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김선희발레단 〈인어공주〉
한국창작발레, 세계무대 향해 날개짓
김인아_<춤웹진> 기자

초현실적 배경과 비극적 사랑을 그린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발레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지난 8월 10~12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김선희발레단의 <인어공주〉는 초연 이래 20년간 꾸준히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온 국내 창작발레다. 1997년 20분 길이 서정적 파드되의 소품발레에서 시작하여 2001년 2막 발레로 완성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개작을 거쳐 올해 국내 제작진과 함께 음악·의상·무대디자인을 보완하여 다시 100분의 2막발레로 선보였다.

 



 <인어공주〉는 빠른 장면전환으로 몰입을 자아냈다. 인어공주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된 배에서 왕자를 구하며 사랑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된 1막은 인간을 사랑한 인어공주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용왕, 그 뜻을 거스르고 마법문어를 찾아간 인어공주가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물거품으로 변해 목숨을 잃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목소리를 내어주고 예쁜 두 다리를 얻는 이야기로 전개됐다.
 특히 <인어공주〉의 1막은 ‘판타지 발레’라는 별칭에 걸맞게 바다 속 풍경과 캐릭터구현에 중점을 두었다. 화려한 의상으로 채색된 48명에 달하는 무용수가 멋진 경연을 펼치는 바다 속 축제 장면에서 초등 고학년 정도의 어린 무용수들은 새우, 게, 해마, 불가사리, 물고기와 같은 바다생물을 캐릭터 특성에 맞게 재기발랄하면서도 제법 야무진 움직임으로 선보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2막은 인간이 된 인어공주와 왕자의 재회로 시작됐다. 궁정에서의 연회 장면은 디베르티스망의 구성을 따라 남녀 주역의 독무와 파드되, 구도에 맞춘 일사불란한 군무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시 줄거리가 이어지면서 인어공주와 왕자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맹세하려는 절정의 순간이 온다. 이때 인어로 분한 마법문어가 등장해 마치 <백조의 호수〉의 흑조처럼 불가항력의 마력으로 왕자를 현혹시켜 사랑을 가로채며,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왕자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후회하지만 결국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11일 저녁공연에서 인어공주 역의 이수빈은 궁정연회 장면에서 고난도 테크닉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물거품이 될 운명을 암시하는 애절한 사랑의 표현도 놓치지 않았다.




 김선희발레단의 <인어공주〉는 오는 10월 20~21일 뉴욕시티센터에서 첫 해외공연을 갖는다. 이번 국내 무대에서 인어공주로 활약한 이수빈, 박선미와 더불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이 왕자 역으로 합세한다.
 예술감독 김선희는 “<인어공주〉는 안무뿐 아니라 음악, 조명, 무대디자인, 의상 등이 국내 제작진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번 무대의 아쉬운 부분을 가다듬으며 뉴욕 공연을 준비 중이다. 한국의 창작발레로서 뉴욕 현지 발레관객에게 인정받고 싶다. 명작으로 불리는 고전발레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가, 무용가로서 지금 이 시대의 안무시각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탁월한 기량을 갖춘 우리나라의 무용수들을 뉴욕의 좋은 무대에서 선보이고자 한다”면서 “이제 스무 살, 성인이 된 <인어공주〉가 성공을 향해 뉴욕으로 면접 보러 간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8. 09.
사진제공_김선희발레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