. 물론 무용수들은 많이 실망 하더라구요.
 

최태선: 저는 3kg이 빠졌더라구요. 시무용단 공연할 때는 안빠지던데 이번 준비하면서 이것  저것 하다보니까 덕분에 배 좀 들어가고 몸이 슬림해졌네요.. 근처 커피숍에서 친구들하고출연자들 몇 명하고 저녁 먹고 기다리는데 많은 생각이 나더라구요. 우승작이 되면 문제 없지만, 만약 안되면 내일 세트를 빼야 되는데 어떻하나.. 그 세트가 일일이 손으로 붙인거 거든요. 그 걱정하면서 기다렸어요. 물론 아쉬웠죠.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던거 같아요. 같이 한 친구들한테 ‘어차피 즐기자. 재밌게 한번 놀자’라고 했는데, 다행히 그 친구들도 “안되면 어때요. 우리끼리 재밌게 놀았는데..” 라고 하니 조금은 편했어요. 갈 때 애들한테 “내일 아홉시에 만나자 세트 철거해야하니까”하고 가는데 그날 밤에 비가오더라고요.
 

이지현: 아, 그날 비까지 왔지요? 기분이 좀 그러셨겠네요. 그럼 일등작만 좋았던 건가요? 우승작이라고 해야 하나? 공식 수상명칭이 뭔가요? 
 

정연수: 우수작 또는 최종 우승작이라고 부르시더라구요. 저희는 발표할 때 공연 후 식사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결과에 연연해 하지말자라고 말하면서도 리더로써 안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지현: 마찬가지로, 안되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웠나요?
 

정연수: 저희는 이미 얘기는 했었어요. 안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계속 간다... 
 

이지현: 아 <태권, 춤을 품다> 이 작품을 요? 이번에 모든 작품이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었잖아요?
 

정연수: 예, 그랬지만 처음부터 공연콘텐츠 아이템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60분 이상의 작품 길이, 호흡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했어요. 막상 전화를 받으니까 기분이 좋긴 좋더라고요. 고생했던 보람과 출연한 친구들이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까 같이 좋아했죠. 
 

이지현: 작품의 마지막 장면도 교사 하종오가 학생들에게 축제에서 우승해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그런 장면 아니었나요? 묘하게 일치했네요. 

정연수: 네, 그전까지 작품이 좀 비관적인 작품, 예를 들면, 죽음의 조건, 균형의 조건, 삶의 조건, 아니면 폭력 이야기, 공기의 길 같은 관념적인 작품을 하다가 이번 춤배틀 컨셉이재미있는 작품이다 보니 제 스스로 편해지더라구요. 무거운 작품을 하면 작품의 깊이를 가지려고 파고 또 파고 하니까 기분도 좀 우울해지고.. 근데 이번에는 조금 더 밝고 스토리도 긍정적이어서 기분 좋게 작업했어요. 특히 그동안 강의, 레슨 등 잡다한 일들을 많이 했거든요. 이 작품은 다른 일들이 정리되어 몰입도 할 수 있었구요.




 

이지현: 결과 발표를 들은 순간 기분이 어땠어요?

최태선: 허전했죠. 저희는 1시부터 7시까지 두달 동안 매일 모여서 연습하다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허전하더라고요. 공연이후 오전연습 끝나고 퇴근하세요라고 들으니까 괜히 가면 안될 거 같고 뭘 해야 할 거 같은 거, 어떻게 하지하면서 좀 얼떨덜 했어요.

이지현: 워낙 몰입해서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신거라 그랬나 봅니다. 최태선씨는 서울시무용단 단원이라 무용단 작업 외에 본인 작업이 많진 않잖아요, 기회가 흔치도 않고요. 그것도 본인이 상당한 의욕을 가져야 하는 건데, 이번에 세종주최의 춤배틀이 무용계 중심의 안무가와 시무용단원들이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건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 안의 예술단의 일원으로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셨을 거 같은데요.

