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제2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장애인에서 예술가로, 아름다운 변화의 신호탄
이단비_방송작가. 무용칼럼니스트
 모 화장품 광고에서 청각 장애를 가진 여성 무용수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그 광고에서 무용수는 소리를 듣는 대신 소리가 울리는 강도를 감지해서 춤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비록 음악을 들을 수는 없지만 멀쩡한 육신을 가졌으니 춤을 추는 건 가능하겠구나. 그렇다면 다른 신체 부위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춤을 출 수 없는 걸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궁금해졌다. 장애를 갖고 있어도 춤을 출 수 있는지. 춤을 추는데 있어서 장애가 장애가 되는지. 어떤 사람이 춤을 춰야 하는지, 무엇이 춤인지. 대한민국국제장애인무용제(KIADA)를 기다리고 공연 현장에 함께 한 시간은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흔적 1_ 기술보다 영감


 올해 2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는 국립극장에서 9월 7일부터 9일까지 국내외 16개 작품을 선보였다. 개개 작품마다 각자의 색깔을 담고 있었지만 몇 가지 주요한 특징들이 발견되었다. 최근 무용계의 흐름에 맞닿는 부분도 있었고, 또 몇몇 작품들은 장애인 무용제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특수성도 있었다.
 우선, 달오름극장에 올라온 작품들 대부분은 탄츠테아터 방식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몸동작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퍼포머들의 특징을 고려하고 그들이 갖는 장점을 최대화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춤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소리를 내고, 노래를 하고, 일상적인 움직임들을 선보이는 건 이미 관객들에게도 익숙해진 방식이라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자연스러웠다.
 연극적인 요소들이 많아서인지 무용제이지만 주최 측에서는 ‘댄서’라는 단어 대신 ‘퍼포머’란 단어를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춤의 개념과 영역을 확장해서 바라본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완벽한 몸짓에서 나온 결과물만 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란 말과 일맥상통하겠다. 프로 무용수들이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기본 요소로 여기고 그것을 위해 오랜 시간 훈련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춤이 주는 감동은 기술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기술이 부족한 춤이라도 그 안에 담긴 영감이 풍성하다면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답을 보여준 작품 중 하나가 춤추는 은평재활원의 〈가능한 춤 2017〉이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0명의 무용수들은 각자 가장 자신 있는 춤사위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는데, 그들의 표정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행복한지 춤이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며 관객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들을 향해 던지는 박수소리마저도 행복했다. 홍혜전이 안무를 맡은 이 작품에서는 무대 위로 연주자와 소리꾼이 함께 올라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흔적 2_ 장애를 지운 무대

 장애인 무용이라 하더라도 많은 경우 〈가능한 춤 2017〉처럼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구성된 팀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이번 무용제에서 몇몇 작품들은 장애인 퍼포머들로만 구성된 팀이 무대에 올라 완벽하게 작품을 소화해내서 감탄사를 자아냈다. 제작진은 비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무대 위에 오로지 장애인 아티스트들만 올라가서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갔다는 점은 앞으로 장애인 무용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원대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팀은 폐막공연을 맡은 벨기에의 씨어터 스탭(Theater Stap). 이 팀은 이번에 올린 작품 〈To Belong〉을 통해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8명의 퍼포머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작품의 제목 그대로, 사람이 어느 한 그룹 안에 속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인간관계와 상황들을 담았다. 8명 각각의 퍼포머들이 갖고 있는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1시간 분량의 공연이 막을 내릴 때쯤에는 각각의 퍼포머들의 캐릭터와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마치 시청자들이 TV 드라마 속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그룹이 지어지고, 때로는 홀로 떨어져보기도 하고, 다 같이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하고, 각자의 의견을 내놓으며 찬반이 나뉘기도 하고. 우리의 일상의 모습들을 재현한 몸짓들 속에서 관객들은 그룹 내에서 나 자신의 모습은 어떤지 발견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크레함 브뤼셀(Créahm Bruxelles)이 선보인 〈만남 그리고 나(Meetings and Me)〉도 오로지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퍼포머들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이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3명의 퍼포머들은 의자, 거대한 헝겊인형 같은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서 타인과의 만남,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유도했다. 

 

 



 흔적 3_영상을 통한 비주얼 아트

 이번 무용제는 무용계의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들이 여러 편 선보인 것도 큰 특징이었다. 그 중 하나가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티스트로 구성된 통합극장 티크와(Theater Thikwa)는 극장 창단 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이번 무용제에서 가장 판타지가 살아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판타지의 힘은 영상과 소품의 뛰어난 활용능력 덕분이었다. 이번 무용제에서 선보인 작품 〈Ur Kunst(Here After)〉는 세계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환상적인 비주얼로 무대연출을 이끌어냈다. 

