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속인터뷰_ 발레STP협동조합 김길용, 최진수
발레, 협동조합으로 힘모아 돌파구를 모색합니다
  • 일    시
    2021년 6월 16일(수) 오전 10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김인아_〈춤웹진〉 기자


김인아, 최진수, 김길용 ⓒ춤웹진




김인아: 〈춤웹진〉은 무용협동조합에 대한 기획연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현대무용협동조합COOP-CODA에 이어 발레STP협동조합 김길용 이사장님, 최진수 이사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SEO(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 김옥련발레단 6개의 민간발레단이 2011년 연합회로 시작하여 2014년 정식으로 발레STP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8년차를 맞이했네요.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길용: 말씀처럼 2011년 연합회로 태동했고 공식적인 활동은 2012년부터 시작했어요. 한국 민간발레단을 대표하는 5개 발레단의 단장님이 모여 민간발레단이 성장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모았습니다. 민간발레단이 자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발레 대중화가 많이 됐습니다만 10년 전에는 발레 대중화 방안, 민간발레단 무용수들이 편안하게 출 수 있는 복지 대책 등을 고민하면서 만났어요. 발레단이 가진 규모와 형태는 각자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요.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SEO(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 5개의 발레단이 만났고, 김옥련발레단은 창단 초기에 함께 하진 않았습니다. 우리의 재능을 나누고 관객 개발을 위해 수익금 없이 발레단이 돈을 들여서 강동에서 공연을 시작한 게 2012년입니다.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1년에 3번 공연을 올렸습니다. 2013년에는 발레협동조합을 설립했어요. 5개의 발레단이 연합해서 활동하려면 사업자가 있어야 했는데 당시 예술과 협동조합이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모습이 협동조합 형태랑 너무 잘 맞더군요. 그래서 발레단 연합이 아닌 협동조합이 탄생된 겁니다.
 지금까지 〈발레, 아름다운 나눔〉 공연을 비용을 들여 하고 있습니다. 강동아트센터에서 시작해서 마포아트센터로 옮겨 연간 2~3회 공연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원발레축제’를 수원시와 국고 지원을 받아서 6년째 개최하고 있습니다.

최진수: 매년 계획하고 하는 가장 큰 사업은 발레STP협동조합 공연, 수원발레축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하는 사업입니다. 코로나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다 보니 점점 횟수도 줄고 저희를 찾는 것도 전보다 시들해진 느낌이 있어요. 작년에는 협동조합 공연을 거의 못 했어요. ‘수원발레축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딱 하루 공연하고 모두 비대면 생중계로 전환했습니다. 공연 당일 취소된 상황이 벌어졌어요.




발레STP협동조합 〈발레, 아름다운 나눔- 발레 스페셜 갈라〉 공연 실황 영상




지난해 ‘수원발레축제’ 현장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보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영상 조회 수가 상당히 높아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대표적인 활동으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하는 사업도 언급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길용: 생명나눔, 질병관리본부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고 있는데, 의미 있는 일에 저희가 동참해서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2018년부터 함께 하고 있어요. 저희 공연 때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요. 지난해에는 생명나눔과 관련한 작품을 만들어서 공연했고, 장기 기증했던 가족 분들도 초청했어요. 예산이 많진 않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해줍니다. 예술이 좋은 일과 협업하는 사례가 됐지요. 또 협동조합원이 함께하는 기획공연도 매년 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기획 공연을 10회 정도 했었고 예술의전당 대관 공연, ‘서울무용제’ 일환으로 초청받아서 두 번 정도 공연했습니다. 10년간 다양한 공연을 올렸는데, 어떤 해에는 횟수로만 30회 정도 공연한 적도 있습니다.

