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17 영남춤축제: 춤, 보고 싶다
지역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첫 걸음
송성아_춤이론. 부산대 강사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면면히 전승된 전통춤은 농악춤, 탈춤, 소리춤, 허튼춤, 기방춤, 궁중춤, 무속춤, 불교춤, 유교춤 등으로 그 갈래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들을 가로지르는 공통점의 하나는 연행의 주체가 이름 없이 살다간 민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주안점을 둘 때, 그들 삶의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진 마을굿은 한국전통춤의 중요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영남춤- 마당춤의 역동성 방안 춤의 정갈함


 오늘날 굿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지만, 민속학의 여러 성과는 마을 단위의 굿이 그 요체임을 지적하고 있다. 일 년의 삶을 24절기로 구분하고 때마다 놀아 제치는 세시풍속과 농신대를 앞세우고 여럿이 협업하는 일상적 노동현장에서 다채롭게 전개된 마을굿은 신에 대한 의례인 동시에 각종 놀이와 춤을 수반하는 대동놀이의 장이기도 하였다.
 마을굿과 관련된 춤과 놀이는 이 땅 어디에서든 찾아 볼 수 있지만, 영남은 여타의 지역에 비해 그 전승의 내용이 풍부하다. 정월대보름 수영과 동래의 줄다리기를 중심으로 한 지신밟기와 축하연이었던 들놀음의 탈춤 ‧ 학춤 ‧ 한량무 ‧ 고무(鼓舞), 각종 장기춤, 한해의 마지막인 섣달그믐날 놀았던 고성 ‧ 통영 ‧ 가산 ‧ 진주 오광대의 여러 탈춤들, 한해의 농사 중 가장 힘든 고비인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친 후 한바탕 크게 노는 밀양백중놀이의 각종 병신춤 ‧ 양반춤 ‧ 범부춤 ‧ 북춤, 벼 타작하는 협동노동과정을 재현하며 노는 밀양 새터가을굿의 공상춤 ‧ 목메춤 ‧ 도리깨춤, 대체로 3년을 주기로 개최한 동해안별신굿의 각종 놀이와 춤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남의 춤은 유랑예인집단 ‧ 교방청 ‧ 권번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형식과 내용이 정교하고 풍성하다. 때문에 영남춤을 대표하는 배김사위는 “베기고-어르고-맺고-푸는” 유형적 틀 속에서도 종목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변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나이든 촌부나 한량의 허튼춤 한 자락에서도 마당춤의 역동성과 방안춤의 정갈함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소리는 전라도이고, 춤은 경상도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다.




 기획공연 ‧ 공모공연 ‧ 야외공연 ‧ 학술세미나 등으로 구성

 춤의 고장이라는 명성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2008년 개원한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서인화)은 춤을 특성화하고 있으며, 대관되는 무대 역시 춤판이 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도 한 중앙편중현상으로 지역춤은 축소되고 있으며, 경제논리를 앞세운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적 인프라 구축의 중요한 축이었던 무용학과의 계속적인 폐과와 함께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역춤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2017 영남춤축제: 춤, 보고 싶다’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지난 8월 26일부터 9월23일까지 근 한 달간 진행된 이 축제는 크게 기획공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의 공연, 야외공연, 학술세미나, 개회식과 폐막식 등으로 구성되었다.

