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무용에 있어서 ‘그로테스크(grotesque)’ 의미 재조명하기
영국의 리즈 아기(Liz Aggiss)와 한국의 공옥진의 춤을 비교 분석한 실기기반-연구논문
김현진_써리대학교 대학원 무용문화

​초록

 본 논문은 2010년 영국의 써리 대학(The University of Surrey)의 무용문화(Dance Cultures) 대학원 과정의 석사 논문의 일환으로 연구된 것으로, 영국의 리즈 아기(Liz Aggiss)의 [그로테스크 댄서(Grotesque Dancer)](1986),(1999)와 한국의 공옥진의 [공옥진 1인 창무극]을 비교 분석한 실기 기반 연구 논문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용어인 그로테스크는 현재 한국의 무용계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자 장르화 되지 못했다. 이 현상은 서구의 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용계의 주류에 속하지도 정통예술로 인정받지 못한 반예술(anti art)로 인식되지만 결코 그 가치와 영향력이 작지 않은 그로테스크(grotesque) 무용을 영국과 한국의 대표적인 그로테스크 무용가의 자취를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되찾고 재조명하여 무용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 다양하게 해석되고 응용되어 재생산되는 예술로 우리 곁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 연구 논문은 미하일 박틴(Mikhail Bakhtin)의 저서 [라블레와 그의 세계(Rabelais and His World)](1984)에서 다룬 ‘그로테스크’의 의미, 즉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정리한 그로테스크의 이론적 의미를 리즈 아기와 공옥진의 작품 속에 드러난 그로테스크의 특징을 추출하고 대입하여 정리하였고, 그 후 본 연구자가 시현한 연구논문 공연을 통해 그 역사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현재의 살아 있는 시각화된 공연의 형태로 재현하였고, 그것을 다시 분석하고 정리하여 연구의 결과로 도출해내는 단계를 거쳤다. 이를 통하여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곳에서 출발한 영국과 한국의 그로테스크 무용가의 작품에서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 지를 발견하였다. 먼저, 박틴의 저서에서 거론한 대표적인 그로테스크의 특성, 즉 욕설 혹은 조롱(abusive), 몸을 낮추는 몸짓(degrading gesticulations), 인간의 신체가 동물화 되는 변형(transformation of the human element into animal one), 물질적 신체 이미지의 과장이 불균형한 차원으로 전환되는 것(exaggeration of the material bodily image to disproportionate dimensions), 즉 과장, 과도함 그리고 풍자, 육신의 재활, 양면성과 모순, 그리고 반복이라는 박틴이 제기한 그로테스크의 핵심적 키워드가 두 작가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두 안무가의 작품 속에서 보이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손동작, 굽은 등 모양(곱사등), 걷는 방식, 몸을 거꾸로 뒤집거나 안과 밖이 뒤바뀐 자세, 얼굴표정, 공간과 힘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논문의 목적은 무용에 있어서 그로테스크의 의미를 발견하고 현재의 무용의 역사로 끌어 들이는 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본 논문의 후속 연구로 문화와 사회 그리고 예술적 배경이 다른 그로테스크 무용가들의 작품을 발견하고 추적하여 비교문화적(cross cultural)인 관점에서 그들의 작품과 삶이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예술계에 적용되기를 제안한다.





