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학술 논단
전통춤 공연의 현황과 과제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1. 시작하며
 

 1962년에 무형문화재제도가 시행된 이래 1970년대에는 전통춤의 발굴과 재현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그 성과가 1980년대에 ‘명무전’을 통해 대중적으로 펼쳐지면서 전통춤의 다양한 모습과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었다. 이 당시 전통춤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식을 계기로, 전통춤의 예인들을 찾아 직접 학습할 뿐만이 아니라, 공연예술계와 인문학이 함께 전통춤을 논하는 자리가 왕성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전통춤은 그 자체로서, 또한 한국 창작춤을 포함한 한국춤 전반의 중요한 토대이며, 공연예술의 보고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리매김한 전통춤이 활발하게 공연과 교육활동을 전개하면서 현재에 이르렀고, 대략 1세대를 거친 2010년대 근래에 새로운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춤 역시 시대의 변화와 함께 공연되고 향수되므로, 시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현재 전통춤의 공연 현황을 돌아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기회라고 하겠다. 특히 전통춤의 공연은 전통춤의 보존과 교육과 매우 긴밀한 사안이므로, 현재 전통춤 공연 현장의 흐름과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2. 전통춤 공연의 현황

 전통춤은 제도적으로 여러 장치 속에서 보존 계승되고 있다. 전통예술의 진흥이나 문화재의 보존 계승이라는 목표 하에, 여러 단위의 교육기관과 공연시스템들에 정착되어 전통춤 공연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근래 전통춤 공연은 전체 춤 공연의 1/3을 육박했으며 공연을 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올려지고 있다.1 국공립 단체나 극장의 상설공연이 늘어났고, 문화학교나 문화센터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춤 관객들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사설단체나 그룹들에 의해 정례화한 공연들이 회를 거르지 않고 지속되고 있으며, 동인이나 동기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새롭게 정례화되고 있다.
 춤꾼의 측면에서 봤을 때 40대 이상의 춤꾼들이 전통춤 공연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이는 노년을 앞두고 전통춤으로의 회귀 현상이며, 자신의 춤을 정리하고자 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또 창작춤 공연에 비해 제작비 부담이 덜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전통춤 공연은 오히려 전통춤의 가치와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진정 의미 있고, 전통춤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통춤 공연을 행하는 것이 전통춤꾼 모두의 사명이라고 하겠다. 현재 진행되는 전통춤 공연의 흐름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춤 레파토리의 변화이다.
 여성 홀춤이 다양해졌다. <살풀이춤>, <입춤>이 민살풀이춤, 교방춤, 교방굿거리춤, 교방살풀이춤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수건의 길이가 다양해지면서 수건의 기법도 다양해졌고, 부채를 들고 추거나, 후반 잦은몰이에서 소고를 들고 추기도 한다.
 농악춤 종목이 공연 프로그램에 꼭 포함되고 있다. 양북춤, 소고춤, 장고춤이 정착하고 확대되었다. 소고춤은 최종실류 소고춤이 주로 추어지는데, 훨씬 여성스러운 교방춤 스타일로 변하고 있다. 또 교방춤 스타일로 별도의 소고춤이 구성되고 있다. 장고춤도 설장구 중심으로 구성된 장고춤부터 교방춤 중심으로 구성된 장고춤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남성 홀춤에서 <한량무>가 확대되고 있다. 이 춤은 20세기 중후반에 전통춤이나 신무용에서 추었던 선비춤 계열의 춤으로, 남성춤꾼들이 교방춤 계열 외에 남성춤의 레파토리로 확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과거 남성 춤꾼들이 추었던 마당춤들은 적극적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다.

