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속인터뷰_ 김성한 현대무용협동조합 이사장
열린 소통과 희생정신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 일    시
    2021년 5월 15일 오후 4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김인아_〈춤웹진〉 기자



김성한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이사장 ⓒ춤웹진




김인아: 〈춤웹진〉은 춤협동조합 관련 여러 단체를 찾을 계획입니다. 먼저 김성한 현대무용협동조합 이사장님을 모시게 됐습니다. 2017년, 10개 국내 현대무용 단체들이 손잡고 현대무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오는 6월 4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COOP-CODA(이하 쿱코다)’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한: 2014년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로 선정되면서 처음으로 대학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대학로를 벗어난 현대무용은 저희가 생각하는 현대무용과 달랐습니다. 처음으로 현대무용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현대무용이 추구하는 것도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관객 없는 공연, 마니아만 보는 공연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황미숙 선생님이 처음으로 협동조합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어요. 현대무용가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작업밖에 모르고 사회성도 부족하고 남하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이와 경험면에서 리더가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이제 더 이상 나 혼자, 개인으로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기존 활동하는 사람 위주로 또는 잘 믹싱을 해서 가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 여러 팀을 만났어요. ‘대중의 예술화, 예술의 대중화’라는 걸 내걸었지만 앞으로 현대무용 현장에 대해서 제안하고 같이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를 만들었습니다.
 ‘COOP-CODA’는 컨템퍼러리 댄스(contemporary dance)와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많은 분이 현대무용협동조합이라 부르시는데, ‘현대무용 쿱코다’로 불리길 희망합니다. 발레 STP처럼요. 10개 단체가 뭉쳤는데 아주 잘 맞아요. 나이대도 균형 있게 구성됐고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립할 때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고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로 있었기 때문에 극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어요. 창립식 할 때 약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를 와서 당황스럽고 놀랐습니다. 현대무용 단체가 뭉치는 것이 큰 의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이제껏 대화가 없었다는 생각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아무튼, 출범했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만드니까 기존의 것을 타파, 개혁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희는 정치에 관심 없고 오히려 지양합니다. 앞으로 이 현장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또 대중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죠. 각자의 단체들이 열심히 자기 예술 활동하고 우리가 뭉쳤을 때는 조금 희생을 해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순수예술은 버리면 안 됩니다.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창립식 현장




현대무용협동조합 대신 ‘현대무용 쿱코다’로 불러드려야겠군요. 지난 4년간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3개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습니다. 오랜 토의 끝에 나온 첫 작품이 〈가을운동회〉(2017)입니다. 가을 운동회에 대한 향수가 있잖아요. 운동회 컨셉으로 10팀이 합작해서 했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소위 대박 났었습니다(웃음). 지방 강동아트센터의 도움과 지방 몇 군데에서 공연을 올렸죠. 〈무용괴담〉(2019)은 지난해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계속 했을 텐데 취소돼서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일반 대중들이 충분히 볼 수 있고 이해하고 재밌어 해요. 협동조합 단체들이 뭉쳤을 때는 이와 같은 방향을 추구할 것 같아요. 아울러 제가 무용계 리더는 아니지만, 나이가 그렇게 돼가고 있어서 적극 어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시작〉(2018)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너무 순수 쪽으로 갔지 않았나 싶어요. 이상적인 작품을 만들었거든요. 무용수들도 뭉치고 다 같이 해보고자 했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내가 작업하는 무용수, 안무가가 아니어서 대화 시간이 많아야 했어요. 제작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든다고 해서 다 좋을 수 없잖아요. 세 작품을 했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용계 어른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그렇고 현대무용 쿱코다가 무얼 하고 있나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끼리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또 준비하고 있어요.

