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임관규 〈회귀(回歸)〉
자신의 고민대로 풀어내는 춤 기대
김영희_춤비평가
 왕성한 활동 중에 홀연 미국으로 떠났다가 17년 만에 돌아온 중견의 춤꾼 임관규가 ‘회귀(回歸)’라는 타이틀로 춤판을 가졌다.
 서울 포이동의 M극장이 중견 이상의 춤꾼을 초대해 전통춤을 4일간 공연하는 기획에서, 올해는 임관규의 춤이 펼쳐진 것이다(이전 기획에서 매년 국수호, 한명옥, 서영임이 초대되었다). 6월 1일부터 4일까지 임관규(비손무용단 대표)는 〈강선영류 태평무〉, 〈박금슬류 맨손살풀이춤〉, 〈정명숙류 입춤〉, 그리고 자신의 〈한량무〉를 내놓았고, 그의 끈끈한 동료 12인이 춤의 막간에서 1일에 최미나의 〈달구벌 입춤〉, 이순임의 〈조흥동류 진쇠춤〉, 박승옥의 〈살풀이춤〉, 2일에 권경애의 〈정명숙류 교방무〉, 유지영의 〈장고춤〉, 장순향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3일에 오은영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고재현의 〈권명화류 소고춤〉, 황순임의 〈진도북춤〉, 4일에 조이설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안주현의 〈장고춤〉, 양승미의 〈쇠춤〉을 올렸다.
 춤추기 싫어서 떠났다가 춤추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해서 ‘회귀(回歸)’라는 타이틀을 붙인 그의 춤판에서 전통춤의 빈자리가 채워졌다. 우선 몇 년 전 60대 남성 전통춤꾼의 잇따른 타계로 허전했던 자리에 그가 등장한 것이다. 남성 원로 춤꾼과 중년 춤꾼 사이에 공백이 있었는데, 남성춤꾼의 맥을 그가 이어주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익혔던 춤들을 잊지 않고 선보였으니, 전통춤의 레퍼토리를 확대했다. 〈박금슬류 맨손살풀이춤〉의 경우 이번 공연의 수확이었다. 박금슬(1922~1983)의 춤은 김광숙의 〈예기무〉(전북 무형문화재 48호)나, 그 제자들로 구성된 금슬회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박금슬의 제자 서주희를 통해 이 춤을 익혔으며, 미국 체류 중에 무대에 계속 올렸다고 했으니, 이 춤을 동작 중심으로 추는 단계를 넘어 나이와 연륜에 맞게 소화했다.
 또한 박금슬 선생은 같은 춤사위라도 남성춤과 여성춤의 표현기법을 달리했다는데, 임관규의 체격과 묵직한 호흡이 이 춤에 잘 어울렸다. 〈정명숙류 입춤〉은 남성춤꾼이 잘 추지 않는 작품이다. 그날 임관규가 추었던 다른 춤과의 차별성은 부족했지만, 경기소리의 남성 소리꾼인 여성룡(음악그룹 나무 동인)의 소리가 받쳐지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소리와의 결합을 고민해본다면 독자화 될 만한 춤이었다.

 

 
 또한 같은 레퍼토리이더라도 춤의 질감이 사뭇 달랐다. 〈강선영류 태평무〉는 춤의 도입에서 첫 장면을 상궁이 등불을 밝히며 시작되었고, 구음도 함께 했다. 태평무에 좀 더 스토리를 깔고자 했으며, 춤은 장단을 여유 있게 밀어내며 추었다. 그리고 〈한량무〉는 1992년에 초연한 이후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공연하고 구성했다는데, 지난 3월에 풍류사랑방의 ‘수요춤전’에서 추었을 때에 비교하면, 맺는 에너지의 정점을 잡아내고, 풀어내는 흐드러짐이 다듬어졌다. 그의 풍채와 감각으로 추어진 〈한량무〉가 대표작으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17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다. 타지에서의 수련과 인생에 대한 관조 덕분에 그의 춤판은 우리 전통춤의 색깔과 무늬를 다양하게 해주었다. 다만 한국에서의 공백 때문에 조심스럽고 겸손해서인지, 춤판에서 관객에게 말 걸기, 또는 관객에게 주장하기에 소극적이었다.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임관규는 대구 출신이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춤의 스승들은 강선영, 박금슬, 권명화, 정명숙이며, 최현과도 인연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강선영의 춤은 동작이 크며 잔 호흡이 많지 않다. 박금슬은 단전과 호흡의 운용을 춤의 근본으로 삼으며, 여기에 궁중무와 민속춤을 망라해 선입견 없는 춤을 추었다. 권명화는 대구에서 교방춤의 배경을 갖고 있지만, 무속의 영향을 받으며 여성성을 강조한 춤을 추지 않는다. 거기에 최현은 경상도 남성춤의 매력으로 차별화된 멋진 춤을 추었다. 이러한 스승들의 춤을 본(本)으로 한 임관규는 무의식중에 자기 춤의 지향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의 고민대로 춤을 풀어내기를 기대한다.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를 책임편집하고 공동저술했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검무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검무전(劍舞展)’을 5년째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2017.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