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한국춤비평가협회 방담
2018년 춤계를 진단한다
  • 일    시
    2018년 12월
  • 참석자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춤계의 두드러진 현안과 흐름을 짚는 방담을 진행하였다. 2018년 12월 수일간 춤비협 회원들이 인터넷 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 내부적으로 자유롭게 의견들을 공개 교환한 것을 토대로 편집해서 게재한다. - 편집자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미투운동이 의미하는 것


- 2018년도 춤계를 진단합니다. 애초 예정한 대로 사정상 한 해 춤계를 이메일 송신을 통해 진행합니다. 춤계의 대체적 흐름을 염두에 두고 한 해 두드러진 현안을 중심으로 방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드러진 현안 중에는 해묵은 것도 있겠는데, 해묵은 것은 오히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므로 춤계에서 계속 거론해서 해결책을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 2018년도는 #미투 운동으로 춤계 전반에 각성을 부른 한 해였습니다. 또한 블랙리스트 사태는 진상조사에 돌입하여 춤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가 주시하였으나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치는 이후 징계 없는 셀프 징계로서 문화예술계의 거센 항의와 비판에 직면하여 결과적으로 미해결의 상태로 해를 넘길 우려가 컸습니다. #미투 운동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는 촛불 민주주의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춤계와 문화예술계의 2대 현안으로 지속될 것이고, 그런 조짐이 몇몇 공연작에서 보였듯이 이후 춤 창작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두 현안은 춤 현장은 말할 것 없고 춤 정책 기관이나 기구에 대해서도 엄청난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합니다.
-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이전 정부를 포함해서 긴 시대가 유산으로 남긴 적폐를 청산하는 과제가 현정부 내에서 계속 지지부진하거나 외면받는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료들이 적폐청산에서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파다한 실정입니다. 이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저하에서도 간접적으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적폐청산이 미뤄짐으로써 적폐는 여전할 텐데, 대표적으로는 춤 정책의 창조적 변화, 공공 무용단의 쇄신 또한 지연될 것이고, 그외 공공 기금의 효율적이며 적정한 재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가 우려됩니다.
- 2018년 마지막 날, 문화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 종합보고회’를 열고 수사의뢰 3명, 징계 1명, 주의 17명을 추가하여 10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68명을 징계 또는 주의조치하기로 최종 확정했지요.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홍보과정이 너무 짧아 현장의 원성을 들었고, 이행계획 이전에 현장과 시민에 대한 사과 과정이 미흡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을 수습해야 하는 문제이고 장관보다는 기존의 관료화된 공무원의 문제지만, 조금 더 중요하게 취급하고 사과를 동반했더라면 문화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행협치추진단, 문화예술실천연대가 함께 지속적 활동을 해온 것과 10월말 ‘긴급토론회’와 11월 3일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한  많은 현장 예술가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하구요. 앞으로 예술환경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에 대해 더 민감하게 살피는 계기가 되도록 문화부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예술 단체와 기관에서 현장의 윤리와 규범을 마련하기에 적극 나서게 된 점은 미투 운동의 성과이자 과제로 꼽힐 겁니다. 또한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한국춤비평가협회는 비평윤리강령 마련 작업에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상반기에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 활동을 진행해서 10월말에 결말을 낸 바 있습니다. 대개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울 뿐더러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걱정하는 현실이 미투 운동을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성폭력과 인권 침해가 상식적 짐작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미투 운동은 여성이 주체로 나서 공공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환경과 방식을 새롭게 일구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 올 한해는 참으로 미투와 위드유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스쿨미투로 들불처럼 번지기도 했고, 2차 피해라는 장애를 만나기도 했지만 한해 동안 걷잡을 수 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지요. 문화계 첫 법적 사례인 이윤택은 1심에서 6년형이 선고됐고, 12월 18일 있었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자신의 죄조차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고 있는 절망스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울 것 없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도 그간 몇 가지 긍정적인 흐름은 정부의 분명한 입장 아래 국가인권위와 문화부가 미투 상황에 3월부터 민감하게 대응하여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의 활동으로 추가적이고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진행된 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공공부문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의 운영은 직장 환경으로 밀착해 들어가서 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신고 사례를 담아냈기에 국악원 사태 역시 공공기관에서의 성희롱으로의 접근을 할 수 있었던 점은 공공기관들이 매우 발빠르게 움직인 보기 드문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 미투가 문화예술계의 전반적인 고용환경과 고유한 성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인식과 해결에 대한 고민은 문화부의 ‘예술인들의 지위와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 반영되어 ‘성희롱․성폭력 없는 예술환경 조성’을 위한 조항으로 성희롱․성폭력 금지, 방지조치, 피해지원, 실태조사 등으로 포함되어 명시될 예정이라 합니다.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법적 보호 안에 ‘성희롱․성폭력 없는’ 환경이 포함된 것은 올 한해 미투 운동의 결과로 이에 대한 문화부의 법제화의 응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새 정부가 내놓은 문화정책안 〈문화비전 2030〉에 성평등문화 내용이 포함된 것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행동이라 보구요. 뿐만 아니라 2003년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예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인 12.2억을 ‘2019년 성평등 문화정책’ 예산으로 확보해 전년 대비 11억 증액하여 이른바 성희롱․성폭력 없는 환경을 만드는 실제적 변화를 이뤄낼 전망이 보입니다. 새로운 성평등 문화, 성희롱 근절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2019년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권력 집중으로 좋은 시절 누렸던, 구시대의 문화가 몸에 밴 남성 예술인들은 미투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렸을 듯한데, 이제는 빨리 새 흐름을 따르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현장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응대해 나가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문화부의 바람직한 협치 모델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가 남긴 과제


