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우리

춤, 미디어를 만나다: 일곱 번째 만남
OTT가 덮친 미디어 생태계, 무용계의 방향은?
이단비_방송작가, 춤칼럼니스트

2019년을 마무리하며 방송작가들이 뽑은 방송가 10대 뉴스 중에 재밌는 상황이 발견됐다. ‘넷플릭스가 불러온 미디어 빅뱅이 시작된다’. 여기에 더불어 ‘무소불위 유튜브’까지. 그리고 한 마디 더. 지상파의 위기, KBS와 MBC 비상경영체제 돌입. 제각각의 이야기 같지만 한 지점으로 통합된다. 모든 것이 다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때문이다. OTT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은 유튜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유튜브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기기들로 볼 수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이기 때문에 OTT에 속한다. 즉, 10대 뉴스 안에 3가지 이슈가 OTT에 관련해서 일어난 상황들이었다.




방송작가가 뽑은 2019 방송가 10대 뉴스 ⓒ월간 방송작가(vol.165)




미디어 생태계를 변화시킨 OTT

지난 해 말에 〈슈가맨3〉에서 가수 양준일을 소환한 JTBC는 뉴스에 이어 예능에서 또 한 번 잭팟을 터트렸다. 예상 밖의 인기에 JTBC는 부랴부랴 〈뉴스룸〉 섭외, 특집 편성까지 감행했다. 이 이면에도 방송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코드가 담겨져 있다. 우선, 이 가수에 대한 관심이 ‘온라인탑골공원’에서 먼저 일어났다는 점이다. 온라인탑골공원은 SBS의 유튜브 채널인 KPOP CLASSIC의 성공으로 등장한 단어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채널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잇달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본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 방송이 인기를 끌어 양준일 같은 핫스타를 소생시켰다. SBS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국들도 덩달아 과거 방송 프로그램들을 대거 풀면서 SNS 상에서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플랫폼의 한계로 제 빛을 다 보지 못한, 혹은 인기는 있었지만 그 추억을 소환할 장치가 부족했던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플랫폼들의 등장에 힘을 입어 새 생명을 얻었다. OTT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28년 전의 가수를 다시 무대에 세우게 만든 OTT의 힘, 온라인탑골공원에서 주목받은 가수 양준일 과거 방송 장면 화면캡처




 유튜브와 함께 우리에게 OTT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인지시킨 대표적인 플랫폼은 넷플릭스(Netflix). 1997년 미국에서 비디오와 DVD 대여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2016년 1월 6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방송가에서는 그 이전부터 넷플릭스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심심찮게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었다. 과연 한국에서도 성공할까 갸우뚱했지만 이미 주말동안 ‘넷플릭스와 함께 춤을’ 춘 사람들이 넘쳐나게 됐다. 지금의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에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876만 명 증가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약 31% 늘어 54억6700만 달러(약 6조3600억원)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우리나라에서 OTT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수 추이 ⓒNielsen-Koreaclick




 2020년 방송가 최대의 이슈 또한 ‘OTT 대란’이다. 지상파가 갖던 힘은 90년대 중반, 케이블 TV의 등장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건재했고, 그래서 종편 채널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약간 우려는 했지만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 내다보진 않았었다. 당시 케이블TV의 시청률은 1%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종편이 처음 온에어 됐을 때도 1% 넘기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종편이 미디어 업계를 휩쓸다시피 하더니 이제는 OTT가 활개를 친다. 지상파가 갖고 있는 권위가 아직은 여력이 남아있다. 애초에 진입장벽 자체가 유튜브는 가장 낮고, 지상파 방송국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지상파에서도 재빠르게 다른 대처를 해서 업종을 확장시키지 않으면 언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디어 생태계가 빠르게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OTT 이용 빈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내시장 OTT 규모 전망 ⓒ방송통신위원회




토종 OTT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바통은 이제 OTT로 넘어갔고, 지상파에서 방송돼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상파 내에서도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지상파 3사는 유튜브 채널을 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해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를 시작했다. 2011년 출범했던 OTT '푹’을 SK텔레콤 ‘옥수수(oksusu)’와 통합한 서비스다. IPTV인 'SK브로드밴드‘도 종합 유선방송 'T티브로드’와 합병하는 등 OTT의 공격에 대응할 다양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KT는 기존 OTT ‘올레tv 모바일’을 ‘시즌(Seezn)’으로 개편했다. ‘시즌'은 출시 한 달 만에 300만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국내 OTT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지상파 3사가 손잡고 만든 OTT 서비스 ‘웨이브(WAVVE)' 홈 화면




 닐슨코리아의 발표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평균 2개 이상의 OTT 서비스 앱을 이용한다고 한다. 유튜브는 기본, 넷플릭스나 혹은 다른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건데 심지어 몇 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는 각 OTT 플랫폼마다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웨이브 이용자가 다른 OTT 서비스인 티빙(TVING)도 이용하는 이유는 티빙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CJ ENM 콘텐츠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다른 필살기를 꺼내들었다. 2월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순차적 제공하기로 하고 작품 공개 일정을 영국 공식 트위터 채널을 통해 공유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등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이제 집에서, 혹은 대중교통 안에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때에 볼 수 있게 됐다.




