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을 이루는 잠망경 4. 시대착오적
즉흥 영상으로 예술가들을 연결한다
  • 일    시
    2022년 6월 20일 오후 1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참석자
    윤현수 장세희 정진우
김인아 〈춤웹진〉 기자

 
 

2020년대에 춤의 흐름에서 유동적인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춤이 분화되는 양상들이 증대함으로써 나타나는 경향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을 것이다. 획일적이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로 나아가며 시행착오를 회피하지 않고 자구책을 찾으려 하는 작업들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잠수함은 바깥을 관측할 때 잠망경을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잠수함처럼 작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고심어린 잠망경으로 꿈을 추적한다. - 편집자





ⓒ춤웹진




김인아: 〈춤웹진〉에서는 ‘꿈을 이루는 잠망경’ 이름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춤계 젊은 무용인들이 시도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찾고 이를 소개하는 기획 연재 인터뷰이지요. 오늘은 색다른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그룹 ‘시대착오적’과 함께 합니다.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를 통해 작업 결과물을 봤는데 흥미롭더군요. 먼저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세희: 저는 시행착오적에서 아트디렉터를 맡은 장세희입니다. 어릴 때 댄서였는데, 이제는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정진우: 저는 프로듀서 역할로 있는 정진우입니다. 원래 커피 로스팅 업계에 일하다가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로 시대착오적에 합류했습니다. 그룹에서 역할을 명확히 구분 짓지 않아서 이것저것 같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윤현수: 시대착오적 대표 윤현수입니다. 중학교 때 한국무용을 시작했고, 대학 졸업 후 현대무용을 했어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나서 예술경영 쪽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시대착오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https://perioderror.com)에서 시대착오적은 ‘즉흥 영상을 기록하는 행위가 시대착오적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다’는 언급을 보았습니다. 시대착오적은 어떤 그룹인가요?
윤현수: 다양한 아트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그룹입니다. 아직은 참고할 만한 단체가 없어서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걸 하고 있어요. 그리고 콘텐츠를 기반으로 물품이나 의류를 세일즈할 생각을 하고 있고,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예술을 좀 더 수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 그룹의 목표입니다.

시대착오적을 만들게 된 계기, 그룹의 목표와 취지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윤현수: 그동안 춤계에서만 활동하다 보니 무용수나 무용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과 친목을 다지게 되고,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나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여러 장르가 뒤섞인 새 작업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대착오적이라는 그룹을 만들게 됐습니다. 저희는 작업 결과물을 주로 영상으로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영상에 관심이 있었고 마침 코로나와 맞물리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무대공연은 오랜 준비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반면, 영상은 한 번 올리면 지속성을 갖는 장점이 있어서요. 영상 조회수 2천이면 2천 명의 관객이 본 거라고 가정할 수 있잖아요. 이런 이유로 영상으로 작업하게 됐어요.시대착오적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무명의 예술가나 언더씬에서 활동 중인 유능한 예술가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저를 드러내듯이, 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는데 금전적인 부분과 부딪치게 되더군요. 당장 생각나는 건 시대착오적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어떻게 소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의류를 만들면 멋있겠다고 생각했죠. 왜냐하면 전반적인 스트릿트 브랜드는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하더라고요. 스트릿트 브랜드가 스케이트보드나 다이나믹한 스포츠를 기반으로 했다면, 우리는 순수예술을 토대로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 의류인 것 같아서 눈독 들였죠. 현재 물품은 준비되어 있는데 아직 유통 전입니다. 다양한 머천다이징을 만들고 커머셜하게 수익을 내고, 이 수익을 통해 더 멋있는 예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꿈이기도 하고요. 예술지원 사업에 너무 기대지 않고 자발적으로 커가고 싶어요.




윤현수 시대착오적 대표 ⓒ춤웹진




자구책을 마련하는 젊은 아티스트로, 오늘 인터뷰에 제격인 그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분이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윤현수: 정진우님은 중학교 동창입니다. 학생 때는 친하지 않았는데, 20대 후반 때 진우님이 춤에 관심이 생겼다고 다짜고짜 구경해도 되느냐고 물어왔어요. 그래서 같이 무용 공연을 보러 갔죠. 일반적으로 비전공자의 경우 5~10분만 보고 나갈 텐데, 2시간 동안 망부석처럼 앉아 공연을 보더군요. 범상치 않다고 느꼈죠. 어느 날 진우님이 춤과 예술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함께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곤 했어요.

