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20년 코로나 사태와 춤계 월별 동향
코로나는 무엇을 가져왔었는가
서정록_춤연구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는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어, 12월 25일에는 남극에서조차 최초 확진자가 보고되었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하였는데,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유행은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2차 팬데믹과 3차 팬데믹을 가져오며, 2021년 1월 26일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1억 명을 돌파하였다. 이는 전세계 인구 중 1% 즉 100명 중 1명의 수치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상식적으로도 보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선 경제적 영향이 막대하여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가장 큰 불경기라 평가받는다. 여기에 셧다운 등의 조치로 종교시설과 사회문화 시설 그리고 교육시설들 등이 문을 닫으며 엄청난 사회적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러한 상황은 무용계에 엄청난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첨단의 기술 문명이라는 착각 속에 오만했던 인류가 역사상 초유의 전세계적 전염병 사태를 맞이한 지금 2020년 한해 동안 코로나 사태 가운데 한국의 춤계를 중심으로 어떠한 일들이 있었으며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이 기사는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춤비평〉에 재수록될 예정이다.) 특히 어쩔 수 없이 비대면이 강요된 상황 속에 4차산업혁명의 기술의 적용이 우리 생활 속에서 한층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기술은 춤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 춤계가 2020년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뜻에서 이 글은 특히 월별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국제과 국내 주요 키워드와 춤계의 동향을 함께 보고자 한다. 공연들에서 당시 상황들이 급박한 경우가 많아, 공연이 급히 취소된 경우도 많이 있었고, 또 급하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자주 있고,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도 많아, 모든 공연을 다 확인할 수 없었다. 주된 자료 출처는 코로나 사태 관련 국제와 국내 주요 사건의 경우 국내외 언론의 자료들을 참고하였으며, 춤계의 상황에 대해서는 춤웹진의 자료를 중심으로 공연장의 당시 공지 및 언론 보도를 사용하였다.

2019년 12월: 코로나 사태 시작
27일에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보고되었고 31일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 폐렴이 발생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면서 전세계가 코로나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2020년 1월: 국내 확진자 최초 발생
2020년 1월은 코로나의 국내 유입 초기 단계였다. 20일에 국내 첫 확진자가 보고되었는데,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는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정부는 이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무용계에서도 1월의 경우 작년과 비슷한 정도의 공연이 올려졌으며, 아직까지 공연 취소나 연기 사태는 없었다.

2월: 신천지 관련 대구 경북 집단 감염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의 경우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감염자 수가 급증하는 시기여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었다. 22일 대구와 인근 지역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고, 23일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예정된 춤 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기 시작한다.

3월: WHO,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부족 등으로 여러 혼란이 야기되던 때이다.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코로나가 콜센터 관련으로 퍼져나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이와 맞물려 예정된 거의 모든 춤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된다. 2019년 3월의 공연 작품 횟수가 대략 60건 정도인데 반하여, 2020년 3월의 경우 춤 공연의 횟수가 5회로 파악된다. 또, 이 중에 1건은 온라인으로 대치된 것이다. 이를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하였을 때, 공연이 전년 대비 약 9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춤계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무용 공연을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것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온라인 공연은 실험적이거나 혹은 홍보에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데 반하여, 이때부터는 춤 공연이 기획단계부터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된다.

4월: 제21대 총선 실시, 전세계 39억명 제한이나 봉쇄 조치
코로나가 전세계로 퍼져나가 전세계 인구 중 39억명이 이동 제한이나 봉쇄 조치 속에 들게 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완전한 봉쇄조치 없이 총선까지 치르며 비교적 코로나에 대한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세계에 소개되었다. 마침내 30일에는 한국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수가 0명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다소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춤 공연들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4월의 총 공연 수는 대략 24회 정도로 전년 같은 달의 79회와 비교하여 70% 줄은 수치라는 것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이들 춤 공연 중 절반 정도가 네이버TV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매체들을 이용한 것이었다. 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공연의 경우는 인원제한을 두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무관객 생중계로 진행된 공연, 제한된 관객수와 생중계가 결합된 형태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5월 초 신규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코로나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와 맞물려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9일 이태원에서 시작된 새로운 감염사태로 인해 사태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2019년 5월의 춤 공연 횟수가 101회인데 반해서, 2020년 5월은 18회인데, 이는 절대적 수치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공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비율로는 춤 공연이 전년 대비 92% 줄어든 것이다. 또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긴급생계지원 명목으로 1차 재난지원금이 지원되었다.