 기획공연은 원로들의 ‘명무열전’과 신진 무용가들을 위한 ‘젊은 안무가의 춤’으로 짜여졌다. 8월 30일 연악당에서 진행된 〈명무열전〉은 이성훈의 〈동래학춤〉, 임관규의 〈한량무〉, 김온경의 〈강태홍류 산조춤〉, 하용부의 〈밀양북춤〉, 엄옥자의 〈원향살풀이춤〉, 국수호의 〈琴舞〉, 이윤석의 〈고성입춤〉, 권명화의 〈소고춤〉 순으로 진행되었다. 전통춤과 신무용을 모두 아우르는 이 춤판에서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하용부의 춤이었다.
 하용부는 경쾌한 중량감과 함께 한국전통춤의 진수를 고스란히 보여준 故하보경의 손주로 현재 국가중요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이다. 그의 〈밀양북춤〉은 박(拍)을 잘게 세분화하여 빨리 내달림으로써 몸과 북을 분리시키고, 두들겨 치는 소리만이 강조되는 요즘의 많은 북춤과 결을 달리하였다. 북을 한 몸처럼 안정적으로 안고 있었으며, 유쾌한 걸음과 덩실덩실 춤추기 좋은 한배(속도)를 유지하며 서서히 관객의 신명을 부추겼다. 

 



 다음날 예지당에서 진행된 ‘젊은 안무가의 춤’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으로 영남춤에 기반을 두고 창작한 것이다. 김근영의 〈숨은 대답〉은 수영야류 제대각시춤, 현선화의 〈美..운오리〉는 동래학춤, 장정희의 〈다라니〉는 연등바라춤이라는 다소 모호한 종목, 이룩의 〈놀음, 남성야류〉는 수영야류를 각각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들 젊은 안무가들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물 이미지를 이용하여 제대각시의 심리를 새롭게 조명하기도 하고, 동래학춤 춤사위를 부분적으로 차용하여 청년실업의 문제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는 삶의 본질을 찾는 구도(求道)의 과정을 그리기도 하였으며, 들놀음이 갖는 역동적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업에서는 텍스트 해석의 핵심 언표를 찾기 어려웠으며, 춤사위 활용에 있어서도 참신한 실험정신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지역 향토춤에 대한 성실한 고민이 요청된다. 

 


 영남춤축제의 전통춤 공연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6개 팀의 공연이 연악당과 예지당에서 진행되었다. 이 중 전통춤에 주된 방점을 둔 것은 이은영의 ‘홀춤’, 우봉 이매방 춤보존회의 ‘거목의 춤을 기억하다Ⅱ’, 춤과 사람들의 ‘영남...몸짓 ‧ 멋짓’, 이정화와 춤추는 사람들의 ‘숨어있는 영남춤을 찾아서’, 대구가톨릭대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효무공연예술원의 ‘효무 전통춤판 2017’, 최은희의 ‘우리춤 큰 춤판’, 김진홍전통춤보존회의 ‘김진홍의 춤, 일행일도’, 이경화무용단의 ‘아우르美 ‧ 舞모리’, 서지영무용단의 ‘춤 본향 어제 그리고 오늘’ 등이다.




 전통춤판의 주된 레퍼토리는 이매방류와 김진홍류 〈살풀이〉 및 〈승무〉, 권번 기본무에 해당하는 〈입춤〉과 〈교방굿거리〉, 가야금 또는 거문고 산조 음악에 맞춘 〈산조춤〉, 동래들놀음의 〈학춤〉과 〈한량무〉였다.
 9월 8일 예지당에서 진행된 ‘숨어있는 영남춤을 찾아서’는 이러한 편중된 춤 구성에서 벗어나 불교 사찰춤인 〈오공양 작법무〉와 〈바라작법〉 〈소고입춤〉 〈따오기춤〉, 故김덕명의 〈양반춤〉, 합천 밤마리 오광대의 〈영노과장〉, 대구 달성군 제천리 일대의 〈금회북춤〉 등을 선보였다. 복원 또는 재구성한 종목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데, 그 방법론을 명시하지 않아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갖는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레퍼토리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러 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영남춤축제의 창작춤 공연은 선정된 작품들 중 창작에 주된 방점을 둔 것은 변지연 댄스 컴퍼니 미르(MIR)의 〈토우, 어머니의 흙〉, 예술공동체예인청의 〈불어라 춤풍아!〉, 김용철 섶무용단의 〈同舞異舞〉, 강미리 ᄒᆞᆯ무용단의 〈할 셋, 念 도드리〉, 장선희무용단의 〈별리몽-김진홍류로 풀어보는 장선희의 춤이야기〉 등이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9월 19일과 20일 양일간에 걸쳐 연악당에서 진행된 강미리의 신작이었다.
 참 나를 찾아가는 도정을 그리고 있는 〈할 셋, 念 도드리〉는 염불과장, 타령과장, 굿거리과장, 법고과장, 당악과장, 굿거리과장으로 이어지는 한영숙류 〈승무〉의 짜임새를 원용하고 있다. 그리고 〈승무〉의 가사, 고깔, 꽃봉오리가 살포시 피고 꾀꼬리가 노는 모습을 묘사하는 춤사위의 이미지와 버선, 불교사찰의 법고장단, 바라 등을 중심으로 각각의 장면을 구축한다.강미리의 여타 작품들이 그러하듯 6개의 장면은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간의 인과관계는 생략된다. 대신 탄탄한 구성과 함께 각 장면의 핵심적 이미지를 명시화함으로써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수작(秀作)이었다. 

