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춤비평가협회 2014 정책 포럼
창작산실 국고 지원사업, 이대로 좋은가?
김인아_<춤웹진> 기자

 문화관광부 정책 사업의 일환인 창작산실 국고 지원사업이 최근 한국 춤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창작산실 사업은 창작 활동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규모나 방식에 있어서 기존 사업과 차별화된 지원정책을 추진해왔다. 2011년 발레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부문까지 지원을 확장시켰고 장르별로 운영주체를 달리해 예산과 세부사항을 각 기관이 집행했다. 올해 창작산실 사업의 기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되었으며 현재 운영주체는 미정인 상태다.
 시행과정에서 거둔 성과 못지않게 우려와 개선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는 창작산실 사업에 대해 지난 2월 5일,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창작산실 국고 지원사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 사업의 운영 주체자, 참여 안무가, 무용가, 기획자, 춤비평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어느 때보다 열띤 발언과 논의를 펼쳤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순열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돈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예술은 뒷문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창작산실이 물질적 지원사업으로 편향되는 것을 우려한 이순열 회장은 시행기관의 철학이 있는 지원, 무용계의 진정성 있는 창작 정신의 자세를 당부했다.
 이날 포럼은 이종호 춤비평가가 사회를 맡았다. 창작산실 사업의 자문ㆍ심의ㆍ평가위원으로 활동한 이지현 춤비평가의 모두 발제 후 패널리스들의 발언과 참석자 토론이 이어졌다.
 모두 발제를 맡은 이지현 춤비평가는 이 사업의 전반적인 개요를 발표하고 향후 사업시행에 있어 올바른 방향성과 그에 따른 고려 사항을 제기했다. 창작산실 사업이 먼저 시행된 연극-뮤지컬 분야와 이후 추진된 무용 분야의 지원 내용을 비교하였으며 발레, 현대, 한국무용의 사업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사업 후 긍정적인 결과에 못지않게 문제점 또한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지원사업과 비교해 차별성을 갖춰야함을 피력했다. 차별성 창출의 문제와 관련해 사업의 ‘목적ㆍ유통ㆍ운영’의 세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포럼의 논점을 다각화시켰다.

 이날 포럼에서는 창작산실에 대한 패널리스트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창작산실 사업에 뒤늦게 합류한 한국무용을 언급하면서 불균형적인 요소를 바로잡아 운영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정책적인 지원없이 유통되기 힘든 무용환경을 지적하고 창작산실 사업이 무용공연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산실 사업의 한국무용 부문 주관처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권호웅 팀장은 “처음 시행하는 사업인데다 급하게 추진되어 운영과정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현대무용 부문을 담당한 국립현대무용단의 강선옥 팀장 역시 “사업 시행 과정에서 시간적 제약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고, 전 장르에서 시행되는 지원사업임에도 일관된 지침이 없어 운영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행의 주안점으로 열악한 창작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안무비와 연습비, 문화활동비를 편성해 증액 지원한 것과 우수작 시범공연을 두 차례 열어 작업의 자문을 얻고 유통의 취약점을 보완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예림 춤비평가는 기존 지원제도와 구별되는 창작산실 사업의 차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멘토링, 인큐베이팅과 같은 단계별 지원사업의 내용은 사업신청의 대상자를 젊은 안무가로 한정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사업의 취지에 맞게 장르별, 단계별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희태 우석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창작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르 구분없이 전체 공모를 추진해 통합과 협력을 타진할 것, 학생들의 단체관람과 지역 공연의 활성화로 유통 문제를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사업의 심사를 맡았던 조미송 한국발레연구학회 이사장은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40분가량의 대작을 발표해야 하는 발레부문의 경우 신진 안무가가 도전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안무 역량과 상관없이 심사 과정에서의 요구사항을 소화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현행 네 작품보다 한두 작품에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고 신인 안무가를 위한다면 대작과 소작으로 나누어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창작발레가 가진 안무의 난점을 피력하면서 사업의 운영주체는 통합하되 장르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댄스시어터 까두의 박호빈 대표는 국공립단체와 민간단체의 역할은 다르다고 보고 “예술창작의 주체는 민간단체여야 한다”고 피력하며 그간 국공립단체가 사업의 운영주체로 창작활동을 이끌어왔던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올해 창작산실의 예산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배정된 것에 따라 “지원주체는 문예위가, 사업을 운영하고 기획ㆍ관리하는 주체는 극장 제작시스템에 입각해 한국공연예술센터(또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가 맡고, 인큐베이팅에서부터 네크워킹까지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동의 