최태선: 네, 우선은 드는 생각이 일등이 되어도 걱정 안되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왜냐면 세종에서 주최한 사업인데 시립팀이 일등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세종에서 했는데 세종팀이 안되는 것도 그런거 같고... 되는 게 맞는 건지, 안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됐어요. 세종 내에서는 당연히 일등 하겠지라고 생각해 부담감도 있었고 기대감들도 있었구요. 사실, 제가 원한 건, ‘잘했다, 하지만 1등 안되서 좀 아쉽다’라는 말만 들어도 되겠다, 꼭 일등이 아니라 인정받는, 잘했는데 한두표 차로 떨어졌네 라는 말 들으면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한가지 아쉬웠던 건 우리가 만약 토요일 공연 저녁 공연팀이 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팀은 토요일 낮공연 팀이다 보니, 평소 낮에 공연을 잘 안하니까 무용수들 컨디션이 별로 안좋았어요. 반면 금욜 밤 공연은 잘했어요. 토요일 공연은 보는 사람들도 아쉬워하며 어제가 너무 좋았는데 라고 얘기들 하더라구요.

이지현: 제가 알기로는 시무용단 단원 중 출품한 팀이 4, 5개팀이라고 들었는데요, 그중에서 유일하게 뽑혀서 내부에서의 부러운 시선을 받아야 했을 거 같은데 어떠셨어요?

최태선: 같은 단원들이 3,4팀 출품을 했어요. 그 상황에서 저희 팀만 되어서 부담이 있었습니다. 공연 때는 단원들이 제주도 공연을 갔었어요. 시연회 때부터 단장님도 와서 봐주시고 재밌다고 응원해 주셨구요. 리허설 때 일부 단원들이 와서 봐주고... 연습과정에서 지원은 못받아도 찬조출연으로 하고자 했던 팀도 있어서, 연습실 사용에서 서로를 도와야 했어요. 연습실 사용을 1시부터 7시까지 잡혀 있는데 4시부터 다음 팀이 왔다갔다 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연습도 어수선 해지고 그랬죠...

이지현: 춤배틀 프로젝트에서 내부도, 외부도 아닌 입장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하는 입장에 처하셨는데 자문으로 참여한 제가 보기에 그 과정을 아주 무리없이 열심히 잘해주셔서 인상적이었고 좋은 사례로 남을 거 같아요. 비보이 파파팀 어떠셨어요? 비보이 팀들이 무대 공연을 한다는 것이 흔한 일 이 아니지요?


비보이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하다 

 

최종환: 저희는 이미 결과를 떠나서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설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무대 안으로 들어와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비보이들은 어린 친구들이 배틀부터 배우거든요, 그래서 다들 배틀의 베테랑이죠. 그래서 결과를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것도 빨리 알아요. 마음정리가 빠르죠. 이번 공연무대에서 배우고 느낀 것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네들이 성숙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고 저도 많이 배웠어요. 다른 팀과 함께 준비하면서, 무대공연에 필요한 조명 세팅, 등퇴장, 같은 요소를 잘 몰랐는데 많은 걸 알게 됐지요. 저희가 해왔던 배틀은 순간적으로 결과가 나오는데 이런 공연은 오랜 시간 힘을 잘 분배해서 하나의 과정이 되게 하는 것이 힘들지만 끝나고 나서의 보람은 크더라구요. 결과 뿐 아니라 저희는 이 과정이 다 배우는 거였죠. 그러고 나니 공연 후 더 의욕이 생겼어요. 다음엔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면서 작품의 고칠 부분들이 보이구요.

이지현: 출연자가 몇명이었죠? 

