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춤, 현장_ 거리에 선 부산 춤꾼, 그 3년간의 기록
강주미_무용가

초량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이 위치한 곳이다. 역 광장에서 길 건너편을 보면 좌우로 두 개의 큼직하고 이국적인 문이 보인다. 왼쪽은 중국 전통 스타일의 ‘상해문’이고, 오른쪽은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연상케 하는 ‘Texas Street’ 문이다. 이 두 개의 문은 별개의 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라 하나의 골목길로 이어져 있다. 골목길을 따라 낡은 유흥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간혹 보이는 한국인은 외지 관광객들이고 부산 토박이는 이 안으로 들어가길 꺼린다. 외국인 전용 유흥가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차이나타운’ ‘상해거리’ ‘텍사스촌’ 그리고 ‘러시아 거리’까지. 조그만 골목길 하나를 두고 전 세계 강대국의 명칭이 다 붙어 있고 그래서 무엇이라 불러도 되는 곳. 이 동네 이름의 다국적성이야말로 한국의 근현대사의 나이테를 보여준다.
 우선 이곳은 말 그대로 ‘차이나타운’, 즉 19세기 청나라의 조계지였다. 이후 한국을 강점한 일본은 이곳 앞바다에 부산항을 만들었다. 해방과 분단 이후 부산항은 미군들이 오가는 관문이 되었고 자연스레 유흥가가 형성되어 이곳은 ‘텍사스촌’으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90년대 사회주의 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의 보따리 상인들이 몰려오자 ‘러시아 거리’라는 이름까지 더해졌다. 지금 이 골목은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간판이 각축하는 글로벌한 공간이다.
 그러면 일본은 어디로 갔을까? 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걸음을 좀 더 옮기면 초량 전통시장이 나온다. 일제강점기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터전이었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동상은 임진왜란 시의 정발 장군이다. 그 뒤편에 ‘재(在) 부산 일본국 총영사관’이 있다. 중앙대로변의 꽤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정작 부산시민들은 이곳을 잘 모르는데, 왜냐면 높은 흰색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외세의 거점이 되기 전, 이곳 초량은 노송이 울창하였고 깨끗한 돌들이 널려 있어 흡사 바둑돌 같았다고 한다. 물에 씻은 듯한 깨끗한 바둑돌의 신기(神氣)가 함께하는 소녀가 바로 이곳 일본영사관의 높다란 담벼락 앞에 앉아 있다. 그것은 ‘위안부 소녀상’이다. 일본영사관을 마주하고 있는 이 소녀는 소리 없는 절규를 24시간 내지르고 있는 듯하다. 그 침묵의 절규를 힘찬 몸짓으로 세상에 전하는 청년들이 있다. 영사관의 높은 벽과 차들이 꽉 찬 8차선 대로 사이에 끼어 있어 더 좁아 보이는 인도, 그마저도 교통 소음으로 뒤덮여 갑갑함을 더하는 이곳. 이 척박한 길바닥 위에서 우리 청년들이 용트림으로 땅을 뒹구는 순간, 주변의 소음은 웅장한 배경음악이 되고 비좁은 인도는 장엄한 무대가 된다.

 




초량 일본영사관 앞에 모인 부산의 춤꾼들

2018년 9월 29일 5시 초량 일본영사관 앞에서 청년예술인들이 소녀상과 함께 비를 맞으며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을 펼쳤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편안한 극장 무대에서 내몰아 길바닥에서 춤추게 하였을까.
 행사를 주관한 청년예술위원회는 40대 이하의 민예총을 주축으로 한 예술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행사를 마련하는 집행부는 부산민예총 청년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춤꾼인 김평수, 〈함께 가는 예술인〉 편집장 이세윤, 작가 정재운 등이다. 이들은 ‘예술행동’의 뒷일을 푸른 열정으로 신명나게 감당하고 있다. ‘예술행동’은 매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작은 주제를 선정해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에 굳이 부산소녀상 앞에서 예술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9월의 제목은 ‘평등의 감각’이다. 박근혜 정권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사법농단이 주제다. 이날 춤과 시는 헌법에 명시된 ‘법 앞의 평등’을 몸으로 성토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평등을 말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당위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 사이, 위정자들은 헌법 속의 평등 이념을 농단하고 있었다. 더구나 나라를 망쳐먹은 사법농단의 주역들이 말끔히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평등의 감각을 되살림으로써 그것이 우리 공동체의 기본적 전제임을 체감하고 그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서 이날의 춤과 시는 몸으로 겪고 나누는 평등이다.



