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故 한상근 1주기 추모식
포럼과 공연, 영상 상영 등 작고 소박한 추모의 정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한국창작춤의 남성 중진 안무자로 서울시립무용단, 대전시립무용단, 창원시립무용단 등 직업무용단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무용가 한상근(1953~2013)의 1주기 추모식이 4월 27일 서울 포이동 M극장에서 있었다.
 생전에 한상근이 대표를 맡았던 한국자유남성춤작가회와 고인의 부인인 이공희(영화감독)씨가 대표로 있는 뉴미디어댄스 H 포럼이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춤비평가 김태원, 김채현, 장광열, 이만주를 비롯해 영화비평가 장석용, 무용가 이숙재, 김형남, 손병호, 성아름, 강민호, 이밖에 최석훈, 복성수, 김성자 등 연극계 인사와 한상근의 지인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이해준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 모임은 1부에서는 이공희 유족 대표의 인사와 함께 추모 모임의 취지 설명이 이어졌고 이어 고인의 예술업적을 되새기는 작은 포럼이 진행되었다.

 

  



 춤비평가 김태원은 ‘한상근 작품세계와 <적색경보>가 주는 메시지’라는 주제로 고인의 실험적인 창작정신을 설명했다. 그는 “1987년에 한국창작춤에서 문제작이며 전환기적 작품들이 다수 나왔는데, <적색경보>는 창작춤으로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경계가 없어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춤 동작으로 실험적 작업을 할 수 있음을 제시했으며, 춤 공연에 행위예술을 수용하고 다양한 매체들을 사용했다”고 회고했다.

 

  



 춤비평가 김채현은 ‘한국 현대춤의 개척자로서 한상근’이라는 제목으로 고인의 춤예술을 언급했다. “1987년 사회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각계각층에서 일어날 때 억압적 정치 상황에 대한 표현을 꺼리는 기존의 춤계 풍토에서 고인은 <적색경보>를 통해 과감한 실험을 했으며, 1992년의 <비행>과 1994년의 <녹두꽃이 떨어지면>에서 탄츠 테아터에 영향 받은 극적 스펙타클과 춤의 결합을 거대한 스케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태원이 작시한 <무초>를 극단 떼아트로 고도 대표인 권영국이 낭송하였으며, 고인의 절친한 후배이며, 자유남성춤작가회 운영위원인 강민호(청주시립무용단)는 <진혼가 2014>이라는 제목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솔로 춤을 추었다.

 

  



 2부에서는 고인의 기족인 이공희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뉴미디어댄스 H포럼’이 디지털로 복원한 <적색경보>의 공연 영상이 상영되었다. 1987년 대학로 바탕골예술관에서 고인의 안무로 공연된 이 작품은 약 60분 분량으로 1980년대 후반 낙원상실과 지구의 황폐화, 암울했던 정치적 상황 등에 대해 절규하고 경고하는 서른다섯 살 푸르디 푸른 고인의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인이 작고한 날인 4월 13일에도 대전에 있는 현불사에서 대전지역 유지들과 예술가들이 모인 추모제가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대전의 춤밭을 일군 고인의 업적이 대전지역에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4월 29일에도 ‘뉴미디어댄스 H포럼’이 주관하는 강연과 상영회가 한국댄스필름에 대한 새로운 제안과 함께 열렸다. 이날은 고인이 2001년에 초연한 25분 규모의 <상실>이 상영되었다. 

2014.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