6월: 한국 코로나 1차 웨이브 종료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교적 사태를 잘 진정시키고 있었다. 상황이 조금 진정되자 춤 공연들이 인원제한을 두는 방법과 관객 간 거리두기를 통해 공연들이 오프라인으로 올려진다. 2020년 6월 대략 54번의 공연이 있었는데, 2019년의 66번의 공연 횟수와 비교하면, 전년 대비 19% 정도 줄어든 것이다. 공연 횟수에 있어, 코로나 사태 이후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월: 한국의 코로나 사태 진정세
7월의 춤공연도 6월에 이어 대략 52건으로 취소된 몇몇 공연을 빼면 예정되었던 작품들은 상당수 공연이 되었던 것 같다. 이는 2019년도 7월의 공연 횟수인 대략 65건과 비교하여도 2020년 6월과 마찬가지로 크게 줄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0% 정도 줄어든 수치로 역시 전월인 6월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년과 비교하여 가장 큰 차이점은 상당수의 공연이 온라인으로 중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 가운데 강구된 방안으로 온라인을 이용하는 방법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면서, 춤계에서 본격적으로 거의 모든 춤 작품 공연이 온라인으로 중계되거나 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8월: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감염 확산
8월은 그 동안 비교적 잠잠했던 코로나 사태가 방역에서 정치 이슈도 번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던 때였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6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발 감염 확산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리두기가 2단계 격상되었다. 이 때문에 16일 이후 서울과 경기도 지방에서 오프라인으로 계획되었던 여러 춤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혹은 취소 및 연기되었다. 이와 함께 전년 8월의 116여 건의 춤 공연 횟수에 비해 83여 건으로, 전년 대비 71% 정도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이는 6월과 7월의 공연 횟수가 전년 대비 80% 정도 였던 데 비해 약 10% 정도 축소된 규모라 할 수 있다.

9월: 거리두기 2단계
전국 거리두기 2단계, 그리고 수도권의 경우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 연장되면서 공연 예술계는 계속해서 오프라인으로 공연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14일 거리두기 2단계가 완화될 때까지 상당수의 춤 공연들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수도권과 서울의 거의 모든 공연들은 온라인 공연이었으며, 무관객으로 중계하는 형식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춤 공연이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공연의 대안으로 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 총 63여 건의 공연이 9월에 올려졌는데, 2019년 9월의 74여 건에 배해 약 85% 정도였다. 9월에는 2차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일부 무용인들에게 지원금이 배포되기 시작하였다.

10월: 전국 거리두기 1단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뉴스가 전세계를 다소 놀라게 하고 있을 때, 한국의 경우 어느 정도 확진자 수가 줄어 들면서, 비교적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전국에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기도 하였다. 많은 수의 오프라인 춤 공연은 대부분 거리두기를 하며 관객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며 진행하였으며, 또 상당수는 무관중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2019년 9월의 163여 건의 공연 횟수에 비해 2020년 9월은 154여 건으로 전년 대비 94% 정도인데, 이는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와 온라인 공연 효과 때문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11월: 전국 하루 평균 100명 내외로 억제
11월은 전국에 확진자가 하루 평균 100명 내외로 억제가 되던 시기로 19일부터 2주간 수능을 대비한 특별 방역기간이 운영되었다. 주목할 사실은 11월에 공연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총 246여 건의 춤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2019년 11월의 141여 건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수치이다. 이는 전년 대비 170%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단순히 공연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 달들과 유사하게 공연들이 여전히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첫째, 코로나 사태로 미루어진 공연들을 더이상 연기할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춤계에서 고육책으로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신하는 방법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시도들이 이때부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상당수의 작품들은 온라인만을 염두에 두고 많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1월의 대표적인 춤 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축제에 참가한 모든 작품들은 사전 제작되어 온라인으로 특정시간에 송출되었다.

12월: 하루 평균 1000명 선으로 급증, 3차 유행
12월에는 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거리두기도 2단계 강화에서 2.5단계로 상향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놀라운 점은 춤 공연 횟수가 169여 건으로 여전히 많은 공연들이 올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년도 12월의 138여 건에 비해서 30여 건 더 많은 것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한 수치이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12월의 대표적인 발레 공연들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에서 공연 여건의 개선에서 그 원인을 찾는데는 무리가 있다. 아마도 이러한 춤 공연의 증가의 원인은, 11월과 마찬가지로 2020년이 끝나는 달인 12월을 맞이하여 더 이상 공연을 연기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 추측해 볼 수 있으며, 춤계가 온라인 공연을 완전히 수용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코로나가 불러들이는 새로운 양상들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춤 예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로, 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모든 외국 단체의 공연은 취소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연은 국내 작가와 단체 위주로 이루어졌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에 의한 관객 수 제한으로 공연 수입 위주의 무용단체에게는 재정에 있어 커다란 타격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2020년 한해 절대수의 공연들이 취소되었으며, 그러나 소수 관객이 참여하는 일부 소극장 공연은 인원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공연이 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또 연기된 공연들은 11월과 12월에 몰아 공연되었다.

셋째,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었다. 이전까지 오프라인을 위주로 한 공연 예술이었던 춤 분야가 기술의 개발과 함께 코로나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한 것은 온라인 공연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온라인 공연에 대한 시도가 줄을 이었다. 무용인들의 온라인과 영상에 대한 이해도 엄청나게 증가하였으며, 관객과 비평가를 포함한 무용 예술계도 이를 춤 공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넷째, 이런 상황 속에서 해외 공연과 국내 공연 그리고 무용 예술과 대중 예술의 구별이 모호해졌다. 몇몇 온라인 공연에 이미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던 단체의 경우 춤계를 넘어 일반 대중과 세계적 호응을 받으로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섯째, 예산에 있어 춤 작품에 온라인 및 영상 촬영에 비용이 추가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품활동에서 무용인들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 대부분의 온라인 공연은 관객들에게 무료로 인식되고 있어 이로부터 발생한 수입은 사실 얼마나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록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교수. 태국 Mahidol 대학교 국제대학 강사, 국립대만대학교 초빙교수, 런던대학교 SOAS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한국춤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춤문화 역사 연구를 하고 있다.​ ​

2021. 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