- 지난 5월 국립국악원 무용단 내에서 감독권한대행과 안무가가 의도적으로 특정 단원 출연을 배제하고 성차별적이거나 신체비하적 발언 같은 인격모독을 비롯해 수차례 갑질 횡포를 저질렀다는 점이 공론화되었습니다. 이후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1인 시위와 집회를 통해 공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투명한 외부조사위원 구성, 가해자들의 파면 또는 해임의 강력한 징계,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 감독관청인 문화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지난 11월 전 예술감독 대행과 안무자에게 징계 권고와 국립국악원에 대해서는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징계 권고가 내려진 것은 단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반증합니다만, 단원들 사이에서는 징계 정도를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는 줄로 압니다. 가해자가 일시 떠났더라도 남은 단원들이 피해를 입는 여진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정황에서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무엇보다도 공공무용단으로서 제 구실을 할지 의문입니다.
- 이 소요 사태가 이어지는 기간 중에 국립국악원무용단의 정기공연 〈和舞-우리춤전람회〉(9월 13-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13일 공연관람)를 보았습니다. 레퍼토리들을 보면 무척 화려하나 개개 소품들이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날림으로 공연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공연을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공공 무용단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선 단원들 스스로 예술적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립국악원무용단 사태는 단순히 단원들과 지도위원, 무용감독 직무대행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시 무려 2년 5개월 동안이나 무용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직무대행 체제로 끌고 간 국립국악원 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주무부서의 책임이 더 크지요. 이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입니다. 소요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국립국악원 전임 원장은 한국춤비평가협회의 2018년 몬도가네상 수상 후보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 없이 단순히 단원과 직무대행의 갑질 논란으로 몰고 간 언론의 편향된 시각도 안타깝습니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 실패도 예술감독 공백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모르고 행한 극장장의 권한을 넘어 선 극장 운용이 문제였지요. 서울시무용단의 표류도 예술감독이 1년 3개월째 공석인 채로 운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추운 날씨에 흰 국화를 들고 일무를 추는 것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국악원 무용단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국악원 사태는 국악원장이 전혀 대처하지 않았던 무책임과 행정팀의 수준 낮은 사태인식, 주먹구구식 처리과정 등의 문제가 중첩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가해자 2인과 그 추종세력의 어이없는 행동들이 사태의 심각성과 시간을 끌게 만들었구요. 단원들 역시 처음엔 자치기구인 노동복지협의회로 대처를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자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오히려 많은 진전을 낳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기관경고를 받고, 성에 차지 않는 징계가 있었음에도 지금도 이 사안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징계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고 가해자들은 계속 출근을 하는 상황이었으며, 기관경고 역시 상 몇 개가 없어지는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무용단 비대위들은 일상에서 끊임없는 회유와 보복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지지부진한 해결의 바탕엔 공공무용단 단원들을 예술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깔려 있고, 그들의 법적 권리가 현장에서 적용받는 것은 아직도 많은 장벽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 서열이 아래인 공무원으로서 공공무용단 단원들의 권리와 환경의 문제는 국악원 사태를 계기로 춤계에서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전통무용의 도제교육 방식, 즉 제자에게 함부로 하던 언행의 습관 때문으로 보는 입장도 있는데, 예술혼에 투철해 철저히 도제교육을 진행하다가 생긴 일이 아니라 권력의 상하관계에서 벌어진 직장 내 갑질이 핵심이었음을 본다면 지금 자신이 춤을 추는 곳이 사설무용학원이 아니라 예술공무원으로서 공공무용단에 있다는 것을 각성해야 할 때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공적인 단련이 부족해서 생긴 일로 보입니다. 무용단 예술감독은 다시 선정과정에 들어갔고 2월이 되면 선임될 것 같습니다. 예술감독 선임을 계기로 국악원장 등 기관대표와 행정담당들이 문제를 재발방지 차원에서 행정적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잘 해결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지금 모색되고 있는 문화기관과 공공 단체 내의 행동 규범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겠고, 더 나아가선 이런 규범 마련과 묵은 관행의 재정비 작업이 공공무용단의 지리멸렬하며 일부 소수 관계자만의 주먹구구식 운영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여론도 높아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공공무용단


- 올해 공공 단체 활동은 대체로 답보 또는 지지부진의 상황에 머문 듯합니다. 특히 창작 면에서 쇄신된 점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국립무용단은 〈가무악칠채〉 〈더 룸〉 같은 중규모작으로 전과 다른 접근 태도를 내비쳤습니다. 국립발레단의 창작 부재는 여전해서 분발이 요청되었고,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 패턴에 머물렀습니다.