 


 이 외 예술공동체예인청과 섶무용단의 작품은 전통연희에 바탕에 두고 있으나, 여러 이질적인 요소를 마구잡이로 뒤섞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혼성모방(pastiche)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양식 중 하나인 이것은 원작에 대한 충실한 탐구 속에서 의미를 비판적으로 비트는 패러디(parody)와 달리 의미를 괘념치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 이 판에서 자신을 던져 노는 행위 자체를 최고의 선(善)으로 삼는다. 탈춤 ‧ 판소리 ‧ 줄타기를 아무렇게나 뒤섞어 놓은 〈불어라 춤푸아!〉와 여성의 전통춤과 남성의 현대춤을 한 무대 위에 별 의미 없이 병립시킨 〈同舞異舞〉는 과연 패스티쉬로서 잘 놀았던가? 흔쾌히 답을 하기 어려울 듯하다.



 영남춤학회와 공동 개최 학술세미나-강이문과 정순영의 비평세계

 2017 영남춤축제는 옥내 무대공연뿐만 아니라, 야외의 풍물패공연과 시민대동놀이마당을 마련하였으며, 지역의 대표적인 춤꾼인 이정윤, 신은주, 김태훈, 정신혜 등의 춤 워크샵을 국립부산국악원 강습실에서 진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역 유일의 춤 학술단체인 영남춤학회(회장 김미숙)와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9월 22일 예지당에서 진행된 학술세미나는 “영남지역의 춤 평론 1세대를 말하다”라는 부제와 함께 부산과 대구 춤계를 기반으로 지역을 넘어 한국춤평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신 故강이문과 故정순영의 비평세계를 다루었다.




 춤 이론가이며 평론가인 채희완의 기조발제로 시작된 이 날 세미나는 권옥희의 ‘강이문, 춤의 비판적 사유: 평문을 중심으로’, 송성아의 ‘國石 강이문의 國舞論’, 성기숙의 ‘공학 ‧ 창작 ‧ 비평, 경계를 넘나든 팔방미인-정순영론’, 채명의 ‘김기전과 함께 한 정막의 춤 사랑’ 등이 발표되었다. 이를 통해 강이문 평문이 다각적으로 검토되었으며, 그의 핵심 개념인 민족춤과 문화 ‧ 민족 ‧ 전통에 관한 논지를 밝혔다. 그리고 정순영 혹은 정막으로 불린 선생의 삶과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비평방법론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는 두 분과 인연이 깊은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이순열 ‧ 채희완 ‧ 이종호, 한국창작춤의 산실인 창무회를 이끌어 온 김매자, 부산춤계를 대표하는 최은희, 두 분의 직계 제자인 장순향과 채명, 강원대학교의 한경자, 장순영 선생의 부인이며 대구 현대무용의 선구자인 김기전 등이 참석하여 논의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켰다. 특히, 이종호를 필두로 지역춤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으며, 김매자는 비평가와 춤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강조하였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부산무용계와 국립국악원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였으며 끝까지 남아 경청하였다.





