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17 ASAC 몸짓페스티벌
지역 주민과 함께 안산에서 일어난 춤의 발화
김인아_<춤웹진> 기자
 (재)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ASAC 몸짓페스티벌’이 8월 25일부터 9월 9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렸다.
 안산문화재단은 AnSan Arts Center 이니셜에서 ASAC(아삭)이라는 공연 프로그램 브랜드를 만들고, 2013년 ‘몸짓’을 주제로 한 춤축제 예고편에 이어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ASAC 몸짓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올해 4회를 맞은 축제는 조금 더 폭을 넓히고, 조금 더 눈높이를 맞춘 프로그래밍으로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몸짓 공연이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지역시민들이 보다 쉽고 흥미롭게 춤에 다가설 수 있도록 관객 친화적인 무대로 마련되었다. 예년과 같은 4가지 섹션의 공연과 올해 새롭게 시작한 세 명의 안무가 장경민, 류장현, 이재영의 워크숍 프로그래밍에서 축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주최측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8월 25-26일 축제의 문을 연 ‘몸짓스페셜’에서는 안산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로 활동 중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인간의 리듬〉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춤비평가협회의 2014년도 춤비평가상에 선정된 이 작품은 앰비규어스만의 재치 넘치는 몸짓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시스템화 된 사회적 리듬을 쫓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리듬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유년-청소년-사회초년생-사회인(월급쟁이)으로서의 순차적 시간을 거쳐 최종 인간의 ‘리듬’으로 마무리되는 다섯 장으로 진솔하고 위트 넘치게 표현했다.
 9월 2일 마련된 ‘몸짓 초이스’ 섹션에서는 류장현과 친구들의 〈갓 잡아 올린 춤〉이 관객들과 만났다. 2012년 초연 이래 관객들의 후기와 호평이 이어지며 무용작품으로는 드물게 여러 차례 재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앰비규어스의 〈인간의 리듬〉만큼이나 대중적 코드가 짙게 묻어난다.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놀이의 몸짓, 무용수의 감정과 몸에서 바로 뽑아낸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이 8-90년대 대중가요와 함께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그려져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몸짓콘서트’는 페스티벌의 독보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에는 상주단체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안무가가 프로그래밍을 맡아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4개 단체의 대표작들을 9월 8-9일의 무대에 올렸다.
 시나브로 가슴에가 선보인 이재영 안무의 〈이퀄〉은 각자가 표현하는 몸의 방향과 무게, 움직임의 속도와 질감의 미묘한 접합을 통해 키도, 생긴 것도, 성별도 다른 무용수 4인의 평등한 관계성을 그려냈다. 넘치는 에너지와 정지된 호흡이 교차하는 군무 움직임이 강렬한 타악, 일렉트로닉 비트와 함께 어둠이 깔린 무대에서 더욱 또렷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왓따프로젝트의 김지연과 장경민은 〈맛[만]난 대화〉에서 서로 다른 몸짓이 만나 조화롭게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남과 여,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익살스러움과 진지함과 같은 둘의 이질적인 움직임과 태도가 작품 내내 끈질기게 이어졌다. 둘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의 분위기가 눈을 뗄 수 없도록 흥미롭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어느새 따로 또 같이 하나로 뭉쳐져 있는 접점의 순간, 교묘하게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이 작품의 큰 묘미로 다가왔다.




 모던테이블의 〈야윈소리〉는 김재덕 안무가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과 독창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남도민요의 야윈소리가 빠르고 강한 비트와 어우러져 쉴 새 없이 귀를 자극하는 가운데, 등을 구부리고 끊임없이 팔과 다리를 털어내듯 움직이는 다섯 명의 남자 무용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한국적인 컨템포러리 댄스의 일면을 장식할, 역동적인 무대였다.
