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연재_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11) 2019 한국민족춤제전에 부쳐
민족춤제전은 죽음맞이춤으로 말문을 열자
채희완_춤비평가

죽은 것은 춤추지 않습니다. 사람이 왜 춤을 추는가하면 살아있기에 춤춥니다. 죽음은 춤을 그만 두게 하고, 죽임은 더욱 지독히 춤을 금압시킵니다.

 죽음맞이춤은 춤출 수 없는 죽음을, 춤출 수 없게 하는 죽임을 맞이하는 춤이므로 참으로 역설적인 춤입니다. 

 춤의 영원한 주제는 죽음맞이, 죽임퇴치입니다. 죽임을 되죽이는 벽사진경의 신명입니다.
 민족의 생명을 옭죄는 죽음맞이춤으로 민족춤제전의 말문을 엽시다. 민족의 미적 삶을 되살리는 죽임퇴치춤으로 민족춤의 신명을 불러 일으킵시다.

 

 어떤 춤이 있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춤의 하나로 봉산탈춤의 목중춤 중 첫머리에 나오는 첫목춤을 새삼 들 수 있습니다. 

 봉산탈춤의 목중춤은 8명의 수도승이 차례로 나와 운율조의 재담과 장기자랑의 춤으로 한판 휘젓고 들어가는데, 이들은 염불에 뜻이 없는 팔도강산 한량임을 자처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봉산탈춤의 목중춤은 파계승 놀이입니다. 중이되 중이지 않음을 풍자하는 것입니다. 파계승 놀이는 민중이 지니고 있는 불교에 대한 태도를 놀이화한 것인데, 이는 타락한 불교에 대한 비판인지 아니면 불교에 대한 원천적인 비판인지, 민중이 불교에 대해서 적대적인가 우호적인가, 그런 것을 곰곰이 따지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목중춤은 오입쟁이 춤으로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육체적 활력을 구가하는 춤입니다. 이 파계승의 춤은 중세적 질서를 타파하는 ‘형식도덕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겠지만 정신세계의 고답성보다는 원초적인 육체성을 강조하는 춤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이 첫목중춤은 몸을 땅 위에 엎드린 채 뒹굴기도 합니다. 3전3복(三顚三覆)이라 하여 세 번 엎어지고 세 번 뒤집고 하는, 요동치는 몸놀림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남녀간의 성적 결합을 묘사하는 듯한 그런 형상이기도 하지요. 양성의 교합이야말로 생명인 대지와 더불어 교감하는 것이고, 바로 그러한 생명력의 산출, 생산력의 증대를 통해서 풍농, 풍어를 비는 유감주술(類感呪術)로서 다산성(多産性)을 통한 삶의 풍요로움을 예축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주목해 보려는 것은 첫목춤이 엿보이는 바 멍석말이, 덕석말이로서의 뜻입니다. 이 춤은 억울하게 멍석말이로 죽어가는 명다리의 춤이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연루에 의해 멍석말이를 당해 죽어가는 과정을 엮어내고, 또 죽고 죽어 죽음으로 가서는 거기서 되살아나오는 그런 과정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거지요.

 처음에는 멍석말이로 죽어가는 몸짓처럼 부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격렬한 근육춤의 동작으로 대지를 뒹굴고 다닙니다. 바닥을 기면서, 엎어졌다, 뒤집어졌다하는 복무와 전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윽고 몸을 추스려 근경(近景)을 살피며 3진3퇴(三進三退)하면서 땅을 딛고 일어선 선춤(立舞)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땅의 세계에서 떨쳐나와 허공을 가르며 높이 뛰어 오르는 도약의 춤으로 나아갑니다. 하늘과 땅을 맞물려 맷돌을 갈아엎는 연자방아같은 통렬한 춤사위와 함께 바닥에서 일어서서 드디어 뛰어 오르는 일련의 진행과정을 통해서도 이 춤은 죽음에서 생명을 되찾는 ‘반생명의 생명화’의 춤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철 굴곡이 심한 귀신형용의 탈과 더불어 한국 전통춤에서 달리 견줄데 없이 3천 8만의 뼈마디를 추려 무릎과 등때기로 몸서리치는 장쾌한 동작선으로 생명의 웅비감을 남김없이 보여줍니다.

 이로써 봉산탈춤은 자신의 몸을 으깨어 민중의 울음과 신명과 몸뚱아리를 죽이고 죽여 탈판에 바쳐 탈춤의 말문을 열었습니다.

 21세기 이땅에서 어떠한 첫째목중춤이 있어 죽임을 되죽이고 민족적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생명맞이의 춤문을 열어젖힐 것인가. 

채희완

현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 ​ 

2019.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