- 국립무용단의 〈가무악칠채〉는 공공무용단 중에서 국립 위상에 걸맞는 매우 진취적인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넥스트 스텝’으로 단원 창작의 프로덕션 과정을 보다 전문적으로 손보고 단원의 작품이 무용단의 레퍼토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비슷한 개념으로 ‘스텝업’을 통해 작품을 레퍼토리 하겠다는 취지가 내년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행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단원 체제가 아닌 국립현대무용단이 무용단 레퍼토리화하겠다는 의미는 시즌 레퍼토리로 들어와 안착할 때까지 개발과정에서 살아날 것입니다. 우리의 지금 수준에서 단원의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을 레퍼토리화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여러 난관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가무악칠채〉는 그 벽을 훌륭히 넘었습니다. 젊은 감각과 기운이 넘쳤고, 소품이 원나잇 작품으로 발전하면서 성공하기도 쉽지 많은 고비를 매우 잘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안무자와 출연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국립무용단의 프로젝트 의지가 돋보였던 성공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스텝업’ 프로젝트가 모델로 삼고 고민해야할 지점으로 보입니다. ‘스텝업’의 공연에서 공연시간이 너무 길었던, 관객에게는 보기가 힘이 들었던 공연이 된 점 등 예술감독 역할이 결핍되었던 것은 오히려 작은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프로젝트 본연의 의미와 목적이 퇴색된다면 공공무용단으로서 책임이 무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발레단이 신작으로 선보였던 〈마타하리〉의 경우, 〈안나 카레니나〉와 같이 여성무용수의 연기력을 높일 수 있는 작품을 새롭게 맛보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할 부분이 있었으나 비슷한 색채의 작품을 굳이 연이어 갖추어야 할 만한 명분도 없었고 〈안나 카레니나〉보다도 작품성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해서 국립발레단이 예술감독의 안목 하나만 믿고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홍보로 제법 흥행가도를 달리는 듯 보입니다만, 다양한 무대 중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담거나 혁신적이라 할 만한 안무를 담은 작품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단체 내실을 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작품을 준비하기보다는 예술감독 개인 레퍼토리의 발전에 기우는 듯한 인상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 국립극장장이 지난 10월 선임되었습니다. 내후년 창설 70주년을 앞둔 국립극장이 새 국립극장장과 함께 향후 어떤 행보를 밟을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지부진에 더해서 퇴보한다는 지적을 받는 국립무용단의 향후 쇄신에 대해 아직 들은 바 없고, 따라서 새 극장장이 어떤 입장이나 방안을 갖고 있는지 춤계로서는 역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 전임 극장장이 2017년도 말에 한국춤비평가협회로부터 몬도가네상을 받은 사실을 새 극장장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상향 변화의 조짐 보이는 춤계 젊은층


- 눈에 띄게 지적할 변화가 있진 않았으나, 올해 전체 공연 흐름은 지난 몇 해의 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창작 경향이나 역량 면에서 얼마간 상향세를 기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젊은 세대의 인디 활동가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창작 현장에 활력을 투여해온 것은 여러 모로 고려되어야 하지요. 신진 세대의 꾸준한 활동을 진작하고 고무하기 위해서라도 춤 창작 생태계 면에서 정책 사업이 다양하게 실현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갑니다. 이들 신진 세대의 활동을 어떤 경향, 어떤 조류로 집약할 수 있겠는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40살 안팎을 젊은 세대라 부른다면, 이들 세대가 전체 춤 흐름에 가하는 활력소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게 ‘일종의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 언제나 우려를 낳고 있지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무용협회 등 책임 있는 공공 단체와 기관이라면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창작에 열중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고충을 수렴해서 생활에 도움을 줄 ‘방안’을 춤계가 함께 찾아나서야 합니다. 하다못해 현장 실태 조사부터 제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과문의 탓인지 몰라도 청년 세대 춤 현장 실태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은 줄로 압니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소극적 태도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실태 조사 작업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소소하나마 공공 기금의 효율적이며 적정한 재조정 사례에 속합니다.
