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추모기획_ 심소(心韶) 김천흥 10주기
이정민
김천흥 선생이 서거한지 10년이 되었다. 김천흥의 활동은 궁중무와 민속춤 전반, 궁중악과 민속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창작을 포함한 공연, 집필, 교육 활동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심소 김천흥선생 무악인생록』이 새로 출간 되었으며, 학술대회도 열렸다. 두 행사의 현장 스케치와 함께 지인들과 제자들의 글, 그리고 연보를 곁들여 추모기획을 편성했다. (편집자 주)





현장 스케치(1) 『심소 김천흥선생 무악인생록』 출판기념회

시대 아픔 예술로 녹여낸 선생의 미소는 가슴의 미소
 
 김천흥 선생의 추모 10주기를 맞은 8월 18일 오후 2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심소 김천흥 무악예술보존회(이하 보존회)가 주최·주관하고 정재연구회가 후원하여 준비한 『심소 김천흥선생 무악인생록』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이번 회고록은 1995년 발간된 자서전 『심소김천흥무악칠십년』을 재조명하고 이후의 업적을 정리하여 후학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로 출간되었다. 선생의 가족들을 비롯하여 지인 및 무용계 원로, 그를 추억하는 다수의 제자들과 후학들이 함께했다.
 
 


 행사는 김경진 보존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사회자의 내빈 및 참석자 소개, 경과보고가 있은 후, 인사말과 추모사, 추모영상 감상이 이어졌다. 김정수 보존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빌어 책 편집을 맡아준 김영희 선생과 책의 제목을 지어준 한명희 선생을 비롯하여 10주기 추모제를 진행하는 데 힘을 모은 무용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현재 보존회에서는 고인의 예술 정신을 받들어 무용역사기록학회 신진연구자상을 후원, 무용이론가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명희 이미시문화원장은 진정한 의미의 추모란, “고인이 지녔던 춤의 정신과 철학을 돌아보고 세상에 남겨진 업적을 재해석하여 교훈을 얻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인의 춤과 미소에 깃든 아름다움을 추억하며, 그가 보여주었던 정재의 희열을 무용가들이 이어가기를 기원했다.
 이번 책을 편집 및 보완 집필한 전통춤 이론가 김영희 선생은 발간사 및 책 소개를 맡았다.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의 ‘한국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사업’에서 고인의 구술채록을 담당했던 인연을 소개하고, 『심소 김천흥선생 무악인생록』 이 가지는 의미를 밝혔다.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무엇보다 1995년 자서전이 출간된 이후부터 돌아가시기 전 약 10년간의 활동을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책의 1부~5부는 기존 자서전 내용으로 엮었고, 6부는 이후의 활동을 평전 형식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자서전의 자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색인이 없어 연구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바, 책의 끝부분에 색인을 새롭게 붙여주었다. 또한 22년 전 책의 본문에서 서술되지 않았던 내용이나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을 각주로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번 작업을 통해 560여개의 각주를 붙이는 등 기억에 의한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자료를 근거로 정확한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연구의 객관성을 반영하고자 자료 검토를 통한 수정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지인들의 마음이 모여 이번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소회를 전하며, 자료를 제공한 보존회 하루미 이사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을 정리해준 김경진 사무국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뒤를 이어 이청자 전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과 이지영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무대에 올라 스승과의 추억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청자 전 예술감독은 마른체구에 중절모를 쓰고 가방을 든, 미소 짓는 스승의 모습을 그려냈다. 1964년 이화여대 2학년 한국무용 수업에서의 첫 만남부터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제자의 손자에게 용돈을 쥐어준 일화까지, 1호 제자로서 함께 한 시간, 그 긴 역사가 들여다보였다. 제자에게 공연 출연료를 받고 악기를 선물한 에피소드, 마음으로 춤을 추라는 의미의 심무회 활동, 짧던 길던 배움의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제자로 여기고 아끼셨다는 이야기는 대가이기 전에 따듯한 사람이었던 고인을 떠올리게 했다.
 이지영 교수는 1984년 서울대 국악과에서의 첫 만남, 정농학회와 양금연구회 등 스승과 함께 했던 활동, 1995년부터 매년 국악과 학생들에게 지원해주신 심소장학금 등 다양한 업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스승이 시범삼아 들려준 양금 소리에 슬픔과 절망을 느끼기도 했다는 추억담은 예술가라면 한번쯤 느껴보았을 감정이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행사의 끝으로 명인뜨락에 올라 고인의 흉상에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음의 그리움을 사진으로 남기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필자는 2년 전 진행했던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의 김천흥 컬렉션과 할라함 댄스 스튜디오 취재를 계기로 이번 출판기념회를 찾았다. 문헌과 영상 속에서 느꼈던 인간미는 오늘 구술로 만난 선생의 모습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특히 제자들은 스승의 후학 사랑에 대해 입을 모았다. 선생은 1999년 이화여대 무용과에 후원금을 기증하여 2000년부터 약 43명의 무용학도가, 서울대 국악과의 경우 지금까지 70명에 가까운 우수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장학 사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장학금 수혜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었더라면 더 뜻 깊은 행사가 되었을 텐데--- 한편으로 아쉬웠다. 고인이 간직했던 마음의 예술, 그 진정한 의미가 후학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시대의 아픔을 지켜보며 쌓인 감정들을 예술로 녹여낸 심소의 미소는 가슴의 미소”라는 한명희 문화원장의 말처럼, 인생이 예술에 녹아드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춤을 추고 연구하기를, 하늘에서 미소 지을 선생에게 떳떳한 춤의 미소를 함께 지켜내기를 희망한다. 
이정민
국내·외 전통춤 문화 현장 연구와 융합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춤 실기와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06-2011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디지털지역문화백과사전인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편찬 사업에 참여하였다. ​최근 「텍스트 마이닝을 기반으로 한 무용학 자료의 빅데이터 분석」 등 빅데이터에 나타난 무용 현상 연구를 진행하였다.
2017.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