연령대별 동영상 App 및 OTT 서비스 이용 현황과 순위 ⓒNielsen-Koreaclick




 결국 모든 이야기의 초점은 하나로 흘러간다. 콘텐츠 따라 플랫폼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플랫폼을 이기는 것도 콘텐츠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영상물이 지상파 어느 방송국 것인지, 어느 OTT 서비스의 것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그 영상물’이 있으냐가 더 중요하다. 자기 집 안방에서 달랑 카메라 한 대 갖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방송했던 유튜버들한테 첨단 방송장비들을 갖춘 지상파 방송국들이 밀려버렸다. 방송국들이 확장명 mp4급의 영상 화질도 좋지 않다고, 고화질 HD, 심지어 UHD 방송을 준비하고 나아가며 화질 걱정할 때, 유튜버들은 고화질은 커녕 컷 변화도 별로 없이 촬영하면서도 독특한 콘텐츠로 몇 십만의 육박하는 구독자들을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이 영상화질과 편집기술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에 대응한 것이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들은 화질보다 콘텐츠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OTT플랫폼 속 춤과 무용

방송가의 현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게 미디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무용계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무용계는 어떻게 변화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합류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그동안 미디어 영역에서 문화예술, 특히 무용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90년대 중반, 케이블TV 채널들이 잇달아 오픈하면서 문화예술과 무용도 더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 적이 있었다. 케이블TV는 태생부터 니즈가 있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문화예술 애호가들은 그런 채널 하나쯤은 당연히 살아남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1995년, 케이블 TV 문화예술전문채널인 A&C코오롱이 야심차게 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어떤가. 몇 번의 매각을 거쳐 연예 채널로 자리 잡고 말았다. 문화예술TV로 남아있는 아르떼TV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무용보다는 클래식 음악 위주의 채널로 남아있다.
 OTT 채널을 보자.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춤과 관련해 어떤 영상들이 서비스되고 있는지 검색해 봤다. 춤, 무용, 댄스 등의 검색어로 제공되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겨우 몇 편에 불과했다. 넷플릭스에서 찾은 춤 영화는 〈더티 댄싱〉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 정도. 웨이브에서는 〈발레교습소〉 〈쉘위댄스〉 〈왕의 춤〉이 있었다. 〈지젤〉이나 〈마오의 라스트댄서〉, 〈백야〉 등의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춤 관련 다큐멘터리로는 거제여상 학생들이 댄스 스포츠를 배우며 새로운 꿈을 꾸는 〈땐뽀걸즈〉,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 웬디 휠런의 이야기를 다룬 〈그녀의 춤은 끝나지 않았다〉, 세 명의 젊은 발레리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레보이(Ballet Boys)〉 정도가 검색됐다. TV프로그램으로는 〈백조클럽〉이 제공되고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춤, 댄스, 무용, 발레 관련 영상




 가장 안타까운 점은 세계 여러 무용단과 발레단에서 만든 공연실황 영상은 단 한 건도 올라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용단마다 영상 제작에 관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경우 공연 영상 DVD를 심심치 않게 만들어낸다. 최근 안무한 알렉산더 에크만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협업한 작품 〈PLAY〉의 경우도 DVD로 출시돼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다. 알렉산더 에크만은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와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 우스개소리로 지인들에게 만일 이 작품을 NDT와 함께 했다면 절대 DVD로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NDT의 경우 트레일러 영상을 만드는 데는 열심이지만 공연을 완편 DVD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NDT 예술감독 출신인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작품 영상이 몇 건 있는 정도다. 슈튜트가르트발레단의 경우도 공연 영상 DVD를 별로 제작하지 않는다.
 공연은 공연장에서 봐야 그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나 NDT의 작품은 영상으로 볼 때와 실연으로 볼 때 차이가 큰 작품들이다. 작품을 DVD로 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NDT는 이런 것과 상관없이 어쨌든 컨텐퍼러리 발레의 선봉주자로 전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고 티켓 파워도 있고 애호가들의 발길을 헤이그로 끌어들이고 있는 단체가 아닌가. 문제는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것도 어려운데 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한 대다수의 춤 단체들이 걱정된다는 점이다.
 춤에 대한 관심, 공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다. 견물생심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눈에 보여야 마음도 동하는 법. 접지면이 있어야 저런 것도 있구나 라고 알게 되고 그 다음에 관심이 생겨서 결국 그게 공연장으로 가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이건 ‘견물생심’을 일으킬 도화선이 없다는 것이다. 공연장으로 가는 것보다 영화관으로 가는 게 더 쉽고, 영화관으로 가는 것보다 PC나 휴대폰으로 스트리밍 영상을 클릭하는 게 더 쉽다. 그런데 무용공연이나 작품은 그 클릭조차도 쉽지 않다. 콘텐츠가 업로드 돼 있어야 클릭도 하는데 애초에 업로드돼 있지도 않고, 있더라고 클릭이라는 그 손가락 까딱 하는 행동 하나도 끌어내기 쉽지 않다.


