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조밀해진 안무, 젊은 연출 감각
방희망_춤비평가

 2010년에 창단한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는 올해 들어 상당히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단 7년차를 맞아 처음의 열정이 사라지진 않았는지, 한정되고 타성에 젖은 움직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월에는 편협한 움직임을 경계하고자 또래 동료 안무가들-유회웅, 정수동, 장혜림-을 섭외하여 〈Hello Stranger〉라는 제목으로 워크샵과 공연을 진행했다. 여름에는 무용수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재독안무가 허용순을 초청하여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 프로젝트가 이번 공연 〈Return to Beginning〉(9월 20-2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평자 22일 관람)인데 초심으로 돌아가듯 기존 레퍼토리를 다시 다듬어 올린 것이다. 더 나아가기 위한 숨을 고르기 위한 프로젝트라면서 9월까지 벌써 세 개째 진행한 셈이니, 그동안 나름대로의 고민과 성찰 그리고 변화와 발전에 대한 욕구가 한참 끓어오르고 있었던 것을 짐작할 만하다.
 70분의 러닝 타임으로 올린 세 편의 작품은 조현상이 안무한 〈이상한 꿈〉, 〈Do you hear me?〉(이상 2011년 초연)와 김성민의 〈순간〉(2012년 초연)이다. 평자는 세 작품의 초연을 모두 보지는 못하였지만,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홈페이지(www.darkcircles.dance)에 있는 사진들로 미루어 무대와 의상에서부터 상당한 변화를 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대를 한 것처럼 눈 주변을 검고 붉게 물들인 세 명의 무용수가 등장한 〈이상한 꿈〉은 기이한 것이 당연한 꿈의 세계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점점 더 많이 일어나는 현실 세계, 어느 것이 더 이상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음악과, 무대 곳곳에 설치한 조명을 교차시켜 만든 공간감이 꿈꾸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기에다 여성무용수들을 물속 혹은 허공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정교하면서 색다른 리프트 위주의 동작을 많이 짜 넣었고, 남성무용수는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싸 어둠 속에 묻혀 그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 독특했다.
 2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길이에 남녀 듀엣-남성 솔로- 여성 듀엣-트리오의 구성과 전개가 가상공간에서 복제되고 분열하는 것 같은 자아의 모습을 차근차근 그려 나갔다. 특히 여성 듀엣에서 같은 동작을 시간차를 두고 풀어가면서 그림자처럼 반영되도록 만든 것이 그 느낌을 더욱 잘 살렸다. 하지만 자칫 합이 맞지 않는다고 보일 수도 있을 만큼 동작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두 무용수의 해석이 조금씩 달라보였고 그 결과 조밀함이 떨어진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둠 속에서 웅장한 서부영화 풍의 인트로가 흘러나오면서 〈순간〉이 시작되었다. 크레센도로 발전하는 비트를 이끌어내는 지휘자의 모습이 비춰지고 이윽고 그 비트를 타고 웨이브를 타는 세 무용수의 모습도 드러난다. 서부영화의 히어로들처럼 씩씩하게 일체화된 군무 다음에는 뉴트롤즈의 끈끈하고 처연한 음악을 타고 멜로영화 같은 삼각관계가 펼쳐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뒤이어 무대 안쪽까지 개입해 들어온 지휘자의 비팅에 맞추어 김성민의 솔로가 펼쳐졌는데 〈킬빌〉의 음악에 고독한 무술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마지막은 춤추는 청춘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경쾌한 군무로 마무리하였다.
 전반적으로 여러 삶의 모습과 희노애락이 그려지게끔 구성된 안무와 또 그 분위기를 돋우는데 적절히 사용된 풍성한 음악, 중간에 포인트로 들어간 김성민의 유머감각까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깔끔한 연출이 좋았는데, 다만 리플렛에 적힌 만큼 지휘자가 뽑아내는 음악과 무용수들의 밀착관계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안무가의 의도로는 이미 지휘자의 손끝을 떠난 음악이 사람들에게 가 닿으며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는, 그런 독립된 관계를 지향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무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지휘자의 다소 단조롭고 기계적인 비팅보다는 다양한 표정이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작품 〈Do you hear me?〉는 젊은이들의 외로움과 사귐, 스쳐지나감 등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작품이다. 첫 장면은 휴양지의 까페라고나 할까, 비슷한 형태에 무늬만 다른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기 바쁘고 그 중에 한 쌍의 남녀가 남아 탐색전을 벌이지만 깊은 인연을 맺지는 못하고 스쳐지나가고 만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들어와 웅크린 엄규성의 솔로는 쇼팽의 녹턴을 배경으로 진한 외로움을 전한다.
 이윽고 무용수들이 의자를 가지고 들어와 무대의 네 귀퉁이에 자리하고 번갈아 중앙에 나와 춤을 춘다. 발레슈즈를 신지 않았지만 기존 발레동작에 충실하면서도 사교춤이나 에스닉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 경쾌함을 더했다. 때로는 서로간의 ‘다름’만을 확인하게 되기에, 고독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광장’으로 나와 또 누군가를 찾게 되는 마음은 무엇일까. 〈Do you hear me?〉는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모습으로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여운만을 남겼지만, 대화하고픈 누군가를 찾아 외치고픈 우리들의 갈망을 대변해준다.


 



 무언가 어둠의 포스가 있을 것만 같은 단체명과는 달리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는 작품에서 대체로 밝고 경쾌한 톤을 유지한다. 발레를 기반으로 한 전문창작단체가 드물기도 하지만 그 중에도 컨템포러리와의 접목을 비교적 조화롭게 잘 이끌어내 깔끔하고 세련되게 구성한 안무로 관람하는 재미를 쏠쏠하게 안기는 곳이 다크서클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조현상의 작품에서 다양하게 구상된 리프트 동작들이 인상 깊었고, 김성민의 작품에선 강약조절을 유연하고 빠르게 해내는 모습이 기억할 만 했다.
 평자가 관람한 날은 사흘간의 공연 중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무용수들이 다소 지친 기색도 보였지만 전체적인 춤선은 지난 2월의 〈Hello Stranger〉로 만났을 때보다 길고 시원스러운 형태로 변모한 듯 했다. 

2016. 10.
사진제공_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