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상상력과 신명, 그리고 미적체험
민족미학회 2013 秋계학술대회탐방
김혜라

 



 본 한국춤 비평가협회 공동대표이자 민족미학연구소 소장인 채희완 선생이 주관하는 민족미학회 정기 학술대회가 2013년 11월8일 부산대 인덕관에서 개최되었다. 1년에 봄·가을 개최되는 학술대회는 민속학자, 철학자, 미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실천적인 논제를 연구해왔고 민족미학 뿐만아니라 아시아와 서양의 동시대적 담론까지 포괄하여 한국민족미학의 현재적 방향성에 관련된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해왔다. 지난 5월 3일 춘계학술대회에 “예술비평이란 무엇인가”-‘비평적 평가의 근거’(황유경), ‘예술비평과 메타비평 그리고 권력의 변증법’(서대정), ‘비인간주의적인 춤을 위한 비평’(최찬열) 그리고 /‘영화비평의 위기와 그 원인‘(김충국)-라는 주제에 이어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상상력과 신명, 그리고 미적체험”-‘칸트의 표상적 사유’(최태명), ‘씻김의 상상력’(김현희), ‘신명의 미적 성격 고찰’(하진숙), ‘재현과 사의에 대한 사유’(송문익)-이란 주제로 열띤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그 주요 내용과 논점을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첫 발표문 <칸트의 표상적 사유>에서 최태명은 칸트의 비판 철학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하이데거나 기존의 상대적으로 논의가 적었던 칸트의 ‘표상적 사유’를 재조명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발표자는 칸트의 표상적 사유의 중심에 상상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포스트모던 철학이 해체해버린 주체의 문제를 복권하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논의 전개로 칸트의 표상은 감성표상, 지성표상, 이성 표상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 인식능력에 의해 드러난 표상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전제와 표상과 표상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들어나는 것이 아니라, 표상이 대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표상이 주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발표에 이어 토론자 김종기는 상상력(Einbildungskraft, imagination)이란 번역의 문제를 제기하며, 상상력보다는 오히려 구성력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였다. 칸트의 ‘구상력’은 감성과 오성을 매개하는 능력으로 필연적으로 선험적 기능과 연관되는데, ‘상상력’은 사물과 그 속성의 감각적인 모상을 관념 속에 임의로 결합하는 능력이라고 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칸트비판 철학을 감성, 구상력(상상력), 오성, 이성이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조망하는 것과 표상적 사유로 재조명하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질의가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칸트의 표상적 사유의 구분에 방점을 두고 전개하였고, 발표자가 목적을 두었던 주체의 복권문제까지는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성적 인식은 표상(쾌,불쾌) 능력과 관계하는데 지성과 이성의 중심에 상상력의 자유가 핵심요소였다는 점과 ‘상상력’의 '자기촉발‘은 자기를 반성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적 주장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 발표문<씻김의 상상력>에서 김현희는 창조적 상상력의 발원으로써 씻김과 상상력의 기능에 주목하여 그 다양한 층위를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씻김의 상상력’이 현실의 억압과 무의식적 욕망의 상상력을 해방과 깨달음으로 매개하는 인간의 건강한 상상력임을 강조하였고 구체적으로 상상력이 어떤 층위와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였다. 먼저 현실을 인식하는 층위의 상상력은 주관의 능동성과 결부된 것으로 흄의 ‘관념의 연합’과 칸트의 ‘상징적 직관’으로 설명하였고, 그 다음으로 과거로부터 축적된 현실적 해방과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상상력은 프로이드와 융의 정신분석학이 설명하는 무의식의 충동과 꿈의 상상속에서 가능함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창조적인 예술적 체험과 상상력이 개인과 사회를 치유하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 중심 과정에 ‘씻김의 상상력’이 우리의 삶을 인도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발표에 이어 토론자 김혜라는 ‘씻김’의 실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질의하며 ‘씻김’이 한이 신명으로 극복내지는 표출되는 매개이며, ‘씻김의 상상력’은 궁극적으로는 흰그늘의 미적 아우라가 발현되는 과정으로써의 포괄적인지 질의한 것이었다. 발표자가 제기한 예술적 상상력 즉 ‘씻김의 상상력’이 예술가, 안무가에게 요청되는 삶의 한 태도와 춤의 본원적 기능의 회복과 결부되는 것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관객에게 기발한 상상력 이상의 그 무엇인 예술적 치유의 기능에는 덜 주목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본 논제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예술적 삶에 대한 본원성을 생각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논제이며 오늘날 예술에 요구되는 생산적인 상상력이라고 논평하였다.
 세 번째 발표문<신명의 미적 성격 고찰>에서 하진숙은 한국문화의 미적 정서에서 거론되는 신명의 의미구조, 신명체험의 유형과 양상을 구분하였고 그 구체적인 사례를 재해석하였다. 구체적으로 신명체험의 유형으로써 접신 체험으로서의 신명, 생활 속에서의 신명, 미적체험으로서의 신명을 구분하여 방대하며 다양한 양상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신명체험에 대한 해석학적 조명으로 신명체험의 질적 특성과 경험적 특성 그리고 치유와 해방으로서의 초월성과 정서적 쾌감으로 확장 해석하여 발표하였다.
 발표에 이어 토론자 염재철은 ‘신명’과 ‘신내림’의 관계성에 대한 질의를 하였고, 신명체험 과정에서 발표된 추상적인 용어(자기실현, 존재의 충일감 등)에 대한 뜻의 명확한 의미를 질의하였다. 신명이라는 미적 개념을 전지전능하게 조명한 경향이 있다며 우리의 신명에 가장 가까운 서양의 미적 개념인 호머의 ‘엔투시아스모스’와 비교하며 발표문의 문제점도 지적하였다. 그러나 발표자의 신명에 관한 사전적 정의에서부터 시작해서 고서에 나타난 신명의 여러 뜻을 두루 살펴보고, 신명에 관한 여러 선행 이론들을 한데 모아 갈래지은 노고에 감사를 보냈다.
 마지막 발표문 <재현과 사의에 대한 사유>에서 송문익은 화가인 자신이 그동안 작업했던 그림의 형식적 측면이 사의(思議)임을 주장하며 본인의 그림을 보이며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본인의 창작방법은 포스트모던한 관점보다는 수묵화의 원시반본적 접근으로써 근대 예술의 사실적 회화형태인 묘사적 미학의 굴레를 벗어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서 재현의 해체가 아니라 형과 신을 서로 융합하는 주객합일하는 의경(意境)의 경계라는 것이었다.
 발표에 이어 토론자 채희완은 ‘수묵화의 원시반본적 접근’의 실제가 무엇인지와 새로운 양식을 모색하는 가운데 ‘회귀’로서의 자기부정, 일탈은 자기실천으로서 창작을 위한 도정이라 하였는데, 결국 ‘수묵화의 원시반본적 접근’이란 ‘의경’을 향한 끊임없는 자기부정적 회귀가 요청된다는 것에 대한 질의를 하였다.
 본 2013 민족미학회 추계학술대회 주제는 예술전반 분야에서 경험하는 포괄적인 의미로서의 미적체험의 성격인 신명과 상상력을 철학적·치유적·유형적 갈래로 조명해봤으며 예술가의 체험적 사례를 짚어보며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였기에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었다.


 

본 협회 회원, 춤비평

2013. 12.
사진제공_민족미학연구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