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춤비평가 방담(放談)_ 2013년 한국 춤계를 돌아본다
춤예술의 영역 확장과 국제교류의 다양화


 



장광열
: 2013년 한국 춤계에 나타난 새로운 흐름 중 하나로 우선 춤 공연이 열리는 장소가 훨씬 많아졌고, 그런 공간들을 통해 예년에 비해 춤 공연 횟수가 훨씬 증가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의 경우 문화역사 서울 284, LIG아트홀 합정, 국립국악원 풍류 사랑방, 영등포아트홀 등 새로 생겨난 극장과 상명아트센터나 이화여대 삼성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공연장, 서강대 메리홀 등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극장들, 나루아트센터나 강동아트센터 등 춤 단체들이 상주해 있는 극장, 그리고 홍은창작센터와 가까운 서대문문화예술회관이나 문래예술공장 안에 있는 박스 시어터 등에서도 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성균소극장, 방배동 두리춤터, 홍대 근처 포스트극장, 대치동 M극장, 논현동 성암아트센터 등 소극장에서도 춤 기획공연이 꾸준히 열렸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 예술극장,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화관 등 그동안 춤 공연이 주로 열렸던 공연장의 영역을 훨씬 벗어난 것으로 그만큼 춤 예술이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또한 한국공연예술센터와 홍은예술창작센터를 비롯해 문화관광체육부가 국립발레단과 국립현대무용단, 전통예술진흥재단에 의뢰해 시행하는 창작산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춤 지원 프로젝트 등 공공 기관에 의한 춤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LIG문화재단은 LIG아트홀 합정을 새로 개관하고 기존의 LIG아트홀 강남과 LIG아트홀 부산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춤예술 분야를 지원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외국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의 무용수나 안무가들이 국내 무대로의 리턴 공연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제현대무용제, 서울세계무용축제, 한팩솔로이스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국내 무대에 선보였습니다.
 코리아무브스(Kore-A-Moves)와 서울댄스플랫폼(SDP), SIDance의 Who‘s Next,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서울댄스컬렉션 등 우리나라 안무가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나 사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종호
: 우리 안무가들의 국제진출은 갈수록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내년(2014년)중 예정된 해외공연이 10건이 넘습니다. 이 모두가 안무가들의 작품역량 향상, 정부 지원의 증가, 민간 네트워크의 활성화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보는데요, 외국 기획자나 평론가들이 한국무용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습니다. 서울공연예술마켓(PAMS)이나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서울댄스플랫폼(SDP) 등을 통해 한국 작품을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특히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까다로운 태도를 보여온 프랑스 프로그래머들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이만주: SPAF나 SIDance, Modafe 등 국제 춤 축제를 통해서 세계 여러 나라 컴퍼니들의 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졌고, 특히 장은정이나 최경실의 커뮤니티댄스 작업 등은 관객과 교감이 가능한 좋은 공연들이었습니다.

장광열: 말씀처럼 커뮤니티 댄스 공연이 더욱 확장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적할만한 흐름이라고 봅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도 예술감독을 선임해 많은 서울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형 커뮤니티 댄스 프로젝트를 시행했습니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에서도 한국과 핀란드의 커뮤니티 즉흥 공연이 공동 제작으로 소개되었고요. 이 작업에 참여했던 트러스트무용단은 SIDance에서도 핀란드의 다른 단체와 커뮤니티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부산국제즉흥축축제(Bimpro)에서도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즉흥 공연이 선보였습니다. LIG 문화재단과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LIG아트홀 부산에서 공연한 <피나 안 in 부산>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춤은 특별한 교육 없이도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고 했던 피나 바우쉬의 예술정신을 실현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로 일반인 50명이 각 1분 59초 동안 각자 개성에 걸맞는 춤을 선보이도록 했었는데 커다란 호응을 얻었습니다.


김영희
: 올해도 전통춤 공연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습니다. 특히 소극장 전통춤 공연이 활발한데, 공공단체 뿐만이 아니라 성암아트홀, 성균소극장, 두리춤터 등이 주제와 기간을 다양하게 설정해서 상설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전통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응도 높고, 춤꾼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공연하는 듯합니다. 춤 동문들끼리 30, 40대 춤꾼들이 삼삼오오 의기투합해서 펼치는 공연이 늘어났습니다.