 소녀상 앞 청년예술가들은 ‘평등’이 법전의 활자에서 살아나와 생동하는 감각이 되기를 열망한다. ‘평등의 감각’은 청년 연극배우 박준수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한국춤꾼 류다감의 〈흥춤〉, 현대춤꾼 김승환의 〈달랑, 홀로 남아 있는〉이 펼쳐졌다.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의 낭송, 그리고 다시 한국춤꾼 김채윤의 〈진도북춤〉이 이어졌다.
 아침부터 하늘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예술행동은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무료로 개복실을 내어준 시민사회단체 ‘나락한알’ 사무실이 이젠 낯익다. 출연진들은 익숙하게 사무실 공간 안에서 의상을 준비하고 한쪽에서는 미니 앰프와 음악을 점검한다. 비가 오든지 말든지 각자 자기 일을 성실하고도 즐겁게 준비한다. 류다감 춤꾼은 입박자로 부채를 들고 연신 춤을 추어대고 김채윤은 북춤에 쓸 소품을 살핀다. 김승환은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는듯했고 한쪽에서는 ‘순수 예술’에 관한 가벼운 토론이 벌어진다. 이런 대화는 각자의 공연준비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공연에 앞선 설레임과 열띤 대화로 물에 씻긴 돌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의상을 입고 소품을 챙겨서 행사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장난 섞인 말과 개구쟁이 짓이 마냥 맑다. 늘 그렇듯 전경들과 사복형사들의 감시가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사회자의 명랑하고도 힘찬 목소리의 행사 시작 알림 멘트가 있자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예술행동 시작 이래 가장 적은 인원이다. 전경들이 시민들보다 더 많은 날이다. 비가 내린 여파이리라. 그러나 그렇게 한걸음씩 나아간다. 우리 모두에게 평등의 감각이 살아나는 날을 향하여.
 출연진의 의기가 소침해질까 걱정한 필자를 부끄럽게 만든 건 이미 춤을 내면서 춤 안으로 들어간 류다감의 부채놀림이었다. 오로지 춤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맑은 눈빛이 연신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로 아롱거리며 흥을 내고 있다. 그야말로 ‘하얀 그늘’이다. 기법이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울고 있는데 오르는 흥, 그것이 그늘은 그늘인데 하얀 희망을 가진 우리네 신명의 그늘일 것이다. 이어서 김승환은 〈달랑, 홀로 남아 있는〉이라는 이름의 춤을 풀어갔다. 오가는 시민들이 빗길에서도 발걸음을 멈춘다. 신호 대기 중인 버스와 택시 안의 승객들도 잠시나마 관객이 되어 집중한다. 그의 움직임은 무용이라기보다 반항처럼 보인다. 땅바닥을 으깨려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그리고 흙탕물과 하늘비, 몸비에 젖은 와이셔츠 자락이 묵직해질 즈음, 몇 안 되는 관객과 잠시 머문 시민들의 박수가 터진다. 이 춤은 제목 그대로 ‘달랑 홀로남아 있는’ 소녀를 위로하고 그 곁에서 동무하고자 했던 강제노동자 징용상을 철거에 것에 대한 항변이다. 그의 몸말처럼 왜 그깟 동상 하나 세우자는 것에 이리도 민감한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제 징용상은 오랜 싸움 끝에 지난 7월 강제 철거되어 지금은 강제징용노동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쯤에서 ‘평등의 감각’에 관한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날 사법농단에 관한 얘기뿐만이 아니라 강제징용과 위안부의 역사, 그리고 그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민의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법 집행에 이르기까지, 평등의 감각은 이렇게 역사적 의미를 획득한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예술행동은 하나의 주제 안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생성한다. 사회자는 윤동주의 시를 전문 배우의 못지않은 발성으로 낭랑히 낭송한 후에 “한반도평화기원예술행동은 춤위원회를 중심으로 작년 겨울 13주 동안 169명의 춤꾼과 예술인이 동참하여 펼쳤고, 이후(2017년 5월~2018년 2월)에는 수요집회에서 춤공연 연대로 이어온 소녀상 지킴이 예술 행동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3월부터 행사를 연계해온 한반도평화기원예술행동은 촛불민주주의가 이뤄낸 정권교체로 새 정치지형이 펼쳐지고 부산 초량의 소녀상이 철거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그 주제를 확대하고 있다. 3월의 주제는 한일 위안부 협정 폐기를 주제로 ‘당신의 눈물’을, 4월에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보장을 주제로 한 ‘돌아오지 못한 님’을 5월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훈풍이 평화의 태풍이 되기를 염원하는 ‘평화의 꽃’을 개최했다. 다시 7월엔 ‘한반도 평화 만들기 부산 은빛 순례단’과 연대하여 ‘소녀의 기다림’을, 8월에는 남과 북의 공생, 청년과 기성세대 간의 공생, 이 땅의 뿌리내리지 못한 수많은 공생을 떠올리며 ‘이제, 우리, 함께’를, 그리고 9월의 ‘평등의 감각’에 이르기까지 예술행동의 주제는 매우 다양해졌다. 이날 행사의 마무리는 한국춤꾼 김채윤의 〈진도북춤〉이었다. 북춤의 신명은 지난 몇 년간 부산의 춤꾼들이 펼친 거리춤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부산민예총 춤위원회의 결성과 무용학과 폐과 반대 투쟁