- 알게 모르게 춤이 새 공간들을 열어가는 현상이 뚜렷이 느껴집니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은 몇 해 전부터 퍼포먼스 및 춤과 어울리는 양상을 이어 왔으며, 2017년 가을 개장한 문화비축기지(서울 상암동), 그전부터의 플렛폼엘(서울 학동)과 콘텐츠진흥원 CKL스테이지(서울 청계천)를 공연장으로 택하는 춤 공연들이 2018년도에 한결 늘었습니다. 심지어는 올 연말에는 블루스퀘어(서울 한강진), 그리고 연희예술극장(서울 연희동)이라는 카페 형의 소공연장에서도 춤 공연을 올렸습니다. 갤러리와 카페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공간의 변화가 큰 물결을 이루는 추세이고, 춤 역시 이 변화에 소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간이 있으면 춤이 있기 마련일 터입니다. 기존의 극장을 벗어나는 형태의 공연에서는 특히 프로시니엄 아치에서의 구조와는 다른 환경에 놓일 경우 아무래도 다른 접근과 구성 방식이 발휘되어야 할 것이어서 춤의 쇄신 측면에서도 새 공간을 개발하고 그에 적응하는 작업은 권장 사항입니다.
- 저는 올해 처음 공공지원금 사업의 현장 평가에 참여했는데, 적어도 서류단계에서는 인터랙티브를 표방한 공연들이 다수 등장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편의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처음 계획대로 온전히 진행시킬 수도 없고 또 발전적 방향을 위해서라면 그래서도 안 되는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직업예술가로서의 생활이 한두 해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계산도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예상가능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서류에서는 마치 첨단의 기술을 도입할 것처럼 제시해놓고는 인터랙티브라는 개념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거치지 않은 듯 보이는 무대를 꽤 확인하곤 했습니다. 일단 지원금 심사에 합격하고 보자는 마인드로 서류를 꾸미고서는 결국 책임지지 못하는 것은 정책이 건강하게 정착되는 것을 방해하고 미래의 지원자나 관객에게까지 상처 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획자와 무용가의 건실한 책임감이 크게 요구됩니다. 
- 현재 우리 춤계는 35세 미만의 젊은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지나치게 과다합니다. 여기에 서울문화재단 등 지원기관의 지원결정이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늦게 행해지는 점, 공간 지원금을 받는 춤전용 극장들이 하나 같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지원심의 위원을 추천 풀에 의해 선정하면서 비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주요 심사에 참여하는 등 공공 지원제도의 파행 운영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무용 공연은 많아지는데 좋은 작품이 안 나오고, 원했던 공연장의 대관이 어려워지면서 지원서류와는 다른 내용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안무 경력을 제대로 쌓지도 않은 채 적지 않은 공적 지원금을 받는 안무가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초래되는 것은 이 같은 지원제도의 파행 운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1월과 12월 들어 공연 전문 공간이 아닌 플랫폼엘컨템포러리아트센터는 마치 춤 전용 공연장이 돈 듯 연일 춤 공연이 열렸습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지원단체 선정이 3월에야 이루어지다 보니 미처 공연장을 대관하지 못한 지원금 수혜 단체들이 작품에 맞는 공연장이 아니라 공간이 어떤 형태이든 무조건 대관이 가능한 공간을 우선 잡고 보자고 덤벼들었고 결국 작품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공간에서의 공연이 남발되었지요. 해외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 중견 무용가는 60분 길이의 작품을 공연해야 하지만 무려 5분간의 커튼콜을 포함해 간신히 40분을 채우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연출했다고 합니다.
