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초청 주역들의 빼어난 연기, 몇가지 아쉬움
문애령_무용평론가

 유니버설발레단이 캐네스 맥밀란 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1965년 영국 로열발레단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중세를 배경으로 한 버전 중 가장 빈틈없는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 작품을 2012년에 초연했고, 두 번째인 올해는 유명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페리와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주역 에르만 코르네호를 초청(23일 밤, 26일)해 객석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총 3막 13장 구성이다. 1막에서 여러 사건을 설명하기 때문에 무려 6장이 할애되고, 2막은 3장, 3막은 4장이다. 1막의 요점은 로미오의 바람기, 캐퓰렛과 몬테규 가문의 대립, 원수의 집 파티에 잠입한 로미오와 첫 무도회에 들뜬 줄리엣의 만남, 그리고 두 주인공의 사랑이다. 베로나 군주의 중재로 끝나는 마을 광장에서의 싸움, 로미오. 머큐쇼. 벤볼리오의 활력 넘치는 3인무, 장중한 무도회 행진, 유명한 발코니 2인무가 주요 볼거리다.
 2막에서는 마을 광장의 축제, 두 주인공의 결혼식, 그리고 머큐쇼와 티볼트가 차례로 살해당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유모. 머큐소. 티볼트. 캐퓰렛 부인의 마임 연기가 평가의 주요 대상이다. 3막은 줄리엣의 침실에서 시작된다. 도망자가 된 로미오, 패리스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줄리엣의 부모, 그리고 지하묘지에서의 영원한 이별이 이어진다.
 관객은 로미오에게 덤비다 죽는 패리스가 사실은 매우 억울한 희생자라는 결과에 무심하고, 바람둥이 로미오가 줄리엣을 위해 약을 마신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망설임 없이 단검으로 자결하는 소녀의 강단에 긴장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발레음악으로 정리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그 음악을 춤으로 옮긴 캐네스 맥밀란의 안무 요소요소에 복잡다단한 감정이 꽂혀있다.


 



 필자는 초청 스타들이 출연한 26일에 관람했다. 막이 오르고, 거리의 여자들과 로미오 일행이 합세할 즈음부터 춤추기 좋은 연주가 들렸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3막에서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자 폴 코넬리는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참으로 웅장하고 극적이며 정감 넘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렸다.
 무대는 폴 앤드류가 버밍엄 로열발레를 위해 디자인한, 계단 폭이 좁아진 대신 중세 아케이드 건축양식이 위층에 덧붙은 배경을 택했다. 원작에 비해 활용도가 높으나 극적 분위기 연출은 다소 떨어진다. 의상은 질감과 색감, 장식이나 통일성이 모두 약했다. 영주의 의상이 집사의 것처럼 보인다면 맥밀란이 원했다던 ‘동시대적 사실성’도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전공자라 불릴법한 알렉산드라 페리는 50대 발레리나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짧은 동체와 긴 팔다리는 어떤 발레리나에게도 뒤지지 않을 라인을 그렸다. 그녀가 20대와 30대에 춤춘 줄리엣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재회하는 자체가 이미 최고의 공연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녀가 여전히 과거처럼 빛나는 줄리엣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특히 안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연스런 탄력이 약했다. 깊은 슬픔이 묻어난 침실 파드되는 여유로웠지만 유모보다 확연히 나이든 줄리엣의 어리광이나 발코니 파드되에서 발끝으로 연속해 뛸 때의 중심선 등이 어색했다. 전성기를 구가한 발레리나에게는 배역과 장면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로미오 역 에르만 코르네호는 최고 레벨의 기교를 지녔다. 도약, 회전, 속도감과 균형감, 어느 하나도 부족함 없는 기교의 귀재다. 단지 이 작품이 요구하는 선의 늘림, 혹은 흐르는 라인의 여운이 약했다. 티볼트 역 이동탁이 적절한 연기로 비극의 중심을 잡았고, 머큐소 역 강민우, 벤볼리오 역 이고르 콘타레프, 패리스 역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도 각자의 배역에 충실했다. 줄리엣의 여섯 친구들도 유독 예쁜 의상과 정돈된 춤으로 눈길을 끌었다.


 



 캐네스 맥밀란은 1992년 로열발레단이 코벤트 가든 오페라하우스에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메이얼링〉을 공연하는 도중에 무대 뒤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같은 날 버밍엄 로열발레단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니 그가 영국을 대표하는 안무가임을 입증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명작이고, 유니버설발레단이 그의 작품을 공연한다는 사실은 큰 자랑거리다. 이런 예술적 안목을 제대로 평가하고 후원하는 풍토가 정착된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이 보다 더 화려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2016. 11.
사진제공_유니버설발레단/김경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