2015년 12월 부산에서 춤꾼들의 준비모임이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예총 산하 부산무용협회 외에 또 다른 경향의 조직을 재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논의모임이었다. 2016년 1월 28일 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정식 발족공연 〈도듬〉을 가지고 출범한 사)부산민예총 춤위원회는 춤 예술과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반으로 우리의 현실을 건강하게 전망하고 형상화하는 춤과 그에 따른 제반 활동을 진흥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들은 2011년 동아대학교 무용학과 폐과이후 신라대학교와 경성대학교 무용학과가 폐과 통보를 받자 2월 5일 부산무용협회와 함께 ‘횃불의 춤’ 거리예술제를 펼쳐 약 100명의 춤꾼들이 부산역광장에 모여 저항의 춤을 펼쳤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학제적 편성 구분으로서의 발레, 현대춤, 한국춤을 넘어서서 힙합,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춤꾼들이 연합하였다는 점이고, 민예총과 예총이 한뜻을 펼치는 대동춤판이 되었다는 점이다.
 같은 해 2월 28일에는 교육부의 프라임사업과 부산시의 일방적인 문화행정을 규탄하는 춤을 중앙동 40계단에서 열었다. 판댄스시어터를 중심으로 개최된 이날의 즉흥춤은 공연한 계단 위를 무대 삼아 진행한 실험적인 춤이었다. 그리고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널리 알려진 동해남부선 해운대~미포 구간을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환경연합에서는 반대 프로모션에 돌입했는데 강미선 춤꾼은 철로와 돌밭 사이의 틈새를 버선발로 곱게 디딤사위를 놓으며 폐선부지의 아름다움에 아련함을 더 보태어놓았다. 강미선의 춤은 영남 입춤으로 산호색저고리와 풀색치마가 바람과 감응하며 너울거렸는데 보는 이가 생태공간의 절실한 존재이유를 공감하기에 충분한 경관을 자아냈다.



