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무용단 ‘제의’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4월 3~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기원의 의미를 내재한 춤의 위력을 보여줄 ‘제의’(祭儀)를 공연한다. 2015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할 당시 “한국 전통춤에서 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섬세한 군무의 위용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6년 만의 재공연이다.

‘제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제례의식 속 춤을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와 사상을 대표하는 의식무용을 담아낸다. 유교의 〈일무〉, 무속신앙의 〈도살풀이춤〉, 불교의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 의식무를 비롯해,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몸의 언어까지 다채로운 춤사위가 펼쳐진다. 국립무용단의 47명이 출연해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군무로 관객을 압도한다.

윤성주의 안무로 2015년 초연한 ‘제의’는 민속무용과 궁중무용의 범례를 넘어 종묘제례·불교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의식무용에 현대적 미감을 더해 시대를 관통하는 춤의 위력을 보여준 파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고대부터 시대별로 사상과 의식을 담은 제례의식과 종교에서 행해진 다양한 의식무용이 파노라마 형태의 대작으로 펼쳐진다. 작품의 전개에 따라 퍼즐처럼 맞춰지는 서사와 이를 표현한 입체적인 안무, 역동적인 군무가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하며 춤의 위력을 전한다.



1장




작품은 1장 ‘64(六十四)’로 시작한다. 동양사상의 무극(無極)을 연상케 하는 도입부는 남자 무용수가 누더기 의상을 길게 늘어뜨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의’의 시작을 알리는 남자 독무의 느리고 신비한 움직임은 태초의 우주, 생명이 태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시계 태엽소리 같은 기계음이 반복되며 그에 맞춰 복잡한 현세를 묘사하는 군무가 남자 솔로와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무대 위 시간은 과거로 회귀한다.

2장 ‘대제’(大祭)는 조선시대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종묘제례악의 ‘일무’(佾舞) 중 대형의 짜임새가 일품인 ‘팔일무’(八佾舞)를 선보인다. 본래 팔일무는 가로·세로 8명씩 총 64명이 늘어서 추는 춤으로, ‘제의’에서는 64개 지점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빛과 30명의 무용수들이 64괘의 문양을 완성한다. 일사불란한 군무 속에서도 무용수 각각의 호흡은 살아있다.

3장 ‘범행’(梵行), 4장 ‘초제’(醮祭)에서는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의 의식무용이 이어진다. 3장 ‘범행’은 불교 의식무용인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을 바라나 고깔, 법고 같은 소도구 없이 오직 춤사위만으로 펼쳐낸다. 악을 물리치고 마음을 정화하는 ‘바라춤’, 마음의 평온을 소망하며 주로 비구니들이 추어온 ‘나비춤’, 인간세상을 구제하고자 하는 ‘법고춤’이 불교적 색채의 음악과 어우러진다.

4장 ‘초제’는 토속·무속신앙에서 비롯한 ‘도살풀이춤’으로 액(厄)과 살(煞)을 쫒는다. 긴 천을 늘어뜨린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그려지는 아름다운 곡선과 아련한 몸짓에 담긴 간절함이 특징이다.



5장




5장 ‘제천’(祭天)은 부족사회에서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춤으로써 재현한다. 섬세한 감정이 담긴 남녀 이인무가 하늘을 숭배하고 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춤으로 이어진다. 남녀 이인무에 송설·이요음, 이석준·박수윤이 더블 캐스팅돼 냉정과 열정의 감정을 펼친다.

6장 ‘제전’(祭典)은 무용수들의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장이다. 원시적인 춤과 몸짓을 다양하게 재조합해 10여 분간 격정적인 동작들이 휘몰아친다. 윤성주 안무가는 6장 ‘제전’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장면’으로 손꼽는다. 절제되고 단순한 무대 위, 폭풍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오롯이 무용수들의 힘이다. 원시 제전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시대를 뛰어넘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강렬한 기세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7장




7장 ‘춘앵’(春鶯)에서는 조선시대 순조 시절 효명세자가 1828년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일을 축하하며 만든 ‘춘앵무’가 펼쳐진다. 따뜻한 봄날, 버드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꾀꼬리의 모습에서 착안한 춤으로 궁중에서 자주 연행되었다. ‘제의’에서는 ‘춘앵무’의 중심 동작을 가져오되, 임신부의 모습을 한 무용수가 등장해 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를 잉태한 여인의 춤은 모든 것이 소멸한 후 재탄생하는 순환을 의미한다. 인체가 지닌 아름다운 곡선에 담긴 춤으로 영원히 순환하는 생명의 안녕을 기원한다.

마지막 8장 ‘64괘’(六十四卦)는 현세와 태초의 순간이 다시 마주하며, 견고한 순환의 고리를 완성한다. 탄생하고 소멸하며 순환하는 우주의 원리를 64괘로 풀이한 동양사상을 담고 있다.

‘제의’는 1장부터 8장까지 유교의 일무, 불교의 작법, 토속·무속신앙의 도살풀이춤, 제전의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몸의 언어까지 서로 결이 다른 의식무용들이 기계적인 나열을 넘어선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촘촘하게 엮여있다.

현대적이며 동시에 원시적인 ‘제의’의 음악은 세계 유명 안무가와 협력하고 있는 음악감독이자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가 맡았으며,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가야금 박순아, 타악 고명진, 피리 박지하, 보컬 김보라가 라이브 연주에 참여한다. 전통 구음과 재즈 창법을 혼합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신선함과 신성함을 극대화한다. 무대미술은 인간과 자연의 존재를 체계화한 동양사상 주역의 64괘를 현대적으로 시각화해 ‘제의’의 기운을 완성한다. 빛과 무용수의 정교한 짜임으로 만든 64괘 문양과 8미터 높이의 대형 벽체에 새겨진 주역의 기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이 아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만큼 무대와 조명을 수정·보완하고 캐스팅에 변화를 주었다. 박기환은 무대를 장악하는 기품으로 솔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송설·이요음, 이석준·박수윤이 남녀 이인무를 맡는다. 또한, 국립무용단 젊은 무용수들이 대거 합류해 에너지를 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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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제의’
2021년 4월 3~4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티켓: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75분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

예술감독: 손인영
안무: 윤성주
조안무: 김미애, 송설
음악감독: 박우재
무대디자인: 이종영
조명디자인: 원재성
의상디자인: 한진국
거문고: 박우재
가야금: 박순아
타악: 고명진
피리: 박지하
보컬: 김보라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