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예비 사회적 기업 제도를 진단한다
대중과 예술, 동시에 충족시킬 방법은 가능한가

춤계에서는 트러스트무용단, 나우무용단, 서울발레시어터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활동중이며, 댄스시어터까두는 2010년 1년간 선정된 바 있다. 춤계에서 드문 개념인 (예비) 사회적 기업 제도가 춤계에서는 올해로 시작된 지 2년째이며 이제는 그 성과를 중간 진단해야 할 때로 보인다. 춤웹진은 3개 단체를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해당 단체들이 국내외 빠듯한 공연 일정 등의 사정으로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워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데 대해 먼저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선진국에서 1970년대에 시작된 기업 형태로서, 요구르트 회사 ‘그라민-다농’, 노숙자의 재활을 지원하는 잡지 ‘빅이슈’, 저개발국 치료제 개발 및 판매기업 ‘원월드헬쓰’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는 2007년부터 노동부 주관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이 각 지자체에 이관되었다. 국내에서는 재활용품 판매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하여 502개 기업이 운영 중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지역과 기업의 도움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단계에 있는 단체 등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정부는 각종 지원과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서울시의 경우 예비 사회적 기업에 대해 기업당 평균 10명의 직원에게 1인당 93만2000원의 임금을, 추가 전문 인력 1인에 대해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간은 1년이며 최장 2년까지 지원한다.

본 인터뷰는 먼저 해당 단체들에게 질문지를 전달하였고 단체들이 답변한 자료를 접수받은 대로 항목별로 정리한 것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 제도에 대해 각 단체들이 제시하는 의견들과 애로점은 이 제도의 향후 운영뿐 아니라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단체들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믿어진다. - 편집자 주 -

 


1. 춤예술인이 운영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은 가능한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 재정 수입을 추구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러스트무용단(이하 트): 춤 예술단체 혹은 기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활동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춤을 통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진출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임에는 분명하나 공연, 교육, 나눔 등의 다양한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또한 재정 수입을 추구하는 것은 적절한 사업의 운영을 위해 요구되는 기초 요소로 필요하다.
나우무용단(이하 나):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재정 수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 춤공연이란 것이 스토리나 언어가 없기에 대중적 작품이 되기는 어렵고 일종의 추상이면서 은유이고 시어이며 또한 곰곰이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수예술이기에 일반인이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지원금을 받는 순수 예술가들에게 사회로 나가 수입을 올릴 것을 주문을 한다. 결국 우리사회에서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대중적인 예술만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생각의 방식과 감상의 정도가 다른 두 예술 간의 경계를 잘 모르는 소치인 것 같다. 순수예술은 국가에서 보호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순수예술 장르가 존재하겠는가? 사단법인 나우도 요즈음 심각하게 사회적 기업 존속 여부를 고려중이다. 사회적 기업이 되어 단원들에게 서울시에서 월급을 백프로 주지 않고 60프로만 지원한다면, 4대 보험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는데, 적자를 계속 감행하면서 지속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그것을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예술적 성취감이라도 든다면 어떻게 무리를 해보겠지만, 예술성을 포기하면서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다가가는 것이 과연 예술가에게 적절한 방법인지 되묻고 싶다. 기본적으로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은 감상 자체가 다른 예술이다. 마치 인문 서적과 인기 소설이 다르듯이 그 내용 자체가 다르기에 인문학 서적을 소설책 읽듯이 쓰라고 한다면 작가는 어떤 기분일까... 어떤 예술은 고민의 흔적과 세밀하고 진중한 내용을 담으며 삶의 진정성을 논하기도 해야 한다. 모든 예술이 대중의 즐거움만을 위한다면 보다 격상된 문화적 변이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울발레시어터(이하 서): 예술단체로서 사회적 기업은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적 기업은 고용창출을 통한 기업(단체) 운영과 사회적 서비스 실현에 주요 목적을 두고 있다. 재원조성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공연 및 교육을 통해 사회적 서비스를 실현할 여력이 생긴다. 다만, 공연 및 교육을 통한 사업수입이 작품개발 등 콘텐츠 개발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기업 운영 평가지표가 있어 재정수입에 부담이 가는 편이다.
 




2. 귀 단체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 중점을 두는 사업이나 사항은 무엇인가?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어떤 방안을 실현하고 있는가?
: 현재는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예술 그리고 장애인의 예술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교육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지역에 근거한 어린이 청소년의 춤문화 체험과 교육 그리고 우수한 춤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쪽으로 발전 진행하기를 원한다.
: 지나치게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데는 부정적이지만, 조금 더 대중에 다가서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대중적이면서도 진중함과 고뇌가 묻어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기에 만만치는 않다. 작품 자체를 대중적으로 만들기보다, 관객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쪽에 치중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래서 나우 무용단에서는 대중에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일종의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대중에게 춤의 이해를 도와서 춤공연을 즐기면서 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획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데, 대상을 좀 더 세분화시켜서 하려고 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의한 기획 프로젝트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다(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 주면서 동화 속의 내용을 춤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 그러나 이런 기획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 확충이 어려우니 답보 상태에 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현에 필요한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 끝나고 만다.
: 공연 및 교육 사업은 발레단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하던 사업이라 사회적 서비스 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작년 연말 홈리스 발레교육을 시행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사회활성화예술교육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4월부터는 매주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홈리스분들의 자세교정 및 정서교류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서울발레시어터와 홈리스분들이 함께 참여하는 나눔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발레 대중화를 위해 기존 ‘해설이 있는 재미있는 발레’ 공연 이외에 교육 콘텐츠의 다양화를 준비하고 있다. 발레소개 및 체험 이외에 발레를 활용한 표현력, 협동심 등 능력개발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발레가 만나는 분야를 더 넓혀가려고 한다.