발레STP협동조합 이름으로 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연했군요. 그만큼 협동조합 운영에서 애로점도 있었을 텐데, 어떤가요?
최진수: 외부에서 발레STP의 활동을 좋게 봐주시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돈 많이 벌 것이라며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실제 저희들은 조합원들이 사비를 들여 운영비로 쓸 때도 많고, 공연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진 않거든요. 단원들 출연료가 간신히 나갈 정도예요. 이런 속사정을 아시고 응원하고 후원해주시면 좋을 텐데 공모사업과 저희가 맞지 않는다면서, 재정적으로 풍족한데 왜 지원해주어야 하냐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습니다.

김길용: 맞습니다. 최 단장님 말씀처럼 저희가 2011년에 만나서 2012년에 공연하는데 1년에 세 차례 공연했어요. 지원금이 없었고, 지원받는 건 강동아트센터 무료대관뿐이었습니다. 마포아트센터에서 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마포에서는 공동기획으로 대관료를 지원해주는 대신에 티켓 수익을 극장과 나눠 갖습니다. 티켓이 2만원, 관객이 객석을 꽉 채워도 무용수 출연료 지급도 안 될 정도였어요. 5~6개 발레단이 참여하는데 어떨 때는 무용수 70~80명이 출연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초창기 때는 소극장에서 했기 때문에 티켓 수익도 거의 없고 그걸 몇 년간 저희 출혈로 진행했습니다. 바깥에서 볼 때는 저희가 활동을 하니까 돈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죠. ‘수원발레축제’도 지원을 받습니다만, 야외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밤에 스태프들이 조명 장비, 음향 장비 등을 지켜야 하므로 텐트 치고 자야 합니다.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야외에서 자는 거죠. 또 야외에서 하다 보니 청소 업체와 경호 업체도 있어야 하고 앰뷸런스도 대기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 비용이 듭니다. ‘수원발레축제’를 처음 했을 때 각 발레단이 돈을 각출해서 공연했어요.




2020 수원발레축제 커튼콜 ⓒ발레STP협동조합




‘수원발레축제’의 재원 조성은 어떻게 되나요?
김길용: 2015년, 첫 회는 국고 지원을 받았는데 3일간 야외에서 진행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야외에 필요한 장비와 환경을 마련해야 했죠. 저희는 간절하게 무대를 만들고 싶었고 각 발레단이 돈을 모아서 공연했어요. 2회 때는 국고뿐 아니라 수원시에서도 지원해줬고,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지원 이상으로 축제 기획에 공을 들였습니다. 발레단이 수입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작품에 투자했어요. 이렇게 축제를 만들어오다 보니 아직까지 ‘수원발레축제’의 수익은 간신히 무용수의 출연료 정도입니다.
 ‘수원발레축제’는 3일간 메인공연이 있습니다. 각 발레단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하고요. 2019년도 5회에는 적은 예산으로 외국팀 3팀을 초청했어요. 스위스 바젤발레단은 스텝까지 15명 정도 왔었고 독일 슈타츠발레단은 3명이 왔어요. 사실 그 예산으로 초청할 수 없어요. 게다가 독일 슈타츠발레단은 그 예산으로 절대 초청할 수 없는 단체죠. 이때도 많은 팀을 초청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만큼 예산 증액이 안 됐습니다.
 공연만 하는 게 아닙니다. 발레 대중화를 위해서 수원 횡단보도에서 발레를 했어요. 올해에도 서울발레시어터와 와이즈발레단이 10회 횡단보도에서 발레를 합니다. 특히 올해는 민간 발레단 8개 팀을 초청해서 함께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 민간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을 하면서 민간발레단으로 성장하려는 단체들이 많이 있어요.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힘든데, 학원 기반이 아니라 지역에서 소속된 무용수들을 데리고 활동하는 세종시티발레단, 부산발레시어터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정형일발레크레이티브, 김용걸댄스시어터, 클라우드 나인 등이 참여합니다. 학교 팀으로 예고 한 팀, 한예종 한 팀이 참여합니다. 그리고 서울발레시어터에서 활동하다가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정운식 선생도 있습니다.