 둘째, 전통춤의 스타일, 경향이 변하였다.
 <태평무>라든가 여성홀춤으로 추는 입춤이나 교방굿거리춤 등이 강세인데, 이런 춤들은 화사하고 미려하며 여성미가 돋보이는 미감들을 보여주고 있다. 2, 30년 전까지 강조되었던 한(恨)이나 비애(悲哀)를 보여주는 미감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미감을 공감하는 세대가 줄어들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미감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농악춤 계열의 춤이나 한량무 등이 두드러지고, 흥이나 신명을 보여주는 것 역시 역동적이고 밝고 활달한 춤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셋째, 소극장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국립국악원 우면당, 한국문화의집, 성암아트홀, 성균소극장, 창무춤터, 두리춤터 등의 극장에서 전통춤 공연이 계속 올려지고 있다. 각 소극장들이 전통춤의 다양한 주제하에 1년간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시즌을 정해서 정례화한다거나, 2~3개월간 요일을 정해 춤꾼 개인의 장기공연을 진행한다. 이렇게 전통춤의 소극장 공연이 늘어난 이유는 소극장이 전통춤의 특성에 적합하며, 대극장 공연에서 관객 동원의 부담도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소극장 공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전통춤 공연의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춤들을 갈라 공연식으로 나란히 공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주제를 잡아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공연들이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교방이 장고춤으로, 장승헌 기획자가 산조춤으로, 김영희춤연구소가 검무전, 임수정의 공연에서 북춤만을 모은 춤판이 시도되었다. 또 기본춤이나 춤의 계통, 지역유파나 인물유파 등으로 테마를 잡은 공연도 기획되었다.
 그리고 신전통춤2이라 칭할 수 있는 전통춤의 재구성, 재안무와 변주 작업들이 시도되었다. 이는 전통춤꾼들의 창의적 욕구가 표출된 것으로, 전통춤을 현재적 감수성으로 극장 무대에 맞게 재구성한 춤을 말한다. 동선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춤사위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소품과 의상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하여 전통춤 감상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전통춤 종목 자체의 원형적 개념이나 미의식, 정서, 몸 쓰는 방법 등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3. 현행 전통춤 공연의 문제점과 과제


 이상과 같이 전개되고 있는 전통춤 공연들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기획 측면에서 유사한 공연들이 너무 많다.
 대개 전통춤 종목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구성과 진행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공연들은 이미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유사한 기획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춤꾼의 연행(演行) 포인트와 관객의 감상 포인트를 다양하게 설정한다던가, 감상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명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마당춤이 교방춤화되고 있다.
 마당춤은 주로 마당에서 추어졌던 춤들로 탈춤과 농악춤을 말한다. 그 중 농악춤이 무대에서 여성 춤꾼들에 의해 많이 올려지는데, 마당춤으로서의 특성은 흐려지고, 교방춤의 특성이 두드러지면서 본래 춤의 맛이 변질되고 있다. 농악춤과 교방춤의 호흡 방식과, 몸 쓰는 방식 등에서 차이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최종실류 <소고춤>이나 박병천류 <진도북춤>이 교방춤 계열의 춤을 추는 여성춤꾼들에 의해 추어지면서 농악춤 본래의 특징이 축소되고 변하고 있다. 우선 춤의 형식이 변하였는데, 다리동작에 있어서 대개의 농악춤은 다리를 앞으로 높이 들지 않는다. 다리를 들면 장고나 북에 걸리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농악춤은 다리 사위가 앞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첫 박에 악기의 ‘덩’(덩은 왼손과 오른손을 같이 치는 타법이다.)을 쳐야 하므로 몸의 힘이 뻗어나가기 보다는 안으로 응집되는 것이다. 덩에서 오금을 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교방춤 계열의 춤에서 대개 첫 박에 호흡을 들어올리며 움직임이 외연으로 확대되는 특징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그리고 대개의 농악춤은 첫 박의 덩을 친 후 걸어나갈 때, 허벅지를 많이 들지 않으며, 발뒤꿈치는 다리 뒤편에서 놀아지고, 무릎은 앞으로 각이 지게 굽어진다. 또한 발사위에 있어서 발끝이 위를 향하지 않고, 다리, 발등에 이어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이는 다리를 앞으로 들고 버선코를 위로 향하게 하는 교방춤 계열의 다리사위, 발사위와는 다른 특징이다. 농악춤의 이러한 기법과 동작특징들이 교방춤 계열의 춤을 추는 여성춤꾼들에게 충분히 소화되고 있지 않다. 자신이 추었던 춤의 방식대로 호흡하고 동작을 하니, 농악춤으로서 <소고춤>이나 <진도북춤>의 춤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의상으로 치마를 주로 입는데, 치마를 입은 모습에서는 농악춤의 아랫놀음을 보기 어렵다. 농악춤은 부포나 상모를 돌리는 웃놀음과 하체의 다리와 무릎, 발로 구사하는 아랫놀음이 있는데, 아랫놀음은 농악춤의 핵심이다. 하지만 치마에 가려져 대개의 아랫놀음이 보이지도 않고 중시되지도 않으니, 아랫놀음의 다리동작이 변질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춤사위 외에 화려한 의상과 과도한 악세사리들도 마당춤으로서 농악춤의 특성을 희석화시킨다. 또 마당춤인 농악춤을 버선발로 추는데, 이는 농악춤의 격식에 맞지 않는 점이다.3