장세희: 전 예술 기반의 OTT 플랫폼인 ‘스태비’라는 스타트업에서 아트디렉팅을 하고 있습니다.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찾다가 친구가 출연한 시대착오적 콘텐츠를 접했는데 너무 좋았고, 대표님에게 연락했어요. 제가 스트릿트 댄스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접점이 있더라고요. 또 움직임 외 드로잉하는 분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시대착오적에 참여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면서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합류했어요.




장세희 시대착오적 아트디렉터 ⓒ춤웹진




시대착오적 유튜브 채널에 많은 영상이 올라가 있는데요, 제작 중인 콘텐츠를 소개해주세요.
윤현수: 현재의 시대착오적이 있게끔 한 콘텐츠 ‘시대착오적’(perioderror)에서는 예술가들이 즉흥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들을 기록,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를 모셔서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하면서 술도 가볍게 마시고 러프하게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옹기종기’(oungijungi)라는 콘텐츠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보이드’(VOID)라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시대착오적 스튜디오 ‘춤집’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다가 공연하기로 했죠. 6월 4일 첫 공연을 진행했어요.

주력하는 세 가지 콘텐츠를 말씀하셨는데,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했나요?
장세희: 대부분의 콘텐츠는 현수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고, 우리는 자발적으로 따르는 편입니다. 시대착오적을 처음 시작한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죠. 방향이 바뀔 정도로 개입하기보다는 도우는 역할이 되어야 그룹의 의미를 잊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현수님이 일차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우리가 같이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합니다. 아티스트 섭외나 주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요. 예를 들어 ‘VOID’ 같은 경우는 라이브 스트림 플랫폼 ‘스태비고잉’에서 스트리밍했어요. 관람객 제한이 있다 보니 라이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면 어떨지 제안했지요. 이런 식으로 조금 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영상은 아웃소싱하지 않고, 이안에서 A부터 Z까지 즉,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부 다 자체적으로 제작합니다. 영상은 특히, 현수님 색깔이 많이 담겨있죠. 두 분 모두 편집을 이제 너무 잘하세요. 직접 편집과 촬영을 하니 저는 조언을 곁들여 도와주는 편입니다.







주로 현수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콘텐츠가 확정되면 섭외, 촬영, 편집 등이 진행되는데, 구성원들의 역할을 경계 짓지 않고 자유롭다는 거군요. 세 가지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싶어요. 콘텐츠 ‘시대착오적‘은 즉흥을 짧게 담아내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윤현수: 오랜 기간 준비하고 무대에 올려야만 공연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술가들이 즉흥할 때 진심으로 임하거든요. 저는 이걸 누군가 기록해서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때, 이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작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작품을 만들어서 쇼잉을 하라고 하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런데 아티스트한테 여기 와서 느껴지는 주제에 대해 표출해달라고 하면 뭔가 더 도전적이고 덜 부담스러운 거죠. 그리고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것보다 쉽게 표출할 수 있고 대중들한테 공개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즉흥을 콘텐츠로 가져오게 된 거죠.

즉흥을 다루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더 설명한다면요?
정진우: 모든 행위가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순수예술에서뿐만 아니라 기술직이 하는 행위도 예술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사진 찍는 아티스트로 제작해 보았어요. 사진 찍는 행위와 댄서들이 오랫동안 몸을 움직여서 나오는 즉흥적인 움직임의 결과가 같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분, 한복을 만드는 분, 우리 문화를 지속해서 다루고 있는 기술자분들을 소개하면서, 즉흥과 예술 분야를 확장해보려 합니다. 결국 도자기를 만드는 순간 나오는 손의 움직임 또는 그 결과물이 오랜 시간 몸을 움직여서 나오는 즉흥적인 움직임과 크게 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보는 분들에게 영상에서 드라마나 어떤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정진우 시대착오적 프로듀서 ⓒ춤웹진




‘옹기종기’ 작업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정진우: 옹기종기는 제가 던지고 책임지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제가 시대착오적에 결정적으로 합류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저랑 현수님이랑 또 다른 춤추는 동생들이 현수님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밤새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자리가 너무나 재밌는 거예요. 예술가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 주고받는 이야기를 궁금해할 거란 생각에 콘텐츠로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시대착오적에 출연한 아티스트를 더 심도 있고 편하게 보여줄 자리를 만들게 됐죠. 현수님 집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으니 현수님 집에서 아티스트를 모시고, 간단한 요리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걸 영상으로 담는 콘텐츠로 발전됐어요.