  극장 운영 스태프진과 시설 운영 지원을 받는 춤 전용극장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 무용인들 위주로 기획 프로그램을 짜고 이들 참가자들에게 팀당 별도로 돈을 받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공간 지원금이 아닌 별도로 지원금을 받은 공연임에도 전문 무용가들에게 공연료 대신 티켓으로 공연료를 지불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습니다. 춤 전용공간이 창작 산실로서의 제대로 된 기능보다는 지원금을 받기 위한 요건을 채우는 거의 대부분 소품 위주의 나열식 기획 프로그램과 대관으로 일관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공공 지원기관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지원기관 자신들이 더 열악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셈이지요. 안무가들 역시 이 같은 위험한 환경 속에서 치열한 창작정신 보다는 지원금 받아 공연하고 보자는 식의 의식이 만연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진단하는 춤 저널리즘의 실종도 지원금과 공연은 넘쳐나나 이렇다 할 수준급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악순환을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매우 젊은 활동가 출신으로 바뀌면서 무용계에도 새 바람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문화재단 사업 전체가 자치구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으로 서울무용센터가 직접 진행했던 창작지원 사업 같은 경우 본부로 통합되는 등 25개 자치구 안에서 무용센터의 역할이나 무용장르의 역할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쌓여온 서울무용센터의 장르 전문성과 행정기획 능력이 잘 이전되길 바라구요. 2월에 전체사업설명회가 있다고 하니 새로움을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새 대표의 비전 중 하나는 예술계에서 예술가가 당사자로 나와 직접민주주의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데, 기존의 희망 없는 관행을 바꿀 신선한 발상으로 보입니다. 춤이 어쩌면 역사상 가장 새로운 개념 변화 앞에 서는 시간을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단 춤뿐이겠습니까만 기관 지향적인, 기관에 구걸 내지는 하소연하는 인상을 주는 예술가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행정하면서 행정으로부터 도움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를 시대는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 자신의 문제 사안에 주인이 되는 시간이 무용인들 앞에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위원 선정과 춤 저작권 문제 돌출


- 올해 전통춤계에서는 논란이 된 사안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올해 5월에 문화재청이 위촉한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의 면모였습니다. 9명의 전통춤 분야 무형문화재 전문위원들은 전통춤보다 신무용이나 창작춤 활동을 주로 했거나, 실기 중심의 인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단 발표 후 선정된 전문위원들이 전통춤에 관한 폭넓은 식견과 전통춤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들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문화재청이 어떤 기준으로 전문위원을 뽑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무형문화재는 전통예능, 전통기술, 전통지식의 분야로 나뉘며, 전통춤은 전통예능 분야에 속합니다. 전통예능의 전문위원으로 17명을 선정했는데, 국악 분야 6인, 전통춤 분야 9인, 연희 2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여러 기관들의 사업이나 인적 구성에 있어서 언제나 전통춤보다 국악의 규모가 큰 것이 관례입니다만, 문화재청은 이번에 전통춤 분야에서 많은 인원을 선정했어요. 그렇게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그렇게 인원을 늘려서 선정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전문위원으로 선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전문위원에 끼워넣는 방편으로 선정 인원을 늘렸다는 해석도 가능하군요.
- 동감입니다. 문화재청이 전문성을 갖춘 전문위원을 뽑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며, 2016년 태평무 예능보유자 지정을 철회 요구했던 사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는 문화재청의 일종의 책임 방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또 하나는 근래 전통춤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고 이매방 선생 유족들이 올 초에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하고, 각급 학교나 문화센터 문화학교 등에 내용증명을 보내 저작권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측에서는 이 과목들을 폐강시켰고, 내년 수업에도 폐강된다고 하고, 또한 국립무용단에는 저작권료를 요구했답니다. 이에 대해 이매방춤보존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과 청와대 국민청원, 저작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저작권 등록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은 이 작품들이 창작 작품이므로 저작권으로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이고, 이매방춤보존회는 이 작품들이 전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1950년대부터 추어졌으니 공공재로서 이 춤들을 사유화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전통춤계는 이 사태가 단순히 이매방선생의 춤 유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저작권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춤들을 교육하고 향유하는데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10년 전쯤 춤에서 저작권이 논의된 적이 있었으나, 올해는 이매방 선생의 경우를 놓고 직접적으로 피해사례를 거론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논쟁이 파급되고 있습니다. 