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 길찾기: 춤판야무 금배섭
공연매체가 달라지니 작품도 바뀌겠지요
  • 일    시
    2020년 9월 9일 오후 2시
  • 장    소
    올림픽공원
김인아_〈춤웹진〉 기자


춤판야무 금배섭 ⓒ춤웹진




김인아: 코로나19 재난에서 춤계 안부를 묻고 이에 대응한 무용인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기획 인터뷰 ‘코로나 길찾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춤판야무의 금배섭 안무가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자 해요. 당초 올림픽공원 인근 안무가 연습실에서 계획된 인터뷰는 사정상 올림픽공원 내 카페로 변경되었으나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카페를 이용할 수 없어 공원 벤치에서 진행합니다.
 잦아드는가 싶었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공연예술계가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공연취소, 잠정연기를 급작스럽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올해만 여러 차례 겪고 있는데요, 관객 대면공연이 쉽지 않았던 지난 4월에 금배섭 안무가가 단행한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금배섭: 저는 걱정되고 불안한 건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안에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공연은 네 번째 춤판야무 솔로였어요. 지금은 9월 25~27일 공연하는 다섯 번째를 준비하고 있고요. 솔로 작품이다 보니 연습 때 많은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서 부담감이 크지 않았어요. 솔로 공연이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공연을 하고 있으니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요. 게다가 무용계가 공연으로는 워낙 수익 구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는 생각도 안 들거든요.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긴급지원 제도가 많이 나왔죠.

긴급지원사업의 결과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여러 사업에 지원했었는데 지역자치구 예술문화사업으로 400만원을 지원받는 사업에 선정됐어요. 지원금을 받아서 공연하면 좋지만 못 받았다고 해서 안 하면 안 될거 같아 공연을 진행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작진들한테 항상 미안해요. 제작비가 없다고 얘기하면 함께 작업도 오래 했고 제 사정을 아니 감사하게도 도와주죠. 춤판야무 네 번째 솔로 〈포옹〉도 자비로 한 거예요. 그때도 제작진들이 거의 무료로 도와줬어요. 또 마침 그때 제작진들이 했던 말이 코로나로 일이 다 취소돼서 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포옹〉 공연 때문에 극장에라도 나올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춤판야무 솔로연작 네 번째 〈포옹〉 ⓒ춤판야무




당시 2개월 정도 공연을 못한 상황이었죠. 4월 말에는 모두가 공연에 목말랐던 거 같아요. 〈춤웹진〉에 공연일정을 담은 춤캘린더가 있는데, 4월에 기재할 수 있는 공연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죠. 그런 상황에서 춤판야무의 〈포옹〉은 아무리 솔로작품이라 해도 과감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공연을 자비로 하셨군요.
네, 공연은 지원금을 받아서 할 때도 있지만 자비도 꽤 있어요. 〈포옹〉 초연 때는 지원금을 받았고 4월 재공연 때는 대관료 지원사업은 받았지만 공연지원금은 안 됐어요. 재공연이어서 처음 했던 세트도 있었기에 그나마 괜찮았죠. 공연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그땐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게 되죠. 시기가 지나 하려고 하면 상당 부분 다시 생각해보고 재미를 찾아야 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하고 싶을 때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원금은 매번 받을 순 없어요. 누구나 다 그럴 거고요. 최소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거 같아요. 그리고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하는 다섯 번째 솔로 연작까지 모두 모아 내년에 공연할 생각이에요.

이번 긴급지원사업 과정은 어땠나요?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다양한 지원사업이 올라왔었죠. 긴급지원이라 해서 서류작성을 간소화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꽤 걸리는 거예요.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불필요한 절차와 요식은 간소화될 순 없을까 생각해요. 심사과정에서 검토할 것이 마땅찮을 정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무용계는 지원금 없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창작자의 노력 여부와 무관하게 돈을 벌지 못하는 생태계인 것 같아요. 현대무용이 상업화될 수 있을까에 회의적이에요. 지원사업의 하나로 작품을 의뢰받았는데, 그 지역의 풍토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하시더군요. 보다 새로운 걸 해보는 것은 어떤지 여쭸더니 국민의 세금으로 왜 당신의 실험을 지원해야 하는지 반문하셨어요. 그러면 할 얘기가 없어지죠. 해당 지역의 관객들은 매번 보았던 비슷한 공연물만을 보아야 해요. 김밥만 주면서 초밥은 안 좋아할 거라고 지레짐작해버리는 느낌이죠. 지원의 수혜와 폐해, 양면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극장의 경우 거리두기 객석제로 관객을 맞이하면 3/1에서 절반의 인원밖에 수용할 수 없어서 공연하기를 더욱 주저하게 된다고 들었어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했던 〈포옹〉 공연은 어떠셨나요?
〈포옹〉 공연 자체가 무대를 길게 쓰는 거였어요. 객석 A, B, C구역이 있는데, A구역과 C구역은 오픈을 안 했고 B구역만 오픈했어요. 그 와중에 코로나로 객석이 반으로 깎였고, 보유석마저 제하면 객석이 20몇 석 되더라고요. 어찌 됐든 만석은 됐네요.(웃음)

