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13회 부산국제무용제
초청작품 질적 성장, 젊은 무용가 참여폭 확대
장광열_춤비평가
 핀란드에는 7월과 8월에만 16개의 축제가 열린다. 특이한 것은 이들 축제가 핀란드 전 지역에서 각기 다른 예술 장르로 특화되어 개최되며, 모두 바캉스 족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쿠호모에서는 실내악 축제가, 사본린나에서는 오페라 축제가, 큐오피오에서는 무용축제가, 수도인 헬싱키에서는 여러 장르의 예술을 소개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축제가 개최되며 이들 축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대부분은 휴가철을 맞아 핀란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다. 이렇듯 핀란드의 예술축제들은 휴양지 페스티벌을 표방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Busan International Dance Festival)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휴양지 페스티벌이다. 해운대 바닷가 모래 위에 세워진 야외무대와 해수욕장 개장일인 6월 1일에 맞추어 6월 첫째 주 금요일에 개막공연을 갖는 것이나 적지 않은 관객들이 부산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란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로 13회 째를 맞은 부산국제무용제(6월 2-6일)의 슬로건은 ‘부산愛 물들다! 춤으로 通하다!’ 였다. 해운대 해변특설무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중심으로 14개국에서 45개 단체 모두 54개 작품이 선보였다.
 축제는 크게 국내외 무용단의 공식 초청 공연과 대학 동문무용단의 공연, 젊은 안무가들의 경연 무대인 AK21, 스페셜 공연, 그리고 워크숍으로 짜여진다. 올해도 이 같은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부산국제무용제는 지난 2005년 부산국제해변무용제로 광안리해변 특설무대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이후 2008년 부산국제무용제로 명칭을 바꾸어 해운대 해변특설무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행사의 규모를 확대, 국제적인 축제에 걸맞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국내·외 무용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다. 그러나 그동안 이 축제는, 야외공연을 통한 휴양지 페스티벌이란 차별화 된 특성으로 그 독자성을 인정받았으나 야외공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 선정에 대한 논란이 매해 이어져 왔었다.

 

 
 올해 축제는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초청작품들의 경우 그 다양성에서나 야외공연의 적합도에서 예년에 비해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타이완 등 등 미주와 유럽, 아시아에서 초청된 무용단의 댄서들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춤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이스라엘 Nadine Bommer Dance Company의 〈Invisi’ BALL〉은 축구 경기를 모티브로 한 동작들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내었고, 일본 Namstrops의 〈3 Hurdles〉는 스포츠와 결합된 현대적인 감각의 움직임으로 관객들을 눈길을 끌었다.
 6월 4일에는 주로 민속무용의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져 이전 이틀 동안의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보였다. 전보라미 축제운영 팀장은 “세계 민속 무용의 밤으로 기획된, 라트비아,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체코 등이 참여한 이날 공연은 현대무용과 발레 등에만 치우치지 않고 각국의 민속무용과 전통무용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운영위원장(김정순)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그램 구성이었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6월 5일에 열린 AK21국제안무가육성공연에서는 C2dance에 소속된 김정훈의 안무작 〈나를 바라보는 너〉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BIDF 신진안무가전’은 부산의 역량있고 개성 있는 신진 안무가 발굴뿐만 아니라 부산 무용계의 활력을 불어 넣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안무가들에게 창작의 장을 마련해주고, 지역의 젊은 무용가들에게도 축제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로 보여졌다.
 사전홍보 성격으로 지난 5월 2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부산을 빛낸 세계발레스타전’은 부산 지역 출신 발레 무용수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으나 타이틀이 지나치게 과대 포장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부산국제무용제는 해운대 바닷가 모래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다. 파도소리 들리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만으로도 무용수들에게는 더 없이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공연현장에서 지켜본 5백여 명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스스로 즐기면서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이를 입증해 보였다.
 부산국제무용제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 된, 특화된 춤 축제의 특성을 한껏 살려내고, 진정한 춤 국제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안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도출되어야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06.
사진제공_부산국제무용제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