첫 작품 〈가을운동회〉가 소위 대박 났다고 하셨는데, 당시 호응이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그리고 우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얻었습니다.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이걸 넘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선이란 게 있잖아요. 이상 넘어가면 안 될 것 같고 너무 쉬운 것 같고 그 선을 지키려고 하다 보니까 안무가 사이에 논쟁도 있었어요. 관객이 좋아하고 현대무용을 쉽게 볼 수 있어야지만 그다음에 어려운 것도 볼 수 있어요. 관람 준비가 안 됐는데 갑자기 현대무용을 보면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죠.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중간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가을운동회〉




작품을 통해서 가능성을 발견하셨다니 좋습니다.
10단체로 출범했습니다만 단체들이 100% 다 참여하지 못합니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뭉친 건데, 현대무용 단체들이 대부분 개인이거든요. 어떤 단체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활동하지 않은 단체도 있고 연락이 힘든 단체도 있습니다. 손뼉 쳐주며 우리끼리는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정석순님의 프로젝트 S, 정수동님의 Soo d Art & Co 2팀이 합류합니다.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고 현장 중심에 있는 후배들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정석순 안무가와 정수동 안무가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현대무용 쿱코다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죠. 다음 주에 정식 환영회도 합니다.

지난 4년간 활동 가운데 특기할 만한 사업은 무엇인가요?
조합이라 하면 수익을 창출해서 조합원들에게 배분해야 하는데 의외로 원치 않았어요. 수익이 나면 힘든 현장을 돕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강하더군요. 제가 당황한 경우가 많아요. 지역에 학원들이 적지 않지만, 현대무용 교육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가 한국무용협회에서 현대무용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한국무용협회 지회나 지역 학원에서 무료로 워크숍 등 현대무용 교육 나눔 사업을 하려 합니다. 물론 강사한테는 강사료를 지급하고요. 현대무용 쿱코다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콩쿠르가 아니라 다른 나눔을 할 수 있는 콩쿠르도 하고 싶어요. 모든 이사들이 그러한 뜻이 있고요. 그만큼 현대무용 안무가들이 순수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지역에서 워크숍도 하고 나눔의 콩쿠르를 추진하려 했는데 팬데믹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지난해 여러 활동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있었군요. 코로나 전후의 변화와 활동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로나를 거치면서 멀티미디어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는 게 현대무용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도 그렇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인수 선생님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아마 유튜브에서 진행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혼자 힘으로 안 된단 걸 어릴 때부터 깨달았고 한 장르만으로 안 된다는 것도 10년 전부터 깨달았어요. 발레STP가 자리 잡았고 현대무용 쿱코다가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창립하면서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과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이 생겼어요. 그 이유는 우리가 시대의 이슈를 몰고 왔다고 생각해요. 다 비슷한 또래가 리더가 됐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사장은 남성들입니다. 오래전부터 이런 대화를 많이 했어요. 다들 현장인들 이어서 현장의 애로를 잘 압니다. 우리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시대가 바뀔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예술인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계속해왔죠. 6~7년 전부터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하고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상주단체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장 가능한 단체가 될까에 대해서요.
 똑같은 생각입니다. 우리만으로 안 됩니다. 그래서 4개의 협동조합이 ‘무용협동조합 연합회’로 뭉쳤습니다. 기재부 승인이 났고 사업자등록증도 나왔습니다. 올해 7월6일 창립식이 있습니다. 장르를 망라한 35단체가 있어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김진원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 이사장이 회장을, 제가 상임부회장을 맡습니다. 제가 있는 양천문화회관 사무실이 본부입니다.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춤계에서 기뻐할 일입니다.
네, 지난달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어요.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만들어서 너무 좋네요. 무용협동조합 연합회를 만든 이유는 무용은 오래전부터 현장 중심이 아니라 동문 중심이었고, 지금까지 얼마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남겨주셨듯이, 저희 세대에서 무용의 현장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이 웃을 수 있게 하고 싶은 것이 무용협동조합 연합회의 목표입니다.

