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전통춤협회 제4회 정기공연
정체된 레퍼토리는 극복되어야 한다
김영희_춤비평가

 한국전통춤협회(이사장 채상묵)의 4회 정기공연 ‘전신사조(傳神寫照)’가 3월 15- 16일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있었다.
 2012년 7월 7일 창립된 한국전통춤협회는 한국 전통춤의 공연기획, 학술연구, 홍보진흥, 국제교류, 교육연수라는 활동 영역을 설정하였고, 이듬해 봄 창립공연을 가졌었다. 전통춤 중심으로 활동하는 무용인들의 구심점이 없던 차에 중진 활동가들이 뜻을 모았고, 매년 정기공연과 년 2회 춤 연수를 이어갔다. 또 전통춤의 역사와 현안을 점검하는 학술대회도 개최하여 그 성과를 『전통춤의 흐름과 전승현장』이라는 소책자로 묶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 봄 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프로그램은 첫째 날에 호남산조춤보존회의 <호남산조> 군무, 정주미의 <이동안류 태평무>, 신미경의 <승무>, 김연의의 <도살풀이춤>, 유경희의 <달구벌입춤>, 임미례의 <12체 장고춤>, 문숙경의 <살풀이춤>, 염현주 외 <진도북춤>과, 둘째 날에 진유림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군무, 임현선의 <태평무>, 오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채상묵의 <한량무>, 김은희의 <전통굿거리춤>, 한혜경의 <소고춤>, 이길주의 <호남산조춤>, 채향순의 <장고춤> 군무였다. 필자는 둘째 날 공연을 보았다.
 대개 교방춤 계열 중심으로 구성된 레퍼토리들이었다. 진유림의 <살풀이춤> 군무는 초반에 춤꾼 15인이 무대에 둘러서거나 앉아있었고, 그 사이에 진유림이 등장하며 시작되었다. 독무로 추다가 군무로 전개되었는데,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춤사위와 구성이지만, 군무 안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동선에 변화를 주어 색다른 무대구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여럿이 출 때의 효과라든가 무대 구성상의 변화를 드러냈던 만큼, 정조(情調)의 변화도 보여주었다면 좀 더 다양한 상상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춤꾼 16인의 흐트러진 장면도 구상해봄직 하다.
 임현선의 강선영류 <태평무>는 조금 다른 질감을 보여주었다. 구성과 춤사위는 그대로이고 춤의 기법도 능숙했지만, 후반에서 아랫놀음을 구사하면서 상체의 감정은 조금 복잡해 보였다. 사색적이었다고 할까. 강선영류 태평무의 큰 제자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보여주듯이 임현선은 근래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연에서 주목을 끈 춤은 김은희의 <전통굿거리춤>이었다. 작품설명에 의하면 고 김수악 선생의 춤사위를 무용가 고 송화영이 재구성하여 김은희에게 전한 춤으로, 1986년 송화영의 공연에 김은희의 우정출연으로 초연되었다고 한다. 음악은 김수악 선생이 생전에 녹음하신 구음이었다. 김수악 선생의 구음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화창한 봄날과 함께 청아하게 애간장을 녹이는 느낌이었다. 어여쁜 교방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이는 살풀이춤의 반주로 들어가는 애원성의 한 맺힌 구음과는 매우 차별적이다. 예전 교방에서 혹은 김수악 선생이 활동했던 권번에서 춤꾼들의 춤에 들어갔던 구음 반주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흥을 일으키고 감칠맛이 났을 것이다. 춤 반주로서 구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송화영이 재구성했다는 <전통굿거리춤>은 비껴 앉아 시작한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추다가 자진모리부터 수건을 들고 춘다. 수건을 뿌리는 동작보다 어깨에 얹거나 들고서 춤추는 사위들이 많고, 수건을 바라보고 앞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수건을 입으로 물어올리는 구성은 김수악의 다른 춤 종목의 것과 같다. 김은희는 고 박금슬에 이어 고 이매방의 춤들을 이수한 춤꾼이다. 그가 경상도의 김수악 계통의 춤을 춘다기에 궁금했는데, 춤의 공간을 알뜰히 가늠하고, 구음의 기분을 살려서 반듯하게 추었다.
 이어진 한혜경의 <소고춤>은 어느 때보다 무르익었었다. 장단의 배를 춤의 호흡에 따라 늘리기도 했고, 후반부의 여유에서 관객의 공감을 얻었으니, 이는 힘의 강약 조절을 그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전통춤협회는 명실공히 전통춤을 추는 원로, 중견, 신진춤꾼들이 모여 전통춤의 환경을 개선하고 전통춤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 단체이다. 특히 공연은 한국전통춤협회 사업의 꽃이다. 이번 공연에서 춤꾼들의 역량은 손색이 없었지만, 레퍼토리에 있어서는 정체되고 있었다. 전통춤이라 하면 민속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궁중무와 여러 계통의 민속춤을 포함한 의미이다. 그렇다면 협회의 공연에 다양한 전통춤들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회원 중에 무대에 올릴 춤꾼이 없다면 객원으로 초대하여 공연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은연중에 전통춤하면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중심의 여성 교방춤만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지난 세기에 교방춤 중심으로 전통춤이 전개된 흐름이 있었으며, 이러한 흐름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과 실제가 서로 부합하도록 한국전통춤협회가 보다 넓고 길게 시각을 열어놓음으로써 전통춤의 길을 확대하길 기대한다. 

2016.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