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2013 한국무용 창작산실지원사업 포럼 발제문
한국무용 재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창작산실 사업에 대한 춤계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2월 5일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주최한 포럼(국고지원 창작산실 지원사업, 이대로 좋은가?)에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무용 부문의 창작산실 사업을 주관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2월 27일 한국무용의 종합적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창작산실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한 의견 제시와 함께 한국무용 창작의 미학적, 사회적 관점의 차원에서도 심도있는 토론이 있었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문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종합발제] 한국무용 발전을 위한 종합적 진단

새로운 창작 주체의 탄생이 필요하다

 

이지현_춤비평가

 



"돈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예술은 뒷문으로 나간다"
 

 


序. 들어가기 전

 이 글은 ‘한국무용 발전을 위한 종합적 진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사안의 크기가 이 자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필자 개인의 역량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비평가로서의 고민과 관찰이 포럼의 표제인 ‘한국무용 재도약을 위한 발전방향’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리 다르지 않기에 종합발제의 제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무용은 안팎으로 도약을 요구 받고 있는 듯하다. 창작춤이 부흥기를 거쳐 소강상태를 맞이하면서 정체기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문화부의 ‘창작산실사업’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3부문에서 치러진 직후, 한국무용 분야의 창작산실 사업이라는 계기를 통해 만들어진 이 자리는 오랜만에 한국춤 만을 따로 놓고 그 발전적 전망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는 반가운 자리임이 분명하다.
 ‘신무용’이 일본에서 들어온 용어이기는 하지만 우리 춤의 역사에서 한 시기와 양식을 명명하는 고유명사의 기능을 하는 것처럼, ‘창작춤’ 역시 7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 한국전통춤을 익힌 안무가들의 현대적 창작품을 묶어낼 수 있는 용어로 무리 없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후 굳이 ‘창작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의 모든 현대춤을 아우르는 ‘한국현대춤(Korean Contemporary Dance)1)’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은 창작춤이 자연스런 성장을 통해 하위 장르 구분이 불필요할 만큼 현대성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 측면과 독자적으로 범주화될 수 있었던 담론과 활동기반을 잃어버린 상태를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논란이 될만한 양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간 많은 한국무용가들이 스스로 창작춤으로 불려지는 것을 굳이 원치 않았다는 것을 통해 그들의 자의식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외부자의 시선으로 볼 때 안타깝게도 아직은 한국현대춤 안에 구분 없이 넣어 버리기에는 그리 흔쾌하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춤장르 내 3분법 폐지 논의’는 멀리는 대학교육과정에서 편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공연 창작의 현장에서는 구태의연한 개념으로 보고 폐지를 주장한, 상당히 오랫동안 형성된 공감대를 갖고 있다. 또 최근에는 국립현대무용단 발족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립단체들을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하는 국립발레단 외에 국립무용단으로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통합해 컨템포러리 댄스를 창작하는 단체로 통합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 창작산실사업이 3부문이 독립해서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짐으로써 3분법 논의를 거꾸로 돌린 듯한 지금의 상황은 현장에서 비평을 하는 감각으로 봤을 때 역설적이게도 긍정적이다. 우선 통합되기에는 창작의 춤언어가 아직은 안무가의 춤배경에서 그다지 확장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현대춤 안에 창작 한국춤을 넣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바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현대춤 전공자들이 한국적 요소들을 사용하는 전통에 대한 구심적 흐름과 한국춤 전공자들이 한국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보다 현대적인 창작에 초점을 두려는 전통에 대한 원심적 경향을 2000년대 들어 뚜렷한 징후로 포착한 바 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구별이 안될 정도로 현대춤 안무가들이 춤 양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이 둘을 구분하는 별도의 개념어는 그다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을 더 두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고, 그렇게 된다 한들 역사적 관점에서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도 하나의 표상으로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는 ‘전통 계승’, ‘전통의 현대화’의 주체로 존재해왔던 한국춤 전공자들의 역사적 존재성을 부인할 수 있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여 이 글은 우리 춤의 역사 속에서 안무가로서 출발과 사명이 다른 일군의 그룹이 있으며 그들이 전통을 근간으로 현대적 창작작업을 지칭할 개념을 전제로 전개될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
1) 필자는 한국 전통춤을 교육배경으로 갖는 안무가들이 현대적으로 창작한 춤을 지칭하기 위해 ‘한국창작춤 Korean ChangJak Choom’을 사용해 왔으나 요즘은 ‘한국현대춤 Korean Contemporary Dance’에 흡수되어 불리길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영역을 할 경우 앞의 내용을 적확하게 담아내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기에 ‘한국현대춤’을 사용하는 경우에 하위범주로 ‘전통 기반 tradition-based’ 한국현대춤과 ‘서구 기반 western-based’ 한국현대춤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 창작춤의 주체