4일 공연하셨죠?
네. 4일 모두 매진을 기록했죠.(웃음) 제 공연은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아요. 〈미친놈 널뛰기〉가 첫 번째 솔로인데 그때는 상설 공연으로 했었어요.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데 3~4명이 관람할 때도 있었죠. 처음에 어떻게 하지 했는데 그때 경험으로 적은 관객에도 익숙해졌어요.

소수지만 어려운 상황에 꿋꿋이 찾아준 관객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관극 태도는 더욱 좋은 듯해요. 박수도 더 크게 치고 열렬히 호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고맙더라고요. 개인적이고 이상적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300~400명의 관객이 1회 공연을 보기보다 소극장 50석에서 6회 공연을 하게 된다면 관객 입장에선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300명 중 한 명보다 50명 중 한 명이 느끼는 게 크죠. 하는 사람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관객 입장에서도, 공연하는 사람으로서도요.




춤판야무 솔로연작 첫 번째 〈미친놈 널뛰기〉 ⓒ춤판야무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연기, 취소돼서 불편하고 불안하지는 않으셨어요?
저의 경우엔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소나 연기된 건 없었어요. 9월 공연은 무관객으로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예정이에요. 소수라도 관객이 계신 것과 아무도 없는 것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무용수가 2~3명 있으면 같이 할 텐데 관객도 없이 혼자 무대에서 하는 게 이상할 거 같은 거예요. 고민을 거듭하다 3회 모두 실시간 중계하기로 했어요.

이번 춤판 야무의 솔로 연작 다섯 번째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연작 시리즈는 ‘홀로 버티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이라는 관통된 주제을 갖는데요. 이번 작품 〈?〉는 이주 여성 노동자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고국을 떠나 온통 물음표뿐인 세상에서 홀로 물음표를 안고 사는 이주 여성을 이야기하려 해요. 서류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람, 그 서류를 따라서 무언가 했더니 결국 자기 스스로 관에 갇힌, 상품의 진열대에 갇힌 사람이 되는 얘기예요. 이걸 거꾸로 흘러가게끔 해볼 생각이에요. 〈?〉는 아름다운재단 전태일기념관 2020 공연예술단체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어디서 하나요?
전태일기념관에서 해요. 서울시 건물이어서 폐쇄한다, 공연할 수 있다는 말이 여러 차례 오갔어요. 중간에 기운 빠졌죠. 중요한 시기 2주 정도가 날아간 거 같아요. 여러 가지를 했는데 집중이 좀 안 됐어요.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관객이 없다면 바꿔야 하나 생각이 많았죠. 그래서 지금 마음이 급해요. 공연은 9월 24~27일인데, 24일은 우리끼리 테스트로 방송을 해볼 거고요. 25~27일 3일간 전태일기념관 유튜브 채널에서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6시에 영상이 송출될 거예요.




춤판야무 솔로연작 다섯 번째 〈?〉 ⓒ춤판야무




영상 스트리밍은 그전에도 몇 차례 해보셨나요?
아르코 쪽에서 영상 송출 지원을 해준다 해서 〈포옹〉 때 해봤어요. 같이하는 작업하는 박태준 영상감독님과 진행했는데, 그분도 온라인 스트리밍은 안 해본 터라 이참에 해보자 해서 그때 한 번 했고 이번에도 하게 됐죠.

