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 SIDance 20년(3) 성과와 과제
해외에서 자주 들었던 시댄스 미스터 리
장광열_춤비평가
 춤비평가로서 해외 무용계의 최신 흐름을 알기 위해, 때론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국제 춤 축제와 연계된 업무 때문에 자주 외국의 축제를 찾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 미스터 리 잘 있냐?”고 묻곤 했었다.
 외국의 무용가들과 프레젠터들에게 SIDance와 예술감독 이종호의 이름은 이미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시댄스가 국제 춤 시장에서 한국의 춤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이런 나의 반복되는 체험은 아마도 1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올해로 20회 째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의 춤 축제가 됐다. 외국의 무용가들이 한국의 춤 혹은 한국의 무용계를 떠올릴 때 적어도 시댄스는 가장 빨리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시댄스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종합적인 무용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핀란드의 큐오피오댄스페스티벌이나 프랑스의 리옹댄스비엔날레처럼 그때마다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3년마다 열리는 일본의 월드발레스타페스티벌처럼 특정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춤 축제도 아니다. 영국의 에든버러축제나 독일의 베를린페스티벌처럼 여러 장르의 예술 속에 무용이 뒤섞이는 형태도 아니다.
 시댄스는 한마디로 무용예술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러다 보니 매해 어떤 프로그램들이 짜여질 지, 어떤 부대행사들이 만들어질지 그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이 같은 시댄스의 종합화는 해외 무대에 축제를 알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다.
 시댄스는 축제를 통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장르의 춤, 대륙별 국가별 초청 단체 안배, 그리고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단체들을 고르게 된다. 종합화에 의한 다채로운 상차림은 그 자체로 무용 전문인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시댄스의 특성은 해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긴 했지만 프로그램 편성에서도 그대로 입증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초청 무용단 선정과 우리나라에 생소한 아프리카 무용단 초청, 외국 컴퍼니와 페스티벌과의 공동 제작, 아시아 문화중심을 표방한 기획 프로그램, 국내 안무가 초청무대, 워크숍과 대화모임, 몇 년 전부터 시작한 해외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들을 모은 쇼케이스 성격의 프로그램 등이 그렇다. 가끔씩 한국의 전통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춤 국제교류, 커뮤니티댄스, 컨템포러리댄스 등을 주제로 포럼도 들어 있었다.




 그동안 시댄스는 정통의 일급 무용단에서부터 실험적인 시도, 크로스오버 작업 등을 표방한 소규모 컴퍼니의 초청 공연 등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춤 경향들을 소개했다. 10회 정도까지는 싱가폴과 일본, 멕시코 등과의 공동 제작 등을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 무용가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시도하더니 이후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로 그 공동제작 범위를 넓혀 나갔다.
 아시아 젊은 안무가들의 공동 안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 무용의 중심을 향해 자리잡아가도록 한다는 전략적 프로그램 기획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외무부 예술진흥협회, 일본의 재팬파운데이션 등 외국의 유수한 문화예술 지원 기관과 주한 외국 대사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무용계의 교류 채널을 확장한 공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시댄스는 중견에서부터 젊은 안무가에 이르기까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단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국내 춤 단체들의 축제 참여는 이 행사가 홈그라운드에서 개최된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 국제적인 수준에 걸 맞는 뛰어난 작품의 출품과 생산, 이를 통한 세계무대 진출이란 두 가지 목표 설정이 가능할 수 있다.




 기획에서부터 홍보, 행정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팅 기능도 시댄스가 한국 춤계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춤 작품의 유통과 춤 시장 확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초기 사무국장을 맡았던 송애경을 비롯해 우연, 김신아, 김은희, 곽아람 등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에서 기획자프로듀서 행정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시댄스를 거쳤던 인물들이다.
 다른 무엇보다 시댄스가 한국 춤계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축제를 통해 춤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일반 대중들이나 예술계 주변인들이 무용예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댄스의 가치가 올라간 만큼 시댄스를 향한 춤계의 기대치 역시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불러들여 하는 국제교류 못지않게 내보내는 국제교류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 초청 단체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을 통해 전체적인 평균점을 상승시키는 노력, 아직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경쟁력 있는 국내 춤단체와 안무가의 픽업, 국내 춤 시장 확장을 위한 서울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 연계 공연과 국내 유관 기관과의 협력작업 확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 배가, 한국 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 보완 등에 대한 주문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행사 기간이 너무 길어 지속적으로 축제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되새겨 볼만하다.




 이제 시댄스는 프로그램 편성 능력이나 축제의 운영 노하우, 마케팅 기법 등에서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시댄스는 한 개인의 힘으로 시작해 이제 20년을 맞았다. 적은 예산에 이만한 규모로 성장시킨 것은 축제를 만들어가는 책임자(예술감독 이종호)와 사무국 스태프들의 자기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제적인 무용 축제는 한국 춤계의 총체적인 힘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잘만 활용하면 한국 춤계 전체의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세계 예술시장에서 한국 춤계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대한민국에서 시댄스를 개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제무대에서 한국 춤계의 위상은 그 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 축제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한국 문화예술계의 튼실한 인프라로 육성해야 한다. 시댄스는 지난 20년 동안 그 같은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이미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여러 번 꽤 알려진 해외 무용축제에서 이종호 예술감독을 만났었다. 공식 공연이 끝나고 밤 열시가 넘으면 나는 서둘러 호텔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지만, 이종호 감독은 이어지는 파티에 참석 밤늦도록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고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호텔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같은 네트워킹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춤에 대한 그 열정이 오늘날의 시댄스를 이만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2014년 겨울 오슬로에서 열린 북유럽댄스플랫폼 ICE HOT 때는 서울에 있는 그의 집에 들러 가족들이 챙겨준 겨울옷을 들고 전해준 적도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프리카에서 북유럽으로 이동하는 일정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했었던 것 같다.
 시댄스 20년 이후의 향방에 대해 그는 “이제는 공적인 부담을 좀 내려놓고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시댄스의 앞으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예술감독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국제적인 감각을 믿기 때문이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10.
사진제공_국제무용협회(CID-UNESCO)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