무용협동조합 연합회는 그야말로 현장 활동 중심의 민간 무용단이 합세하여 만들어졌군요. 〈춤웹진〉에서 4개 협동조합을 차례로 찾고자 했는데 뜻하지 않게 조만간 만나뵙게 됐습니다. 얼마 전 발레단을 중심으로 민간무용단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기사를 봤어요.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다같이 힘을 모은 것에 좋은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두 손 모아 하게 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2002년에 귀국했습니다. 유학을 떠날 시기 저의 생각은 유학을 마칠 때쯤이면 우리나라 무용계가 많이 변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책임도 있고 선배들도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멋진 예술 활동이 중요 관심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지탱할 수 있을지,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만큼 현장은 절실합니다. 옛날에는 꿈같은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무용 장르가 나뉜다는 개념도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리더들의 생각이 뒤처진 거예요. 컨템퍼러리하지 못한 겁니다.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행정가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용협동조합 연합회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두 개의 시작〉




소통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4개의 무용협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현대무용 쿱코다 운영에 관해서도 여쭤보려 합니다. 회비제인가요?
네. 현재 회비는 없습니다. 창단하기 전 비용이 필요했고 단체당 80~100만원 정도 회비를 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번에 낼 수 없으므로 다달이 10만 원씩 냈습니다. 내신 분도 있고 안 내신 분도 있어요. 그리고 별도로 50만원 씩 출자금을 냈어요.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니까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예산도 확보가 돼 있습니다.

앞으로 연합회에 입회하려 하면 현대무용 장르에 있는 단체 혹은 개인은 현대무용 쿱코다를 통해 들어갈 수 있나요?
처음부터 그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현대무용 쿱코다를 만들 때 너무 많은 고생을 했어요. 개인이 아니라 단체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뜻과 맞아야 합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한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단체라야 하고, 많이 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라 봅니다. 또 대화가 통하는 분들이 뜻이 맞으면 다른 협동조합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굳이 하나만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의 대표단체들이 모여서 현대무용 쿱코다를 창립했듯이 무용협동조합 연합회도 똑같습니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전통무용까지 4개의 협동조합이 뭉치는 거라서 단체가 그대로 들어오는 거죠. 개인으로 가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만약 협동조합 이사가 이 팀이 우리한테 꼭 필요하다고 추천하고 이사회에 정식으로 승인을 받는다면 가능하겠죠.

어째서 개인 무용가는 입회가 힘든 걸까요?
처음에 너무 힘들었어요. 회비 걷고 만들었는데 개인이 이 회비를 낼 수 있을까요? 현대무용 쿱코다가 낸 만큼 낼 수 있을까요? 힘들다고 봅니다. 지금은 사무국장까지 10명의 조합원이 있어요. 당장은 아니지만, 개인으로 하려면 회원 식으로 하자는 뜻은 있어요. 그렇지만 조합원으로 하기엔 반대가 많았어요.

회원도 회비제가 되는 건가요?
네. 회원이 되면 어느 정도 회원비를 내야죠. 그리고 공연하고 수익금이 있으면 받습니다. 정확한 회비랑 운영비까지는 만들지 않았어요. 처음 만들 때 논쟁이 됐고 그때 제 기억으로는 당분간 자리 잡기 전까지 회원을 받지 말자는 게 강했어요. 지금 정수동님과 정석순님을 받는 건 어느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무용 쿱코다를 활성화하려면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두 팀이 합류한 거죠.

연간 수익금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공연의 경우 50퍼센트는 개런티, 50퍼센트는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물론 적립도 하고 있습니다.

반절의 수익이 조합원들에게 배분되는군요.
그렇죠. 무용수 비율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발레STP같은 경우는 단체들에 동일하게 배분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현대무용 쿱코다는 출연진에 따라 개런티가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에 잘 만들어야 해요. 중간에 바꾸게 되면 규모가 작은 단체는 기분 나쁩니다. 저희는 기존 조합원들에게 가장 많은 개런티가 책정됩니다. 가능한 한 공평하게 하려 합니다. 일일이 의논해서 하면 너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단체의 정보를 축적하고 메모해서 측정합니다. 그러고 나서 조합원들이 동의하게 됩니다. 별문제는 없었어요.

