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지역 춤을 조명하다(대전·충청지역)
<35인의 춤꾼- “명작을 그리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전통 춤판이 벌어졌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지역 소극장에서 20일간의 장기 공연이라는 점과 전통춤 류(流)파(派)의 경계를 허물고 한자리에 모인 점이 이례적이다. 2013년 2월 1~21일 소극장 고도에서 <35인의 춤꾼 -명작을 그리다>를 기획한 한상근 선생과 인터뷰를 통해 공연의 취지와 지역 춤판 상황을 들어보았다.

 

 

  

 

 ​"춤계 어른으로서 전통춤의 활성화와 새로운 창작지표를 마련하고자"

김혜라: 대전 지역에서 전통 춤판을 기획한 의도가 궁금합니다.

한상근: 2001년에서 2006년까지 대전시립무용단 단장을 했었고 2007년 전남도립국악원, 창원시립무용단에 있으면서 주로 창작 춤을 추구해 왔다. 현재 한남대 겸임교수로 일하면서 10여년이 넘게 지역의 춤판을 읽어 왔다. 이제 춤계 어른으로서 지역의 숨은 춤꾼을 발굴하고 새로운 창작지표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전통 춤꾼들이 류파(流派)가 달라 서로 화합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계를 허물어 대전지역에서 전통춤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에서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대전시립무용단 단장 시절 창작 춤 활성화에 비해 미약했던 전통에 대한 조명을 하고자 한 것이다.

김혜라: 대전지역의 공연 상황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한상근: 공식적으로 대전시립무용단이 1년에 두 번 정기 공연이 있고, 2~3회 기획공연이 있다. 연정 국악원에서는 1년에 3~4회 공연이 있고, 개인 상주 단체 3~4군데에서 하는 정인데 이것도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을 경우에만 공연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지원기금에 따라 공연 여부가 확정이 되는 공연 현실에서 관객에서 정기적 공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혜라: 많은 공연이 서울을 중심으로 활성화 되어 있고 지역의 공연문화나 춤꾼들을 조명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한상근: 우선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금 심사를 할 때 지역과 서울 심사위원 3명씩 참여한다. 서울 위원은 지역을 모르고 지역 위원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니 공정성 보다는 지역 구색에 맞게 책정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 춤이 활성화되려면 지역 춤 기록을 토대로 심사위원이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하는데 서울에 있는 평론가를 매번 부르기도 어렵고 지역의 평가 시스템과 평론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지역의 무용과도 사라져 가고 있고, 그렇다고 지역 춤이 마니아를 형성한 것도 아니다. 충청·대전 지역 문화구조는 수업을 할 수 있는 문화원이나 무용학원이 동네 아줌마나 유지들이 문화권을 쥐고 있어서 무용과를 졸업한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교수들은 자기 춤만 추고 지역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고 현실문제에서 부자유한 친구들(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나 석·박사 출신 대략 28세부터 56세 중간의 춤꾼들, 시립무용단에 속해 있지 않은)은 생계문제가 있기에 쉽게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라면 먹을 생각으로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고, 춤꾼을 발굴하고 지역적 토양을 마련할 계기를 만든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충정지역의 습합(習合)된 기질에 효과적

김혜라: 한상근 선생 개인에게 춤은 무엇입니까?

한상근: 단순하고 무식해서 춤을 계속추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송암스님께 나비 춤 작법 전수바라를 배웠다. 강경 탈춤부터 불교의식 등 전통을 모르고 이런 기획을 할 수는 없다. 또한 현대 춤 계보와 역사를 피가 나게 공부했고 피나 바우쉬를 일본까지 보러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한상근 춤 시기를 구분해보면 춤 1기는 서사적 색채를 대전에서 보였고, 2기가 서정적이었다면 이제부터 3기로 생각하며 판타지한 춤을 지향하면서 전통 춤판을 활성화 시키고 싶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기에 한상근 개인의 춤을 추는 것 보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혜라: 앞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일이 춤계와 비평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지역을 조명할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상근: 충청·대전의 지역적 특성은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 기질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성준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가 33인 중 10명이 이 지역 출신이었다. 지역 정서상 나서질 않는 습성이 있고 습합된 기질이 있으나 숨은 예인과 우직한 춤꾼들이 많다. 지역의 특색을 잘 아는 것이 쉽기도 한 반면 어려운 지점도 있으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으면 잘 따라오질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기획이 리더십을 발휘한 그야말로 류파를 아우르는 첫 스타트가 되길 바란다. <35인의 춤꾼-“명작을 그리다”>는 오는 11월 새로운 춤꾼을 찾아 다시 열릴 것이다. 대전 춤계가 디딤돌이 되어 전국적으로 가고자 한다. 또한 올 해에 서울과 대전 춤꾼들과 안무자와 함께 창작의 장을 열고자 기획중이다.
 이 공연은 스쳐갈지 모르겠지만 한상근이 한 행보로 보이길 바란다. 대전 춤계 현실에 필요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고 이와 비슷한 짝퉁이 나와서 한국무용제전처럼(30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을 수 있으나) 지속되길 바란다.

김혜라: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체된 지역의 자생력 회복을 위해 이와 같은 한 시도는 춤계의 관심과 열정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서 춤만 바라보고 홀로서기를 해왔던 춤꾼들에게 하나의 계기를 주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한상근 선생의 취지가 앞으로도 변하질 않길 기대해 본다. 

2013.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