최종환: 40명이요. 저희는 처음부터 취지가 학생들한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참여하게 해서 무대경험을 쌓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품으로도 무대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힘있게 보이고 싶었어요. 공연 준비하면서 조명감독님이 신나셔서 공연 음악의 리듬을 타시면서 자기가 준비한 소스를 다 써보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극장 조명을 정적으로 많이 쓰잖아요. 무대가 많은 극장공연 무대와는 다르다 보니 하시는 분도 색다른 거 같았어요. 좀 힘들었던 건 공연에서 댄서의 동작이 무대에 다시 영상으로 투사되는 인터렉티브 기기, 키보트를 썼는데 공연 전 갑자기 안되서 부품을 갈아야 하는 데 잘 안 구해지고 아슬아슬했죠. 키보트라는 기계가 제가 이번에 미국 들어가서 구해온 기계거든요. 국내에 흔치 않아서... 다행히 본 공연 직전에 잘 작동해서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이지현: 그 장치를 비보이계에서 많이 쓰나요? 이번공연에 처음 쓰신거예요? 

최종환: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거라 이거 쓰면 진짜 재미 있겠다고 어떻게 할까 고민 했었어요. 그런데 호환성 문제 때문에 무대화하는 과정이 집에서 했던 거랑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무대감독님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어요. 공연 본 관객들이 그 장면을 많이 임팩트있게 생각했어요. 과정에서 말썽이었지만, 실험할 수 있었고 다음 작업에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지현: 무용수 40명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모인 인원인가요? 

최종환: 저희 무용단 ‘넥스트 레벨’의 메인 단원이 15명이 있고 그들의 제자 그룹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지현: 전공하는 춤 종류가 다 달라 보이던데요? 

최종환: 스트리트 댄스는 힙합, 하우스, 팝핀, 락킹, 왁킹, 비보이까지 여섯 개 장르가 있었어요. 이번 공연에 제가 14년전에 만들었던 넥스트 레벨이 모체가 되고 그 제자들이 만들었던 그룹 펑키 파이어, 바디 앤솔 같은 팀들이 모두 함께해서 마지막 장면을 퍼레이드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부러 춤마다 다른 색깔을 강조해서 스트리트 댄스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컬러를 보여줌으로써 맛을 느낄 수 있게 했어요. 제일 좋았던 것이 연습과정에서 여러 팀들이 더 결합되는 기회를 갖게 돼서 그게 큰 득인거 같아요. 

이지현: 춤배틀에 104팀이 응모를 했다고 합니다. 비보이 중 국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팀이 아주 스케일 있는 작품으로 응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차 프리젠테이션 때, 왜 세종 춤배틀에 응모를 했냐고 질문하니 비보이작품이 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것에 의미를 많이 두더라구요. 그럼에도 비보이 파파팀이 비보이 계열에서 대표적으로 선정된 것은 줄거리가 너무나 명확했고 스토리 베이스라는 공모의 취지에 맞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세종이 가지고 있었던 그간의 공연예술계에서의 위상이 상당히 견고하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심장이라고 얘기될 만큼 기존의 이미지가 있었듯이 이번 춤배틀을 추진하고 그 안에 여러 융복합 공연들, 특히 비보이, 스트리트댄스, 태권도가 세종의 극장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도전이었던 거 같습니다.
각기 형식이 다른 6작품이 선정되어 7월, 8월 두달간 ‘창작 포럼’이라는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포럼 때 일찌감치 자기 작품들을 공개하고, 서로 춤배틀의 취지에 맞는 좋은 공연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어떠셨는지? 선정되고 공연까지가는 과정이 색다른 경험이었을 거 같은데요.


장르간 융복합이 쉽진 않았다​ 

 

최태선: 시연회를 두 번 했잖아요. 조금은 부족한데, 아직은 보일 때가 아닌데 라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게 힘들더라고요. 물론 순서는 나갔어도 디테일은 안잡혀 있는데 시연회로 보여야 될 때 부담감이 컸어요. 포럼을 하고나서는 안무에 대한 방향을 잡고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희는 춤과 연극과의 만남이었는데, 정말 많이 다른 것을 경험했어요. 연출자와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작품이 쉽게 풀리진 않더라고요. 다른 장르로 같은 맥락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연극은 대사를 하면 상황이 설명이 되는데 무용은 이미지 중심으로 가쟎아요. 그래서 그냥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표현하고 넘기자 하면 연극연출은 꼭 표현을 하고 가자는 거예요. 그런 문제들이 춤쪽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거라 이게 맞는건가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지요. 