지금까지 예산이라든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공공 지원이었나요? 아니면 펀드를 받고 있나요?
처음 만들 때부터 지원사업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어요. 협동조합이 살아남으려면 지원정책에 기대기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자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기획 공연과 초청 공연이 위주예요. 4년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협동조합원들의 희생과 단체의 무용수들 그리고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의 희생도 있어요. 세컨드네이처가 해야 할 공연을 현대무용 쿱코다가 한 적도 있어요. 강동아트센터에서 기회를 준 적도 있고요. 제가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대표이고 현대무용 쿱코다 이사장입니다. 두 개의 서류를 같은 곳에 지원한다면, 분명 하나는 형평성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죠. 그렇지만 저는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컴퍼니의 희생이 따르고 있습니다. 현대무용 쿱코다는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해 활동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공연계가 마비돼있던 기간이 상당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예산을 확보한 자체가 대단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확보한 건 아니지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큰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한테 그런 말을 합니다. “할 수 있어”라고요.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요. 그런 자신감이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무용가가 왜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현재 이사장의 임기와 선출방식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이사장 임기는 4년이고, 연임할 수 있습니다. 선출 방식은 이사진들의 찬성이죠.

임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이사장 1명, 감사 1명, 사무국장 1명, 나머지 8명이 있습니다.

이번에 연합회 조직을 하실 때 현대무용 쿱코다에서도 임원 구성에 대해서 다시 논의하시겠군요.
네. 지금 사무실은 양천문화회관 상주단체와 같이 있어요.




  

현대무용COOP-CODA ‘무용괴담’_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망상 그놈〉, 로 댄스컴퍼니 〈안데르센의 어머니이야기〉



  

현대무용COOP-CODA ‘무용괴담’_ 오마이무브먼트시어터 〈괴담 무용〉, STL Art Project 〈가위눌림 올드해그〉



  