서문


 본 논문의 목적은 한국과 영국의 무용 역사에서 사라져가고 잊혀 가는 “그로테크스”춤을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그로테스크라는 용어의 정의는 추후 단락 1 에서 거론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그로테스크 춤은 주류 무용계나 학계에 한 번도 속한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칸트(Kant 2006, p. 22)에 의하면, 그로테스크 무용가들은 전체 역사적인 발언에서 혹은 주된 미학적 차원에 속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그로테스크 무용가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예술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난, 종종 ‘이상한(bizarre)’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뷔마(Weimar)시대의 그로테스크가 절대로 한 번도 독일 무용의 중심에 서 본적이 없다는 점이 그 사실을 인정해준다. 그것은 비단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낯설고 기괴한 혹은 이상한 혹은 예술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우리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잊혀 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의 훌륭한 그리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그로테스크 무용가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독창적이고 진귀한 예술적 가치를 기록하고 보전하여 현대의 무용 공부에 활용시키도록 기여하는 데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먼저 공옥진의 경우 그녀의 독창적인 그로테스크 춤은 한국의 무용과 문화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춤의 개념은 학계에서 발전되지 못하였다. 영국의 리즈 아기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공옥진의 그로테스크 춤에 대한 공헌에 대한 부분은 그녀가 활동했던 시대적 의미와 인기가 대단했던 것에 비해 현재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그 평가는 2010년 5월 20일 그녀의 고향인 전라남도 문화재청에 의해 ‘주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으로 겨우 회복이 되었다. 만약 이러한 전라남도 문화재청의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공옥진의 문화 역사적 가치는 영영 묻히고 사라져 우리의 소중한 예술적 자산을 잃었을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엄격한 사회 계급제의 구조적 뿌리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에르흔라이크(Ehrenreich)의 주장에 따르면:
 “하나의 계급, 민족 혹은 성이 하부계층을 지배할 때, 공포가 따른다. 그것은 하부계층의 강력한 종교에 대한 공포, 즉 시민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Ehrenreich,2007,p.251)
 그리하여, 본 연구는 공옥진의 그로테스크 춤을 리즈 아기의 춤과 비교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명확히 정의 내린다. 그럼으로써, 두 안무가의 특성과 가치가 더욱 명확히 드러나고 재발견 될 것이다. 본 연구논문은 다음과 같은 연구절차를 거친다. 연구의 방법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관한 방법론을 제시한 후, 제 1장에서는 공옥진과 리즈 아기의 작품과 삶을 바탕으로 한 이론조사로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미적,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에서 본 그로테스크 춤을 제고할 예정이다. 특히, 이러한 그로테스크 춤이 서구와 동양 문화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지 그 배경과 시각의 차이를 다루게 된다. 제 2장에서는 본 연구자의 시현을 통한 무용공연으로 이루어진다. 두 무용가의 작품 중 보이는 그로테스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시각적으로 대비시키거나 부각시켜 그들의 춤의 특성을 입체화하는 실기 기반의 비교 분석 논문이 된다. 본 연구논문의 공연에서, 본 연구자는 공옥진과 리즈 아기의 작품에서 추출한 그로테스크의 특징을 분석하고 해석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본 연구자가 그것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시도를 한다. 그럼으로써, 본 연구는 향후 그로테스크 춤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 질문은, 그로테스크 춤이라는 장르가 앞으로의 무용 학계 발전에 어떠한 역할이 있는지? 본 연구를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보고 상기하게 될 것이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실기 기반의 비교 분석 논문이다. 실기가 기반의 본 연구는 공연을 통해 지식을 한 단계 높이고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키는 데 있다. 특히 공옥진의 연구에 있어서 그녀의 실황공연은 현재 진행되지 않으므로, 그녀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녀의 작품을 직접 재해석하고 재현하는 방법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본 논문의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다. 본 실기 기반의 연구기간 동안, 본 연구자는 공옥진과 리즈 아기의 작품을 비교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재구성하여 공연 형태로 시현하여 그 의미를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거기에 더 큰 의미는, 공연을 하는 동안 공연자, 즉 연구자의 몸을 통한 그로테스크 춤의 개념의 확장에 있다. 전문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교육자 그리고 무용계의 관찰자로서 여러 경험을 거친 본 연구가의 몸을 통해 시현되는 공연은 재구성(reconstruction)과 재창조(reinvention)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 개념은 공옥진이 그녀의 1인 창무극의 소재를 한국의 전통 춤에서 찾은 것과 그리고 리즈 아기가 자신의 그로테스크 댄서라는 작품의 소재를 발레스카 저트(Valeska Gert)(1892~1978)의 춤과 독일 표현주의에서 차용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 마크 프랑코 (Mark Franko)의 무용의 재구성과 재창조의 개념을 본 연구의 주된 이론적 틀로 둔다. 마크 프랑코의 개념은 리즈 아기와 공옥진의 춤을 재조립하여 하나의 공연의 형태, 제목 [오늘날의 그로테스크 무용(수)(Today’s Grotesque Dancer)], 로 구성되어 2010년 8월 13일 영국의 써리 대학 PATS Studio에서 시현된다.