2020 수원발레축제, 발레IN횡단보도 ⓒ발레STP협동조합



2019 수원발레축제, 발레체험교실 ⓒ발레STP협동조합




횡단보도 공연을 수원시민들이 상당히 좋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길용: 네, 그런데 무용수들이 굉장히 힘들어요. 축제 기간에 발레 대중화를 위해서 횡단보도 프로그램이라든가 취미 발레자나 발레 전공자들을 위한 클래스를 5회 정도 엽니다. 그리고 그들이 무대를 꾸밀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부대 행사로 공연 보러 온 관객들이 미리 와서 뛰어다니고 사진 찍는 프로그램 등 정말 다양합니다.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발레가 좀 더 퍼져나가길 희망합니다. 이렇게 욕심을 내다보니까 항상 정해져 있는 예산 안에서 해결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작년과 올해는 예산이 조금씩 삭감됐어요.

예산 삭감의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김길용: 먼저, 국고가 줄었습니다. 국고 받는 것과 비례해서 수원시에서도 지원을 해줍니다. 매칭 펀드예요. 수원시에서는 저희를 지원해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국고가 적으면 비례 지원이기 때문에 수원시에서도 힘들죠. 여담이지만, 수원시장을 존경합니다. 보통 지자체장들이 축제 현장에 자리하면 처음에 얼굴 비치고 인사만 하고 갑니다만, 염태영 시장께선 첫 회 때 오셔서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보셨어요. 2~3회 때에도 공연을 끝까지 보시고 손뼉 쳐주고 응원해주셨죠. 그런 분을 처음 봤어요.
 축제를 만들고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발레STP협동조합, 민간발레단들이 노력하고 고생하고 있어요. 경제적 보상 없이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깥에 비칠 때는 공연을 많이 하니 풍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 저희는 아직 너무 힘들고 배고파요.

최진수: 민간발레단은 각자의 길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희가 느끼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국가공모 지원 사업에서 주류와 비주류, 그런 식으로 나눠서 판단을 내리거나 불이익을 받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민간발레단이 열심히 활동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이렇게까지 활동했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질병관리본부 공연도 매우 뜻깊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매해 공연 예산을 받기 위해서 큰 노력을 들여 설득시켜야 하고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민간발레단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아쉽습니다.

김길용: 사람들에게는 지원받는다는 것만 부각됩니다. 발레STP협동조합이 10년간 활동하니까 외부에 비칠 때 그렇게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저희는 힘들어요. 지원을 받아서 얼마나 노력하고 발레단마다 자비를 들여 만들어낸다는 걸 일일이 다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태생적으로 민간발레단이 살아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단장과 무용수들의 희생과 열정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입니다.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와이즈발레단장 ⓒ춤웹진




얼마 전 민간발레단의 생존 문제를 다룬 일간지 기사를 봤습니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입니다. 자생력을 높여 다같이 살아내자고 연합한 지난 수년간의 과정,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에서는 발레STP협동조합의 활동을 보고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하곤 했습니다.
최진수: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전체를 운영하거나 공연하는데 마이너스가 되면 조합원들이 사비를 내서 합니다. 각자 수익이 생길 정도가 아니에요.

회비제로 운영되나요?
김길용: 맨 처음에는 출자금만 냈고요. 회비로 운영하진 않아요. 조합원이 7명이에요. 돈이 없으면 조합원들이 그때그때 갹출해서 메우고 있습니다.

최진수: 네. 회비 명목으로 부담합니다.

〈발레, 아름다운 나눔〉은 마포아트센터에서 하다가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했죠? 말씀해주신 지원이라든지 펀드 혜택 같은 경우도 사업마다 조금씩 다를 텐데,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길용: 주로 마포에서 하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같은 경우는 그쪽에서 제안해서 공동기획으로 몇 번 올렸어요. 그리고 저희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을 따로 대관하기도 했습니다. 마포에서 공연할 때 2~3번 정도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았습니다. 마포는 티켓 수익을 쉐어하는 방법인데, 티켓 수익이 한 번 공연하면 700~800만 원 정도 됩니다. 마포랑 배분하기 때문에 인건비, 무대 스태프, 팸플릿 하면 무용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없어요. 발레단에서 각자 지급하는 거예요. 쉬운 게 아닙니다.