 즉 전통춤에서 각 계통별 춤들은 원형적 특성이 있으므로, 각 춤의 원래의 특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춤꾼이 이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통춤 각 계통별 춤의 특성이 흐트러지고 희박해질 수 있다. 교방춤 계통의 춤들이 전통춤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데, 다른 계통의 전통춤들이 교방춤 계통으로 획일화된다면 이는 심히 우려할 사안인 것이다. 농악춤이나 탈춤에서 동작이나 순서만 가져온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각 춤의 특성과 동작의 원리를 파악하고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춤꾼은 각 춤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있어야 하며, 각자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전통춤 공연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 중심으로 올려지고 있지만, 문화재제도 이전에는 무형문화재 종목에 따라 춤이 추어졌던 것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 전통춤꾼들의 작고와 서양문화의 홍수 속에서 전통춤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에서 무형문화재가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된 춤만이 유일한 춤이 아니며, 이전에는 자유롭게 경쟁하며 다양한 전통춤들이 추어졌었다. 문화재제도 자체는 전통춤의 보존과 계승에 기여한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성격이나 체형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문화재 춤 종목에 매달려 있는 춤꾼들에게 있다. 모든 춤이 모든 춤꾼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장단점에 따라 해당 종목의 춤을 소화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무용 콩쿨에서 문화재 종목으로 지정하여 경연하게 하는 것도 콩쿨을 통해 새로운 인재, 새로운 춤을 발견하는 예술 본연의 창의적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다. 지정한 종목만으로 경연하게 한다면 콩쿨은 복제품을 만드는 공장인 셈이다.)
 또한 전통춤의 레파토리는 한정되어 있고, 같은 종목의 춤을 많은 춤꾼들이 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 종목의 춤으로 관객을 감동시키려면 춤꾼은 자기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 춤에 대한 이해와 독자적인 해석이 필요하며, 춤을 추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춤을 살리고, 자신의 춤도 살릴 수 있다. 그렇게 생생하게 추어진 춤만이 관객들의 뇌리 속에 깊게 남을 것이다.

 넷째, 전통춤의 레파토리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전통춤의 갈래는 교방춤 외에 궁중무, 탈춤, 농악춤, 무속춤, 불교의식무 등이 있다. 이 춤들 중에 몇몇 춤들이 부분적으로 무대화되기는 했지만, 교방춤이나 궁중무 외의 춤에 대해 전통춤계가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전통춤꾼들이 교방춤 외 다른 계통의 춤들을 교육받지도 않았으려니와, 관심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교방춤은 전체 전통춤 중에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교방춤 내 춤 종목도 많지 않다. 개화기 이후 여성 춤꾼 중심으로 전통춤 공연이 전개되다 보니 교방춤 이외의 춤들은 소외된 것이다. 이는 전통춤 전반의 풍부한 유산을 현재화하지 못하는 매우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 전통춤의 레파토리는 교방춤을 넘어 전통춤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다섯째, 전통춤과 신무용을 구분해야 한다.
 전통춤 공연에 신무용 작품들이 함께 추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구분하고 밝혀야 한다. 전통춤은 전통춤대로 신무용은 신무용대로 내용과 미감이 다르며, 몸을 쓰는 방식도 다르다. 다만 전통춤과 신무용이 전통시대의 배경과 정서를 일정부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듯하지만, 이러한 유사점 때문에 전통춤과 신무용의 고유성을 혼탁하게 하면 안 될 것이다.




