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2)
출연 무용수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되는가 (2)
이예희_변호사

 지난 1편에서는 저작권법상 저작인접권자로서의 무용수의 지위와 이에 따라 보장되는 인격권, 재산권의 기본적인 개념 및 유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2편에서는 실연을 영상화한 경우와 단체로 무용을 한 경우 등 특수한 경우에는 인격권과 재산권의 보호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저작인접권자로서 저작권에 인접한 권리만을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가 저작자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무엇이 있는지 각각 살펴본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인격권과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경우 어떠한 구제 방법이 있는지 정리해본다.

 

 

무용을 영상화한 경우의 권리 관계


무용은 안무가가 창작한 무용을 움직임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실연 행위에 해당하고, 기본적으로 무형성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고정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용수의 실연을 녹화하거나, 무용수가 영화나 방송에 출연한 경우 등 무용이 영상화됨으로써 영상에 고정된 경우에는 권리 보호 범위가 다소 확대될 수 있다.


저작인접권자인 무용수에게는 재산권으로서 복제권, 방송권, 전송권이 인정되므로, 무용수의 실연을 영상화하여 복제하고 이를 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는 무용수에게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의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새로운 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되는 영상저작물이 제작될 경우,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실연자는 그의 실연이 포함된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복제권, 배포권, 방송권 및 전송권 등을 영상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추정이란 일단 법률 효과를 부여하되 반대입증을 하는 경우 가정된 효과를 번복하여 법규가 의제한 효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영상저작물에 무용수의 실연이 포함되었다면, 별도의 특약이나 언급이 없는 경우 무용수의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무용수 또한 영상제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영상의 부가시장에서 보상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반대입증을 통하여 번복시킬 수 있으므로 저작권법상 원칙에 따라 양도하지 아니한다는 등 별도의 특약을 함으로써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이 무용수의 권리 양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양도의 범위는 영상저작물을 본래의 창작물로서 이용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 한정되므로, 영상저작물의 본래적 이용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양도가 추정되지 아니한다. 예컨대 실연자가 영화상영의 목적 하에서 영상저작물에 출연하였는데 영상제작자가 해당 영상저작물을 노래방 배경화면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용수의 출연 목적과 본래적 이용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실연자로서의 저작인접권이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지 아니한 무용수는 자신의 저작인접권에 대한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7. 6. 10. 선고 96도2856 판결 참조).


또한 저작권법에 따라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한 범위 내에서 양도가 추정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권리이고 그 외의 권리는 양도되는 것으로 추정되지 아니하므로, 무용수는 자신의 저작인접권은 물론 자신의 초상권 및 이를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침해 또한 여전히 주장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1. 14 선고 2006가합10651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5 선고 2005가합101005 판결, 인천지법 2016. 4. 6. 선고 2015가단232254 판결 등 참조).

 

 

단체로 무용을 한 경우의 권리 행사


한편 무용은 개인이 실연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단체로 실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경우에도 무용수 개개인에게는 저작인접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원칙에 따르면 무용수의 저작인접권을 이용하기 위하여는 모든 무용수로부터 이용허락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 하에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과도한 보호로 인하여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다.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무용을 하는 경우에는 무용수 개개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무용이라는 하나의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유통을 도모하기 어려워 문화 산업의 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저작권법은 위와 같이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무용을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실연하는 자가 선출하는 대표자가 실연자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용의 경우 별도의 대표자를 정하지 아니하였다면 무용연출가 또는 안무가가 공동실연자들의 저작인접권을 행사하게 된다. 


한편 위와 같은 대표행사의 원칙은 재산권에 한정된다. 공동실연자라고 하더라도 실연자의 인격권은 원칙적으로 전원의 합의에 따라 행사하여야 한다. 물론 재산권과 원칙이 다를 뿐 인격권 또한 이를 대표하여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정할 수 있고, 전원의 합의에 의하도록 하더라도 각 저작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무용수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가?


저작인접권은 저작권법이 실제로 저작물의 창작에 기여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저작물의 가치와 완성도를 높이고 저작물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 저작인접권자에게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로서 부여한 권리이며, 어디까지나 저작권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무용수도 자신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창작한 경우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용수가 오디션에서 즉흥 무용을 한 경우 이에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무용수는 해당 안무의 실연자인 동시에 저작자가 된다.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의 효력은 무방식주의의 원칙에 따라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공연’의 개념이 공중에 대한 공개를 요건으로 하는 것과 달리 ‘실연’은 공중에 대한 공개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무용수는 공연 여부를 떠나 창작 또는 실연에 따라 저작권 및 실연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무용수가 안무가의 안무를 실연하더라도 안무가와 함께 해당 안무에 창작적 표현을 더한 경우, 무용수와 안무가가 기여한 부분이 분리될 수 없다면 그 안무는 공동저작물이 된다. 공동저작물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그 권리는 전원의 합의에 의하여 행사하여야 한다. 다만 공동저작물이 되기 위하여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할 것이 요구되며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기획, 제작, 공연 과정에 관여한 것만으로는 공동저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도71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8. 선고 2015가합553551 판결 등 참조). 


안무가 공동저작물이 되지 않을 경우 안무는 안무가의 저작물로서 독립적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추후에 무용수가 안무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실연한 경우 저작권자인 안무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무가가 별도의 안무를 창작하거나 안무의 창작적 표현에 기여한 경우, 이와 관련된 계약서나 합의서를 작성해두거나 창작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영상을 기록해두어 추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침해에 대한 구제


저작인접권자인 무용수의 권리를 침해한 자에게는 무용수와의 사이에서 재산적 권리나 법률관계에 대해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적 책임과 침해행위라는 범죄에 대하여 국가의 수사기관이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적 책임이 문제된다.


우선 저작권법에 따른 민사적 책임으로, 저작인접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에 대하여 자신의 인격권이 침해된 포스터나 영상물 등을 폐기 또는 삭제하고, 배포나 방송을 금지하고, 위와 같은 침해물을 앞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청구하는 등 대하여 침해의 정지나 예방을 청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격권을 침해한 홈페이지, 신문이나 방송국에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한 바가 있다는 내용을 알리는 글을 공지하거나 자막을 방송하도록 하도록 청구하는 것이다.


한편 형사적 책임으로는, 실연자의 재산적 권리를 침해한 경우,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실연자 아닌 타인을 마치 실연자인 것 마냥 그 실명이나 이명을 표시한 경우 모두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 따라서 실연자는 위와 같은 경우 이를 이유로 침해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구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실연자는 자신에게 권리가 있고 이것이 침해당하였음을 모두 주장 및 입증하여야 한다. 실연자의 권리는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고정될 것을 요구하지도 않으므로 실연자가 권리를 갖는 데에는 어떠한 표시나 등록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권리 침해를 주장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이 문제되므로, 자신의 실연을 고정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작인접권을 등록할 경우 저작인접권자로 추정이 되므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증거로서 실연을 기록하여 등록하여 두는 것도 좋다.


 

저작권법은 위와 같이 실연자로서 무용수의 권리를 적절한 범위 하에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위하여 권리 보호의 예외를 두기도 하고 재산권은 어디까지나 양도나 처분이 가능하며 인격권 또한 약정에 의하여 제한이 가능하다. 따라서 무용수가 공연이나 방송 출연에 대한 계약을 할 경우 위와 같은 권리 귀속 및 예외 등을 유의하여 계약 조항을 작성하고, 추후 권리보호를 위하여 자신의 실연을 기록하여 보존하고 관리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보호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 변호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각 연극과 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현재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IP와 관련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2023. 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