 


 네덜란드 무용단 미시코니 컴퍼니(Misiconi Company)도 〈Flirt Fantasies〉라는 작품에서 소형 카메라 고프로(Gopro)를 활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인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은 무엇인지 바라보게 만드는 이 작품에서는 3명의 무용수들이 각각 본연의 자신,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 그리고 타자의 시선이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타자의 시선은 고프로로 대체됐고, 고프로가 비추는 영상들을 즉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비주얼 아티스트 이민희의 안무작 〈길 36.5도를 보다〉, 온몸컴퍼니의 〈인상〉도 영상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시켰다. 특히 무용수이자 행위예술가 강성국은 〈인상〉을 안무하고 직접 무용수로 출연해 자신의 몸을 영상과 빛을 통해 일부분만 극도로 확대해서 보여주면서 사물에 대한 왜곡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었다. 그런 영상을 통해 보여준 왜곡된 장면들은 선입관과 편견을 상징했다. 번화가에 오가는 수많은 인파. 그 영상 앞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무용수 강성국은 소리 내고 움직이고 숨 쉬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의지를 분출했다.
 이민희, 강성국 무용수는 모두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데, 작품 속에서 비디오아트와 음악, 소품들을 조화롭게 구성한데다, 이들의 흔들리는 움직임조차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애초에 그렇게 안무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장애인의 춤이라는 편견과 선입관을 갖지 않고, 또 그런 정보 없이 이 작품을 대면한다면 장애가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무가 강성국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흔적 4_ 받아들이기, 품어주기

 안무가이자 무용수 강성국은 이번 무용제에서 각각 소아마비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대만의 두 퍼포머와 함께 또 다른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대만의 예술 단체인 바디페이즈 스튜디오의 〈인터메조〉. 세 사람은 각자가 갖고 있는 장애를 통해 어떤 고통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지 일상적인 움직임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고통과 외로움의 몫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주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 동일한 인간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나약한 인간이란 점을. 

 


 이번 무용제는 자신이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갖게 된 장애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각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자리이기도 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발레 무용수 고아라는 〈어떤 불편함, 또는 그 사이 어딘가〉를 통해 자신의 불편함을 오히려 ‘편안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고, 반대로 장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발레 무용수 코이치 오마에는 〈잠든 자여, 깨어나라!(Sleepers wake!)〉와 〈현기증(Dizziness)〉, 두 작품을 통해 절망 속에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표현해냈다.
 휠체어 무용수 박정호는 〈아이덴티티(Identity)〉를 통해 휠체어 자국을 남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힘겹지만, 다시 힘차게 변환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드레소리는 지체장애 안무가 김진호의 작품 〈이사가는 날〉을 통해 자신이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그 안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품어주는 작품들도 있었다.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비버데프예술단은 〈바랜 시간〉을 통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품어주는 어머니, 할머니의 사랑을 표현해내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소중히 마음에 품고 공연장을 나올 수 있었다. 장애인무용단 파릇의 〈달, 너를 품으며〉는 사랑을 ‘달’로 치환해서 세상 속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온화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흔적 5_ 특별한 소리들

 특히 이번 무용제는 음악과 사운드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는데, 온몸컴퍼니의 〈인상〉은 사운드디자인을 통해 무용수 강성국의 몸짓이 영상과 드로잉에 잘 어우러지도록 이끌어냈다. 춤추는 은평재활원의 〈가능한 춤 2017〉은 소리꾼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무용수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흥겨운 무대를 완성시켰고, 서정춤세상의 〈아름다운 여정〉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전통음악 연주로 작품의 맛을 더했다. 대금소리부터 징, 가야금, 거문고, 정가까지, 그 소리가 청각장애인들이 추는 한국 무용의 춤사위와 어우러지면서 자태 고운 작품으로 빚어졌다.
 음악과 사운드가 가장 독특했던 작품 중 하나는 전은선발레단의 〈복전자(Messenger)〉로 시각장애인 3명이 독경을 하는 소리에 맞춰 만든 발레 작품이란 점이 특이하다. 서울독경은 도교에서 행해지는 경을 읽는 소리로 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엄재용, 용기, 곽경가, 최예원, 발레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프로 무용수들과 함께 시각장애인 무용수 전세빈을 내세워 ‘복전자’의 의미를 강화시켰다. 복전자는 과거에 사주풀이를 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일컬었던 말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는 마음으로 가슴으로 우주와 자연과 사람들의 진실을 본다’라는 공연 소개 문구가 복전자라는 단어와 오버랩 된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어떤 장애보다 시각장애를 가질 경우 춤을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방향을 잡는 것도, 몸의 선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장애인이 어디까지 춤을 배우고 출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라고 생각된다. 