지난해에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공연을 못 하셨다고 들었는데 보다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최진수: 작년, 올해도 그렇고 목표한 건 야외 공연이었어요. 시민들이 좋아했기 때문에 야외 공연을 추진했는데 코로나로 야외에서 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수원SK아트리움에서 실황 중계로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애초에 야외를 목표로 했지만 수원SK아트리움에서 극장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발레, 아름다운 나눔〉 시리즈도 횟수가 줄었고 띄어 앉기를 해야 합니다. 지원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하면, 수익금이 정말 적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됩니다. 조심하면서 줄여서 한다든지 등의 방안을 생각 중이에요.

김길용: 각 단체가 추락할 때까지 추락했어요. 어둠의 끝을 본 거 같은 느낌이에요. 발레단 처음 창단했을 때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발레단을 만들었을 초기보다 지금이 더 힘듭니다. 가장 큰 좌절은 공연을 준비해놓고 못 하는 거예요. 작년에 “죄송합니다. 공연 취소됐습니다”라는 전화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상실감이 매우 컸어요. 마스크를 끼고 연습하다 보니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고 그만큼 어렵게 준비했는데 공연이 엎어진 거죠. 민간발레단은 정부지원, 후원 없이 자생해야 하고, 와이즈발레단 같은 경우도 공연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공연 자체가 없어졌어요. 거와이즈발레단의 경우 14명의 월급과 4대보험을 지급합니다. 수익이 없더라도 제때 무용수들에게 급여가 나가야 하죠.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받아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건 그렇다 해도, 준비를 다 해놓고 공연을 못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상실감이 엄청났습니다. 지난해 〈호두까기인형〉을 10년 만에 한 번도 못 했어요. 크리스마스날 가족과 있지 않고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겨울을 마무리했는데, 10년 만에 가족과 보냈죠. 그건 모든 발레단이 비슷한 거 같아요.

최진수: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난해 무용수들이 많이 탈단했었습니다. 무용수가 35명 정도 있었는데 10~12명 정도 나갔어요. 지금은 보강돼서 24명 정도 무용수가 있습니다. 작년까지 공공기관인 과천시민회관에 있다 보니 코로나에 상당히 예민했어요. 그 지역에 접촉자 1명만 나와도 모두 폐쇄되었고 연습은커녕 아예 출근 자체를 못 했어요. 공연도 계속 없어졌죠. 코로나 상황에 어려워지면서 무용수들의 급여를 줄이고, 대부분 수당으로 돌려 운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무용수들이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용수로서 많은 돈을 벌지 못 하면서 무용 생활하고 있는데 갈 곳도 없고 공연도 없어지고 이게 맞는 일인가? 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 당연하지요. 너무 많은 무용수가 나갈 때 속상하더라고요. 김인희 전 단장님은 단원과 사무국을 유지하면서 전체에게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제가 단장이 되고 나서 보니까 아무리 발레단이 잘 돼도 전체에게 급여를 준다는 건 도저히 안 맞는 구조더군요. 창고비, 여러 공과금 합하면 한 달에 5~6천만 원 들어요. 아무리 잘 돼도 그만큼의 수익이 날 수 없습니다. 민간예술단체를 유지하려면 단장이 어쩔 수 없이 빚쟁이가 되어야 하지요. 지난해엔 젊은 무용수들이 회의를 느끼고 그만하겠다고 할 때 그보다 더 큰 힘듦이 있었습니다.