 또 2017년 7월 3~4일 양일간에 걸쳐 폐선부지 약 1km 구간에서 거리예술제를 열어 생태공간의 중요성을 알렸다. 거리예술제는 100미터 구간별 소주제의 근현대사적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공연되고 짧은 터널의 이인우사진전을 지나 마지막 구간에서 박소산이 이끄는 학들이 춤을 추며 기차길의 코너를 돌아 날아 들어와서 출연자와 관객들을 대동춤으로 인도하며 화려하게 마무리되었다. 해무의 신비감이 춤으로 표현하는 기찻길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한 감각으로 창출시켰다.




도시의 곳곳에 춤길을 열다

2016년 4월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 문화제를 개최하였다. 하야로비 대표 방영미는 교복 차림의 짧은 춤으로 단원고 아이들의 비극을 시각화했다. 또한 진주검무 부산지회장 송선숙, 송임숙 등의 숙연한 지전무가 펼쳐졌다. 2017년 3주기 추모 문화제에서는 중견 영남춤꾼 황지인의 재안무로 올려진 김경미, 남성주의 군무 〈비손〉은 장중한 무게감과 정성이 담긴 춤이었다. 이어진 현대춤꾼 허종원, 김수현 부부와 일곱 살 먹은 딸, 그리고 판댄스시어터 단원들이 함께 춘 〈위무〉는 시민들의 감동을 끌어내는 추모제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부산춤꾼들의 춤의 장소는 철거촌 현장에까지 확장되었다. 만덕지구 재개발 지역에서는 이상우의 동학검결이 공연되었다.



 2016년 5월 21일 금정산생명문화축전 ‘춤추는 금어’는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을 하루종일 춤으로 수놓는 향연으로서, 지역의 자연명소를 활용한 춤판이다. ‘춤추는 금어’는 북문에서 남문까지 약 4시간의 등반코스를 걸으면서 전국에서 모인 안무자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전국생명춤 경연대회가 함께 열린다. 이 행사는 시민 관객단이 전문심사단과 함께 생명성이 높은 작품에 시상을 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올해까지 매년 열리고 있으며 각 등반코스 지점들에 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을 숨겨놓는 ‘스며들기 공연’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감각 깨우기’ 등 춤 체험 프로그램도 열리고 있다. 또 해질 무렵 시작해 밤 10시에 끝나는 야간 산행문화제 ‘달빛걷기’가 열린다. 올해는 금정산의 밤을 배경으로 현대춤꾼 김현정 등이 춤을 수놓기도 했다. 대금연주자 김현일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김현정의 움직임은 마치 생명의 금빛 물고기인 금어가 춤추는 듯한 매력을 풍겼다.




촛불 정국, 부산의 춤꾼들이 중심에 서다

2016년, 국정농단의 하나인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공개되자 춤위원회는 예정되었던 제2회 정기 극장공연을 폐기하고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쥬디스태화 앞 거리의 집회 현장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행렬 너머 행렬’이라는 제목으로 즉흥적으로 프로그램된 공연물들을 약 한 시간가량 거리에 쏟아내었다. 하연화의 여는 춤으로 시작되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즉흥춤으로 마무리된 이 공연은 관객과 춤꾼들의 하모니가 일구어낸 살아있는 춤판이었다. 집회에 나온 시민이 무려 약 1만 2천명에 이르렀는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이 되어주었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집회는 서울 총집결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짐에 따라 지방의 시민들은 집회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광화문 총집결 집회가 잡혀있던 이날, 춤위원회는 부산에서 서울 집회에 참여할 수 없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제를 열었던 것인데 1만2천 명이 넘는 시민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거리는 몸짓의 용트림이 생성해낸 춤의 신명으로 가득 찼으며 추임새도 ‘박근혜퇴진’ 등 다양한 구호들로 어우러져 이례적인 춤판이 되었다. 이후 촛불 정국 동안 서면 시가지에서 진행된 박근혜 퇴진 부산민중총궐기 사전문화제에서 부산의 춤꾼은 그 중심이 되었다.
 이렇게 부산의 춤은 공연의 장소가 촛불의 민주열망과 동시에 삶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장되면서 나아왔다. 부산민예총 춤위원회 춤꾼들은 폐쇄된 무대가 아닌 자연의 공간, 생태의 공간, 삶의 공간, 부정한 것들에 저항하는 쟁투의 공간, 부조리를 거부하고자하는 그 어떤 공간도 춤의 살아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에서 벗어나 거리로, 마당으로, 산으로, 기찻길로, 철거촌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시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차도와 광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우리의 춤보법 춤사위는 연행 장소에 따라 많은 차이를 형성하면서 나아왔다. 이렇게 부산의 춤꾼들은 장소의 확장을 통해 춤언어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소녀상을 지키며 역사로부터 춤을 배우는 부산 춤꾼들