다른 예술 장르나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정리되고, 생산적 선례가 도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전통춤 부문에서의 저작권 문제는 우려했던 것이 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발레나 컨템포러리댄스에서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확립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삼분법 구분에 의한 한국무용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미 고전이 된 클래식 발레 작품의 경우 재구성 혹은 재안무라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민속무용을 토대로 새롭게 구성한 공연의 경우 이 같은 표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매방의 〈오고무〉 저작권 논쟁과 관련, 전통춤의 경우 그것이 재창작 되었다면 재창작 한 사람의 안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제자들을 통해 이미 전승이 많이 돼 있는 춤일 경우 조정위원회 등의 저작권 범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삼고무〉와 〈오고무〉의 경우 20세기 초 한국무용에 기반해 창작된 춤인 것은 맞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제자들을 통해 전수되며 그 저작권 인정 범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복잡해진 것이지요. 〈삼고무〉 논란은 20세기 초 한성준이 창작한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92호) 등 또 다른 춤으로도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춤 작품의 저작권과 관련 저작료 산출은 기존의 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인지 완전한 창작인지, 90분 이상의 긴 작품인지 짧은 소품인지, 해당 작품이 상업성 있는 공연무대에 오르는지 순수예술 진흥을 위한 공연무대에 오르는 것인지 등을 고려해 책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경우 초청 무용수들이 해외 안무가들의 소품을 공연할 경우 대부분 안무 저작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10분 정도 길이의 소품일 경우 회당 300~600유로 사이로 지불됩니다. 국내 안무가들의 작품을 재공연할 경우도 안무 저작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쟁을 보존회 측과 유족들 간의 대립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좁게는 민속무용에서의 저작권 책정, 넓게는 무용가들의 안무 저작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 공공무용단, 예술단체 면모 갖춰야


- 대구시립무용단과 울산시립무용단은 새 예술감독이 부임하고 각 두 차례씩 정기공연을 올렸지만 두 단체 모두 예술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올해의 작업으로 미루어볼 때 내년에 더 크게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구시립무용단의 경우 첫 정기공연으로 올린 〈군중〉은 무난했으나, 해외안무가 2명(허성임, 김수정)의 작품과 김성용 감독의 작품까지 세 작품을 올린 후반기 정기공연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안무가와 무용단원들이 대구에서 한두 번 같이 작업한 뒤, 단원 연습 영상을 해외에 있는 안무가와 주고받으면서 진행한 작품의 완성도는 당연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정기공연을 진행한다는 말이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외부 안무가를 선정하고 작품을 올리는 것은 오로지 감독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작품을 보는 눈이 밝아야 함은 물론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어느 정도 감독의 도움과 역할이 중요한데, 실망스런 작업이었습니다. 지금 대구는 (이전 예술감독의) 까칠함을 버리고 무난함을 선택한 그 대가를 시민들과 무용인들이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작품을 향유할 시민들의 권리, 창의적이고 참신한 작품으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무용인들의 기대와 희망 그에 미치지 못한 선택에 대한 대가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 1년차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독립 안무가로서 활동하던 협소한 사고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예술감독의 행보가 걱정스럽습니다. 공공단체를 맡은 장으로서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 공공 무용단이 객원 안무가를 초빙해 작품 제작을 시도한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적지 않은 공공 무용단들이 모든 안무를 예술감독 자신의 작품으로 채우는 상황에서 외부 안무가의 창작 작업은 서로 다른 안무 스타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경우는 객원 안무가들 두 명이 모두 외국의 메이저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고 경력 역시 다양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다만 객원 안무가들을 초빙할 경우 충분한 작업 기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단원들과 안무가들이 다른 공연 일정에 쫓겨 시간 부족에 시달려 작품 제작이 이루어진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객원 안무가 초청시 무조건 신작을 주문하기 보다는 기존 안무가들의 작업 중 우수한 작품을 무용단의 레퍼토리로 삼으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예술감독의 경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안무했느냐 보다는 재임 기간 동안 공연된 작품의 질, 얼마나 컴퍼니의 예술적 성장이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좌우되는 만큼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그 결과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무용단마다 노조가 생기면서 일부 몰지각한 예술감독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고 단원들의 권리가 향상된 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나 거꾸로 감독들이 무용단원들의 