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춤문화 새 흐름  4. 아기띠댄스
엄마도 아기도, 신나는 춤놀이
김인아_<춤웹진> 기자

 

서울시 소재의 한 아동보건지소, 푹신한 매트바닥과 알록달록 색감으로 꾸며진 놀이방에 엄마와 아기들이 모였다. 엄마들은 아기들의 이름을 서로 부르며 친근한 인사를 건넨다. 생후 12개월을 넘지 않은 아기들이 천진난만한 장난을 치고 엄마와 교감하며 수업을 기다린다. 엄마가 둘러맨 아기띠 속으로 아기들이 포근히 안겨지자 평화롭고 조용했던 놀이방이 이내 신나는 공간으로 돌변한다.
 “오른쪽으로 갈게요. 걷고 걷고 걷고 스텝! 이번엔 왼쪽, 걷고 걷고 걷고 한발 앞으로! 제자리에서도 움직여주세요.” 빠른 템포의 신나는 리듬, 강사의 구령에 따라 아기띠를 둘러맨 엄마들의 스텝이 분주하다. 아기의 양손을 잡고 이리저리 스텝을 옮겨보고 제자리 움직임일 때에도 양발을 벌린 채 무게중심을 바꿔가며 몸을 흔든다. 간단한 팔동작도 곁들여진다. 가슴에 꼭 안긴 아기도 엄마와 함께 리듬을 타고, 두 팔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엄마와 아기는 즐겁고 유쾌한 춤놀이의 세계로 빠져들어 함박웃음을 짓는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놀이가 되는 춤추기, ‘아기띠 라인댄스’의 현장이다.

 



 아기띠 라인댄스는 정릉아동보건지소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오후 40분씩 두 차례 열리며 매달 신청접수를 받는다. 배경숙 정릉아동보건지소 주무관은 “산후에 현실적으로 아기를 떼어놓고 운동하기 힘든 엄마들에게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아기와의 애착에도 도움이 되는 아기띠 라인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영아 맞춤 프로그램은 주로 베이비 마사지나 체험놀이, 산모의 육아교육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지난해 6월 개설된 아기띠 라인댄스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춤놀이로 인기강좌가 됐다”고 전한다.
 엄마의 건강도 챙기고 아기와의 애착 관계도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 때문에 아기띠 라인댄스에 대한 엄마들의 호응은 매우 높은 편이다. 강정애씨는 “끝나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몸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산후라 운동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해봤는데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모든 아기 엄마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즐거운 수업이었다”고 말한다. 아기띠댄스는 육아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산후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춤을 따라하는데 재밌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육아에 지친 영혼이 힐링 된다(웃음). 육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또 다른 엄마 참여자도 프로그램에 크게 만족했다. “동네에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하게 됐는데 이후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아기와 같이 춤추며 놀아주는 느낌이 들어서 무엇보다 좋다. 아기도 너무 신나하고 저도 유산소 운동이 되는 것 같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운동량이 엄청나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되고 있다”며 아기띠댄스가 아기와의 친밀감을 높일 뿐 아니라 운동효과도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기를 안고 춤추기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간단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운동량이 높은 편이다. 아기의 무게 때문에 엄마는 아령이나 가벼운 역기를 들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고 유산소 운동으로서 근력과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엄마에게 안겨 함께 움직이고 있는 아기는 덩달아 신나하기도 하고 큰 음악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아기를 안고 달래는 일명 둥개둥개 효과 때문에 정서적으로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함께 춤출 동안 엄마와 긴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안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3세까지의 영아기에 형성된 모든 발달은 이후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결정적이다. 이 시기 영아는 자신을 돌보아주는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하는 놀이가 아기에게 안정된 정서를 부여하여 애착관계를 형성시킨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놀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춤놀이’는 아기의 정서뿐만 아니라 신체적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김이경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원장은 아기띠댄스에서 보여지는 아기의 움직임에서 긍정적 의미를 발견한다. “‘빠이빠이’ 같이 손을 흔드는 동작과 리듬에 맞춰 팔을 흔드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런 동작으로 아기는 팔의 힘을 키우고 나아가 전신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손바닥을 부딪쳐 박수치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박수치기는 아기가 가장 유쾌한 순간에 하는 표현이어서 아기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 활발한 손 움직임은 아기의 소근육을 발달키시고 두뇌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아기의 평균적인 발달단계에서 아기띠댄스와 같은 적절한 자극은 아기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고 전한다. 또한 “움직임에 흥미를 갖게 된 아기들은 점차 혼자 힘으로 몸을 흔들고 움직이려고 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해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신감과 성취욕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신체적·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아기띠댄스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내에서는 용인 기흥구보건소에서 출산 후 6~18개월 아기와 엄마 또는 아빠를 대상으로 아기띠댄스 무료강좌를 개설했다. 전국 백화점과 마트의 문화센터에도 아기띠댄스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아기띠, 아기포대를 뜻하는 sling에 춤을 붙인 sling dance로 알려져 있고 특히 유럽권역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니콜 파셔(Nicole Pascher)가 2008년 시작한 캥거루 트레이닝(https://kangatraining.info)이 인기를 얻어 현재 30나라 넘게 파셔의 아기띠댄스가 실행되고 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8.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