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코로나19, 프랑스 춤·예술계 동향
이선아_〈춤웹진〉 유럽 통신원

혁명의 나라 프랑스! 자유와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철학과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자유분방한 프랑스인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로 ‘이동 금지령’이 발표된 이후에도, 정부의 통제는 계속 강력해지고 있다. 3월 한 달 사이 모든 것이 변해 버린 프랑스의 일상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취소된 프랑스 공연/예술계 소식을 정리해보았다.




텅빈 바스티유 광장 ⓒ이선아




 3월 초, 아침에 눈을 뜨면 코로나19 한국 확진자 숫자부터 확인했다. 늘어가는 확진자 숫자와 확산 속도에 마음이 초조해져갔다. 그 당시 프랑스는 예방을 위한 정부의 대응도 프랑스인들의 경각심도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인 만큼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과 혐오 시선은 일찍이 시작됐다. 동양인을 향한 시선이 이전 같지 않았고, 한국인 지인들을 만날 때면 자신이 당한 인종차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3월 7-13일: 대규모 행사와 공연 및 모임 금지
3월 7일 정부가 5천 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금지시켰다. 3월 9일 1천 명 그리고 3월 13일 100명. 사실상 이날 이후 모든 행사와 공연, 전시, 워크숍 등이 취소됐다.

3월 13일: ‘무기한 휴교령’ 그리고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등 영업금지
3월 13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모든 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이어 3월 15일부터는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등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센느강과 공원으로 몰려들었다.

3월 17일: ‘이동 금지령’ 발표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금지령'을 발표했다. 단,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와 생필품 또는 의약품을 사야 하는 경우, 운동, 개 산책 등 정부에서 허락한 일곱 가지의 경우는 외출 사유서 작성 후 외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135유로에서 최대375유로의 벌금을 내야한다. 15일 이내에 두 번 어길 경우1500유로, 30일 이내에 네 번을 어기면 3700유로와 최대 6개월 징역형을 받게 된다. 운동을 위한 외출은 집에서 2km 이내였지만, 지금은 1km이내로 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슈퍼에 들어가기 위해 1m 간격을 유지하며 줄 서 있는 모습 ⓒ이선아



폐쇄된 파리 공원 ⓒ이선아




 

프랑스 무용 공연ㆍ축제ㆍ워크숍 등 모든 일정 취소

3월 11일 저녁, 무용 공연 (la)Horde를 보러가기로 했던 날이다. 무용 평론가인 남편은 그날 오후 극장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관객 인원 조정을 위해 동행인 없이 혼자만 오라는 내용이었다. 샤틀레 시립 극장은 약 2천 명 관객 수용이 가능한 극장인데, 이미 매진된 티켓을 1천 명으로 조정하고 있었다. “아, 프랑스도 시작됐구나” 싶었다.

1) 코로나 19로 취소된 공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공연들(3월-4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The 7 deadly sins〉 무용단 공연_ 취소
 3월 24-29일, 샤틀레 시립 극장(au Théâtre du Châtelet)
 주관: 떼아트르 드 라 빌(Théâtre de la Ville)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무용단 50주년 기념 행사 공연_ 취소
 3월 25-28일, 샤이오 국립 극장(Chaillot - Théâtre National De La Danse)
 트리샤 브라운 무용단원이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 취소

크리스탈 파이트(Crystal Pite) / 조너선 영(Jonathon Young)의 작품 〈Revisor〉_ 취소
 4월 1일, 라 빌레트 (La villette)
 주관: 떼아트르 드 라 빌 (Théâtre de la Ville)

호펙쉬 셱터(Hofesh Shechter) 〈Political Mother unplugged〉_ 취소
 4월 3-25일, 떼아트르 드 라 빌 (Théâtre de la Ville, aux Abbesses)

베이징 오페라 경극(Compagnie Nationale de Chine d'opéra de Pékin)_ 취소
 4월 23-26일, 떼아트르 드 라 빌 (Théâtre de la Ville)

이 외에도 4월 11일에서 5월 11일 사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Opéra de Paris) 객원 안무를 맡은 안무가 알랑 루시앙 오옌(Alan Lucien Øyen)의 신작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피나 바우쉬, 트리샤 브라운 공연예매 사이트 스크린샷




2) 취소된 프랑스 무용 축제와 워크숍
프랑스 지방 후베(Roubaix), 꼬냑(Cognac), 리옹(Lyon),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등의 지역 무용 축제와 파리 썽까트르(104), 라 빌레트(La Villette), 메나제리 드 베흐(Ménagerie de Verre)에서 주최하는 작은 무용 축제들이 취소됐다. 또한 국립무용센터(CND)와 아뜰리에 드 파리(Atelier de Paris/CDCN) 무용 기관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마스터 클래스, 무용 수업, 레지던시 등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잇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문화예술계

프랑스 샤이오 국립 극장이나 떼아트르 드 라 빌 극장의 경우 올해 5월이면 2021년 공연 일정이 확정된다. 각 극장마다 이번 코로나 19 여파로 취소된 작품들을 내년으로 연기할 수 있을지 고려중이다. 그러나 해당 무용단과 내년에 초대된 무용단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생길 차질이 우려된다.
 최근 프랑스는 파업과 시위의 연속이었다. 2018년 11월에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시위가 있어 지하철이 봉쇄되거나 극장들이 갑자기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12월 5일부터 2020년 1월까지 있었던 ‘연금 개혁 반대’ 파업은 지하철이 한 달여간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등 힘든 겨울이었다. 예약한 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장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관객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문화생활 없는 겨울을 보내야 했고, 예술가들 역시 텅 빈 관객을 마주하고 공연을 해야 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난 지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소소한 일상을 빼앗아간 코로나 19로 지금 파리는 문화생활은 물론 꽃 한 송이 살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겪는 어려움과 정부의 해결책

프랑스의 예술가들은 12개월 동안 507시간 일했다는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인터미떵(intermittent du spectacle)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터미떵 아티스트가 되면 그 다음 해에 실업 수당 (약 8개월간) 지급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507시간을 채우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연 투어가 많은 유명 단체에 소속이 된다면 괜찮지만, 일이 많지 않을 경우 TV나 영화 엑스트라 출연 또는 모델 일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들로 그 시간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상황은 최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을 할 수는 있는 경우다. 현재 ‘이동 금지령’으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고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생활고를 겪는 예술가들이 많다. 따라서 예술가 단체는 정부에 도움을 요청 한 상태다. 최근 정부는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예술가들이 일 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실업 보험 권리를 잃지 않도록 보장해줄 것을 결정했다. 또한 공연은 취소되었지만 극장 측이 예술가들에게 공연비를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지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극장이 이 권고사항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 문화부 #CultureChezNous(문화를 집으로) 운영 개시”
문화부가 3월 18일 수요일부터 #CultureChezNous(문화를 집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스트리밍으로 오페라, 콘서트 그리고 전시회를 가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사이트다. 문화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 기간 동안 문화를 가정으로 가져오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www.lemonde.fr) 또한 프랑스 대극장들 역시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만들어 홍보중이다.


* 프랑스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클릭! 클릭!
https://www.culture.gouv.fr/Culturecheznous
https://www.numeridanse.tv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0. 4.
사진제공_이선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