과도한 권리 행사에 작품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이즈음 들어 공공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횡포를 행사하는 예는 거의 없는 듯 보입니다, 옛 이야기이지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무용단 노조들의 요구가 지나쳐 무용단 운영에 파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 보입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술가는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야하는 산업 근로자가 아닌 만큼, 예술 노조에 가입한 예술가들은 산업체 근로 노조원들과 다른 예술 노조원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의 범위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새삼스럽지도 않게, 감독의 무능과 단원의 횡포가 여러 공공 무용단에서 질적 저하를 부른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5년 춤비협의 현장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지자체 같은 감독관청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적폐 청산 없이 공공 무용단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겠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춤비협 단위로 올해 이에 대해 공공 무용단 내부 운영 쇄신 등 여론을 환기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다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지역의 몇 단체 무용단원들의 행태를 들여다보면 가능한 한 힘든 연습은 피하고, ‘시공립무용단원’이라는 타이틀로 다른 밥벌이에 열중하고, 세금으로 편안히 월급을 받는 것을 직업무용수의 모토로 알고 있는 무용수들이 있습니다. 공공단체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취해야할 태도는 아닌 바, 1~2년 단위의 계약제 체제로 바꾸기 전에는 그 복잡한 속내에서 걸러진 것이 무대에 오른 작품이라, 작품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거론한 ‘문화기관과 공공 단체 내의 행동 규범’ 마련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타 지역과 달리 울산시는 울산시립무용단에게 제작비를 비롯하여 전폭 지원을 한  것은 참 다행이었으나 지원에 걸맞는 수준의 예술성 있는 작품이었는지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 부산시립무용단의 경우, 2019년 2월에 예술감독의 임기가 끝납니다. 곧 거취가 결정될 것입니다. 부산시립무용단은 김용철감독이 부임한 뒤, 지금껏 봐오던 춤과 다른 작품을 보는 재미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습니다. 춤으로, 특히 〈업경대〉로 바람을 일으킨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공공 무용단이 대표작을 갖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다만 〈업경대〉가 부산시립무용단의 대표작처럼 내세워지는 데 대해 다소 갸우뚱거려지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새 감독 부임 이후 무용단 내의 신작으로 일신된 면모를 보여줄 만한 시간 여유가 없었는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단장 부임 훨씬 이전 만든 레퍼토리 〈업경대〉가 유독 강조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지점입니다. 지금 감독이 내놓을 앞으로의 청사진이 궁금하군요.
-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에 따른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떤 단체의 단장이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좋은 레퍼토리가 있으면 사장시킬 것이 아니라 전문무용수들과 협업, 발전시켜 자신이 속한 무용단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도시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타 도시 무용단에 비하면 부산시립무용단의 공연제작비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 합니다. 그 외에도 무용단원들과의 작업 등등 여러 사정이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으로 일신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예술감독의 책임이고 능력이란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 올해 울산시립무용단의 경우에도 첫 정기공연으로 홍은주 예술감독이 지난 해 우리협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올렸습니다. 그것도 울산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아쉽지만, 레퍼토리 작품으로 성장시킬만한 작품이면 어떤 무대에 올리든 결국 한국작품입니다. 물론 새 작품과 새로운 춤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무용단을 일신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지만.
- 내년 대구에서 ‘전국무용제’가 개최됩니다.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많습니다. 한국무용협회 본부에서 내려오는 6억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구시에서 9억 정도의 예산지원 신청을 했다고 하니, 아마 받게 될 것입니다. 매해 전국무용제를 개최하고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무수한 상을 서로 주고받지만 그때 뿐, 주목할 작품을 본 기억도, 생산이 되었다는 소문조차 들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행사를 치르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그 폐해로 잡음만 무성합니다. 몇 해 지켜본 결과,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지역은 출품하는 작품이 없어 자기들끼리 짜고 경쟁 프로그램 숫자를 채운 뒤, 미리 내정한 작품을 본선에 내보내는가 하면, 지역예선 경쟁 작품이란 것이 수준을 거론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라 경연을 거쳐 우승한 ‘대통령상’이 무슨 영예이며, ‘전국무용제’ 개최는 또 무슨 의미일까 싶어요. 한국무용협회는 ‘전국무용제’가 무용(無用)하다는 해묵은 논란을 자세하게 살피고 왜 고민해보지 않는가요. 게다가 대구무용협회는 이런 무용(無用)한 행사를 왜 기를 쓰고 요란하게 유치했는지 모르겠으나 지켜볼 일입니다.