 주목할 기획들이 있었는데요, 전통춤 종목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제를 가지고 집중하는 공연이 몇몇 기획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임수정은 북춤으로, 서울교방 춤꾼전에서는 승무로, 김영희춤연구소는 검무를 주제로 공연을 했고, SIDance 기간 중에 산조 컬렉션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전통춤 공연이 활성화되는 경향 속에서 전통춤 감상의 관점을 새롭게 제기하는 것입니다. 환영할 만한 시도들이고 전통춤 감상의 깊이와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전통무, 전통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엿보였는데요. 이 같은 흐름은 전통춤을 현재적 감각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예술적 욕구들이 드러난 것이고, 이러한 흐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으면서, 경향 속에서 용어 정리나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광열: 전통춤 공연이 늘어나면서 기획적인 면에서의 문제점도 적지않게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무’ 또는 ‘명무전’이라고 이름 붙여진 유사한 공연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 공연의 출연자들 중에는 40대의 젊은 무용인들의 이름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명무‘ 혹은 ’명무전‘이란 타이들 아래 이미 자신의 춤 세계를 다진 무용가들과 아직은 설익은 춤을 추는 무용가들이 교수라는 이유로, 단체의 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또는 관객을 동원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그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비평계에서도 ‘명무’에 대한 기준 설정,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진단과 함께 난무하는 부실 전통춤 공연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원: 전통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대춤 활동 못지않게 전통이 먹구름처럼 융성하는데 지방은 전통춤이 더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좋고 나쁜 의미의 전통이 난무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방의 나쁜 전통은 마치 녹조현상 같습니다. 겉은 그럴싸해 보이나 속이 썩어 있습니다. 좋은 전통에 대한 경계를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국립국악원무용단의 경우는 전통의 경계를 넘어선 좋은 기획의 한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전통의 오리지널한 작품을 선보이고 재창작했던 것을 동시에 보임으로써 기존 방식과는 차별적인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또 다른 예로 김영희씨가 2년째 기획한 <검무전>도 조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목할 만 한 춤으로 1999년부터 전통춤 공연을 해오고 있는 윤미라씨나 박경랑씨 등의 공연이나 청주 일원과 대전 지역의 공연활동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의 대학 무용과 숫자는 줄어드는데 반해 춤공연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구미시립무용단의 노현식, 충청권에서는 박시종, 김진미, 홍지영, 정은혜 같은 안무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한 <롤랑 쁘띠>의 경우 발레사에서도 중요한 인물인데도 비평계에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립발레단의 이동훈 등 젊은 무용수들의 활약상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권옥희
: 공적인 단체가 사적인 인물의 이해의 장이 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세금이 함부로 쓰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곳이건 수장의 자질과 그 자리는 중요합니다. 예술감독의 문제는 작품의 질과 춤꾼들의 실력 저하와 결부된 문제로 그 선정과 재임 등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구쪽은 대구문화재단의 지원금수혜로 3·40대 안무가들의 작품활동이 활발해졌고 해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지현: 한 해 동안 활발한 변화가 많았습니다. 먼저 창작산실 사업이 시작되었고 연말에 연속 공연으로 그 결과를 내보입니다. 현대춤과 한국춤 부문 경우는 한 작품당 5천만원이 지원되었고, 발레 부문의 경우는 한 작품당 1억여원에 가까운 지원금이 지급된 만큼 양질의 작품이 출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진행 주체자의 방향성이 미숙하여 사업이 허울로만 될 것 같다는 우려가 크게 듭니다. 춤계 중진안무가들의 창작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창작산실에 걸맞은 고민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이 분야의 지원금은 늘어날 것인데 과연 진정한 산실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이종호: 정부가 무용창작산실 사업을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미비한 점이 종종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3개 분야의 환경과 욕구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발레는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에 비해 창작능력이 많이 처지는 게 사실입니다만 지원금 액수는 오히려 가장 많습니다. 지원 액수는 나머지 두 부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심사에서 뽑혀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창작발레 분야가 약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발레 쪽에서 일거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지속돼야 한다고 보는 것은 어떻게든 창작발레 안무가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필연성 때문이지요. 이른바 선진국들에 비해서 발레창작 능력이 너무 떨어져 있으니까요.