현대무용COOP-CODA ‘무용괴담’_ EDx2 〈아스트랄프로젝션 유체이탈〉, 고블린파티 〈은장도〉




양천문화회관은 무용협동조합 연합회 본부이기도 하고, 앞으로 그곳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양천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김신아 이사장님이 오셨습니다. 무용에 호의적인 분입니다. 김신아 이사장님은 양천구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 축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상주예술단체인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와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10월쯤 양천문화재단과 현대무용 쿱코다가 함께 축제를 만들 거예요. 현대무용 쿱코다가 모인 이유는 모여서 작품을 잘하겠다가 아닙니다. 커뮤니티라는 걸 붙인 이유는 시민과 같이 참여하겠다는 거예요. 과거 〈댄싱9〉을 기억하실 텐데요, 중요한 건 그만큼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거죠. 기회입니다. 현대무용이 대중들한테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런 대중성은 현대무용 쿱코다가 나아가야 할 길이에요. 사람들은 예술을 보고 싶지만 어떻게 봐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 것을 보고 ‘이 정도는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거리로 나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중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자 해요.
 연합회라는 큰 판을 벌이는 것 또한 더 확장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겠다는 거예요. 그만큼 개인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찾겠다는 거예요. 지금 지방 무용과도 폐과되고 있고, 춤 인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용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예술을 전공하는 모든 사람의 문제가 생존입니다. 예술정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예술지원정책은 예술단체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닌, 예술지원 정책에 단체가 맞추어 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예술단체들이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면 단체들도 성장하고, 성장한 단체들이 해외로 진출하게 되고, 해외에 진출한 예술단체들은 대한민국을 빛낼 텐데, 항상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 예술정책 때문에, 예술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올해 하반기 양천에서 만나게 될 축제가 기대됩니다. 현대무용 쿱코다와 양천문화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6년간 강동아트센터에서 있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시설에 속하는 극장입니다. 시설도 그렇고 사무실도 그렇고 저희를 위한 공간에 있다가 양천으로 오게 됐는데 환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상주단체는 작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고, 일 년 사업을 지원을 받습니다. 사실 사업적인 게 강합니다. 그래서 제도권이라고 하는 거죠. 공무원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고 안 되는 걸 되게끔 하는 능력이라든지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예술가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양천문화재단이 갓 출범했고 양천 쪽으로 왔을 때 오랜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김신아님이 신임 이사장으로 오면서 같은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이런 축제를 계획하게 됐어요. 중요한 건 어떤 성격의 축제냐는 거죠. 우리나라는 축제가 너무 많아요. 공연도 너무 많습니다. 왜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힘든지 아세요?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관람하는 무용인구에 비해 단체와 공연이 너무 많아요. 외국에서 공연이 매진되는 이유는 대중적으로 무용관람인구의 비율이 높고 공연이 우후죽순으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소가치가 있는 거죠. 지원 정책도 마찬가집니다. 예술가가 무엇이 힘든지 몰라요. 단체가 작품을 원해서 지원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정책에 작품을 맞추게 됩니다. 제도에 맞추다 보면 “이제 그만 지원받을 때 됐지 않아?”라는 말이 나옵니다. 설계 자체가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 쿱코다가 추구하는 것은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거에요. 그 다음에 예산은 어떻게든 만들어보자는 거죠. 다행히 김신아 이사장도 뜻을 같이해줬고 이틀 전에 첫 회의를 했어요. 10월에는 양천문화재단과 현대무용 쿱코다가 함께 하기로 했어요. 축제의 성격은 컨템퍼러리합니다. 컨템퍼러리는 장르가 중요하지 않아요. 대중들이 순수예술이 무엇인지 경험도 해보고, 스트리트 댄스도 보고 그게 컨템퍼러리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중들이 재밌고 좋은 기억을 갖고 가면 됩니다.
 신나는 예술여행 공연을 하러 갔을 때 일입니다. 전교생이 15명이었어요. 프로시니엄 극장이 익숙한 세컨드네이처는 처음에 너무 당황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 때문에 저와 세컨드네이처는 많은 변화를 갖게 됐습니다. “자라나는 애들한테 공연 한 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나요?”라는 말이었어요. 그때부터 ‘내가 예술가랍시고 너무 까불었다. 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애들이 처음으로 우리 공연을 보면, 무용이란 게 이런 거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최선을 다하게 됐어요. 그리고 답사를 하러 가거나 선생님을 만나면 “자라나는 애들한테 공연 한 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느냐?”라는 말을 해요.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질문을 다 하게끔 하고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해요. 순수예술이 대학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끼리만 놀이한 건 아닌가 싶어요. 반성을 정말 많이 합니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현대무용 쿱코다가 부산시민회관 초청 공연으로 〈가을운동회〉를 했는데,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왔어요. 끝나고 대화를 하는데 아이가 “왜 봄인데 가을 운동회에요?”라고 질문하는 거예요. 그런데 밝넝쿨님이 “수박을 여름에만 먹어요?”라고 대답을 했죠(웃음). 단순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애들은 궁금해 해요. 그런 관계, 소통이 현대무용 쿱코다가 해야 할 일입니다. 거창하고 멋진 공연을 하는 것은 조합원들이 원치 않아요. 나눔에 기뻐합니다. 어떤 조합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최소한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가치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방금 해주신 말씀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한 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대무용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앞으로 4개 협동조합이 단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춤계 큰 방향을 제시하는 선두에 섰으면 합니다.
네. 연합회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김성한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이사장