정연수: 저희는 태권도와 현대무용이 결합했는데 태권도는 지금까지 시범공연에 머물러 무대 예술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즉, 무술과 무용이라는 두 가지 영역을 결합하다보니,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상상했던 것 만큼 무술했던 친구들이 표현력이나 디테일한 연기, 무대에서의 릴레이션십, 호흡 같은 것이 상당히 부족했는데도 불구하고 단시간내에 태권도 출연자들의 신념과 의지가 무용수들과 하정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서 행동의 반전이 일어나더군요. 처음에는 분리되어 있는 이질적인 집단이었는데 서로가 배워가는 과정을 가졌어요. 예를 들면, 무용하는 친구들이 도복을 입고 미트 발차기를 같이 한다거나 품세를 외워서 기존의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을 익히는 거지요. 그러면서 태권도에 대한 정신까지는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알아가는 과정이 쌓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융합이 어떤 건지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서로의 것을 바꿔 해보면서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배운 게 되었어요.

최태선: 아까 말한 것처럼, 연극이라는 장르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춤공연이라는 생각 때문에 춤적인 부분을 욕심을 많이 냈는데 지나고 보니 마음을 내려놓고 양보하면서 조율을 해야 좋은 융합공연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현: 그런데 그게 이제 양보차원이 아니라 오래동안 몸에 많이 배어있어 다르게 해볼래도 잘안되는 부분이 잖아요. 직업무용단 생활 17년이라고 하셨는데 기존의 방법과 메소드와 춤언어 표현법이라는 게 거의 정해져 있고 온 몸에 스며있는데 아무리 그것을 깨고 싶다 한들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태선: 과정에서 정말 연극과의 융합정도를 어느 정도 해야할지가 매번 갈등스러웠습니다. 몇 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많은 대화를 했고 공연은 춤만 공연할 때와는 정말 다른 작품이 탄생이 됐지요. 그 과정을 다하고 나니 연극과의 융복합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은 제 스스로 고정관념과 습관을 많이 벗어난 거 같아요. 내려놓는 게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저는 작품에 출연도 했는데,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안무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면서도 같이 들어가서 호흡을 하니까 좋은 부분도 있었어요. 단원 중 한명이 나이가 많은데 첫날 공연 커튼콜 때 울더라구요.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동료애, 전우애가 생겼나 봐요.

이지현: 과정이 배틀이었던 건 맞나 봐요, 동료애를 넘은 전우애를 느끼며 함께 전율하고 눈물 짓고 하셨네요.

최태선: <난감하네> 팀에 소리하는 친구가 제자에요. 저한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일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웠던 제자가 “선생님 공연 잘하세요.”라고 하니 너네도 잘해라고 하는데 묘했어요. 그래서 경연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어요. 하지만 재밌었고 새로운 경험 많이 했어요.

이지현: 현대무용하신 정연수씨도 새삼스럽게 경쟁에 놓인 다는 게 마음이 편친 않았을 거 같아요. 춤배틀 후 2달간의 창작과정에서 2차례의 창작포럼과 2차례의 시연회를 하면서 경쟁 상황 속에서 공개적으로 공연의 실체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런 부분이 창작자로써 많이 불편하지 않았나요? 경선 최초 참여자로서 어려움을 말씀하시면 앞으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다른 팀 보다는 내가 설정한 벽들과 배틀을 했다 

 