  공공무용단 작품으로 구성된 폐막 공연

 지난 8월 26일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의 〈종묘제례악〉과 〈일무〉로 시작한 2017 영남춤축제는 9월 23일 폐막식과 함께 한 달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경상북도도립무용단(상임안무가 이애현)의 〈공명〉,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의 〈코끼리를 보았다〉,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용철)의 〈늙은 여자〉였다.
 〈공명〉은 대다수 국공립단체의 주요 레퍼토리가 된 북춤의 하나로 고전주의 발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각선, 직선, 원형 따위의 구도를 이용하여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유일한 현대무용 공연이었던 <코끼리를 보았다>는 매체(medium)인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신체 여러 부위를 유려하게 연결하지 않은 분절된 움직임은 무미건조하게 반복되고 적층되었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댄서들의 기량은 뛰어났다. 그러나 관객들의 정서적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일정정도 어려움이 있었다.
 〈늙은 여자〉는 한국탈춤의 미얄과장을 처첩간의 갈등구조로 해석하고, 이들의 갈등과 파국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원작에서 처(妻)인 미얄할멈은 온갖 사고로 자식 여럿을 먼저 보낸 어미이고, 첩(妾)인 소무는 별반 가진 것 없는 영감에게 붙어사는 젊은 여자이다. 즉, 탈춤에서 둘은 갖가지 사연을 안고 있는 서글픈 인물로 그 성격이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늙은 여자〉는 이들을 일반적인 처첩의 관계로 평면화하고 희화화함으로써 관객들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긴 여운을 남기지는 못하였다.




 영남춤축제가 남긴 과제1 새로운 전통춤의 등장


 2017 영남춤축제의 성과 중 하나는 부산의 주요 춤꾼 대다수가 참여함으로써 지역춤의 현황을 집약적으로 살필 수 있는 좋은 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첫번째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전통춤의 등장이다. 김백봉류 〈부채춤〉, 권명화류 〈바라춤〉과 〈소고춤〉, 최희선류와 임이조류 〈입춤〉, 김수악류 〈교방굿거리〉, 임이조류 〈교방살풀이춤〉과 〈한량무〉, 김진홍류 〈승무〉〈지전춤〉〈영남검무〉〈영남입춤〉〈부은허튼춤〉, 김덕명류 〈학춤〉, 조흥동류와 이동안류 〈진쇠춤〉, 강태홍류‧김진홍류‧황무봉류의 〈산조춤〉, 국수호류 〈琴舞〉, 황무봉류 〈즉흥춤〉, 김평호류 〈소고춤〉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제시된 이들은 전통에 바탕을 두고 개인의 창조적 개성을 첨가하여 창작한 작품들이다. 이 중 일부는 시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널리 유통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것이 1954년 초연된 〈부채춤〉이고, 가장 최근의 것은 청주시립무용단 단장으로 재직 중인 김평호의 〈소고춤〉이다. 이들의 역사는 길게는 60년을 조금 넘었고, 짧게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명작(masterpiece)은 적어도 100년의 검증과정을 전제한다. 전통춤 역시 좋은 것, 존속시켜야만 하는 것이라는 공동체 내부의 검증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춤의 정확한 내력과 창작자, 초연된 시기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것을 밝히는 경우는 전무하였으며, 김백봉의 〈부채춤〉만이 초연 시기를 밝히고 있었다.




