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렉나드 댄스 프로젝트 〈30년 전〉
학구적 시도, 그 뒤의 명암
장광열_춤비평가

 정형화된 패턴을 벗어난 춤 공연은 평자들에게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소재나 공연 양식의 새로운 시도도 그렇지만, 기획에서의 신선함 역시 시선을 잡아끈다.
 렉나드댄스프로젝트(R.ecnaD Dance Project)의 기획 공연 "30년 전"(7월 30-3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평자 30일 14시 공연 관람)은 타이틀에서부터 흥미를 유발시킨다. 제작진은 기획의 배경을 “30년 전의 한국 창작춤 모습은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적고 있다.
 젊은 무용인들이 주축이 되어 2009년에 창단한 이 댄스 그룹은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공연되어졌던 원로 무용가들의 두 편의 창작 작품을 모티브로, 두 명 젊은 무용인들이 새롭게 해석한 두 편의 새 작품을 선보였다.
 1987년에 초연한 채상묵 안무 <비로자나불에 관한 명상>을 모티브로 정지은이 안무한 <비로자나불(佛)에 관한 명상, 합(合)>, 1992년에 초연한 조흥동 안무의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한정미가 안무한 <강강, 두 개의 달>이 그것이다. 원작의 두 작품은 각각 대한민국무용제,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무대에 올려 졌던 작품들로 많은 무용수들이 출연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연은 두 작품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작의 리메이크 작업이란 점에서 보면 관객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작은 스크린과 화질이 크게 떨어지는 영상은 감상에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에 이 같은 시도는 원작이 그 만큼 오래된 작품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해 주는 역할도 한다.
 정지은의 <비로지나불(佛)에 관한 명상, 합(合)>은 원작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전편에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깔린 작품이다. 정지은의 새로운 해석 역시 시작과 끝 장면- 한 여인이 붉은 방석에 앉아 참선하는 모습과 그 방석을 가슴에 끌어 않은 채 암전되는 설정은 불교적인 분위기가 농후하다.
 원작에서는 불교적 상상력과 인간을 연결, 현실에서의 갈등을 극복 진리의 세계에 도달함을 주제 의식으로 표방했지만, 실제 작품은 승무, 나비춤, 법고 등을 중심으로 작법과 민속춤을 녹여내는 구성이었던 것에 비해 정지은의 해석에는 이같은 춤의 나열은 배제되어 있다.
 무용수가 붉은 방석아래 않아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과 스님의 독경소리는 그대로 불교적인 색채와 연계되지만, 안무자는 극장 전면의 좌우에 위치한 두 개의 문과 고무 밴드 등을 활용 공간을 구획하는 시도와 작품 후반부의 붉은색 LED 조명의 활용 등을 통해 시각적인 변화를 꾀했다. 아르코 소극장의 구조물과 조명을 활용, 주인공 좌우로 두 명의 남성 무용수를 배치한 구도는 극장예술의 묘미를 음미할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1명의 여성 무용수와 3명의 남성 무용수가 출연했지만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들 무용수에 의한 움직임의 조합보다는 주인공 여성 무용수를 중심으로 제의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주도했다.
 조흥동이 안무한 <강강술래>는 정신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한정미가 원작을 토대로 새롭게 해석한 <강강, 두 개의 달>은 원작의 그런 주제 의식이 작품 속에서 선명하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대신 강강술래에서 보여지는 놀이적인 요소들 그리고 그것을 연희하던 여성들의 애환과 정서가 담겨있는 여성성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노출된다.
 초반부와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단조로운 구성으로 표류하던 작품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조형적인 움직임 구성과 팔과 다리의 놀림을 통한 놀이적인 요소의 조합으로 한껏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정미와 4명의 무용수들이 밀착되고 떨어지고 하는 과정에서 강강술래에 담긴 많은 요소들이 새로운 움직임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원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다양하게 변환되는 무용수들의 군무와 청어엮기, 꼬리잡기, 기와밟기 등을 변형시킨 놀이적인 재미가 쏠쏠하다. 후반부 한정미가 보여준 다채로운 움직임 구성은 한정미의 안무가로서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옛 작품들을 토대로 분석, 탐구한 재창작 작업을 표방한 이번 시도는 제작진들의 의욕에 비해 허술한 면도 적지않게 발견되었다. 원작에 대한 연구도 부족해 보였고 특히 원작을 리메이커 하는 과정에서 그 범위나 원작의 틀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어 보였다.
 안무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무용인들에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을 기저로 한 작업은 수월한 면도 있지만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날 공연된 두 편의 안무 작품은 후자에 가까웠다. 젊은 무용인들에게서 보여지는 보다 자유로운 발상의 부재가 아쉬웠다.
 렉나드댄스프로젝트는 컴퍼니 결성 후 활동을 시작한지 3년이 채 안되었지만, 유망한 무용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다양한 기획 공연 등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객원 안무가 초빙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안무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이 병행된다면, 전문 무용단으로서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그들의 성장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2011.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