 창작춤이 태동할 수 있었던 물적 기반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는 정규교육을 통해 무용전공자가 배출되게 된 것과 관계가 깊다. 서울예고 무용과와 서라벌예대가 1957년에, 이화여대가 1963년에 무용전공자를 뽑음으로써 보다 전문적인 고등 대학교육을 받은 일정한 인원의 한국무용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그들이 1976년 창무회 등 민간에서의 창작중심이 된 대학동문 무용단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갖게 된다. 둘째는 1962년 국립무용단 창설과 74년 서울시립무용단의 창설이다. 국, 시립무용단은 그 후 문일지, 배정혜, 김현자 등이 단장을 역임하면서 민간보다는 공적인 명분과 안정적 기반 속에서 창작춤에 매진하게 하는 시기를 열게 된다. 또 세번째 기반은 1972년 문예진흥법이 제정되고 74년에 문예진흥원이 설립되면서 공적 예술지원이 정책적으로 안정된 것이다. 이는 무용계의 경제적 취약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게 하여 1981년에 100건이었던 공연건수가 83년에 200건으로 증가하는 등의 공연 활성화를 일으키게 되고, 1979년 국가시책으로 시행된 대한민국무용제 역시 대극장 무대에서 완성도를 갖춘 대작 공연 창작에 강력한 자극제 역할을 하게 되는 등 공적 지원금이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 3가지 기반 형성에 힘입어 김매자, 배정혜, 김현자, 문일지 등 창작춤 1세대의 화려한 창작활동이 시작되게 되고 이들의 아카데미 개설과 소극장 실험공연 등을 통해 창작춤 2세대들이 활기차게 훈련되고 성장하게 된다.
 한국무용을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가르치게 된 것은 60년대 이전까지 민간의 무용연구소에서 개인 사사를 중심으로 전수되던 춤교육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육을 받은 지성을 겸비한 무용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그 중 일부가 대학이나 국, 시립 무용단에 자리를 잡으면서 교수와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창작단위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한국무용 전공자들은 이전 개인 교습생들보다는 생생한 전통춤을 집중적으로 배울 기회는 적었지만 궁중정재, 1961년 제정된 인간문화재 선생들로부터 다양한 전통춤을 습득할 기회를 가진 동시에 공통교과로 현대무용과 서구식 창작훈련을 받게 됨으로써 한국춤에 있어서 새로운 창작주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2. 창작춤의 최근

 대한민국무용제가 명실상부 대극장에서 공연될 수 있는 창작품에 대한 강한 물질적, 정신적 동력을 제공해 준 이후, 무용계의 창작 환경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전까지 독무 중심이던 창작은 대극장을 채울 수 있는 군무 중심으로 대형화되기 시작했고 공연시간도 30분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참가기준 역시 개인이 아니라 단체이어야 참가자격을 부여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민간의 동문 무용단들은 더욱 활성화되게 된다. 1990년에 서울무용제로 개칭되면서 초기만큼의 관심요인은 축소된 감이 있지만 지원금은 초기 2천만원에서 현재 3억 5천만원으로 증액된 것만큼이나 창작을 진흥하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도 관심을 끌만한 격을 갖춘 창작춤 작품들은 서울무용제와 창작산실 사업, 그리고 국립무용단의 신작이었던 것을 보면 국가의 정책이 대작의 창작에 얼마나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창작춤, 즉 한국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들의 예술적 상황은 어떤가. 작년 서울무용제의 경연대상 부문은 이례적으로 8개의 작품 중 6개가 한국무용으로 압도적으로 한국무용 강세의 해였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민간에서 창작춤을 이끌었던 창무회와 리을무용단이 나란히 의욕적인 신작을 냈으며, 국‧시립무용단 출신이거나 현재 시립 예술감독이 출품을 하는 등 마치 창작춤의 새로운 부흥기를 예고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창무회의 <꽃, 제비노정기>는 분단 상황을 소재로 한 사회성 있는 작품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했으며, 리을무용단의 <구부야! 구부구부..>는 아리랑을 주제로 민족 정서를 세련되게 무대화하였는가 하면, 김선정 무용단은 그간의 무용극 형식을 집대성하여 스펙터클과 긴장감으로 힘있게 무대를 채웠다.
 창작산실을 통해 우수작품에까지 오른 강미리의 <처용, 세상의 빗장을 풀다>는 처용무 속에 녹아 있는 오행과 합설의 원리로 무대를 채우고 서양음악을 집요하게 사용함으로써 동작의 현대화를 과감하게 실험하였으며, 장유경의 <푸너리 1.5>는 별신굿의 푸너리 장단 연구를 통해 현대적 삶을 무대 위의 제의로 재현하였다. 안덕기의 <포구 ROCK>은 궁중무인 포구락을 기반으로 놀이성을 살리는 젊은 감각으로 과거의 문법을 벗어나 현대적 무대를 보여주는 등 전통과 현대 무대를 연결하려는 새로운 실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립무용단의 <묵향>은 그간의 창작춤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의 신호탄으로 볼만큼 신선한 것이었는데, 최현의 작품을 텍스트로 하여 정구호의 무대와 연출에 힘입어 간결함과 청아함을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무대를 만들어 한국춤의 미학적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제시를 하였다.
 최근에 발표된 위의 작품들을 통해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발전적 징후는 ‘전통’을 현대화하는 방식의 다양성이었다. 각 무용단과 안무자의 역사와 특성에 맞게 전통에 대한 고민은 다양하게 무르익어 있었으며 꽤 미학적 안정성까지 도달한 작품이 있기도 하였다. 그간의 정체기가 내적 역동성을 갖고 있는 시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긍정적 결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흡한 지점은 다른 현대 작품에 비해 하나의 공연물로서의 재미와 흡입력은 확연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통에 기반했다는 의미 외에는 극도의 모호한 추상성, 편향된 정서의 과잉, 일, 이십 년의 시간을 돌려 놓아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과거 스타일의 획일적 반복의 문제는 ‘동시대성’ 앞에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3. '전통': 또 굿이야?