3. 귀 단체의 활동에 대해 예비 사회적 기업이 도움이 된다면, 어떤 측면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있는가? 예비 사회적 기업은 어떤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현 정부에서 진행중인 일자리 창출의 효과보다는 춤예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로의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창작 혹은 사업에 치중된 지원사업과는 달리 단체 혹은 개인의 기초 활동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닦아나가는데 현재로서는 큰 의미를 둔다. 하지만 이 또한 지속적인 확대와 성과들을 내어오기 위해 집중된 지원과 우수한 사례를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닐까 한다. : 단체의 활동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끼치는 도움은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어 프로 단체로서의 시스템이 정립된다는 점과 문화 나눔 콘텐츠를 늘려 나간다는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수혜자 측에서는 수혜받기 어려운 문화를 쉽게 접하기에, 문화 저변을 넓히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제도이다. 이것은 정부가 나서서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 스스로 문화저변을 넓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사회적 기업은 재원조성에 대한 기여가 가장 크다. 그리고 예술단체와 사회적 기업이라는 사회적 신뢰의 확대가 중요한 기회이다. 홈리스발레교육을 시행하면서 서울형 사회적 기업인 <빅이슈>(홈리스판매잡지)와의 상호협력을 통해 지원금 이외에 사회공헌 프로그램 개발과 재원조성을 하기 위한 사회적 명분이 더 넓어짐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은 사회에서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메세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복지 기여에 대한 파트너 지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4. 귀 단체에 대해 예비 사회적 기업이 끼친 긍정적인 점을 소개한다면?

: 단체의 운영에 대한 사고의 기본 틀에 변화를 가져왔다. 예술단체로서 스스로의 예술창작에 집중되었던 경향에서 시야를 넓혀 지역과 사회에 예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가지게 했다.
: 작년 1년간은 월급의 100프로가 나와서 단원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나눔 공연을 하는 등 지반을 다지는 데 매진을 하였고 올해는 작년에 쌓은 무용수들의 기량으로 좀 더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 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추구해야 할 단체의 미션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예술로 만나는 사회(Society on Art)’가 설정되었다. 사회와 교류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저희로서는 예술과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실천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좋다.
 


 

 

5. 예비 사회적 기업의 활동과 이전부터 추구해온 예술 활동 사이에서 갈등이나 딜레마는 있는지,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지, 있다면 어떤 해결책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
: 예술단체와 기업이라는 용어의 결합에서부터 갈등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논의에 있어 예술단체를 기업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러한 이해를 개선하기 위해 적절한 이름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 1번에서 이미 답을 대충 하였지만,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대중과의 만남에 대한 양가(兩價) 감정이 있다. 춤이란 태생부터 쉽지는 않다. 춤공연이란 의미에는 2가지 단계가 있다. 1차적 예술로서의 ‘춤’이라고 할 때는 쉽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춤을 매개로 2차적 예술의 형태인 무대공연으로 올리게 되면 그것은 이미 고도의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되어지기에 고급예술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문화 수준이 높아진다면 그 격상되고 고급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지만, 한국의 실정에서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한 가지 방법은 계속 춤에 대하여 알려주고 이해하도록 교육하고 해서 춤이 가진 몸의 원시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외로 수준이 높은 관객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춤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편안하고 쉽게 춤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나우에서는 <춤이야기 방>을 하려고 하고, 또한 나우무용단은 페이스북을 통하여 관객에게 춤이란 무엇인지 상세하게 차근차근 가르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춤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도모하고 공연장으로 티켓을 사서 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 단원 채용과 근태 관리가 어렵다. 예술은 프로야구 시장처럼 실력과 열정으로 활동하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서는 채용대상자를 취약계층으로 인식하고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주40시간 근무형태로 인정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지정 이후 안정적인 활동기반이 구축되고 전반적인 급여수준이 상승된 것에 비해 공연 및 교육프로그램 수입이 증가하지 않아 단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재원조성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재원조성을 위해 다양한 공연 및 교육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다.

 

6. 예비 사회적 기업 제도에서 보완할 점을 우선 순위를 두어 제안한다면?
: 현실적으로 수익구조 자체가 불가능한 춤예술에 대해 장기적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예술단체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아래 집중홍보 조명하여 각 기관들과 기업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
: 문화예술단체에 월급 전액을 지원하고 보다 우수한 예술인들이 그들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도록 해야 한다.
: 취약계층 채용의 기준이 완화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4대보험이 되지 않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 수입이 안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6개월간의 청년실업에 초점을 맞춰서는 좋은 기량을 가진 예술인을 채용하기가 어렵다.


7.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 귀 단체가 연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구체적 성과를 항목별로 요약해서 제시한다면?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단체들이 발간한 2010년도 연차 보고서에서 관련 실적을 인용하여 소개한다.)
:
재정 수입: 2억 6000만원
인건비 지출: 1억 3000만원
기획 공연: 23회
초청공연: 12회
:
재정 수입: 2억 6600만원 (인건비 지원금 비율 36%)
인건비 지출: 1억 300만원
기획 및 초청 공연: 22건(27회 공연)
해외 공연: 2건(12회 공연)
나눔 및 교육 사업: 9건
:
사회적 기업 지원금: 1억3,600만원
재정수입: 10억2,800만원 (지원금 비율 13.2%)
인건비 지출: 3억6,000만원 (지원금 비율 37.8%)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 총 41회
총 동원 관객: 약 28,000명(기획 및 초청 공연)

2011. 05.
사진제공_트러스트무용단, 나우무용단, 서울발레시어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