 

 



 경계를 허무는 예술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는 프로 무용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신체가 완벽하게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자신의 육체에 대해 핸디캡과 콤플렉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게 진리다. 어쩌면 춤이란 건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육신을 갖고 이상화된 세계를 향한 열망을 담아 표현하고 쏟아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하지 않다는 기준선을 놓고 보면 모두가 똑같다. 우리는 다 부족한 육신에 마음속에 장애 하나씩은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른 점은 딱 하나. 조금 더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다는 점 뿐. 이번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걷어내고 보더라도 작품의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고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수작이었다. 장애를 가졌어도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고, 장애를 가졌어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력된 점, 그것이 이번 무용제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무용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안에서 대중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는 장애인 아티스트도 등장하고, 언젠가는 예술과 춤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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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복전자〉 안무가 전은선

“시각장애인들의 발레교육은 인간 존엄성을 바로 세우는 일”



이단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스웨덴 왕립발레단에서는 10년 동안 솔리스트로 활동하셨고 귀국해서는 다양한 안무작들을 무대에 올리고 계신데요. 장애인 무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은선 이번 공연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무용수 전세빈씨가 저의 친언니예요. 장애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생소했는데 언니가 녹내장으로 시각을 잃으면서 장애가 제 삶에 가까이 다가오게 됐어요. 10년 전부터 언니의 시각장애가 진행되기 시작해서 4~5년 전에 급속도로 진행됐고 지금은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예요. 작년에 지우영 선생님이 〈헬렌켈러〉라는 작품으로 제1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 참여하면서 언니가 주인공 역을 맡게 됐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무용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년부터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이번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전세빈 무용수가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상태라면 연습할 때 무척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연습을 했고,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언니가 숙명여대 무용과를 졸업했고 발레 학원을 운영했었어요. 무용을 했던 사람이라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흔들리지 않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간단한 동작조차도 전혀 못할 경우가 많았고요. 한 마디로 연습으로 극복했죠. 현재 언니가 광주에 살고 있는데 주말마다 서울에 와서 연습을 했어요.
이번 공연 준비하면서 장애인이니까 이 정도면 돼,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장애인이니까 어설프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관객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지도 않았어요.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수준을 올리고 싶었어요. 장애를 가지고는 있지만 모자란 게 아니거든요. 그저 눈이 안보일 뿐이거든요. 최고의 기량을 가진 무용수들과 같이 서는 무대니까 할 수 있는 만큼 끌어 올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을 마친 지금, 원하는 만큼 해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공연 보신 분들 중에는 언니가 시각장애인인줄 몰랐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어요. 그래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다만, 앞으로 시각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공부와 교육은 스스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복전자〉라는 작품명과 서울독경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서울독경을 발레작품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서울독경을 처음 접한 건 언니 때문이었는데요. 현재 서울독경은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만 전해지고 있어요. 독경이 주는 에너지가 상당히 커요. 아주 빠르고 힘차게 몰아치는 매력이 있어요. 작품 중에 엄재용 무용수의 독무에 사용된 독경은 인체의 9가지 구멍에 원활하게 기가 흐를 수 있게 만드는 소리예요. 경은 일종의 기도라서 마음을 안정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번에 선보인 독경 외에도 다양한 독경 소리가 있어요. 독경하시는 분들이 북을 들고 움직이기도 하는데 그게 마치 춤사위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작품에 넣고 싶고요. 앞으로 다양한 독경을 작품에 활용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시각장애인들과 작업을 하게 되셨는데 어떤 점을 배우게 되셨고,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용 교육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언니와 처음으로 작업을 해본 건데 생각보다 손이나 팔의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아서 애를 많이 썼어요. 손과 팔 모양을 하나씩 잡아주고 만들어줘야 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확실한 건 훈련을 많이 하면 시각장애인도 발레를 추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예요. 더 중요한 점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발레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거죠. 눈이 보이지 않으면 방향 감각이 없어지면서 몸이 틀어지게 되는데 발레 교육을 통해서 몸에 대한 감각을 잡고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어요. 비록 내 눈에 내 몸은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뚤어진 몸으로 살아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몸을 바로 세움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지켜지는 거죠.
이단비
KBS를 시작으로 SBS, MBC를 거쳐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 중이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17. 09.
사진제공_KIADA2017/옥상훈, 전은선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