 해방 후 식민문화 청산과 민족문화 창조는 우리 예술계에서 장르를 초월한 공통된 담론이기도 했으며 그 담론은 반식민 민족주의로 개념화되었고, 분단 이후 독립된 정치체제를 꾸리면서는 전통문화를 복원, 계승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기조가 되었다. 그만큼 ‘전통의 현대화’는 우리에게는 사명이자 임무였다.
 무엇인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에 대한 결핍감일 경우가 많다. 우리 역사 속에서 ‘전통’은 단절과 말살이라는 치유되기 어려운 과정에 대한 강렬한 복구 의욕 같은 것이 스며있는 것일 것이다. 서구의 예술가들은 전통을 극복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이유인 것처럼 선대의 업적을 개성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전통을 기반으로 더욱 과감하게 극복한 결과가 다시 전통이라는 거대한 틀에 흡수되어 버려 전통과 창작은 하나인 듯 둘인 듯 구분하기 어려운 관계이지만, 근대를 수동적으로 맞닥뜨리게 된 우리의 경우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를 역사적 사명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나 창작에 규범이나 제한으로 요구될 경우 창작자에겐 일정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거대 담론은 개별화하여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구체적 방법론을 도출해 내기도 쉽지 않다. 바로 이 측면이 지금 창작춤이 흔히 보여주고 있는 추상성, 획일성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전통을 기반’으로 하라는 지침은 한국춤 전공자들의 몸 속에 이미 녹아 일체화되어 있는 것을 지칭하는 것임에도 오히려 형식이라는 것으로 타자화되어 추상적인 것으로 모호하게 드러나기 쉽다.
 지금에 있어서 ‘전통’ 담론 자체에 문제 제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랫동안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표상화되어 버린 우리 역사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한계인 ‘형식에만 머문 전통의 현대화’, ‘나의 전통도 타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어버린 오류’ 등은 다시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 우리가 몸으로 기억할 수 있는 삶의 흔적과 더불어 엮여 있는 전통인지를 살피고, 그것을 지금 내 삶에서 해석해 낼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따져 보는 창조를 위한 새로운 태도가 필요한 때이다. 한국춤 전공자들이 자신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굿, 정재, 교방춤, 불교의식무 등의 형식을 똑같이 배우는 데 투여하는 시간을 덜어내어 그것이 지금에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실험을 하는 데 애정을 쏟는 것도 전통 담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4. 새로운 주인공을 위한 솜씨 좋은 배려가 필요한 때


 한국춤 전공자들의 하루는 어떨까? 배워야 하는 종목이 욕심을 내자면 한도 끝도 없는 상황, 가르치기 위해 배우고 배우기 위해 가르쳐야 하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순환의 고리, 게다가 한번 배운 것도 수행처럼 평생을 해야 참 맛을 낼 수 있다는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숙명 같은 춤.. 그들이 춤을 그만두지 않는 한 춤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결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스승을 모셔야 하는 도제문화까지 보태지면 창작자의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전통에 깊이 얽매이면 분방한 창조를 하기 어려워지는 원리와 같다.
 중세에 장인들의 기술을 전달하고 보호하기 위해 도제제도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으나 그들은 성장하여 자신들만의 전승내용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육성하고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길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춤의 도제제도는 문화재 제도와 착종되어 몇몇의 스승들만으로 집중되어 자연스럽게 길드로 성장하지 못하고 영원한 도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성장적인 관계의 굴레가 되어 있다. 그것이 대학문화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양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슬픈 상황이라면 더 슬픈 상황이다.
 한국춤 전공자들의 이런 문화와 풍토는 그들이 현대적 작가로 탄생하는 데 강력한 걸림돌이 된다. 대학 무용과가 창작자, 안무가, 작가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대학교수 예술가 몇 명을 배출하는 데 그친 채 방향을 잃고 몰락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더 이상 대학은 창조적 예술가의 배양소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기대를 안고 탄생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무용 전공의 사회적 역할 실패를 보면 더 분명하게 대학이 현대적 안무가로서 한국춤 전공자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작품활동을 하는 대다수 한국춤 안무가들은 중견을 넘어 노년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을 40-50대 차세대 한국춤 안무가층은 현대무용에 비해 매우 적고 불안하다. 그 다음 세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양적인 문제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대로 그들의 의식 역시 장르적 특성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창작 앞에선 미약한 정체성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한국춤 전공자들이 동시대 안무가가 되기 위해선 ‘전통담론’의 부담을 현명하게 해석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몸에 담고 있는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료로서 전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전통을 되새김질하여 지금의 내 삶과 유리되지 않는 것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내 것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볼 줄 아는 자긍심(自矜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서 하게 하는 자발성(自發性)이 도와야 하며 그 과정을 안정되게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刺戟)자양분(滋養分)이 공급되어야 한다. 현재의 미약한 주체들의 예술적 체력을 강화하여 새로운 창작 주체로 키우는 것이 창작 한국춤에서 시급한 사안이다.