정연수: 저는 삶 자체가 전투다 보니까 어떤 기회만 있으면 그 미션을 완수하는 게 몸에 배여 있어요.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자신과의 배틀이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하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기회가 잘 없어서 욕심을 부리 게 된 거 같아요. 관객들에게도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비쥬얼 이미지가 단순한 몸의 움직임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에 무대장치를 좀 큰 사이즈로 만들게 되었어요. 태권도 시범공연은 이미 많이 노출되어서 뻔하다고 할 수 있어서 이번 공연에서는 격파시범에서의 로딩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움직일 수 있는 높은 무대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더 욕심을 부린다면 바닥도 탄력있는 것으로 바꿔 부상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게 하면서 롱런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이지현: 얘기를 들어보니 그저 몇 번 하고 마는 춤공연과는 다른 콘텐츠 개념을 갖고 계시는 것 같네요. 또 그걸 시험적으로 해볼 기회가 와서 욕심을 내었다고 했는데 어떤 걸 염두에 두신건가요?

정연수: 태권도라는 자체가 한류의 원조이고 저 스스로도 태권도를 했었고 태권도를 하다가 무용으로 바꾼 주인공 스토리가 곧 제 이야기예요. 친형도 태권도계에 있고 저도 무용계에 어렸을 때부터 있다 보니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무용과 태권도가 하나의 합일점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순수무용이 가지고 있는 소통의 문제,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을 태권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도해 보게 됐어요.

이지현: 여러 조건 상 무용계 안에서 대중성 있는, 장기공연이 가능한 작품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지원금 문제도 여의치 않아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세종에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재미있는 작품을 융복합을 해도 좋으니 만들어 봐라 하니까 반가운 소식이었겠네요.

정연수: 만약 개인공연을 할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개인이 다 결정하고, 부담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개인 공연 내에서는 홍보와 광고를 하는데 있어서도 한계가 있고 공연이 끝나고 나도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추상적이거나 개별적인 차원에서 끝나 버려요. 좀 허무하죠. 하지만 이번 춤배틀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태권도하는 친구들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극장에서 큰 울타리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과가 좋으니 다음 단계를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지현: 세종이라는 울타리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서 창작자들이 또 다른 의욕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무용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스토리, 매체의 융복합를 써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초점을 가졌는데, 실제 공연을 해보시니 객석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여태까지의 다른 공연 무대와 상황이 다른 게 있었나요?


관객은 배틀을 즐거워했다

 

최종환: 저희 공연할 때 기본적으로 광분하는 분위기였어요. 비보이들은 스타시스템이 있어서 이번 출연자 중에 월드 챔피언들이 있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목요일 공연이 좋았어요. 오히려 모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박수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토욜 공연 같은 경우는 뭐만 하면 와하는 분위기였는데, 관객층이 어린 학생이 많았나 봐요. 극장공연에 맞도록 집중을 위해 정적으로 끌어가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잘 모르고 소리를 질러 버리니까 제가 의도했던 것이 깨져 버렸어요. 안타까웠어요. 저건 아닌데... 분위기가 너무 떠가지고 출연자들도 흥분해서 몰입을 잘 못하더라구요. 토요일 공연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지현: 야외에서 혹은 클럽에서 할 때와 극장 안에서 공연 할 때 비교하면 어떠셨는지요?

최종환: 외부에서 공연하면 등장할 때부터 난리가 나요. 스타들이고 팬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극장에서는 이야기도 전달해야하는 장면이 있고 그런 장면은 흥분보다는 집중을 해야 하는 데 아직 비보이 문화에서는 낯선 부분 같습니다.

이지현: 비보이 뿐아니라 태권도 쪽도 약간의 팬덤이 있던데요. 객석에서 좀 멋있는 동작을 하거나 멋진 시범을 보이면 탄성이 나오고 하던데요. 무용관객들은 잘 그러지 않는 편인데 이번 춤배틀은 객석이 기탄없이 감정을 표현하며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최종환: 비보이는 원래 관객참여가 쉽게 되는 문화예요. 어떨 때는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와 춤출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지요. 극장공연에서는 계속 띄울 수가 없어서 완급을 조절해야 되는데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버리니까 분위기 잡기가 어려웠다고 해야 하나...