 마지막으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기가막힌 흥(피버)〉은 제목 그대로 관객에게 흥 나는 춤판을 선사했다. 그들의 몸짓은 대중적 코드와 맞물린 경쾌한 예술춤의 면모를 과시한다. 디스코장을 연상시키는 춤판, 다소 촌스럽게 보이는 트레이닝복과 복고 의상을 입고 엇박, 정박, 박자 쪼개기, 음악 흘리기, 그루브와 같은 여러 가지의 리듬을 응용한 움직임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움직임에 대한 진지한 해석이 짙게 깔린 춤판은 정말 열심히 춤추는 무용수들의 열정이 가세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ASAC 몸짓페스티벌’에서는 무용공연에서 보기 드문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많았다. 전공생이나 무용관계자가 아닌 부모와 함께 온 자녀들의 모습에서 일반관객, 지역시민을 춤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축제의 취지와 춤 대중화의 작은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ASAC 몸짓페스티벌’은 지역의 공공 공연장에서 자체 시행하는 몇 안 되는 무용축제로,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춤을 제안하고 대중에게 춤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나아가 무용단체에게는 레퍼토리 작품을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 유통의 플랫폼으로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축제의 기획을 맡은 안산문화재단 공연기획부 양찬희 주임은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춤 장르에 접근하고 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라는 것이 일상에서도 삶에도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관객 점유율은 2015년 이후 내리막을 걷는 공연도 있으나 자체적으로는 유료관객이 유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감사하게도 가족관객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어떻게 하면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올해 처음으로 안무가 3인의 워크숍을 기획했는데, 회당 15-2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다. 참여자분들은 안무가들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고 이런 기회가 곧바로 공연 관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춤 장르에 대한 가치를 새삼 깨닫고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5년간 주최하면서 늘 어려움을 겪었던 기획팀으로서는 더 나은 축제로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ASAC 몸짓페스티벌’이 어떻게 마련될 지에 대해서 “올해는 일반 관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작품들로 편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시민들에게 대중적인 춤 예술을 제안할 것인가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찾아 선보일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현재는 급격하게 진화하는 것 보다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춤을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공연을 보는 것 이외 매체를 바꿔 제안할 수도 있겠다. 안무가들이 계속 소스를 제공해주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댄스필름 상영회는 시민들에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한편으로 작년 정금형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을 공연할 때는 시민들의 예술적 호기심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색다른 체험을 제안하고 싶은 갈망이 언제나 있다. 이 과정에서 춤 장르가 선순환 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아티스트들에게는 축제가 하나의 허브 역할을 해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올해 축제에서 몸짓콘서트를 프로그래밍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안무가는 “관객과 최대한 많이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했다. 좋은 안무가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일반 관객이 많은 환경도 그렇고, 아티스트에 대한 안산 공연장의 남다른 케어 부분을 좋게 생각해주셔서 언제든지 또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도 있었다. 많은 무용가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고 싶게끔 만들고 싶다”면서 “내년에는 좀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 젊은 안무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소규모의 작품을 공모해서 하루 동안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무용을 한 번도 보지 않은 분들도 많고. 재 관람율도 낮은 편이다. 아직까지는 관객과의 소통이나 객석 점유율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언제까지 축제가 지속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수도권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보니 무용을 보는 관객층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런 큰 페스티벌을 기획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안산문화재단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감사하다. 지역의 춤축제는 희귀성이 있다. 춤의 작은 발화가 지속적으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이것이 확대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축제를 마친 소감을 피력했다.




 ‘ASAC 몸짓페스티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2월 8-9일 ‘몸짓번외편’으로 정영두 안무가의 〈푸가 - Two in One〉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된다. 장기적인 기획과 분명한 차별성을 확보한 프로그래밍으로 지역시민과 오래 더불어 나아가는 춤축제, 안산에서 일어나는 ‘ASAC 몸짓페스티벌’이 앞으로도 그 중추적 역할을 지속하길 기대한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7. 09.
사진제공_안산문화재단/옥상훈, 강성준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