結.


 문예연감에 의하면 2005년 무용공연 횟수는 2234건으로 2047건(2009년)보다 많다. 물론 공연 건수는 2005년 1115건에서 2009년에는 1203건으로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이후 1206건(2010년), 1170건(2011년)까지 보면 공연건수는 평균 1193건으로 약간의 증가세 속에서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연건수가 1년에 1000건을 넘는다는 것은 공연 횟수로 따지면 약 2000건이 넘는 것으로 평균 하루에 5-6건의 공연이 벌어진다는 것이고 이를 현실에 반영해 공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절기를 제외하고 다시 평균을 내보면 하루 6-7건의 공연이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 독립무용단체의 공연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하고 볼 때, 이들 공연이 매년 일정 평균치 수준에 있다는 것은 국고와 지자체의 공적 지원금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인풋과 아웃풋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원금에 의해 진행되는 공연의 문제는 객석 점유율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예술 보호 차원의 지원이 가장 딜레마로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공연은 그저 별탈 없이 치러지면 된다. 객석이 가족과 지인들로 차든 아니면 텅텅 비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공연 당사자 역시 관객으로부터 수입이 결정되지 않으므로 애써 고민하지 않게 된다. 이런 환경은 더욱더 관객을 고사시키고 공연은 중요한 상대 축인 관객의 반응 없이 공회전을 하게 된다. 창작의 물질적 조건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나 티켓 판매로 확인되어야 할 공연(公演)의 대중성(popularity)과 공공성(public)은 소실되어 간다. 이것이 바로 돈이 앞문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진정하게 관객과 나누어야 할 예술이 뒷문으로 나가는 한 예이다.
 한국창작춤의 현실에서 볼 때 2013 창작산실사업은 한국창작춤의 강점과 약점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점검하게 해주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산실사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창작주체를 보호 육성하는 일과 관객과 관객으로부터의 반응을 창작자와 잘 연결시키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관객이라는 동시대인들의 상태와 감성은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환경이고 소재이며 동력이다. 관객에게 많이 보여주고, 관객과 공감하고 관객과 갈등하면서 창작이 성장해야 한다.
 거칠게나마 창작춤의 현실을 둘러보았다. 한국춤 창작 현장의 내부에서 어느 정도 무르익은 예술적 열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이 때에 산실사업이 창작춤에 재도약 의지를 자극해 주려면 이 창작 주체들이 창의적인 체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각도의 세심한 배려를 통해 이들을 성장시켜야 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관객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을 통하여 춤과 관객을 다각적으로 만나게 하여 관객 있는 창작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수공연은 전문가들이 뽑은 우수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전문가의 시선이 균형적으로 판단한 우수공연이 되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외에 세대별 창작주체의 성장을 위해 공모의 영역을 세대별로 구분한다든지, 현대무용 안무가나 전통춤 전문가가 창작춤 안무가 중심으로 합동팀을 만들어 춤장르 내 협업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되리라 본다. 안무가의 1인 체제에서 안무를 보다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는 팀 체제로의 실험도 현대적 작업방식으로 의미 있을 것이다. 다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발제 1]



현대무용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현대 한국무용'

 


안애순_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세계화의 시대, 현대 한국무용 혹은 한국적 현대무용이 지니는 동시대성

