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지상중계_ 한국춤비평가협회 새 정부 춤정책 포럼
장광열_춤비평가

■ 2017 한국춤비평가협회 포럼 발제 2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과제



 한국의 춤계가 요동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준비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제안들이 난무하고 있다. 공공 지원금을 받아 치루고 있는 몇몇 행사들은 기본성격을 망각한 채 소모적인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오래 동안 연구되고 진단 된 중요한 아젠다들은 방치된 채 새로운 것만을 쫓고 있는 형국이다.



 1. 국내외 새로운 춤의 동향

 수년 전부터 한국의 춤계는 무용가들과 그 주변인들의 활동영역이 점차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 창작자와 교육자의 구분이 더욱 확연해지기 시작했고, 삼분법에 의한 장르 구분 의식도 엷어지고 있으며, 특정한 단체나 안무가만의 작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고자 하는 프리랜서 무용수들이 증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춤계는 창작 작업의 주체가 되는 전문 인력 중 핵심인 유능한 안무가의 경우 무용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또 다른 핵심 인력인 무용수들의 경우는 숫자에서나 기량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춤계는 수십 년 동안의 노력에 의해 이제 해외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우수 작품(상품)을 조금씩 확보하기 시작했고, 춤 시장의 개방 규모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무용수들의 해외무대 진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춤계의 위상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11월을 전후한 한 달 동안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최신작들을 포함 한국 전역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 해외 춤 단체들의 숫자는 30개를 웃돈다.
 한국의 춤계는 또한 예술교육으로서의 무용교육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무용의 영역이 사회 각 부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춤 대중화를 위한 토양이 조금씩 형성되어 가고 있다.
 순수한 창작활동에만 머물던 춤 공연의 관행이 특정한 대상을 겨냥해 이루어지거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거나 어린이 청소년, 젊은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표방하는 등 이른바 타켓형 제작도 시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종래의 1회성 공연 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작품의 재공연을 통해 꾸준히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여가는 레퍼토리 화 작업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전문 춤단체와 직업 무용단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이 같은 흐름은 자연스럽게 춤시장의 확장과 연계되어 새롭게 조망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새로운 경향은 개인 무용가들이나 무용 단체들로 하여금 단순히 작품 제작에만 신경 쓰던 데서 기획, 홍보, 마케팅, 관리 등을 담당할 전문가 영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아직은 소폭이긴 하지만 종래 공연을 대행하고 홍보하는 기능에 머물던 공연 기획사들의 역할이 유통 쪽으로도 확대되기 시작했고 무용수와 안무가만 있던 춤단체에는 새로이 기획과 행정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참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에, 지역 춤계의 경우는 관역시를 중심으로 활성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공연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의 지역적인 편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댄스 필름, 장애인 무용, 무용치료, 커뮤니티 댄스, 환경 춤, 장소 특정형 공연 등 여타 예술장르와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예술창작과 교육과 연계된 춤의 영역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춤예술의 질적 성장과 춤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침체된 직업무용단들의 제 기능 회복과 함께 창작 활동과 교육의 질을 높여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지도자들의 재교육도 포함된다.
 한국의 춤계는 축적된 춤 전문 인력(무용수, 교육자)과 춤 단체는 많으나 이를 하나의 축적된 힘으로 결집시키지 못함으로써 창작 진흥 및 춤대중화, 그리고 해외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배가시키지 못하고 있다. 창작 작업을 위한 전문 무용단이나 각 장르별로 협회 등 무용인들로 이루어진 개별 단체는 많으나 한국 춤계의 현안과 비전 등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중지를 모으는 구심체가 없는 것이 오늘날 춤계의 현실이다.
 춤계에서는 제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전문화, 직업화, 제작 및 유통 시스템의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 춤계의 소통과 대외 교류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가칭 ‘댄스 하우스’(무용의 집)라 일컫는,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은 이 같은 무용계의 여망을 담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 춤계의 흐름 중 하나는 무용창작에서의 탈 장르 경향 및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춤 작품의 유통을 위한 네트워킹의 확대와 국가간 협업, 레진더시 작업 등도 여전히 가속화 속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작품 속에 문화 다양성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성행하고 있으며,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이 서로 융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의 공연예술은 과학기술로 인한 네트워크의 발달을 통해 예술 행위자와 감상자가 다양한 소통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공연예술 발표무대가 확장될 수 있고 결국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공연양식의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용예술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래에는 또 관객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의 생활화를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춤계가 대중화와 산업화의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을 향한 춤 전문 인력의 양성과 함께 이 같은 세계 춤계의 새로운 흐름을 간파하고 향후 다가올 미래의 무용예술의 변화를 예측, 적절히 대응하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춤계가 직면한 여러 가지 환경과 미래의 변화 예측까지 포함한 정책 입안은 국내외에서 한국 춤계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환경을 개선하고, 잘 만들어진 작품(상품)을 국내외에 유통시키고 판매하는 정책 수립은 한국 문화정책의 중심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아젠다로 떠올랐다
 외국에서 무용예술은 극장예술의 한 장르로서 뿐만 아니라 몸을 매개로 한 예술장르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 정부나 민간 기구, 그리고 무용가들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이 같은 프로젝트들은 무용가들을 위한 예술 창작 활동 뿐 아니라 무용교육 부문, 그리고 문화예술을 이용한 국가 이미지 고양이란 장기적인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무척 넓고 다양하다.