김길용: 우리가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챙겨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것에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최진수 발레STP협동조합 이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춤웹진




지난해 단기 지원책이었지만 긴급지원이 있었잖아요. 어느 정도 유효하지 않았나요?
최진수: 민간발레단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김길용: 예술단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서울문화재단에서 3천만 원 나오는 거 말고는 또 다른 지원이 없었던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예술단체가 아니라 소상공인, 중소기업으로 해서 알아봤는데 저희는 소상공인에 속하지도 않는 거예요. 고용인원이 5명 이상이잖아요. 매출이 5억 미만이니까 중소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원되는 게 없어요.

최진수: 차선책으로 대출 신청을 했는데 마지막에 서류를 갖고 갔더니 저희가 사단법인인데, 예술단체는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승인이 안 됐어요. 단체로는 대출이 안 되더군요.

서울발레시어터는 무용수가 24~5명이 정도 된다고 하셨는데, 와이즈발레단은 어떤가요?
김길용: 무용수가 38명이고요. 기획 행정팀 6명, 예술감독, 부단장, 두 명의 지도위원 선생님과 저까지 총 49명입니다. 서울발레시어터처럼 무용수들이 나갔다가 재입단해서 49명이에요. 남자무용수들을 구하기 힘들어요. 좋은 친구를 구하면 국립발레단에 갑니다.

최진수: 국립발레단이 연수 단원으로 많은 인력을 지원 받습니다. ‘국립’이라는 타이틀과 최저시급이 보장되니까 모두 선호하지요. 민간발레단은 무용수를 구하기 굉장히 힘듭니다. 그런 부분을 국가에서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매우 아쉽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력지원사업, 뉴딜일자리도 생겼잖아요. 정말 필요한 사업이고, 저희도 하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이미 4대보험에 가입된 친구는 지원받을 수 없고, 반대로 ‘신나는 예술여행’은 올해부터 고용보험이 필수인 사업이고요.

지원사업마다 필수요건이 다른데 어떤 것에도 속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거군요.
김길용: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프로젝트 그룹을 위한 맞춤 지원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서울발레시어터나 와이즈발레단은 어떤 면에서 성장을 시켰잖아요. 힘겹게 몇 명에게 월급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정작 저희한테 맞는 사업은 없는 거예요. 저희보고 프로젝트 그룹처럼 맞춰서 지원하라는데, 그럴 수는 없지요. 저희 시스템은 월급 받는 몇 안 되는 단원이 있고, 대부분 월급이 아닌 공연 수당으로 받습니다. 월급 받는 친구한테 공연 수당까지 줄 수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형평성을 맞추는데, 그런 사업에서는 월급받는 친구들의 출연료까지 책정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안 맞는 거죠. 어느 정도 성장하여 시스템을 갖춘 단체에 대한 지원정책은 전무한 겁니다.

최진수: 네. 출퇴근 체계가 잡혀있고 4대 보험을 지급하는 등 오랫동안 활동하여 시스템을 갖춘 단체를 위한 맞춤 지원이 없습니다. 단장님 말씀처럼 프로젝트 그룹이나 신진단체, 학교 동문 단체에게 인력지원이 주어집니다.

김길용: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용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떤 단체가 활동하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국립발레단이란 큰 단체에 그만큼 지원하고, 민간단체들에는 국립발레단만큼은 아니더라도 규모에 맞는 어느 정도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립발레단에게 지원이 쏠려있습니다. 민간발레단은 알아서 살라는 거죠. 어떻게든 살고자 아등바등하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은 없고 지원은 신생 프로젝트 그룹에 맞춰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신인과 청년 쪽으로 지원이 쏠려, 중견 단체들을 위한 지원은 없는 거 같아요.