 현대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컨템포러리에 대해 ‘동시대에 존재하면서 동시대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자신의 시대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했다. 예술에서의 컨템포러리 역시, 자신이 속해 있는 시대에서 자기객관화의 과정을 통해 다시 자기세계를 뒤돌아보는 반성적 능력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춤의 현대성(Contemporary)과 현대춤의 한국화라는 이슈는 동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의 예술가라는 주체의 관점에서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초기에 해외의 주요 경향과 스타일을 답습하고 일방적으로 수용한 한국 현대무용계는 그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한국적 컨템포러리 댄스’를 과제로 내놓기 시작했다. 전통에 대한 탐구와 이것의 현대적 실험과 시도를 통해 ‘전통의 현대적 수용’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으며, 다원주의와 혼종, 통섭 등 예술에서 대두되는 개념의 트렌드화 앞에서 춤의 원초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했다.
 한편, 한국무용계의 경우 전통에 대한 보존과 전수의 작업과는 별도로 ‘한국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창작춤’이란 미션을 오래 전부터 표방하고 있다. 한국창작춤은 한국무용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동시대 예술로서 무대에 올리는 창작적 측면을 고려하면 컨템포러리 댄스, 즉 시대적으로 오늘의 춤(한국적 상황에서 도출되는 특별한 춤)이라는 관점에서 본격적인 수용과 그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창작무용과 현대무용의 경우 ‘한국적 창작춤’이라는 공통된 미션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본적 춤사위만을 토대로 춤의 장르를 엄격하게 구분한다라는 것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예컨대, 서구 극장무용의 대표적 예술형태인 발레를 보면, 컨텀포러리 발레와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대무용’이라는 개념이 서로 같은 집합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레’는 더 이상 집요한 발의 턴아웃과 쁘띠빠식의 극적 구성이 완벽한 작품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을 가진 극장식 무용작품을 지칭하는 광의적 의미로 확장된 지 오래이다. 실제로 마크 모리스처럼 ‘현대무용의 마지막 기수’ 혹은 ‘포스트모더니스트’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에도 ‘발레’라는 이름이 붙고, 아프리카의 민족적 정서와 춤양식을 무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무용단의 이름은 ‘레 발레 아프리캥”(Les Ballets Africains)이다. 1952년 설립되어 아프리카 문화를 소개하는 예술적 대사 역할을 자처하는 이 단체의 캐치프레이즈는 ’현대 세상을 위한 아프리카 문화‘(African Culture for Modern World)이다. 즉, 발레조차도 서구식의 가치관과 미학, 사회적 양식을 반영하는 ’민족춤‘으로 보는 서구 미학의 프레임에서 본다면, 무대예술춤의 경우, 민족성이나 내셔널리즘은 한 예술장르의 진화단계에서 당연히 드러나는 성격으로 해석되며, 그것이 하나의 창작물로서 동시대에 예술작품으로 올려질 때는 그 작가, 혹은 작품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지닌, 컨템포러리 댄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한국성'이 나기는 과제

 현대무용 안무가로서 나의 작업은 ‘한국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정 현대안무가의 스타일을 표방하는 양식화된 ‘모던 댄스’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의 무용계에서, 예술가로서의 나의 실험은 춤매체의 본질인 몸과 움직임에서 시작되었고, 특히 한국 전통의 몸짓을 이미 형식화된 한국무용에서 찾기보다는 불교 연희, 굿, 한국인의 일상적 몸짓 등 원초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한국적 현대무용’에의 추구는, 전통을 창작의 모티브로 삼는 동시에, 지금 동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현대무용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동시대성을 표방하고 있다. 즉, 한국적 춤의 근원을 현대적 관점에서 탐험함으로써, 무용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시간성을 지니게 되었으며, 이러한 작업은 ‘한국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넘어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컨템포러리 무용으로 해석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한국창작무용과 현대 안무가들이 모두 찾고 있는 ‘한국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에르만이라는 인류학자는 민족성을 “현재에 존재하는 역사적 순간을 잡아내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즉, 한국성이라는 것은 과거라는 시간성에 국한된 집착적인 회귀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현재에 존재하는 ‘동시대적’ 성격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 문화적 전통의 반영과 함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현대예술로 부토를 들수 있다.
 부토 창시자인 히치카타 타츠미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지식인들의 좌우의 갈등 구조에서 탈정치, 탈서구화의 전형을 무대예술로 제시하는데 바로 그것이 ‘부토’라는 형태로 규정된다. ‘살아있는 시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일방적으로 보여지고 대상화된 몸이 아닌, 실존적이고 본질적인 몸 (“꽃을 표현하지 않고 꽃이 된 몸”/오노 가즈오)은, 서구 사회에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부토의 예술적 생명력은 최초의 표현양식이나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2세대, 3세대로 진화하며 일본을 넘어 타국의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타이완 출신의 현대무용가 린화민의 작업들도 서구적 극장 양식에 들어간 동양철학을 현대무용으로 제시함으로써 서구적 현대무용과 차별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동양적 미학 담론 제시에 성공을 거둔 사례였다. 린화민은 노자의 도덕경을 다룬 작품 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린화민이 타이완의 역사나 정체적 현실 등 자기 민족, 언어에 대한 집중이 강하고 주로 타이치로 단련된 무용수들 사용하는 데 반해 최근 하이라이트를 받는 셴웨이의 행보는 좀더 주목할 만하다.
 셴웨이는 1968년 중국 출신으로, 세계 유수의 예술가상을 섭렵하고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즈로부터 “우리 시대 최고의 예술가중 한 명”으로 뽑힌 인물이다. 그는 후난성의 한 작은 마을에서 경극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서양 시각예술을 공부하고 현대무용에 입문하게 되었다. 1995년 뉴욕에 온 후, 그는 동서양의 이미지와 철학을 교차시키는 강렬한 신체의 이미지의 사용으로 뉴욕을 비롯,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 타이치로 단련된 동양무용수를 고집하는 린화민과 달리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무용단에서 보여지듯, 그의 창조성은 단순히 춤에 동양적 철학이나 이미지에 집중한다기보다는, 그의 작품자체가 신체, 전시, 인스털레이션, 음악 등 다양한 문화와 문명, 인종, 탐험의 결과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기의 운용과 호흡없이는 움직임을 할수 없다는 동양적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그의 작업은 95년 도미 이후 서구화된 자신만큼이나 동시대적 관점에서 안무, 회화, 음악 등을 융합하고 있다.
 이상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오늘날의 춤’으로서의 한국창작춤, 혹은 한국 현대무용의 방향은, 단순한 민족적 정체성 확보의 차원이나 이상화된 한국의 과거성, 혹은 서양철학에의 대안으로서의 동양철학에의 강조보다는, 현재에 존재하는 역사적 순간을 잡아내는 동시대성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터 벤야민은 “과거는 기억의 대상이기 때문에 흘러가버린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열려있는 미완의 것이다”라고 했다. 즉 역사란 지금 시간, ‘인식 가능한 현재’가 핵심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창작무용이라는 거대한 주제는 단순한 동작의 특성이나, 특정한 한국적 소재에 대한 집중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인의 삶의 태도와 형태등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성’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발제 2]