 한국춤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작산실에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창작 한국춤의 부활을 위한 분위기 쇄신의 계기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몇 년 쯤 하다보면 상당한 효과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발레보다는 창작 인구도 많고 과거에 축적해온 역량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현대무용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즉 이미 좋은 안무가가 많이 있는 상황에서 창작산실이 여타 창작지원 제도와 어떻게 달라야 하느냐는 거죠. 담당기관에서는 지향점이나 관리방식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이지현: 현재 춤계 중진들은 지원금에 목말라 있으나 창작적 역량은 고갈되어 있기에 창작산실을 통해서 잘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사업의 운영기관은 이 사업을 심도 있게 운영해야 하기에 비평적 관점으로 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공연예술센터 한팩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 한 일간지에서 도 기사가 보도 되었습니다. 한팩 수장 교체 등의 문제로 춤 파트가 연극에 밀린다고 하는데 이는 개인의 이해관계나 파워로 진단한 시각의 기사로 언론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입니다. 대안으로 춤의 정당한 지분을 가져올 수 있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장들은 좋은 사업을 위해서 사적인 것보다는 정확하게 공적인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립현대무용단의 예를 들면, 해외안무가에게 과도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개인무용단을 폐업하고 국립현대무용단 수장으로 활동할 안애순 감독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커뮤니티 댄스는 개인 무용가들의 컨셉트와 패러다임이 일단락된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 프로젝트로 진행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내년에는 커뮤니티 댄스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일반인에게 춤과 문화에 대한 업그레이드 된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문화재단 커뮤니티프로젝트는 강사들을 3개월 정도 강습을 시킨 다음 10월에 서울광장에서 다 같이 모여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교육당사자들이 집합하여 연령별, 지역별 특수한 집단칼라별로 모아 6개월~1년의 기간을 통해 이뤄낸 것입니다. 올해는 성과가 많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종호: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여름 새 예술감독을 맞았고 국립발레단도 예술감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요? 두 단체 모두 수장의 교체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국립현대무용단은 홍승엽씨가 초대 예술감독으로서 방향성과 기초를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이나 외국 안무가 초빙작업 등은 성과가 어떠했든 나름대로 노력의 흔적이 보입니다. 창설 초기에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었겠지요. 이제 안애순 신임 감독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현대무용에 일반관객이 좀 더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 가령 외국의 Choreography for Everyone처럼 창작과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함께 대화도 나누는 일도 시도해보라는 것이고, 어느 정도 레퍼토리가 축적되면 해외진출에도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외국인 안무가 초청에 대해서 저는 그다지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문제는 그들에게 어떤 효과를 기대할 것이냐에 있겠지요.
 발레단은 감독이 바뀌든 잔류하든 꼭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내 발레 안무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전반적인 창작발레의 역량을 키우는 일을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창작산실이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해주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국립발레단은 이 분야에 너무 무심했습니다. 임성남 시대 이후 국립발레단에 국내 발레안무가에 의한 창작이라는 게 있기나 했나요? 어디 내놓기에도 부끄러운 졸작 두세 편이 전부죠. 국립이라면 당연히 그런 부분에도 노력을 했어야죠. 외국 안무가들의 작품도 유리 그리고로비치나 롤랑 쁘띠에 계속 머물러 있는 건 곤란합니다. 세계 현대발레의 조류를 어느 정도는 수용하고 소개해야죠. 크게 늘어난 예산을 ‘찾아가는 발레공연‘ 류의 사업보다는 지금까지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데 써야 합니다. 게다가 단원들의 기량도 전성기보다 못해요. 물론 새로운 인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약해진 편입니다. 국립발레단은 더 이상 쇄신을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김혜라: 저는 젊은층의 공연을 주로 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간을 다르게 해석한 측면과 융복합 경향 그리고 개념춤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트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설익은 사유보다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춤들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채희완: 부산과 창원 지역에서도 젊은 안무가들의 많은 창작공연이 있었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중심이 된 전통춤 공연도 많았었습니다. 대가와 자신의 제자들이 함께 공연했던 무대들이었습니다. 서울식 기획공연이 아니라 전통식 공연이 많은 것을 보았을 때 부산·경남춤의 저력이 확인되었습니다. 목포나 광주도 여러 가지 양태의 춤 공연이 많습니다. 이 지역 공연들로 춤 매체에 소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도 창작팀 모임이 많습니다. 춤비평가들은 서울 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춤 활동에도 시선이 미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순열: 우리나라 춤계의 큰 문제는 뿌리가 썪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평계 판을 흐리게 하는 인물과 집단들, 세금을 함부로 쓰며 지원하는 주체가 철학성을 갖고 어떤 것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것들이 과연 예술을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철학 없이 했기에 김태원 선생이 말한 녹조현상이 현 춤계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춤계는 겉으로는 활력 있어 보이나 한 꺼풀 벗기면 난장판입니다. 예술은 예술자체가 정화되고 고쳐가며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르네상스의 시작은 보티첼리의 비너스 탄생에서 시작했습니다. 중세에는 누드화가 없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비너스의 몸이 더럽혀져도 다시 바다에서 씻으면 새롭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춤계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더러운 때를 벗어내게 하기위해 비평가들이 해야 할 임무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비평가는 등대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항로가 없는 밤에 서로 부딪히는 곳에서 갈 길을 밝히고 함께 갈 길을 판단해야 합니다. 그동안 헛짓을 하지 않았는지 무용가들도 함께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2014.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