영상 공연의 불편함이나 작업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요?
작업하고 나서 영상으로 보면 재미없어요. 끝까지 보는 게 힘들더라고요. 제가 한 공연인데도 재미없는 거예요.(웃음) 작품 탓도 있겠지만 실제 무대의 현장감이 빠진 것이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영상 작업하면서 힘들진 않았어요.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형이에요. 그래서 단순히 영상만 찍는 게 아니라 많은 얘기를 주고받아요. 예를 들면 〈포옹〉 같은 경우는 티저 영상 자체가 작품이면 어떨까, 공연을 보고 나서 영상이 다르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졌어요. 소가 등장한 영상인데 일단 티저같지 않았어요.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창작자로서 불안할 때가 있는데 작품 보고 얘기를 많이 해주죠. 갈림길에 섰을 때 제작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밀고 나가라면서 자신감을 줘요. 작년에 공연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움직임의 언어와 영상 매체 언어가 다르다 보니 안무가의 의도를 영상이 소화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많아서요. 안무가님은 어려운 지점에 봉착하기 전에 소통을 통해 만족스런 성과를 도출해내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공연을 스트리밍하고 영상화시켜야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소통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솔로 연작을 보면 소외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어 있어요. 사회 이슈와 맞닿은 주제인데 코로나로 인한 급변하는 사회상도 선생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직접적으로 다음 작품의 주제가 될는지요?
영향이 없지 않겠지요. 코로나를 인지해서 직접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다시 말해 코로나니까 이 시대엔 무엇을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작품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깊게 관계할 거예요. 매운 걸 먹어서 몸이 열이 난 상태로 연습에 들어간 때와 차분하게 차를 마신 후 연습을 시작한 경우엔 차이가 있어요. 안무가가 8카운트 움직임을 만들라고 했을 때 같은 움직임이 나올까요? 아무래도 다른 움직임이 짜질 거 같거든요. 코로나는 어쨌든 두렵잖아요. 어느 순간 당연한 일상이 고맙고 새삼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 주위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죠.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단절됨, 끊김 같은 주제로 짜보겠다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영향이 미칠 거 같은 거예요. 우리는 이미 코로나를 체감했으니까요.

창작 환경에서 코로나로 인해서 새롭게 감지된 흐름, 변화된 풍속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건 영상이에요. 영상으로 어떻게 작업을 만들 것인지, 영상으로 송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의 눈으로 볼 때가 있잖아요. 순간순간 영상으로 어떻게 비칠지 고려해요. 공연 매체가 달라지면서 작품도 바뀌겠죠. 박태준 감독님이 무대에서 관객이 미처 보지 못했던 시각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건 어떠냐면서 천장에서 찍는 걸 해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좋았어요. 위에서 내려다본 적은 없으니까요. 재밌을 거 같아요.




춤판야무 솔로연작 두 번째 〈섬〉 ⓒ춤판야무



춤판야무 솔로연작 세 번째 〈니가 사람이냐〉 ⓒ춤판야무




앵글을 달리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무대 위의 시점을 만들어낸다니 흥미롭네요. 도전적인 새로운 춤 영상에 기대가 큽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지금껏 해왔던 것을 지키고 실행하면서 슬기롭게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0년에 마당놀이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윤문식 선생님과 함께했죠. 그 시기에 전쟁이었던가, 아무튼 국가적 위기가 있었어요. 선생님과 밥 먹고 이런 얘길 했어요. 제가 선생님께 “우리는 어떡하죠?” 물어봤는데 “뭘 어떻게 하냐, 네가 전쟁 막을 수 있냐?”는 거예요. 그래서 “못 막죠”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신경 쓸 거 없다. 공연 준비를 잘해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불안한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그것이 삽질이라면 군인처럼 삽을 들고 산에 가서 흙은 퍼서 산을 옮기는 일이라도 해야죠. 우리는 식물이 아닌 동물이잖아요. 움직이면 무언가 한 거 같은 만족감과 힘이 생겨요. 별거 아니어도 꽃을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옮겼을 때, 청소해서 깨끗해진 공간을 보며 힘이 생기죠. 그래서 지금 몸으로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같아요. 지금 하는 일이 외부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면 힘들어져요. 간혹 다른 이의 인터뷰를 보면 나는 뭐 하고 있나,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어려운 시기일수록 나를 들여다보고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내가 가야 할 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춤판야무 금배섭 ⓒ춤웹진




이번 9월 공연 이후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강원도 문막에서 하는 ‘후용페스티벌’ 공연이 9월에 있었는데 10월로 연기됐어요. 10월 중순에 할 거 같고요. 하고 싶은 쇼케이스가 있어요. 지원서를 냈는데 떨어져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연습실에서라도 해보자 해서 겨울에 12~1월 즈음 해볼 생각이에요.

현재에 충실하며 공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금배섭 안무가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공원 벤치에서 이뤄진 우여곡절 인터뷰라 더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예정된 공연 잘 진행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 ​ ​ 

2020. 10.
사진제공_춤웹진, 춤판야무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