규모를 갖춘 단체, 중견 무용가들이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됩니다. 재차 강조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달라진 활동이나 변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길용: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공연이 거의 다 없어졌는데 올해는 조금씩 공연하고 있습니다. 관객은 3분의 1 정도 밖에 못 받아요. 어떤 극장은 반 정도 받는다던데 무용 쪽은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모습이라면 작년에 무용수들이 좌절을 많이 했잖아요. 힘들었고 무대가 간절했어요. 올해 무대에서 공연하는데 무용수들이 예전보다 더 행복해하고 그 행복함이 간절함과 이어지는 거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벽이 높아지는 거 같아요. 바깥에서 보면 와이즈발레단 무용수들이 많아졌고 월급을 주고 공연 횟수도 많아 보이겠지만, 더 높은 벽이 생긴 듯한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열정과 패기로 무조건 달려들어 했는데, 코로나 위기 상황을 겪은 후 요즘은 어느 순간 와이즈발레단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느꼈으니까요. 코로나 같은 상황이 2~3년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면 민간발레단은 버틸 수가 없겠다 싶어요. 서울발레시어터는 26년, 와이즈발레단은 16년 됐는데 오랜 시간 맨땅부터 올라온 단체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최진수: 회의할 때 못 버티면 큰일 날 거 같다는 얘기를 가끔 합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작년과 올해 들어서면서 연습실과 사무실에 문제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단장이 사비로 연습실을 얻어서 운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상주단체 제도가 있지만 1년마다 갱신이고 서울은 2년마다 갱신이에요. 매번 갱신되는 사업에서 떨어질 수 있는 거예요. 26년 된 단체가 그런 심사를 매년 받아야 하고 떨어져서 이사를 다녀야 합니다. 자타가 공인하고 공신력 있는 단체라면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연습실이 없어서 구하러 다녀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길용: 2005년 와이즈발레단을 만들 때 서울발레시어터를 벤치마킹했습니다. 김인희 전 단장과 제임스 전과 함께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었죠. SBT는 국내 창작발레의 산실이기도 해서 그 업적이 어떤 발레단보다 큽니다. 척박한 땅에서 창작 발레를 100편 이상 안무하셨고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요. 한국에서 티켓파워를 보장하지 않는 창작발레를 오랜 시간 묵묵하게 해왔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만큼의 업적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게 한국 사회입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자리한 과천시를 축복받은 도시라고 생각했었고 오랫동안 그곳에서 수많은 활동을 했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건 슬픈 일입니다.

발레단 규모와 군무 연습을 고려했을 때 발레단에는 다른 장르와 달리 연습실이 필수입니다. 운영을 위한 사무실이나 공연장까지 생각하면 더욱 걱정이 큽니다. 현재 서울발레시어터는 어디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최진수: 과천에서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고 고민하던 중에 서울문화재단에 1년짜리 상주단체 공모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다행히 선정됐어요. 우리금융아트홀로 자리를 옮겼는데, 대중예술을 주로 많이 한 극장으로 깡통극장같은 형태에요. 다른 극장에서 3천 만 원을 들여 공연했다면 5~6천 만 원이 있어야 발레를 공연할 수 있어요. 조명부터 음향까지 장비를 렌트해야 하고 티켓 매니저, 어셔도 없고 홍보도 저희가 다 해야 합니다. 사무실도 강의실 같은 조그마한 곳이 비어있어서 들어가긴 했는데 완벽하게 이사하진 못했어요. 연습실도 대형 뮤지컬이 예정돼 있어서 대관을 이미 해놓은 상태입니다. 7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애로사항을 얘기했더니 10~11월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과천 사무실에서 완전히 이사를 못 한 상황이고, 짐을 다 옮길 수 없을뿐더러 이번 년도 끝나고도 상주단체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라서요. 위기상황인 거죠. 요즘 저의 일과는 부동산 찾아다니는 겁니다.

협동조합 운영 방식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개인으로도 참여 가능한가요?
김길용: 공식적으로 개인 참여는 불가능합니다. 5개 발레단 단장들이 모여서 시작했고 2년 전 김옥련발레단을 추가로 영입했어요. 서울에서도 민간발레단이 있지만, 지역에서 정말 힘들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20년 이상 힘들게 운영하면서 활동한 김옥련발레단을 영입해서 현재 6개 단체가 있고요. 김인희 전 이사장님이 지금은 서울발레시어터에 있진 않지만, 조합원이기 때문에 개인이지만 활동합니다. 처음에는 5명의 조합원이 있었고, 지금은 7명이지요.