무용공연의 영상화, 그 향방은?

공연계와 무용계에서도 미디어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미디어와 공연이 만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례는 2014년 시작한 국립극장의 NT Live, 그리고 영화나 공연 리허설 및 프레스콜을 보여주는 카카오TV가 있다. NT Live의 경우 2월에는 달오름극장에서 세 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2020년 2월 국립극장의 NT Live 상영작 포스터 ⓒ국립극장




 무용작품이 상영되는 경우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 세계적인 발레단 공연실황 상영, 그리고 창작산실과 아르코예술기록원이 각각 추진한 네이버 공연전시판 생중계 정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는 주로오페라와 발레의 공연실황을 상영하는데 현지에 직접 가서 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애호가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네이버 공연전시판은 특히 공연실황을 생중계 한다는 면에서 주목할만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현대무용 단체의 공연도 생중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발레와 오페라 공연실황을 상영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J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 영상화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영상화를 통한 대중화’를 목표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오페라 등 5개 장르의 창작 공연 25편 중 4개 작품을 선정해 CGV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영상화를 통한 대중화’라는 문구에 눈길이 간다. ‘대중화’라는 단어가 예술에 장르에 걸맞지 않게 계몽적, 획일적 뉘앙스는 있지만, 영상을 통해서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을 많아지길 바란다는 마음은 읽힌다. 물론 더 큰 관심을 이런 영상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관객들을 양산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OTT 플랫폼의 빅뱅이 화제가 되는만큼 적어도 영상으로라도 화제가 되는 댄스컴퍼니나 무용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전쟁의 승패는 콘텐츠

지금으로서는 OTT 플랫폼 안에 무용작품이 들어가는 게 요원한 일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언젠가는 마땅히 그렇게 되면 좋을만한, 그래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OTT 플랫폼 전쟁의 승패가 어디에 있느냐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승패가 이용료를 낮추는 데 있지는 않다고 분석된다. 물론 참 저렴하다. 월 만 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내가 원하는 콘텐츠들을 아무 때나 마음껏 볼 수 있고, 심지어 2인, 4인과 묶어서 신청하면 더 저렴한 이용료로 여러 명이 동시다발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게 아니다. 플랫폼 자체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입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상을 통한 무용 인구의 저변 확대도 콘텐츠에 있다.
 무용 외에 클래식 애호가로서 여러 콘서트홀의 움직임에도 민감한데 지난 해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의 사례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송도까지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관공연이었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의 협연’은 1분만에 매진됐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가 먼 거리도 불사하게 만든 것이다. 2019 시즌 오픈 공연인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하이든 천지창조’도 국내 초연으로 주목받았다. 한 번 방문한 관객들은 아트센터 인천의 음향시설과 주변경관에 반해 먼 거리에 불구하고 재방문을 불사하고 있다. 협연자의 파워와 작품 자체가 대작인 점, 무용 애호가보다 클래식 애호가의 숫자가 조금 더 많은 점들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꼭 짚고 싶은 부분은 ‘콘텐츠가 확실하면 관객을 끌어들이고, 한 번 맛을 본 관객은 다시 찾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와 영화관에서 영상으로 무용작품을 본 관객이 공연장으로 발길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연히 인터넷 서핑 중에 만나는 영상 하나가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연장에서 영상이 아니라, 역으로 ‘영상에서 공연장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런데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당대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불후의 명작으로 인정받게 되는 작품들도 많고 아티스트들도 많다. 평가절하되거나 작품성에 비해 알려지지 않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그래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가야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일지도 모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공감할만한 주제를 고른다고 그게 곧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거나 나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쓰면서 누구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을 정도로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은 심리를 봤을 것이다. 파우스트는 모두가 끄덕이는 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고전이 되었다. 저 안무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봤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내 이야기 같은 그런 작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에 공감하고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것에 대한 조사도 함께 하면 좋겠다.
 관객들의 눈치를 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티스트들도 이렇게 콘텐츠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한 사람으로서 상황과 흐름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어떤 무용 콘텐츠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이제 고민의 방향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이단비

KBS, SBS를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MBC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작, 집필하고 있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 ​ ​ ​ ​ 

2020. 2.
사진제공_월간 방송작가, Nielsen-Koreaclick,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통신위원회, 국립극장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