오늘날 국가에서 무용예술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 국민들의 창의성 신장의 원동력이 되는 춤 문화
-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춤 문화
- 무용예술을 통한 국가 이미지 고양과 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의 중심이 되는 춤 문화
를 표방하며 궁극적으로 “춤이 인간과 사회를 위해 함께 하는 세상을 지향”하기 위한 큰 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몸을 매개로 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용예술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소통성이 강한 예술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2. 대한민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개혁과제

1)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운용 개편
● 아르코예술극장 ‘댄스 하우스’로 개편
 - 전문 아티스트들을 위한 창작, 유통, 교육, 국제교류의 플랫폼 기능
 - 어린이‧청소년, 성인들을 위한 교육 및 창작 프로그램 운용
 - 외국 댄스 하우스와의 네트워킹을 통한 프로그램 교류
 -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등과 연계 사업 수행

●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배가 쪽으로 운용방향 전환
 - 안무가, 춤단체, 춤축제 등에 대한 철저한 선별 지원
 - 신작 위주에서 우수 작품의 재공연 작업에 대한 지원강화
 - 해외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과 단체 연속, 장기 지원

● 춤 전용극장에 대한 지원 개편
 - 제작 극장으로 가능강화
 - 민간 기획자와 기획사와의 공조 시도

● 지역문화재단과의 지원 영역(중복)에 대한 재편 필요
 - 사업운용의 질
 - 행정 서비스 제도 개선

2) (사)한국무용협회의 공적 지원금 지원사업운용 개편
● 전국무용제 운영 개편
● 대한민국무용대상 운영 개편
 성격 재규정, 새로운 기관으로 이관
● 병역특례 콩쿠르(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운영방안 개편
 국군예술부대창단, 국공립무용단 근무 대체 운용 등

3) 무용예술교육 정책 개편
● 예술교과에 무용 교과목 추가
● 우수 교육 프로그램 뱅크 구축
 ---> 해당 교육청과 연계 School Visit 프로그램으로 정기적 시행
● 예술강사제도 운용 보완
● 무용교사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강화
● 대학 무용교육 커리큘럼 개편
● 전공자들의 인문학 교육 강화
● 콩쿠르 지상주의  지양
 
4) (사)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사업 운용 개편
● 무용예술 공연 일정 기간 의무 배정
 ---> 공연 장르 편중 현상 개선
● 해외 단체 내한공연 지역문예회관과 연계
 ---> 지역주민들의 예술향유 기회 확대와 국제화
● 우수 무용교육 프로그램  지역문예회관 연계
●  상주 춤 단체 장르 배분
 ---> 각 권역별 형평성
● 지역 문화재단과의 연계 강화

5) 춤 국제교류
● 교류의 허수 줄이기 및 부가가치 높이기
● 국제 무용축제의 차별성 살리기
● 국고 지원축제 내한공연 지역 공연 연계
● 네트워킹 공유
● 공공 지원금 수혜 국제축제 악용사례 방지

6) 국공립 직업 무용단 운용
● 질 높은 작품 제작에 대한 의무감 강화
● 예술감독 선임 단원 채용에서의 투명성
● 예술감독 임기보장
● 예술노조의 영역 개편
● 오디션 제도 개선

7) 국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운용
●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지정 및 운용제도 단계적 폐지
●  보존회 활동 지원 확대
●  대학에서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 이외의 춤 교육 기회 확대
 
8) 비평과 저널리즘
● 전문 비평가들에 의한 질 높은 비평행위
 (현장비평 강화, 주례사 비평 근절, 건강한 비평문화 정착)
● 감시기능과 여론형성
● 비평 작업 진작을 위한 지원 확대
● 비평작업의 국제화

9) 무용기획 • 무용행정
● 공연 대행사에서 탈피, 기획 영역 확대
● 춤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업개발
● 제작기능 강화
● 지원 및 유관기관과의 연개사업 개발
● 서비스의 질 향상

10) 우수 무용수 병역 특례
● 병역특례 콩쿠르 운영방안 개편/ 병역 특례 중단
● 국군예술부대창단
● 국공립무용단 근무로 대체복무 운용



3. 넘쳐나는 지원과 무용계 적폐 청산
 
 춤 공연이 넘쳐나고 있다. 이즈음 같으면 뉴욕 파리 등 세계 춤 시장의 1,2위를 다투고 있는 도시보다 더 많은 공연이 서울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소극장,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서울무용센터, 서강대메리홀, 강동아트센터, 춤 전용극장인 창무춤터, M극장, 두리춤터를 비롯해 성균소극장, 새롭게 개관한 SAC아트홀, CEl스테이지, 한국문화의집 kous, 마포아트센터, 성수아트홀, 문래예술공장, 그리고 갤러리와 스튜디오 시설 등등 11월에 열리는 춤 공연장의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제 춤 공연장은 서울 전역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관료 지원, 레지던시 지원, 창작산실 등 창작활동 지원, 상주단체 지원, 문화소외지역 순회공연 등 커뮤니티를 위한 지원, 국제교류 지원, 예술축제 지원, 춤전문지 발간 지원, 기획형 행사 지원, 행정인력 지원 등등 한국의 무용가들과 단체들을 향한 우리나라의 지원정책은 정말 다양하다. 여기에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등 별도의 기관 지원을 통한 것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지원금은 넘쳐난다.
 이런 풍족한 여건에 대해 이제는 무용가들과 춤 단체들이, 비평가를 포함한 기획자들과 무용 행정가들이 화답할 때이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제대로 된 심의와 평가를 해야 한다. 전문성과 도덕성으로 무장된 사람들에 의한 프로페셔널리즘과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예술검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블랙리스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그리고 구속, 새로운 정부 출범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춤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잘못된 행태와 관행들이 대수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거세고 강하게 분출되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춤계가 이에 화답할 때이다.
 한국 춤계의 밝고 어두운 현장을 지켜보면서, 건강한 춤문화, 춤사회의 정의 회복을 향한 주체는 결국 대한민국 춤계 종사자 스스로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2017.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