다른 단체들을 영입할 계획이 있나요?
김길용: 네. 열려있습니다. 올해 ‘수원발레축제’에는 다른 발레단들이 참여합니다. 제가 서울발레시어터를 롤모델로 시작했던 거처럼 젊은 누군가는 저희를 롤모델로 시작하는 단체도 있을 거고 그 친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저희가 손을 잡고 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함께 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면 함께 하고 싶어요.

이사장 임기는요? 선출 방식도 궁금합니다.
김길용: 이시장 임기는 3년입니다. 1~2대 김인희 이사장님 연임하셨고, 2대까지밖에 안 되는 룰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는 만장일치 제도입니다. 다른 단장님들이 이사장으로 저를 추천해줘서 작년부터 예년까지 수행하게 됩니다.

임원구성은요?
김길용: 이사장, 이사진들, 회원입니다. 그렇지만 7명이 다 동등합니다.

사무실이 따로 있나요?
김길용: 시작할 때부터 MCT를 사무국으로 했어요. MCT에서 저희의 뜻을 알고 거의 4~5년간 수익 하나 없이 동참해주셨어요. 지금은 약간의 수익이 발생해서 사무국에 지급됩니다. 회의를 같이하는데, 이렇게 안 싸우는 회의는 처음 봤대요. 발레STP협동조합의 최고 장점인 거 같아요.

다른 협동조합의 롤 모델이 됐습니다. 발레STP의 영향으로 2017년 현대무용협동조합, 전통무용협동조합, 한국무용협동조합의 설립이 줄을 이었습니다. 다른 협동조합과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는 7월, 다른 협동조합과 협력해서 무용협동조합연합회를 창립하신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김길용: 차별점은 장르가 가진 특성 같아요. 발레는 ‘헤쳐 모여’가 힘든 장르예요. 주역도 있지만 군무가 있잖아요. 군무는 아무리 좋은 객원 무용수라 해도 지금껏 같이 해온 무용수들과의 호흡만 못하지요. 저희는 꼭 소속된 무용수와 같이하고 소속 무용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합니다. 그런 시스템에서 현대무용, 한국무용과 차별점이 있는 듯합니다. 발레STP협동조합에서 관객 개발을 집중하여 지금까지 노력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서로 협력하면서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은 또 다른 형태로 관객개발이나 시스템을 이루지 않을까 싶어요. 1년 전부터 김성한, 김종덕 이사장과 만나면서 많은 얘기를 했어요. 10년 전에 발레STP협동조합이 생길 때 간절함이 있었어요. 그 간절함이 지금까지 남아있고요.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협동조합에도 간절함이 있더군요. 그런 때문에 이번 기회로 서로 시너지를 만들며 성장할 것 같아요.