 영남춤축제가 남긴 과제2 전통춤의 재구성과 부분적 창조


 두 번째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전통춤의 재구성 문제이다. 원래 우리 춤은 공연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그 길이를 확대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구성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한영숙류 춤들은 모두 “마루”라는 단락을 중심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며,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많은 탈춤도 이것에 상응하는 단락을 중심으로 춤을 재구성한다. 뿐만 아니라,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 영남의 대다수 춤들도 “베기고-어르고-맺고-푸는”으로 이어지는 배김사위를 하나의 단락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춤을 확대하거나 축소한다.
 이번 2017 영남춤축제는 물론이고 현재 진행되는 많은 전통춤판은 재구성의 방법론을 밝히지 않는다. 그리고 특정 유파의 전통춤을 춘다고 하지만, 새롭게 창작한 부분을 삽입하기도 하고, 다른 유파의 춤을 뒤섞기도 한다.
 일본의 가원제(家元制)는 전승에 있어 일체의 변화를 불허한다. 반면, 한국전통춤은 전승에 있어 개인의 창조적 변용을 용인한다. 이것은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구전심수(口傳心授)의 전수방법에 의해 춤의 본질과 형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전통춤의 재구성 혹은 부분적 창조는 그 근거를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곧 자기 춤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영남춤 축제가 남긴 과제3 전통춤 레퍼토리의 편중


 세 번째로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전통춤 레퍼토리의 편중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영남지역은 풍부한 춤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축제기간 동안 추어진 전통춤의 대다수는 근대 혹은 한국전쟁 이후에 창작된 작품들이며, 그 중에서도 〈승무〉〈살풀이〉〈산조〉〈입춤〉〈교방굿거리〉와 같은 몇몇 작품에 편중된 경향이 짙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내재된 다양한 향토춤, 즉 마을굿과 관련된 다양한 놀이와 춤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특히, 전통은 창작의 기본 토대인 까닭에 이들의 복권은 지역춤 전체, 나아가 한국춤 전체를 새롭게 도약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수 있다.

 오늘날 진행되는 많은 춤 축제 중에서 한 달간 진행되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 속에서도 부산에서 긴 축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립부산국악원의 헌신과 지역 춤꾼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극장으로 모였고, 춤판은 생기 속에서 출렁였다.
 물론, “춤, 보고 싶다”란 부제가 보여주듯 전체 판에 대한 주제가 다소간 모호한 측면이 있었고, 공연프로그램 구성 역시 보다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 그러나 축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통상 5년에서 7년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다는 점에서 이번의 첫 시도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보다 진일보한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지역춤의 오늘과 내일을 모색하는 역동적 장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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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_ 2017 영남춤축제 책임진행 김추자

지역춤의 현재 조망, 지속적인 개최 기대  



 


송성아
대학에서 춤을 전공, 문화기획행정이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한 이듬해인 2009년부터 근무하시면서 줄곧 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영남춤축제에서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요?
김추자 이번 행사를 위해 서인화원장님 이하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하셨습니다. 이 중 국악원 공연전반을 관할하는 장악과 김명석과장님이 책임기획을 맡으셨고, 저는 기획 ‧ 홍보 ‧ 공연 전반의 실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실무 진행자로서 한 달 간 진행된 영남춤축제가 거둔 성과와 또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춤꾼의 70-80%가 대거 참여함으로써 지역의 현황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장을 마련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습니다. 반면, 축제의 핵심인 프로그램의 내용성 확보에 있어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홍보가 충분치 못했는데, 각종 국공립단체 홈페이지이나 SNS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하나의 축제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기위해서는 일정정도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남춤축제’를 연중행사로 개최할 계획이 있는지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매년 혹은 격년제로 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 역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준비기간, 예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행사 기간 내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축제를 마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웃음). 대학시절 내내 전통춤을 추면서 전통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을 하였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고민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음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긴 축제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무용계의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송성아
춤이론가. 무용학과 미학을 전공하였고, 한국전통춤 형식의 체계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한국전통춤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한국전통춤 구조의 체계적 범주와 그 예시』(2016)가 있다. 현재, 부산대학교와 경상대학교에서 현대문화이론과 전통춤분석론을 강의하고 있다.
2017. 10.
사진제공_국립부산국악원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