 본 연구논문의 실기 공연은 두 무용가 리즈 아기와 공옥진의 작품을 비교하기 위해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순서는 리즈 아기의 [그로테스크 댄서(GrotesqueDancer)] (1986)과 그 원형을 다시 재구성한 작품(1999), 그리고 두 번째 순서는 공옥진의 1인 창무극 중 [심청가](1999)와 [흥보가](1999)에 대한 재구성 공연이다. 공연 중 본 연구자가 선보이는 독특한 특색은 각각 연구자에 의해 추출되고 적용되어 재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두 무용가들에게서 보이는 같거나 다른 손동작, 얼굴 표정, 움직임의 질감, 몸의 선을 이용하는 방식, 공옥진의 병신춤과 동물모방 춤, 브레히트적(Brechtian) 특징(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단절된 움직임), 움직임의 동선을 다르게 배열하기, 힘을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 등등을 본 공연에 적용해 보았다. 본 연구논문 공연에서 리즈 아기(Liz Aggiss)의 [그로테스크 댄스]와 공옥진의 1인 창무극 중 그로테스크 특징이 가장 명확히 드러난 장면들을 선별하여 그것을 각각의 사진들로 연결한 슬라이드 필름으로 편집하여 공연의 전후 TV 모니터에 상연하였다. 연구논문 공연의 원형이 되는 두 작품의 사진을 공연의 일부로 포함시키고 제시하여 관객들은 원작과 재구성된 작품을 비교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각자 해석하도록 유도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제 2차의 자료가 사용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공옥진의 예술세계와 삶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통해, DVD 영상자료, 그리고 사진 [심청가]와 [흥보가]를 중심으로 시각적 연구 자료로 활용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즈 아기 또한 그녀의 작품 [그로테스크 댄서](1986),(1999)의 공연실황을 담은 DVD와 사진을 본 연구의 시각적 자료에 활용하였다. 그밖에 신뢰할 만한 기존의 자료, 즉 신문 보도 자료, 논문, 책 등등의 자료가 연구에 사용되었다.
 가장 중요하게, 본 연구 논문에서 이론적 기틀이 되는 개념은 박틴(1984)의 그로테스크(grotesque)와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로서, 두 가지 개념이 본 연구의 핵심적 용어로 쓰인다. 여러 다른 학자들이 거론하는 그로테스크의 개념들과 비교하면, 박틴의 이론은 보다 몸과 신체 이미지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톰슨(Thomson)(1972)에 의하면, 박틴의 그로테스크는 “근본적으로 신체적(육체적)이고, 몸과 몸의 극한을 뛰어넘으며, 자유로움을 찬양하며, 구속이 없으며, 지나치면서도 동시에 근본적으로 즐거운 관습이 존재한다(p.56)”라고 이야기한다. 본 연구에서 박틴의 이론과 더불어 애쉬해드(Adshead)의 저서 [무용분석(DanceAnalysis)](1986)속 무용분석에 관한 주요 개념이 본 연구논문 공연의 분석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녀의 무용분석 이론은 무용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동작, 무용수, 시각적 장치 그리고 청각적 요소로 구분하여, 연구자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 및 여러 작품들도 관찰하고 분석 가능한 연구의 틀을 마련해주고 있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연구 방법과 절차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의 기반과 향후 발전 가능한 시각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김현진
현재 독립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시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작업을 희망하며 모색 중이다. 김현진은 서울예고와 이화여자 대학교, 이화여자 대학교 무용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였고, 그 후 모교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 여러 대학에서 무용과 관련된 실기와 이론을 가르치며 작품활동을 이어 나아갔다. 제 6회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와 2014-서울 댄스포럼에서 초청받아 공연을 올렸고, 유럽과 일본의 대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한 바 있었다. 그 후 영국의 써리대학의 MA과정(The University of Surrey in MA Dance Cultures)을 다시 수학하고 돌아와 무용과 어려 매체를 넘나드는 새로운 예술작업을 꾸준히 탐색중이다.
2014.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