한국창작무용의 국제지위 향상을 위한 제언

 


김매자_창무예술원 이사장




​"한국춤의 현대화", "현대춤의 한국화"

 나는 창무회를 창단할 때부터 한국의 춤은 우리가 처해 있는 시대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가능한 살아 있는 몸짓을 보여주자 역설했다. 오늘날의 현대적 정서를 구현하고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전통무용이나 신무용과는 다른, 창조적이며 객관적인 춤사위 개발과 춤의 종합예술로서의 기능 확보 등으로 “이 시대의 춤을 추자”라는 기치를 걸었었다. 또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서양적 테크닉이나 안무 형식을 한국적 전통 속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전통적 역사성을 현재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지금의 한국춤, 즉 나의 춤을 보고 어떻게 세계 보편적인 공통감을 느끼는지를 현지 평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하자.


 

 



 국내의 경우 채희완 교수는 한 평문을 통해 “김매자 춤을 한국춤의 전통성과 근대성과 현대성을 역사적으로 되짚어 볼 수 있고 ‘한국춤의 현대화’ 및 ‘현대춤의 한국화’의 결합으로 요약할 수가 있고, 바로 이로써 한국춤의 역사에서 볼 때 근대를 넘어 현대시기로 들어서는 계기를 이루었다”라고 평가했다.
 김태원 평론가 역시 내 <춤본> 공연 후 “한국춤의 현대화 혹은 현대춤의 한국화라는 두 기류를 일견 명쾌하게 제시했다. 김매자의 춤동작은 우리 전통춤의 원형을 보존, 모형화하려는 노력과는 달리 나에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현대성은 전통춤 동작을 분석적으로 보려고 하는 개인의 의식이 춤 움직임에 수반, 투과되었음으로 해서였다”라고 분석했다.



춤미학의 근간


 내가 춤을 추거나 안무할 때나 항상 나의 예술정신을 지탱해주고 몸으로 느끼며 나의 춤의 철학의 기저를 이루게 해준 한국춤의 특성과 정신은 흩어져 있고 분열되어 있는 인간의 활동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해서 춤사위 하나 하나에 힘이 응축되어 있고 또한 구성에서도 힘을 응축시키는 구조적 틀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춤은 정적이다, 혹은 신명의 춤이다 라고 말한다.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눈물에서 웃음으로 나아가는 바로 그런 예술 충동이다. 한이란 것을 웃음이나 여유, 해학으로 바꿔놓는 좀더 현실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역동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 해방의 춤이라고들 표현한다.
 또 한국춤은 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적 자연 속에서 살아온 한국적 삶의 자연합일의 선이 몸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춤은 ‘손 하나만 들어도 춤이 된다.’ 이 뜻은 수많은 움직임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집중하여 완결시킨 경지를 가리킨다. 즉, 사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춤으로 가장 간소한 형태에서 가장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가장 적극적인 것을 전개하는 본질적인 것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표현 형태는 정신적 삶의 고행을 겪은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엇박을 탄다’라는 말도 일정한 질서 속에서의 이탈이며 평상적 흐름에서의 바뀜이다. 이것은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전체를 한 번 바꿔놓는 은근한 바꿈이다. 인위적임을 거부하는 꾸밈 속에서 새로운 일상성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장단을 먹는다’라는 이 순간이야말로 모든 것을 없애주는 순간이다. 동양회화에서 여백에 해당하고 한국음악에서는 음과 음 사이에 빈 시공간을 채워주는 농현이다. 즉,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하나로 집중된 선, 집중된 음, 집중된 동작이다. 또한 맺힌 것을 풀어주는 이완일 경우도 있고 풀린 것을 맺어주는 긴장일 경우도 있다.
 또한 한국인의 몸에 대한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사상은 땅에 대한 집착이 컸고 씨족에 대한 보존의식이 컸으며 ‘하늘님’이라 칭하는 것은 천(天)이라 하여 통치자를 하늘이라 믿게 했다.

