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이매방 춤 저작권 논란
보호되어야 할 저작권은 무엇인가
김영희_전통춤이론가

최근 고 이매방의 춤을 둘러싸고 저작권 논란이 일고 있다. 춤계 원로뿐 아니라 현장의 창작자들이라면 직면하는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할 권리이다. 최근의 논란은 보호되어야 할 권리로서 저작권이 지녀야 할 요건에 대해 현장에서 상당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영희 전통춤이론가가 발표한 글을 현장 자료로 전재한다. - 편집자 


요즘 전통춤계는 승무와 살풀이춤의 예능보유자였던 故 이매방(1926~2015) 선생의 작품인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과 이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이하 우봉컴퍼니)와의 논쟁으로 시끄럽다. 올해 1월에 이매방의 유족들이 4개 작품의 저작권을 등록하고, 우봉컴퍼니가 무용 단체와 교육기관, 개인 등에 해당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여 저작권료를 요구하거나 수업에서 배제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우봉컴퍼니는 이매방이 생전에 창작한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보급하기 위해 저작권 등록을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매방의 제자들로 구성된 우봉이매방춤보존회(이하 보존회) 비상대책위원회가 4개 작품의 저작권 등록과 저작권 행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12월 17일에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도 가졌다. 이매방의 유작들은 전국민이 향유할 공공재 예술로 보아야 하며, 〈삼고무〉와 〈오고무〉는 이매방에 의해 전통에서 재구성된 작품이기는 하나, 현재 여러 단체에 보급되어 민속무용처럼 인식되어 공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4개 작품을 전통춤과 동일시하고 있으며, 전통춤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반대한 것이다. 그리고 우봉 아트컴퍼니가 저작권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춤의 보존과 전승에 큰 힘을 쏟았던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동시에 이 사안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공론화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팽팽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차는 이매방의 작품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쟁점들이 깔려 있다.
  우선 첫째로 저작권 등록을 한 4가지 작품이 전통춤인가 창작춤인가라는 쟁점이다. 이 춤들을 엄밀히 말하면 전통춤의 범주가 아니라, 신무용 작품들이며 20세기 중반부터 창작된 춤들이다. 〈삼고무〉 〈오고무〉의 경우 승무의 북놀음을 근거로 1950년 전후에 만들어진 춤이다. 〈대감놀이〉는 최승희가 1936년에 초연한 〈무녀춤〉 이후, 1950년대 이후에 여러 무용가들이 경기이북 지역 무당의 춤을 토대로 화려한 의상과 도무(跳舞) 등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구성으로 안무한 춤이다. 〈장검무〉는 이매방이 만주 대련 정포소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에 매란방의 제자에게 배웠던 춤을 자신이 다시 안무한 춤이다. 장검 2개를 들고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추는 춤이다. 이 춤들은  전통춤의 기법이나 음악, 의상들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이전 시대와는 다른 공연유통 구조와 새로운 감수성을 지향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창작된 춤들이다.
  원작자를 분명히 세우지 않고 예인집단을 중심으로 구비(口碑) 전승되거나 몸을 통한 내림으로 이어졌던 전통시대의 공연예술과 달리, 근대로 접어들면서 공연예술의 유통방식이 달라졌고(극장을 중심으로 상품화되어 유통되며, 관객은 계급계층이 불특정해졌다), 특정 예술가가 창작한 작품에 대해 작가의 명성과 권한을 인정하게 되었다. 현재는 이런 창작물들이 더욱 산업화된 구조 속에서 운용되면서 저작권을 상호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유족들이 저작권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삼고무, 오고무를 정말 이매방이 최초로 창작했는지 의문이다. 삼고무, 오고무 탄생과 관련한 다른 정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 김천흥(1909~2007) 선생이 승무의 북놀음을 회상하며 “그녀(임춘앵)의 법고가락이 창극 〈백호와 여장부〉와의 인연으로 오고무를 탄생시켰고, 그후 무용인들의 손을 거치며 근래의 12고무로까지 발전되었다.”[1]고 회고했다. 실제로 여성국극 〈백호와 여장부〉(1954)에 삼고를 둘러싸고 북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여주는 듯한 임춘앵(林春鶯, 1923(또는 1921)∼1975)의 사진 자료도 발굴되었다.

 

북춤 추는 임춘앵 양 씩씩한 그 모습[2]



  또한 이매방이 초기에 창작한 삼고무, 오고무가 현재 그대로 추어지는가, 다시 말해 현재 저작권 등록된 삼고무, 오고무가 이매방이 초기에 창작한 모습 그대로인지라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의 삼고무, 오고무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매체를 갖고 있는 음악이나, 미술, 문학 장르의 저작권과 춤 작품의 저작권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이다. 춤의 경우 같은 춤이더라도 주어진 시간, 무대의 규모나 모양, 춤꾼의 숫자 등에 따라 시간적 공간적으로 삭제하거나 반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질감까지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좀 더 세심하게 본다면 같은 순서로 춤을 추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춤꾼의 해석에 따라 공연의 묘미가 달라지며, 이는 새로운 창작으로 나아가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춤 저작권은 현장 공연이 아닌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즉 각종 출판물이나 음반, 라디오, TV,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장르와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춤 작품에 대한 저작권의 판단은 수치(數値)적 판단이 아니라, 작품 구조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의견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한 것은 그동안 전통춤 내지 신무용 공연에서 원작과 원작자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재구성하거나 변형하여 공연했던 풍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작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전통시대의 공연관행이 20세기에 들어섰음에도 근대적인 저작 개념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무명씨(無名氏)로 춤추었던 시대는 지나갔고, 전통춤의 사회경제적 토대도 사라져 새로운 전통춤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무용가의 춤을 슬그머니 모사(模寫)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참고 사진] 방탄소년단 퍼포먼스 중 삼고무 ⓒ평인이승주 무용단



  이매방 춤 저작권의 논란은 영세(零細)한 춤계의 환경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춤 저작권자는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권리를 보호하면서, 춤 작품의 본래의 성격과 특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 작품을 실연하는 무용가들에게는 공연과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이매방의 춤이 원활하게 보급되고 향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나치게 저작권을 앞세운다면 이매방 선생의 춤의 보급은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과정이 춤계에서 생산적인 고민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춤 창작자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며, 또한 매체를 통하지 않는 춤 예술의 특성에 기반한 저작권에 대한 고민의 기회이며, 나아가 새로운 전통춤 -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고민을 던졌다고 본다. 춤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얼마든지 변형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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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천흥 저 김영희 편, 『심소 김천흥선생 무악인생록』 (서울: 소명출판, 2017), 320쪽.
[2] 노재명 집필 ; 평택시 지영희국악관, 국악음반박물관  편, 『한국무용음악 명인과 기록물』(서울 : 채륜, 2017), 190쪽.
 

(인문예술연구소 웹진, 2018. 12.)​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를 책임편집하고 공동저술했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검무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검무전(劍舞展)’을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2019.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