‘대중의 예술화, 예술의 대중화’라는 목표와 관련해서 4년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어떤가요?
4년 전, 현대무용 쿱코다를 만들었을 때 후배 회원들은 의견을 내지 못했어요. 그 틀을 바꾸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을운동회〉 제작을 할 때 안무나 전체 연출을 저 또는 위에 연배와 중간세대들이 나서지 못하게 했습니다. 조직의 틀을 제일 어린 연배가 끌어가게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연출과 안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쿨한 자세였어요. 그러니까 주뼛주뼛하다가 후배 회원들이 나서서 하는 거예요. 연출도 다 하고 자기 의견도 내고 저에게 ‘아니다’라는 말도 하고요. 그게 컨템퍼러리하다고 생각해요. 각각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용을 그만두려고 한 사람도 있어요. 버틸 힘이 없었으니까요. 그만두려 했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협동조합에 들어온 단체도 있습니다. 우리끼리 정보가 통합니다. 그리고 의논할 수 있지요. 힘들 때 등을 두들겨 줄 사람이 있잖아요. 말씀 드렸다시피 현대무용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는 장르예요. 지금은 응원해주고 대화할 사람이 있다는 것,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1~2년 지나니 모두 잘됐어요. 저도 제 경험을 나눠주고 있고 그러고 싶습니다.
 프랑스 무용단에 있을 때, 파리 북쪽에서 앙줄랭 프렐조카주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매진이었어요. 작은 시골이었는데 객석이 꽉 차 있었죠. 관객들 나이도 어느 정도 다 있어 보였어요.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예술가와 관객이 같이 늙어가는 거예요. 안무가가 30대 추구했던 철학과 무브먼트가 있을 거고 그걸 좋아하는 관객이 왔겠죠. 예술가도 어느 날 변하게 되겠죠? 무브먼트보다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 있어요. 관객은 그 예술가의 철학에 따라서 같이 가는 겁니다. 함께 늙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표준화시키죠. 우리나라의 모든 작품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대개 엇비슷해요. 외국에서 국내 콩쿠르를 보면 그런 말을 해요. 움직임은 다 잘하죠. 그런데 한 명이 안무한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획일화시켰다는 거예요. 좋든 안 좋든 스타일이 많아야 합니다. 000스타일처럼 자기 스타일 있어야죠. 그런 사람들이 잘 살아남아서 후배들이 본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획일화됐습니다.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친구가 외국에 나갔는데 왜 다 똑같아질까요? 그러한 것들이 ‘대중의 예술화, 예술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추구하는 게 분명히 있겠죠. 그 사람 길이 자신에게 맞는다면 손뼉을 쳐줄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하는데, 박수보다 획일화를 시키니까 안 되는 거죠. 각자 개성이 돋보일 수 있게끔 돼야 합니다. 대중과 놀 수 있는 사람은 대중과 더 놀아야 하고 중간 단계도 있을 것이고 다양성이 있어야 ‘대중의 예술화, 예술의 대중화’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2~3가지로서 불가능합니다.
 현대무용은 너무 은유적이에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정답만 강요하는 시대에 살았잖아요. 관객은 정답이 없으니까 힘든 거죠. 정답이 아니라 풀어서 설명해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 없었잖아요. 우리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제 생각입니다. 밝넝쿨 안무가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도 대중의 것보다 생존과 개성, 그 색깔을 분명히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블린파티가 고블린파티의 길을 가듯이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길을 가듯이, 자기 색깔대로 가는 것이 너무나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한테 없는 색을 찾지 똑같은 색을 찾진 않아요. 각 세대의 대표 주자들이 모여서 그런 색깔로 가는 것이 ‘대중의 예술화, 예술의 대중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무용협동조합 연합회 이야기까지 특종 같은 따끈따끈한 소식을 춤웹진에 먼저 전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 기대되는 축제도 계획한다니 기쁜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 ​ ​ ​ ​ ​ ​

2021. 6.
사진제공_춤웹진, 현대무용협동조합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