 즉 땅에 대한 집착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는 정신적 기조에서 자라온 정신사상이다. 모든 춤 역시 땅에 대한 집착으로 땅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하늘 지향적이고 천상적이다. 나는 춤이란 삶의 경험과 생활에서 느끼는 여러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춤의 특성을 해외 평론에서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평문들을 보면 한국춤의 특성과 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현상들과 삶의 정경이 묻어나오고 관습적으로 내려온 사회성이 숨어 있는 것을 외국인의 눈으로도 충분히 읽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무용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모든 예술은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그 위치한 공간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싹트는 것이며 일찍이 그것이 생겨난 사회적 배경을 벗어나서 이룩된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먼저 이해하고 이를 춤에 녹여내어 동시대성을 획득하지 않는다면 죽은 춤이나 다름없다. 동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는 춤은 박물관의 박제된 유물일 뿐 동시대인의 공감을 얻을 수도 널리 확장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서는 전통의 무작정 안주나 무비판적 긍정이 아니라 도전적인 실험 방식을 가지고 새로이 접근하며 전통의 재현이 아닌 재창조로서 오늘날 전통춤을 이해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과 춤이 어떤 정신적 유대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연결고리는 바로 현대화된 한국춤과 한국화된 현대춤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현대화된 한국춤과 한국화된 현대춤이 만나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때 한국무용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발제 3]



한국무용분야 신진 안무가 육성을 위한 제언

 


이경옥_안무가



1. 안무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유형 및 예시 프로그램

  1) 프로그램 유형
  - 인력양성형 / 해외 진출형 / 작품 개발형

  2) 국내 예시 프로그램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 공연예술 프로그램 특성화 사업 무용분야 ‘안무가 집중육성 지원사업’
  - 문예진흥기금 별도공모사업 ‘차세대 안무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 LIG 아트홀 ‘레지던스-Ⅰ(인큐베이팅 레지던스)’
  - 창무예술원 ‘U-DANCE FESTIVAL’
  - 이경옥무용단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한국춤 발전소)’

  3) 해외 예시 프로그램
  - 프랑스 르와요몽(Royaumont) 재단 ‘트랜스폼(Transforme)’
  - 미국 아메리칸 댄스 인스티튜트 ‘아메리칸 댄스 인큐베이터’



2. 이경옥무용단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한국춤 발전소)’


 청춘과 젊음, 꿈과 열정, 실험성과 완성도를 꿈꾸는 젊은 안무가들이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을 운영하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 한국춤 기초를 견고히 하고 움직임, 연출, 음악, 기술 각 분야의 멘토링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춤의 미래를 튼튼히 하기 위한 신세대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이다. 위의 프로그램 유형 구분에 따르면 인력양성형과 작품개발형의 혼용적 인큐베이팅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한국춤 발전의 원동력인 신진 안무가들의 기량을 튼튼히 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독립된 안무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안무가들의 소양 및 역량 강화부터 안무의 시작, 무대화까지 각 분야 전문 멘토와 무용 전문가들이 함께 하였다.
 한국춤 유일의 안무가 인큐베이팅으로서 신진 안무가를 육성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단순한 공연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으로 공연을 만들고 현장 스태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현장성과 경험이 부족한 신진 안무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한국창작춤 장르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며, 멘토들을 무용계만이 아닌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대하여 더욱 풍성하고 객관적이며 보다 더 현장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공연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꾸는 신진 안무가를 발굴하고 육성함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의 성장·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통해 우수 공연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연계에서는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체마다 ‘인큐베이팅-신인’이 화두이다. 서강대학교 메리홀은 국내 대학극장 중에서 유일하게 상주 예술단체를 가지고 있다. 대학극장은 비상업적이면서 기본에 충실한 예술교육적 환경 속에서 전문 스태프, 그리고 전문 예술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신인들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이다.
 무용수들과 스태프 등 예술 인적자원 있는 이경옥무용단과 서강대학교 메리홀의 연계 프로그램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신인들을 배출하고 또 그들이 작품을 만들어 순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개인 무용단인 이경옥무용단이 비상업극장인 메리홀을 만나서 예술현장의 연계를 통한 신인발굴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한 프로젝트이지만 힘든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함께 뜻을 모아서 진정으로 한국춤 분야의 신진 안무가를 육성하는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1) 한국춤 전공자들을 위한 자유로운 창작 환경
  - 자유롭게 사고하고 움직이는 독립된 안무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직 ‘한국춤’ 전공자만을 위한 신진 안무가들
   의 기량을 튼튼히 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춤 발전소의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
  -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 새롭고 실험적인 무대를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 노력한다.

