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연재_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16)
마당춤 · 공동체춤 · 민족춤
채희완_춤비평가

마당춤은 극장무대 공간에서 추는 춤과 대조되는 야외공간에서 추는 춤을 총칭한다.

 마당춤의 개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의미에서 마당춤은 전통사회에서 행해진 춤의 여러 갈래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전통춤의 갈래로는 마당춤과 함께, 사랑방이나 기방에서 추던 풍류방춤과, 궁정이나 문묘, 지방관아, 절간 등의 대뜰에서 추던 전정(殿庭)춤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춤의 분류법이 전통춤을 총망라하고 있다. 연행장소에 따라 갈래짓기를 하는 이 분류법은 그 연행공간 자체가 연희공간구조나 연희환경뿐만 아니라 연희자의 계층적 성격이나 관중의 성격, 춤의 목적이나 메시지, 그리고 춤의 기능이나 유통구조까지도 넌지시 의미를 담아 분류해주는 특장이 있다. (이는 한국음악사학자 이보형선생의 전통음악을 분류하는 방식인 마당음악, 방안음악, 전정음악 등 3분법을 춤에 원용한 것이다. 전통음악을 궁중악과 민속악으로 구분하는 방식과는 큰 의미 차이가 있다.) 

 마당춤은 들판이나 타작마당(뻘춤), 집 안팎의 뜰, 마을의 빈 터나 서낭당의 앞마당, 언덕받이(산희, 야희), 장터나 광장의 가설무대 등에서 추던, 일터의 춤, 마을굿판의 춤, 판놀음의 춤 

으로서 위 두 가지 풍류방춤과 대뜰춤과 성격을 달리하면서 여러 양태를 보인다. 집단신명의 자족적인 춤문화를 이루는 마당춤은 두레춤, 마을굿춤, 향토춤의 여러 갈래인 풍물춤, 굿춤, 탈춤, 허틈춤, 장기자랑춤, 소리춤 등 기층사회의 공동체성을 다독이는 민중춤들이었다. 전통사회의 공동체춤인 마당춤은 소인적이고 함께 추는 춤이 중심을 이루나 굿패와 창우패, 사당패 등 전문예인의 보여주는 춤들이 이에 합세하여 민중적 미의식과 예술성과 사회성을 확충시키기도 하였다.          

 둘째, 현대적 의미에서 마당춤은 극장무대공간(특히 프로시니엄 아취)을 벗어나 열린 공간에서 행하는 실험적인 춤의 한 양상이다. 예술적인 춤의 실험 공간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공동체춤(커뮤니티 아트)으로서는 1990년대에 와서 춤이 극장무대가 아닌 실생활공간으로 들어온 바가 있다. 

 실험무대로서 마당춤(이때는 open-air dance)dms 야외 원형무대뿐만 아니라 소극장 원형무대, 창고무대, 일반공회당, 체육관, 경기장, 대소규모의 집회장소도 활용하고 나아가 프로시니엄 아취의 관중석까지 실제 연행공간으로 활용한다. 실내외의 열린 공간 공연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나 마당춤은 공원, 교정, 대중휴식공간, 해변가, 산등성이, 아파트 베란다, 호수 위 등으로 공연 공간을 넓혀 각종 전위적 공연방식을 이끌어낸다. 현장적 일회성을 강조하여 연행(performance)의 전위성을 엿보이는 이러한 마당춤은 ‘거리춤’으로 대표되는데, 관중을 스스로 찾아나서서 하나의 이벤트(event)를 벌인 끝에 한 ‘건’을 올린다. 이때는 관중의 참여동기를 극대화하여 공동창작, 공동향수의 현장이 생겨난다.

 셋째, 또 한편 마당춤은 민속극과 현대극의 만남의 자리를 ‘마당’으로 설정한 ‘마당극’ 또는 ‘마당굿’의 이념적 방향에 동조하고 있는 7,80년대 새로운 민중춤의 한 양식을 일컫는다. 이는 6,70년대 민속극부흥운동과 창작탈춤에서 비롯되었다.

 전통사회의 마당춤이 지닌 당대적 기능을 오늘에 되살린다는 전통계승의 실천명제이기도 한 새로운 마당춤은, 현실과제의 문제의식 공유, 참여동기의 유발, 집단신명의 창출, 현장적 운동성의 일상화, 자연적 시공간과 문예적 시공간의 일치, 현실과 예술의 상호 유통, 나아가 삶과 예술의 일치, 예술성과 운동성의 일치 등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이념적 배경은 흔히 마당정신으로 논의되며, 그것은 ‘마당’에 대한 새로운 의미해석이 토대가 되어 있다. 이들의 ‘마당’ 개념은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서, 삶을 모으고 재생산하는 열린 동참의 ‘역동적 상황’이자, 지나가는 각 단계의 국면을 형상의지로 유형화한 틀 속에서 즉흥성이 출렁이는 구성적 ‘참여의 짜임새’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의 마당의 뜻에는 ‘거룩한 자리’라는 예술종교성을 품고 있어 마당춤판은 살아가는 일 자체가 거룩하다는 숨은 뜻을 펼치는 성속일여(聖俗一如)의 연행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살아 있는가를 더불어 되묻고 민족현실과제에 춤으로 화답하는 마당춤은 “오늘 이땅의 우리춤”으로 요약되는데, 여기에는 공동체놀이춤, 노래춤, 대동놀이춤, 거리춤, 한풀이춤, 열사초혼춤, 역사맞이춤, 반공해춤, 반전 반핵춤, 촛불혁명춤, 통일해방춤 등이 있다. 새로운 문화운동으로서의 마당춤은 민족모순해결과 민족적 삶의 축전성 회복을 위한 문화적 쟁투의 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때는 민족춤이란 개념과 통용된다. 양식적 정착감과 예술성 완성도를 드높이는 과정 속에서 문화변혁의 기운과 함께 이 민족춤으로서 마당춤은 현재진행형의 생성개념이 된다. 

채희완

현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 ​ ​ ​ ​ ​ 

2019.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