콘텐츠 구독자, SNS 팔로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댓글과 피드백을 받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윤현수: 무용하는 분들은 다른 장르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흥미가 간다고 해요. 우리는 즉흥 영상이 올라오면 자신도 모르게 판단하고 기술적으로 보는 부분이 많고, 그런 부분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다른 작가님들이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서 영감을 받는 거죠. 피드백을 받기보단 유령처럼 보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 작업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죠? 기간에 비해서 콘텐츠 양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운영하고 계세요?
윤현수: 일주일에 세 개씩은 꼭 올렸어요. 한 사람 분량을 편집할 때 일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원래는 하루에 한 명씩 했는데, 힘들더라고요. 또 그때는 주제가 없어서 오시면 찍고 바로 편집해서 올리는 식이었죠. 그런데 성의 없게 나오는 것 같아서 더 의견을 나눠 조절했습니다.

장세희: 말씀대로 양이 매우 많은 편입니다. 한 번 나오는 데까지 2주에서 한 달 정도 잡고 하는 곳들이 많은데, 공장처럼 한 달에 몇 개씩 찍어내고 있죠. 보여드리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있고, 우리의 목적 때문에 마음이 앞서서 빨리 가는 것도 있어요. 대표님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어서 노고가 많죠.

1년 안에 많은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 편집에 따르는 노고가 상당했을 텐데요. 재정적으로는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가요.
윤현수: 스튜디오 대여비는 개인 돈으로 해결하고, 우리가 가진 장비로 촬영하고 편집합니다. 작가님들 밥과 커피를 사주는 것 외에 딱히 지출이 없습니다.

앞으로 일정량의 수익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방향으로 환원되나요?
윤현수: 예를 들면, 팝업할 때 사람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공간이나 특정 장소를 대여하는 것이죠. 영화처럼 예술을 오가며 접할 할 수 있잖아요. “무용 공연 볼래? 마블 영화 볼래?”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죠. 순수예술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면서 아티스트 소개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첫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리를 지나가다가 예술을 접했는데 이상하거나 난해하면 평생 난해한 예술로 기억되는 거죠. 역으로 너무 멋있고 재밌었다면, 자신이 몰랐던 것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될 수 있고요. 대중들이 공연장에 가는 것 또한 너무나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네가 돈을 벌면 사람들이 오게 해야지’라는 건 추후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예술을 소비하는 층이 달라지겠죠. 이 부분에 있어서 시대착오적이 30~40% 정도 힘을 보탠다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결국 시각을 바꾸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특별히 애정을 품고 있거나 주목해도 좋을 만한 콘텐츠가 있을까요?
정진우: 아무래도 시대착오적이 주력 콘텐츠입니다. 저는 같이 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현재는 같이 이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윤현수라는 아티스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한다고 보거든요. 카메라가 보는 있는 시선이 예술가의 눈과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대착오적은 이러한 것을 예술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콘텐츠이자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해요. 다른 콘텐츠가 계속 생겨나더라도 이 콘텐츠가 어떻게 확장하고 변화하는지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초기에 시대착오적 콘텐츠를 만들 때와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어떤 변화를 겪고 발전했다고 생각하나요?
윤현수: 일단 좋은 예술가가 많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용을 오래 했지만, 이야기 나눌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었거든요. 특히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적으로 몸으로 옮기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어요. 시대착오적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친구들이 많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하나같이 멋있고 능동적으로 세상을 살더라고요. 예술을 한다는 건 배고프고 어렵지만, 하나하나 해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저 역시 더 힘을 얻고 철이 드는 것 같아요. 그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게 편해진 것 같아요. 제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죠.

장세희: 최근에 지인의 무용수가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했어요. 항상 우리가 부탁하는 처지였다면, 반대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대략 몇 명 정도 출연했나요?
윤현수: 70명 정도 될 것 같아요.

검은 배경에 무채색이거나 어둡게 처리한 영상미, 특별히 이런 영상들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진우: 시대착오적만의 색깔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장세희: 대표님 생각이 가장 큽니다. 촬영 때 우리가 핸들링하고 컨트롤하더라도 결국엔 대표님 시야에 들어온 것으로 픽스하거든요. 색깔을 지킨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같은 작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전 시대착오적이 색깔을 잃지 않기를 더 원하거든요. 제가 서브로 있다 보니 의견을 더 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아요.