이지현: 임재범이 부르는 ‘여러분’ 노래 나오는 장면은 객석이 좀 집중되지 않나요?

최종환: 제일 앞에 지하철에서 갑자기 속도가 슬로우로 변하는 장면에서 집중해줘야 하는데 그 부분도 평소보다 잘 안되서 아쉬웠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세종문화회관에 처음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비보이 작품을 보고 느끼고 호응도 해 주고 해서 좋았어요. 새로운 관객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니까 힘이 나더라구요.

이지현: 최태선씨께서는 세종 무대가 익숙하실 텐데, 세종 M극장에서 춤배틀 공연을 하면서 느낌은 어떠셨나요?

최태선: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대중에게 조금 가까이 가보자는 것이었는데 조금은 성공적이였던거 같아요. 웃어 주실 때 웃어주시고 같이 찡하자는 부분은 같이 호응해 주시고 의도대로 관객반응이 나왔어요. 배틀이지만 융복합 공연하면서 대중에게 많이 다가간 거 같아요. 그 전까지는 마음은 있어도 많이 다가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재미와 감동을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는 재미로 풀려고 하고 한같은 감정은 승화시켜 보려고 고민했어요.

이지현: 처음부터 안무가로써 우리 전통 탈춤이 가지고 있는 부분인 희극과 해학과 한과 비극성을 놓치지 않고 가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자문을 하면서 처음에 우려했던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습성적인 틀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고, 어떻게 그 틀을 벗어나는 지를 끝까지 지켜 봤었어요. 관객의 한 사람으로 봤을 때 아주 군더더기 없이 지금 말씀하셨듯이 뚜렷하게 관객이 웃을 수 있는 부분과 관객이 찡 할 수 있는 부분을 우리 전통적인 요소에서 잘 가져와 적절하게 배치했고, 그래서 관객들은 편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가지고 계셨던 의도로 갈등과 어려움을 넘어가면서 끝까지 해결을 하려고 했고, 그것이 본인이 설정한 의도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가능하게 한 성공이었다고 봅니다. 고지에 올라가 깃발을 꼽고 완성을 한 것이지요. 그런 부분이 관객과 소통하는데 중요한 키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연극과의 융합속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잘 흡수 하신 거 같네요.

최태선: 연극배우를 3명을 썼는데 그 친구들도 무용공연을 처음 해보니까 고생을 많이 했어요. 특히 사자 속에 들어간 친구들이 1인 3역, 4역을 했고 열심히 해주었어요. 또 무거운 내용을 해학으로 푼다는 것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런 시도들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을 보고 뿌듯했지요.

이지현: 시 무용단원들이 역시 관객들과 교감하는 포인트들을 굉장히 잘 알더라구요. 관객들 분위기가 딱 터지면 바로 몸으로 먹고 잘 표현을 해서 놀랐습니다. 훈련이 굉장히 잘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만약 관객과의 교감이나 반응을 잘 이끌어 내도록 훈련된 무용수가 관객과 교감하려고 하는 의지만 강하면 무대에서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에 감동받은 부분이 커튼콜 할 때 최태선씨 표정이 참 좋았어요. 관객과 교감을 하는 표정으로 정말 어떤 희열이 보였거든요. 다른 공연 때도 커튼콜을 유심히 보는데 공연한 사람이 관객과 충분히 교감한 공연을 하고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 관객은 그것을 보고 또 느끼거든요. 그런 게 교감 같아요. 태권작품은 하정오라는 명배우이자 댄서가 관객과 교감을 주로 끌고 나갔고 성공했는데 어떻게 의도 하셨나요?