4. 마치며-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살펴본다

 이제까지 전통춤 공연은 양(量)으로 보아 충분히 전개되었고, 이제는 질(質)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전통춤과 관련한 여러 제도의 그늘과 한계를 벗어나 전통춤 공연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펼쳐져야 한다. 춤에 대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고, 또 춤 바깥에서 춤을 봄으로써 춤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글을 마치며 당(唐)나라의 시인 사공도(司空圖, 837-908)가 작성한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소개한다. ‘이십사시품’은 시(詩)의 의경(意境)을 24품(品)으로 나누어 비유적으로 설명하였고, 자체가 시이기도 하다. ‘이십사시품’은 단지 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당시의 그림, 글씨, 음악 등의 예술품에 모두 해당하는 것이었다. 24가지의 의경은 다음과 같다.
1. 雄渾(웅혼) - 웅장하고 막힘이 없다
2. 沖澹(충담) - 평화롭고 담백하다
3. 纖穠(섬농) - 섬세하며 화사하다
4. 沈着(침착) - 행동이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5. 高古(고고) - 높고 예스럽다
6. 典雅(전아) - 법도에 맞고 아담하다
7. 세련(洗練) -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
8. 勁健(경건) - 힘이 있어 굳세고 튼튼하다
9. 綺麗(기려) - 수놓은 비단처럼 화려하다
10. 自然(자연) -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한다
11. 含蓄(함축) -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속에 간직하다
12. 豪放(호방) - 의기(義氣)가 장하여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다
13. 精神(정신) -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정수, 정신이 깃들어 있는 핵심
14. 縝密(진밀) - 구성이 빈틈없고 경직되지 않은 것
15. 疎野(소야) - 거칠어서 얽매인 데 없이 방종한 태도
16. 淸奇(청기) - 맑고 기이하다
17. 委曲(위곡) - 파란과 곡절의 변화, 복선과 암시의 기복
18. 實境(실경) - 진실한 경지
19. 悲慨(비개) - 슬퍼하고 개탄함
20. 形容(형용) - 사물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기법
21. 超詣(초예) - 평범함을 뛰어넘은 높은 수준의 조예
22. 飄逸(표일) - 한곳에 매이지 않고 현실을 초월하여 자유자재임
23. 曠達(광달) - 광활한 달관
24. 流動(유동) - 흘러 움직인다

 이십사 종(種)으로 시의 품격을 나누었듯이 이 품격은 전통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3가지 품(品)만을 언급한다.

  雄渾(웅혼)

  大用外腓(대용외비) : 위대한 쓰임이 밖에서 펼쳐지지만
  眞體內充(진체내충) : 진실한 역량은 내부에 충만해 있다
  返虛入渾(반허입혼) : 허무로 되돌아서 혼연함으로 들어가고
  積健爲雄(적건위웅) : 굳건한 힘을 쌓아 웅장함을 이룬다

  具備萬物(구비만물) : 만물의 이치를 가슴에 채우고서
  橫絶太空(횡절태공) : 드넓은 창공을 가로질러 가노니
  荒荒油雲(황황유운) : 뭉게뭉게 먹구름은 피어나고
  寥寥長風(요요장풍) : 휘익휘익 긴 바람은 몰려온다