초량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기까지에는 지난한 싸움의 과정이 있었다. 춤위원회는 춤으로 그곳을 지키기로 결의했다. 부산민예총 춤위원회는 2017년 2월 6일부터 4월 29일까지 총 13주간의 소녀상지킴이 예술행동을 제안, 주관하였다. 매주 한 시간 동안 네 작품 ~ 여섯 작품의 공연을 펼쳤다. 당시 부산민예총의 예술위원장으로 재임하던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 장구 예능보유자 박종환 위원장은 13주간 집회의 기획에서 출연까지 많은 일을 도맡아 주었다. 그의 장단과 춤이 부르는 신명은 세대를 초월한 울림을 선사하였다.



 소녀상 예술행동에 참여한 춤꾼들은 겨우내 언 바닥을 맨발로 비비고 뒹굴었다. 이 예술행동은 강민아, 강정일, 김유진, 남도욱, 박수일, 박재현, 백지현, 서소명, 윤채린, 이성원, 이연정, 이화성, 이혜수, 임지유, 정승천, 장윤정, 정예주, 최정화, 허경미 등을 포함하여 약169명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부산무용협회장 윤여숙이 동래입춤으로 동참하고 한국민족춤협회, 그리고 경남 전남 예술인들의 방문공연 등 초량 일본영사관 지역은 부산을 넘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춤꾼들의 마당이 되었다. 이들이 돌아가는 길에 어느 춤꾼이 한 다음의 발언은 참여자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춤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면서 오히려 진짜 춤을 출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어간다!”




☐ 3년간 진행된 부산의 거리춤 행사
 세부 일정 소개

2016년

01. 28. 춤위원회 발족공연 〈도듬〉 /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02. 05. 예술이 만방에 퍼지는 ‘횃불의 춤’거리 예술제 / 부산역
02. 28. 교육부 프라임사업 폐단과 부산시의 일방적 문화행정 규탄 즉흥 춤 시위 / 중앙동 40계단
03. 11. 부산 평화선언대회 / 부산역
03. 11. 환경연합 기찻길 공연 / 해운대 기찻길 폐선 부지
04. 10. 세월호 2주기 추모 문화제 ‘잊지 않겠습니다’ / 부산역
04. 19. 4·19 기념 문화제 / 서면
05. 05. 만덕지구철거문화제 ‘여기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 / 만덕 철거촌
05. 21. 2016 금정산 생명문화축전 ‘춤추는 금어’ / 금정산 일대
05. 29. 금정산 역사 문화제 ‘금어 맞이 춤’ / 금정산 다목적 광장
05. 28. 달빛걷기 ‘달맞이 춤’ / 금정산 망루
07. 30. 세월호 2주기 팽목항 추모공연 / 부산역
10. 08. 백남기 추모 문화제 / 부산역
11. 13. 춤 위원회 제2회 정기공연 ‘행렬 너머 행렬’ / 서면 쥬디스 태화 앞
11. 19. 제1회 사상환경문화제 ‘환경 예술을 즐겨락’ / 사상 인디그스테이션 및 상설문화 마당
11. 19. 박근혜 퇴진 부산민중총궐기 전 먼저 예술인 궐기 / 서면 쥬디스 태화 앞
12. 17. 세월호 1000일 기념 추모문화제 및 촛불문화집회 / 서면 쥬디스 태화 앞

 