정연수: 저는 저희 공연 출연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웃음 코드를 차용했고 제가 특별히 한 건 없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제가 전반적인 흐름을 잡으면 출연자들이 여러 제안들을 저에게 보여주는데, 일단은 저를 웃겨야 되거든요..(웃음) 거기서 뽑아져서 나오는 것은 무용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서로 지켜보고, 만나고, 삶에 대한 얘기 하면서 힌트를 많이 얻습니다. 그럴 때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했던 행위들을 제가 기억해서 뽑아내고 다시 해보도록 하죠. 저는 특히 즉각적인 반응을 좋아하는데요.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 수 있는 질문들을 마구 던집니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피드 포워드하고 피드 백하는 정답없는 과정을 계속적으로 실행합니다. 예를 들면, 하정오선생이 밸리선생 역할을 할 때 무릎으로 웃기는 장면에서 틱, 택, 톡이라는 명장면을 연출했어요. 원래는 발레 선생으로 설정했었는데 전학생이 “발레 선생님 ** 못생겼다”고 일상적인 언어로 시작해서 웃음의 정도를 점점 높여보려고 하고 하정오 선생이 밸리댄스 때 쓰는 틱, 택, 톡 음악에 맞춰서 했던 움직임을 저에게 보여줍니다. 연습하는 모든 출연진들도 함께 검증과정을 가집니다. 결국 밸리댄스의 틱, 택, 톡의 음악을 무릎치료제 케토톱으로 발전시키면서 모두 웃어버렸습니다. 통과한 거지요. (웃음) 무릎관절 20단 콤보 움직임은 이번 공연에 생략되었지만 아껴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무용수들이 말이라는 소통체계를 사용하는데 경상도 쪽으로 치우쳐져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환희라는 무용수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끔 했습니다. 영화 ‘친구’ 버전에서 팔도 버전으로 바꾼 것이지요. 그랬더니 전라도출신 관객들이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더라고요. 이러한 요소들이 그동안 생활해 오면서 공유한 웃음 포인트를 잡아 나갈 수 있게 했지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출연자 전원에게 캐릭터 설정을 했어요. 사람마다 한문장으로 캐릭터를 잡아주면서 움직임에 대한 타당성을 가지도록 하니 점차적으로 캐릭터 속으로 집중하면서 연기하는 사람들처럼 변하더라고요. 출연자들에게 많이 나오고 싶으면 잘해서 선택되라고 하니까 다들 능동적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장면도 많구요.

이지현: 이번에 춤배틀의 성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뭐냐면 무용가들, 댄서들의 입을 열게 한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팀 <뜨거운 냄비>도 그렇고 <태권, 춤을 품다>팀은 개그 수준으로 웃겼고, <쉿! 탈들이 온다>는 무용수는 아니었지만 소리꾼이 아니리로 스토리를 전달해 주었지요. 춤에 언어를 재치있게 사용함으로서 춤이 조금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관객을 거침없이 웃게 해주었던 태권작품의 안무가로써 본인이 만들었던 장면이 객석에서 터지는 걸 보면서 어땠나요?

정연수: 저는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애정이 담긴 거라 무용수들이 행위를 했을 때 관객보다도 0.5초정도 더 빨리 반응을 하게 되요. 저희 출연자들에게 힘도 주고, 만들었던 당시도 기억하게 해주기 위해 제가 웃음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해줍니다. 주변에서는 경망스러우니 참으라고 얘기 합니다. 하지만 제 방식은 출연자의 정서적인 수준을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시해서 현장에서 누군가는 먼저 반응을 보여줌으로서 출연자가 교감을 통해 자기를 발휘하도록 해요. 연습실에서 이미 3개 정도의 안을 준비하고 관객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을 연습하지요.

이지현: 상황에 따라 관객과의 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훈련하는군요.