  2) 한국춤 기본을 알기 위한 워크숍 교육 실시
  - 한국춤의 기본인 장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젊은 무용수들이 많다. 그렇기에 이번 제4회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
   전은 타악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여 한국춤의 장단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3) 분야별 세분화된 멘토 구성
  - 신진 안무가들의 작품 구성 능력의 향상을 위해 타 분야의 전문가들을 멘토로 초빙하여 현장성 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 움직임, 연출, 음악, 기술 분야의 멘토를 선정하여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넓은 시각과 객관적인 작품 보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4) 아티스트 창작 & 네트워크 장
  - 신진 안무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연을 함으로써 아티스트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극받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 연극연출가, 영상디자이너, 작곡가, 무대미술가 등의 자문위원과 멘토들로 운영됨으로써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자리가 될 수 있다.

  5) 성숙한 안무가로 성장하기 위한 소양 강화
  - ‘메리홀 한국춤 젊은 안무가전’은 안무가 선정 후 3번의 작품 프리젠테이션, 1회의 작품 쇼케이스(시연)가 있다. 시연
   을 통해 작가로서 안무가는 관객에게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구상능력과 전달력을 기르게 된다.
  - 조명, 음향 등 기술적인 측면을 극장 스태프와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스태프와의 소통 방법을 알게 한다.
   안무자가 극장에서 실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실무적 기회를 마련하였다.
  - 무대를 위한 지원 뿐 아니라 추후 성숙한 안무자가 되기 위한 내적 소양을 축적하기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느껴,
   이같은 측면의 지원을 더욱 연구 중이다.

  6) 작품 몰입을 위한 지원
  - 단독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 그대로 조명, 무대 디자이너와 여러 번의 스태프 회의를 통해 개별 작품 모두의 구성을
   충족시켜 주려고 한다.
  - 공연장 연습 사용, 스태프 인력 지원, 기획 홍보 지원을 통해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 소정의 안무비 및 제작비 지원을 통해 무대에 필요한 요소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현재 신진 안무가들의 모습


  1) 양적인 팽창
  - 졸업생은 많지만 질적인 한국 창작춤의 정체기
  - 일찍 선생의 품을 떠나 사회에 진출하는 바람에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충분한 실험·연구를
   거치지 못하고 결과물을 보여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 실험정신 도전정신 부재
  - 한국창작춤의 르네상스 70~90년대 이미 김매자, 문일지 선생 등은 왕성하게 현재보다 더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어
   왔다.
  - 시와 문학 등 타장르와의 협업은 이미 과거에 더욱 센세이셔널한 무대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더 많은 기회와 인적
   자원이 있음에도 오히려 감소하고 소극적이거나 전혀 새롭지 않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젊은 안무가들은 실험, 모험하지 않고 외국 것을 모방하거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의 작품을 선보인다.
  - 과거에 비해 진일보하지 않고, 현대무용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3) 한국창작춤에 대한 인식 부재
  - 가장 한국적인 것은 현재와의 조화이다. 현재를 알기 위해선 과거를 학습하고 반복하며, 변형을 통해 재구성해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답습이고 깨달음이며 그에 대해 변형 혹은 반성, 그리고
   계승해야 한다.
  - 1세대 창작춤을 잊고 현대춤만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를 주춧돌로 하여야 현대의 한국창작춤이 있는 것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줘야 할 것이다.

  4) 안무가로서의 무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
  - 과거 안무가, 예술가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대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였다.
  - 현재 젊은 안무가들은 작품 투자보다는 자신의 몫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 본인의 작품을 위한 무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

  5) 주제의 다양화를 위한 학습의 필요
  - 심오한 주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우리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다양한 주제를 만들기 위해선 다방면의 학습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소양, 예술학적 지식, 공연을 위한 다양한 지식
   이 필요하다.



4. 나가며


 한국춤의 앞으로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신진 안무가들을 육성하는 길이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지나간 선배로서, 선생으로서 조금 더 이롭고 도움이 되는 외적, 내적 도움을 줄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화려한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춤’의 내일이 밝은 미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춤의 미래, 신진 안무가들의 육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4.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