  超以象外(초이상외) : 드러난 형상 밖으로 훌쩍 벗어나
  得其寰中(득기환중) : 존재의 중심을 손에 쥔다
  持之匪强(지지비강) : 무리하게 붙잡지 않으면
  來之無窮(내지무궁) : 다함없이 가져올 수 있으리라

  高古(고고)

  畸人乘眞(기인승진) : 기이한 사람은 참된 기운을 탄 채로
  手把芙蓉(수파부용) : 손에는 부용꽃 한 송이를 쥐고 있다
  泛彼浩劫(범피호겁) : 저 영검의 시간에 두둥실 떠서
  窅然空蹤(요연공종) : 허공에 자취를 남기고 아스라이 사라진다

  月出東斗(월출동두) : 동쪽 하늘에서 달이 떠오르니
  好風相從(호풍상종) : 시원한 바람이 그 뒤를 따라 불어온다
  太華夜碧(태화야벽) : 화산(華山)의 밤하늘엔 푸른 기운이 감돌고
  人聞淸鍾(인문청종) : 사람들 귀에는 맑은 종소리 들려온다

  虛佇神素(허저신소) : 마음 비우고 소박한 정신을 지키면서
  脫然畦封(탈연휴봉) : 인간의 경계를 벗어나 초연하게 사네
  黃唐在獨(황당재독) : 태곳적 경지를 나 홀로 지니고
  落落玄宗(낙락현종) : 현묘한 이상을 품고서 살아가리

  飄逸(표일)

  落落欲往(낙락욕왕) : 낙락하게 멀리 떠나려 하며
  矯矯不群(교교불군) : 도도하여 범인과 어울리지 않네
  緱山之鶴(구산지학) : 구지산(緱氏山)에는 학이 날고
  華頂之雲(화정지운) : 태화산 봉우리에는 구름이 나네.

  高人畵中(고인화중) : 고고한 사람은 마음이 평화롭고
  令色絪縕(영색인온) : 멋진 얼굴에는 원기가 넘치네
  鄕風蓬葉(향풍봉엽) : 바람에 실펴 쑥대 잎을 타고서
  泛彼無垠(범피무은) : 저 아득한 곳으로 둥둥 떠가네

  如不可執(여불가집) : 그를 잡을 수는 없을 듯하나
  如將有聞(여장유문) : 그래도 그의 소식은 들려오겠지
  識者已傾(식자이경) : 지인들은 벌써 그 사실을 알지만
  期之愈分(기지유분) : 만나려 애쓸수록 더 멀어지네4

 전통춤 역시 시대적 흐름 속에 있으며, 여러 매체와 장치들이 발달한 극장 시스템 속에서 공연되면서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양한 공연예술들이 경쟁하는 현재에 전통춤이 스스로 생명력을 갖지 않는다면 예술이 아니라 복제물로 남게 될 것이다. 춤꾼은 춤의 현장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관객의 기운을 감지하며 춤추어야 한다. 그렇게 전통춤 역시 살아있는 춤을 추어야 한다.

* 이 글은 3월 29일 한국무용연구학회 세미나에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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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년 세부 장르별 공연 건수ㆍ공연 횟수 분포표


(황윤숙, 「2012년 무용현황분석」 , 『2013 문예연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3.) 2012년 한국춤의 공연건수는 478회로 전체 공연의 32.5%였고, 공연회수는 전체 공연의 30.6%였다. 2011년 한국춤의 공연건수는 397회로 전체 공연의 34%였고, 공연회수는 506회로 전체 공연의 25%였다. 그리고 2007년 전체 춤 공연은 1165건이고, 그 중 한국무용 공연건 400중에서 전통춤 공연은 226건이었다. (2013년, 2012년 2008년 『문예연감』 중에서 인용)

2. ‘신전통춤’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후반부터 김태원, 김영희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3. 김영희, 「교방춤과 마당춤의 기법은 다르다」, 《춤웹진》 2013년 7월호 통권 47호, 한국춤비평가협회.
4. 안대회, 『궁극의 시학』(문학동네, 2013)에서 발췌.

2014.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