춤배틀 이후
 

이지현: 춤배틀이 기존의 관행에 의하면 참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 같아요. 예술을 경쟁시킨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나 예술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고 대중으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는 춤을 조금 대중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것을 좀 더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해보자는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배틀이 적합한 형식이었는지는 여러 각도에서 점검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틀을 기본 문화로 갖고 계신 비보이 쪽에서 많은 경험으로 좋은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최종환: 저희들이 배틀을 해보면 배틀할 때는 정말 동물의 본능이 드러나요. 실제적으로 마치 싸우는 듯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구요. 기 싸움을 하기도 하구요.. 배틀은 경쟁을 통해 강한 것을 가려내고 그래서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치열하게 만들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어떤 결과를 위해 경쟁을 강요하는 건 또 다른 면을 보지 못하게 할 수 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번에 참여하면서 배틀의 측면보다는 무대라는 새로운 환경이 저를 즐겁게 고민하게 만들었거든요. 경쟁관계에서 보다는 포럼을 통해 다른 분들 작업하는 것을 보는 것이 정말 큰 공부가 됐어요.

이지현: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거 같네요. 개념적으로 예술과 경쟁이 공존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술도 경쟁사회 속에 있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경쟁의 도구로 예술을 추락시키는 것은 문제가 될것이구요... 이번 춤배틀을 재미를 위한 정도의 경쟁으로 보면 무방할 거 같습니다.

이지현: 향후 스케줄은 어떠신지요? 이번 춤배틀을 준비하면서 기획적인 측면에서 창작자의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태선: 셋업과 리허설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벅찼어요. 조명, 무대기술을 짧은 시간에 변환하기가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였어요. 춤배틀이 축제형식으로 하루에 한팀씩 공연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정연수: 기술팀과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시간을 가졌다면 더 좋았을 거예요. 팀마다 스텝들이 조인이 되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구도로 가면 완성도가 더 있을 거 같아요. 춤배틀에 참가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세종이 극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홍보와 티켓 마케팅도 별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이 세종에서 다 알아서 해줬다는 것이었어요. 정말 파트너의 느낌을 주었어요. 혼자 개인공연을 준비할 때와는 너무 다르죠. 끝나고 평가를 수습하는 과정도 훨씬 창작자에게 도움 되는 피드백이 많았구요. 창작자는 정말 관객이 재미있어 할 만한 작품만 하면 되는 조건을 만들어 준거 같아요. 경쟁에 좀 고통을 받기는 했지만...

이지현: 제가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사업이 6팀에게 작품료로 지불하는 금액만 1억이 넘고 거기에 기획비, 홍보비, 그리고 극장관련 대관비, 극장 스탶비, 또 세종에서 이 사업에 투자한 인건비까지 계산을 하면 엄청난 규모의 지원이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이 정도의 조건으로 세종이라는 조건이 아닌 곳에서 했다면 춤배틀 공연까지 해내는 데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갔을테지요. 그래서 저는 무용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조건을 주는 이런 기회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앞으로도 춤배틀을 통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종환: 저는 아쉬운 점은 없었고 이런 극장 시스템에서 작품을 잘 만들고 싶다는 긍정 에너지가 솟아나고 있어요, 다음 작업을 위해서 더 고민하고 있어요.

정연수: 세종에서 공모 내용대로 최종 우승작이 올해 안에 서울시 자치구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번 정도 공연을 더 할 수 있게 됐구요. 그 결과를 봐서 좀 더 작품이 보완된다면 또 다른 기회들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순회공연 다닐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최태선: 저는 이 작품을 12월에 두리춤터에서 재공연합니다. 저도 레퍼토리화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종환: 저도 역시 자체 투자를 해서라도 이 작품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어요.

이지현: 사실 모든 기획이 처음 진행할 때 제일 힘들어요. 내년에도 세종에서 계획과 일정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안무가들과 창작자들이 관심을 가져서 정말 즐겁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춤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고생들 많이 하셨구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하시길 기대합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2012.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