앞서 ‘존중한다’는 표현이 와닿았어요. 구성원들의 이런 마음이 모였기에 짧은 기간에도 양과 질적인 면에서 이 정도의 결과를 보이고, 좋은 아티스트들과 같이할 기회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VOID’ 이야기를 더 해볼까요?
윤현수: 최근 VOID 팝업을 준비했으나 일그러졌고 지금은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예요. 계획했던 일을 잠시 소개해드리면 가로수길 건물에서 저희 브랜드를 소개하고 물품을 릴리즈하려 했던 것인데, 미디어 아트 영상을 전시하고, 2층에서는 두 작가님을 모셔서 라이브 드로잉과 페인팅 전시도 하고요. 또 저녁에는 1층에서 공연하고 싶은 분들을 신청 받아서 2주간 퍼포먼스도 할 계획이었죠. 퍼포머로 출연하기로 했던 분의 졸업작품을 대체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팝업이 엎어지면서 어떻게든 책임져야 했어요. 마침 진우님이 “춤집에 생명을 불어놓고, 많은 사람이 오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스태비 고잉’ 앱이 출시되면서 VOID 아티스트 쇼케이스를 가지게 됐죠.




  

시대착오적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erioderror/




장세희: 구색을 갖출 수 없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아티스트분들에게 말을 다 해놓은 상황이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죠. 그래서 정말 갑자기 VOID를 진행했습니다.

정진우: 갑자기라 기획 자체도 러프할 수밖에 없었고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죠. 우리가 섭외한 아티스트분들을 연결해드리고, 즉흥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장세희: 쇼케이스였지만, 다행히 퀄리티가 높았어요.

무산된 오프라인 팝업은 추후 다시 계획하고 있나요?
장세희: 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규모를 더 늘려갈 예정입니다. 공간을 대관해서 전시, 퍼포먼스도 하고, 커머셜한 제품도 소개하고요. 무엇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내용으로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공연의 성격은요?
윤현수: 우리가 마음에 드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요. 저는 리서치 과정이 길고, 안무가나 아티스트의 생각이 녹아있는 공연을 선호합니다. 지금의 춤공연은 특히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누가 더 멋있고 화려하게 테크닉을 하는지를 신경 쓰죠. 물론 민간단체 작업은 오히려 나아 보이는데, 국공립단체들은 자성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아까운 공연을 다 섭외해서 무용뿐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와 한 무대에 올리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춤웹진




그밖의 계획들이 있나요?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더 나아가고 싶은지 이야기해주세요.
윤현수: 생각하는 콘텐츠는 많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도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유기농’이라는 콘텐츠를 계획했다가 잠시 접어두었어요. 첨가물 없이 무농약처럼 순수하게 한국적인 걸 보여주는 콘텐츠죠. 예를 들어 한복이라면 경복궁 주변에서 대여해주는 화려한 계량한복이 아닌,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들어낸 한복을 소개하는데, 한복 고름을 어떻게 매는지부터 우리 시각으로 콘텐츠를 살리고 싶어요. 다른 아이디어들도 계속 구체화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장세희: 최근 아트부산에 참여했어요. 제 설치작품으로 초대받아서 시대착오적과 함께 설치했고 춤도 들어갔어요. 무용이 아닌 다른 분야 예술 활동을 같이하면서 신기했고, 확장할 부분이 많겠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실험과 시도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춤웹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윤현수: 힘이 닿는 한 계속 활동하려 합니다. 그리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춤추는 친구들에게 춤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솔직히 춤만으로 먹고살기란 정말 힘들어요. 무용 하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죠. 아마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나면 두 가지 이상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에요. 춤추는 친구들이 무용 외에 것들을 마냥 거부하기보단 여러 방향을 모색해보고 빨리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어요.

정진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말이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가 관심 있는 걸 하는 것 같아요. 우리의 관심사가 변화면 콘텐츠 역시 변할 것이고, 영상이 아닌 콘텐츠도 진행될 거예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세희: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배운 것이 많아요. 그리고 시대착오적이 하는 작업들이 잘 융합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이걸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재미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를 봐주시는 분들이 우리의 것을 공감한다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지만, 시대착오적이 하는 것은 멋진 걸 거라는 건 분명해요.

멋지고 흥미로운 것들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보는 이들도 공감으로 응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대착오적을 향한 응답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하겠습니다. 긴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22. 7.
사진제공_시대착오적, 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