운영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황미숙 파사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창작산실 사업의 목적과 취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했다. “지난해 현대무용 부문은 중견 무용가를 제치고 30대 무용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단계별 지원 시스템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에 장르별 선정자도 다르게 나타났다”며 “창작산실이 신진안무가의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두고 실험적 무대를 지향해야할 사업인지 그 목적과 취지를 다시한번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창작산실 사업 발레부문 선정자로 사업에 참여했던 이원국(이원국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은 “창작산실의 결과물들을 재공연할 수 있도록 사후지원에 대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객이 있어야 공연이 있다”면서 제작부터 심사까지의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창작산실 사업이 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한국무용 부문에 선정됐던 장유경 계명대학교 교수는 사업 과정 중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좋았던 점이 더 많았다면서 참여 소회를 밝혔다.
 장승헌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는 장르별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운 점들을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동시에 “유통의 문제에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져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함을 강조했다.
 전홍기 공연기획 MCT 대표는 “큰 액수의 지원금을 소진하려 몸집 부풀린 작품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재공연과 작품의 유통을 고려한 창작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관, 스텝, 홍보, 마케팅, 정산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모든 사항을 운영주체가 직접 집행해 선정 단체가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어야” 함을 피력했다.
 강일중 프리랜서 공연 전문기자는 “장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운영주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 현행처럼 각각의 운영주체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두 개 장르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행해 봤으니 운영주체를 변경하는 것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특히 짧은 기간 내에 좋은 성과를 거둔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 부문의 운영주체로서 적합한 기관이라고 평했다.
 장광열 춤비평가는 “국공립단체는 지원사업의 운영주체가 되어선 안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국공립 예술단체는 예술성 높은 창작 작업의 주체이고 생산된 작품을 공공적으로 유통시키는 주체이지 공공 지원금을 집행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같은 목적을 가진 공공 지원사업임에도 서로 다른운영주체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양산됐다”면서 예산 운영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된 만큼 문예위 안에 추진단을 만들어 운영ㆍ유통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우수 작품 인큐베이팅을 통한 레퍼토리화를 표방한 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60분 이상의 대작 만이 아닌 소품이나 중편 작품도 공모 대 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으며 “만들어진 우수 작품은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지역 문예회관 연계사업과 국고지원을 받는 국제 무용축제, 해외 교류사업과 연계해 국내외 시장으로 유통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리스트들의 발언 후, 플로어에서 참석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포럼을 지켜본 육완순 현대무용가는 장르별 지원액 차이와 관련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운영주체는 현행 기관에 맡기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는 “각 장르의 속성을 고려한 사업추진, 사업 결과물의 레퍼토리화, 유통의 문제를 해결할 재공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산실 사업의 예산이 문예진흥기금으로 이관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포럼에 참석한 문예위의 송미선 담당자는 무용부문의 장르별 불균형과 개별적 사업운영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꾸준히 지적되어온 만큼 “주관처 선정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작품의 재공연과 유통의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3-4월 경부터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창작산실 사업 춤 부문에 책정된 예산은 총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억원 삭감됐다. 관련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새롭게 추진될 창작산실 사업은 어떠한 모습일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된 분산된 운영주체의 비효율성이 어떻게 보완될지 그 귀추에 춤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2014.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