2017년

01. 19. 춤 위원회 제2회 정기공연 / ‘행렬 너머 행렬’
1~3월 박근혜 퇴진 부산민중총궐기 전 먼저 예술인 궐기 참여 / 서면 쥬디스 태화 앞
02. 04. ~ 04. 29. 소녀상 지킴이 예술행동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3. 08.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 관련 기자회견 / 경성대 예술관 앞
04. 19. 4·19 기념 문화제 / 서면(우천으로 취소)
04. 15. 세월호 3주기 추모 문화제 참가 / 부산역
05. 26. 금정산 생명문화축전 금샘굿, 산신제, 임란선열위령제,
05. 26. 2016 금정산 생명문화축전 ‘춤추는 금어’ / 금정산 일대
05. 27. 금정산 역사 문화제 ‘금어 맞이 춤’ / 금정산 다목적 광장
05. 27. 달빛걷기 출연 / 금정산
07. 03~04. 거리예술제 ‘평화의 기찻길 여행’ / 해운대 미포 동해남부선 기찻길 폐선부지
05~12. 소녀상 수요집회 참여 / 부산 초량 정발장군 공원
08. 12. 14번째 일본군 위안부 해원 상생 한마당 / 자갈치 시장 친수공간
08. 30. 1923 관동대지진 조선인대학살희생자 유족회발족식 및 기자회견 공연 / 국제여객터미널 입구
10. 20. 학예굿 삶과 예술 / 예술공간 DOT
12. 23. 소녀상건립 1주년 및 소녀상지킴이 문화행동 사진집 발간기념 부산민예총 문화제 ‘소녀의 노래’ 참여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2018년

03. 31.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당신의 눈물’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4. 03. 제주4·3 제70주년 부산민예총 4.3 문화제 ‘동백’ / 부산 유라리광장
    제주4·3 제70주년 부산민예총 춤위원회 퍼포먼스 ‘눈 먼 자들의 도시’ / 부산 유라리광장
04. 27. 부산지역 열사희생자 합동추모문화제 ‘나는 너였다, 너는 우리다’ / 서면 쥬디스태화 앞
04. 28.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돌아오지 못한 님’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5. 26.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평화의 꽃’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5. 27. 2018 금정산 생명문화축전 ‘춤추는 금어’ / 금정산 북문~동문
06. 02. 2018 금정산 생명문화축전 ‘달빛 걷기’ / 금정산 북문~동문
06. 16. 밀양송전탑 4주년 화악산 산신제 / 경남 밀양 화악산중턱
06. 23. 동아시아페스티벌 : 짧은 봄 긴 꿈 / 부산시민공원
06. 30.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우천으로 취소
07. 28.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소녀의 기다림’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8. 11. 15번째 일본군 위안부 해원상생한마당 / 구 미화당앞 광장~부산 유라리광장(영도대교밑)
08. 22. 풍산금속노조 연대 문화제 ‘눈 먼 자들의 도시’ / 부산시청 광장 분수대 앞
08. 25.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이제, 우리, 함께’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09. 29.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평등의 감각’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10. 18~22. 제17차 재일동포 유적지 답사 및 조선학교 교류방문단 추모 공연 / 후쿠오카 현 오다야마 묘지
10. 20. 한반도 평화기원 예술행동 ‘회향’ / 초량 부산일본영사관 소녀상 앞
10. 28. (예정) 거리예술제 ‘내 안에서’ / 온천천 온천장 지하철역 ~ 부산대 지하철역 2번 출구 간이무대
11. 16~17. (예정) 거리예술제 ‘내 안에서’ / 온천천 온천장 지하철역 ~ 부산대 지하철역 2번 출구 간이무대
11. 24~25. (예정) 거리예술제 ‘내 안에서’ / 온천천 온천장 지하철역 ~ 부산대 지하철역 2번 출구 간이무대

강주미
예술학박사(부산대). 사)부산민예총 춤위원회 위원장, 사)한국민족춤협회 부산지회장. 춤미학을 공부하는 부산춤꾼으로서 주요 관심사는 감응론에 따른 한국춤사 읽기와 새로운 한국춤 창작방법론이다.
2018. 11.
사진제공_장영식ㆍ박병민ㆍ이인우ㆍ박정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