 



활발한 국제교류와 미약한 집단 지성 활동


- 국제 교류는 최근 몇 해 더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교류에 방점을 둔 시댄스를 비롯 수도권에선 코믹댄스페스티벌, NDA 같은 교류 프로그램도 뿌리를 내려가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역에서도 국제무용제 등의 형태로 국제 교류가 느는 추세인 줄로 압니다. 이에 더하여 개인들이 해외 춤 기관이나 개인과 공동 작업을 행하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체류나 공연에 더 비중을 두는 무용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용수 개인의 해외 무용단 입단 같은 진출 혹은 무용단의 단기적인 해외 공연이라는 1차원을 넘어 국제 교류가 실질적인 교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유튜브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심지어 해외 화제작의 국내 유입도 이제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단편적 교류나 유입을 벗어나 국내 춤계와 해외 단체나 개인이 국내 춤계와 상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어떤 ‘중장기적 전략’ 아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구축되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국제 교류 지원도 단순 해외 공연이 아니라 ‘실질적’ 교류 효과를 중시하면서 그 기준을 공론을 그쳐 도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점에서 우선 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부터 국제 교류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추고 있는지 다시 살펴볼 일입니다.
- 지난 해 방담에서 춤계가 집단 지성으로 공공성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런 과제를 의식해서 올해 춤계가 실행하려고 노력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로서, 지난 7월 국립무용센터 건립 추진위가 결성된 후 10월 부산에서, 11월 대구에서 간담회가 열린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 외 국립무용센터 건립 추진과 관련하여 어떤 행사가 진행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국립무용센터 같은 기구는 그 실제 기능이 중요하겠지만 건립 명분에 대해서는 춤계 다수가 공감하는 쪽입니다. 다만 국립무용센터의 가치와 대의에 비해 춤 현장에서의 논의가, 과문의 탓인지 몰라도, 미흡한 게 사실 아닙니까. 건립 추진위 측이 춤계의 중론을 모으는 데 적극성을 기해야 할 듯해서, 말하자면 집단 지성의 장점을 살려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 춤과 커뮤니티, 생활 현장을 잇는 활동들이 다변화하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춤웹진〉에서도 이런 현상을 주시하면서 기사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기사를 보니까 전국의 여러 파출소에서도 예능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조짐입니다. 춤의 다양화를 비롯해서 1인 가구의 증가 같은 생활양식의 변화, 치료와 치유 같은 생활에서의 관심과 수요 증가, 춤 공간의 다변화 같은 숱한 요인들로 인해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지금은 현장의 수요에 대응해서 단기적이며 즉각적인 프로그램이 다수 출현하고 있는 과도기적 양상이 짙은 편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실행하거나 실행하려는 무용인들이 장기적 전망을 갖고 학습 연구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더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 춤계와 직접 관련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퍼포먼스’와 관련된 사건으로 〈보헤미안 렙소디〉 프레디 머큐리 열풍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충족되는 것을 봤을 때 예술이 이것보다 더 감동스럽지 않으면 정말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사적이고, 동시적인 감수성, 그것을 다루는 창의적 실험정신, 관객과 소통하는 퍼포먼스로서의 공연 감각 등 2~30년 전의 상황이지만 지금 춤예술가들이 그 정도의 절실함이나 명확함, 그리고 기술적 우수함과 소통성을 갖고 있냐는 것이지요. 게다가 프레디 머큐리가 발레와 오페라를 좋아해서 그 고전주의 장르의 예술성을 대중에게 다시 돌려주는 탁월한 감각은 부러움을 자아냈습니다. 프레디가 발레를 꾸준히 연습했음은 그의 퍼포먼스를 보면 그의 동작, 그의 다리 포지션, 그의 몸매에서 느낄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누레예프와 소통했고, 모리스 베자르가 좋아해 20세기 발레단이 그의 노래에 안무작을 올리고, 그가 출연해 함께 춤춘 것과 그것을 대중이 엄청 사랑하는 것을 보면 대중과 만날 때 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춤의 영역은 아니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예술혼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에 대중이 반응한 것으로 보여 감동스러웠습니다. 춤이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문제는 앞으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영역으로 보입니다.  
- 2018년 춤계 진단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미투 운동의 영향을 비롯 공공무용단의 운영, 변동하는 공연 동향, 국제 교류, 춤과 일상의 접점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아울러 공공무용단의 운영 쇄신과 질적 도약, 지원 방식의 개선, 춤계 집단 지성의 구현 등의 과제가 제시되었습니다. 자유로운 방담이 춤계의 현안을 다양한 시점으로 말 그대로 폭넓게 짚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유례가 드문 방담이 낯설지 모르겠으나 ‘집단 지성’의 방식으로 판단하고 춤계 진단을 모은 사례로 수용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춤 관련 공공기관과 단체는 방담에서 거론된 제언과 문제점을 수렴하여 정책이나 운영 면에서 적극 반영하고 개선하기를 기대합니다. 번거로운 이메일 방담에 참여하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9.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