무용협동조합연합회의 활동 계획도 어느 정도 그려져 있는 상황인가요?
김길용: 논의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공연 사업이 될 거 같아요. 그런데 공연 사업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마이너스인데, 지원이란 게 연합회가 생기자마자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2~3년은 활동해야 하죠. 그래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연합회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어요. 4개의 협동조합이 연합한다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지만 않을까 생각하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발레STP협동조합은 문화예술의 지역 균형적 발전과 발레대중화, 무용수 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폭넓은 발전 목표를 갖고 설립했습니다. 국내민간단체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였어요. 설립 후, 지난 8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어떤가요?
김길용: ‘수원발레축제’의 경우 2019년에는 하루에 5천 명 이상이 왔어요. 축제를 기다리는 시민이 생겨나고 팬층이 생기고 수원시 발레 학원이 2배나 증가했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인 거예요. 발레를 본 사람이 ‘발레가 아름답다. 나도 한 번 배워볼까?’라는 게 생기는 거잖아요. 수원시에 있는 발레학원연합회의 협조로 학생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6~7년 만에 학원이 2배가 증가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캠페인을 하는데, 관련 공연도 하지만 단원들이랑 다같이 협력한 영상 제작 등 소소한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작년에 생명나눔 관련해서 만든 작품 30분 중 5분 정도 선보이고 멘트를 통해 중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소개했습니다. 올해에는 ‘신나는 예술 여행’ 일환으로 중학교 10군데를 찾아가는 공연을 합니다. 공연뿐 아니라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레STP협동조합의 기저 중 하나인 무용수들의 복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무용수들이 월급을 받지만, 다른 발레단들은 모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와이즈발레단은 월급 주는 친구들을 늘려나가는 걸로 부단히 노력해왔죠. 코로나로 모두 힘들어진 상황이지만, 그런 부분들을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면서 무용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발레대중화, 무용수 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고려한 발레STP협동조합 사업의 줄기들이에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모입니다. 10년간 회의를 진행했어요. 공연 있을 때는 한 달에 2~3번 모이기도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만장일치가 돼야 합니다. 10년 동안 싸운 적이 없어요. 정말 대단한 거예요. 단장님들이 본인 생각을 내세우지 않고 전체적으로 융화되는 게 큰 장점입니다.







최진수: 저는 초기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창단될 때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서울발레시어터와 발레STP는 마찬가지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초 예술, 발레의 저변 확대입니다.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외국처럼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생길 것이고 더 발전할 거예요. 그간 이뤄온 성과들을 보면,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수원발레축제’, 질병관리본부라든지 〈발레, 아름다운 나눔〉 시리즈 등 많은 관객들 동원했고 만족도를 얻어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코로나 종식되면 더 많은 발전을 이루고 다양하게 관객들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이 10년 동안 발레 대중화를 이뤄낸 건 사실입니다. 공연하면 느껴집니다. 협동조합 합동 공연하면, 예를 들어 서울발레시어터 팬이 공연을 보러왔다가 다른 발레단 팬이 되기도 하고 발레를 한 번도 안 본 분이 공연을 보러오기도 합니다. 코로나 전까지 공연했을 때 티켓 판매라든지 확실히 증가했습니다. 10년간 우리가 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와이즈발레단의 소박한 목표는 최소 4대 보험에 가입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지금 있는 무용수들이 다 월급 받는 겁니다. 코로나로 주춤하게 되어 안타까워요. 기업이나 정부에서의 지원이 조금만 되어도 더 달려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 너무 힘듭니다. 지원, 후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민간단체가 자생하려 할수록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리고 발레STP협동조합이 빠듯한 예산으로 각각의 발레단들이 돈을 투자하여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발레STP협동조합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요?
최진수: 조합원들이 모여서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방향을 찾아가고 있지만 각자 살기 어려우면 같이 모였을 때 협동하기가 어렵거든요. 각자가 편안하고 안정되어야 더 좋은 예술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처음 보는 관객은 너무 수준이 낮거나 여유가 없으면 다시는 공연을 안 보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길용: 제가 이사장으로 있을 때 달성되지 않더라도 ‘수원발레축제’를 전세계에서 찾는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여름밤 잔디밭에서 앉아 보는 축제, 매일 저녁 발레 레퍼토리를 볼 수 있는 즐거운 축제입니다.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공연 전 미리 와서 즐길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찾는 페스티벌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6개의 발레단이 잘 돼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저희가 잘 돼야 후배들이 쫓아옵니다. 누군가에게 앞서나가는 사람으로서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를 끌어줄 힘을 갖추기 위해 각 발레단이 성장해야 합니다.

발레STP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말씀뿐 아니라 민간발레단의 현실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온 민간발레단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따르고 지원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 ​ ​ ​ ​ ​ ​​ 

2021. 7.
사진제공_춤웹진, 발레STP협동조합, 공연기획MCT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