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제3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학술행사
무용축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문화공간 발전방안 모색
김인아_<춤웹진> 기자

 4월 26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약 3주간 펼쳐진 제3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이 세월호 사고로 축소 진행된 가운데, 지난 5월 12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드림에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무용축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문화공간 발전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무용 평론가, 기획자, 안무가, 지역 아트센터 실무진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무용축제의 현재와 미래, 활성화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학술행사는 장승헌(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이 심포지엄 코디네이터 및 사회를 맡았다. 축제를 주최하고 있는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앞선 인사말에서 “무용축제에 대한 담론을 무용계 전문가, 지역 아트센터 실무진 등 참석한 모든 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 뜻 깊다. 오늘 심포지엄이 공연장 및 무용계 발전에 기여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술행사는 이순열(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이지현(춤 비평가), 성무량(대전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 김신아(아트프로듀서) 등 3인의 발제와 더불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오선명(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용PD) 별제원고의 간략한 소개로 진행됐다. 발제에 이은 질의 및 주제토론에서는 손경년(부천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김예림(무용평론가), 조형준(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 박호빈(안무가, 전문무용단연합회 이구동성 회장)이 참여해 무용축제와 지역 문화공간에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순열은 「해방과 비상(飛翔) - 축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나라의 비극적 상황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첫머리를 인용해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모든 억압과 규제로부터 해방,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만끽한 축제의 막이 내리면 “축제 이전의 삶보다 한 차원 높은, 더욱 승화된 세계로 날아오르도록 비상하는 것이 축제의 의의“라면서 ”축제는 한 지역의 색깔이고 향기이다. 그 지역 특유의 문화누룩으로 빚어지는 술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화를 발효시켜 창조해가는 무대, 양조장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술을 빚어내기 위해 가슴과 가슴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손을 맞잡고 얼싸안는 축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첫 발제자 이지현은 「‘춤 축제’ 거듭나기-춤추는 人間과 춤추는 空間」이라는 주제로 춤과 축제의 동시대 및 미래에 대한 화두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이 시대의 춤과 축제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앞서 자본과 소비, 테크놀로지에 잠식된 상황과 그것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몸을 살펴보고, 이로 기인한 동시대 문화 주체의 결핍된 욕망에 주목하여 미래 춤 축제의 의미와 기능을 짚어냈다. 그는 앞으로의 춤 축제가 ‘일탈, 공동체, 몸․경험’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고려해 새로운 춤과 새로운 공간의 현장으로 창출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성무량은 「무용축제를 통한 지역공연장 발전 방안」이라는 발제에서 지역공연장의 춤 축제 프로그래밍 방식과 장기적인 극장의 발전 방향 등 현실적인 문제를 조명했다. 국내 공연장을 수도권 극장과 그 외의 ‘지역’극장으로 구분짓는 것을 전제로, 지역예술 진흥의 임무나 관객 확보의 어려움 등 지역공연장으로서 대전예술의전당의 축제 프로그래밍 현실과 한계점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 공연계 활성화 방안 중의 하나가 지역공연장에 달려있다”고 보고 “수도의 단일한 중심을 넘어서, 다양한 중심을 여기저기에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김신아는 「공연예술축제의 역할과 지역사회」라는 주제 아래, 국내외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예술축제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해외 유수의 무용단체 소개, 국내 젊은 안무가 발굴, 무용 국제교류의 활성화 등 장르 발전에 기여한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비롯해 유럽 문화수도 지정을 이끌어내고 시 예산의 20%를 문화에 배정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시비우 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문화저력이 도시를 바꾼 성공사례로 꼽히는 대표적인 무용 전문 국제마켓 독일 뒤셀도르프의 탄츠메세(Tanzmesse NRW)를 차례로 소개했다. 나아가 축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장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장으로서 자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오선명의 별제원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상관관계」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형성과정,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출범과 특성화 정책에 따른 성과, 공공기관으로의 축제 편입 후 변화 사항을 언급하고 축제와 센터 공간과의 상호발전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질의 및 주제 토론에서 손경년은 이지현의 발제에 대한 의견으로 현 시점에서 컨템포러리를 어떻게 볼 것인지와 지역 공동체, 축제, 예술에 대해 당대에 수용되는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 가지 발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관객 개발과 관련하여 주체, 기획, 수용의 측면에서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소에 대해, 더 나아가 국제적인 문화브랜드로서의 경제적 명성 창출 혹은 지역문화 활성화 등 목표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축제 성과에 대해 지역사회의 이해도 다를 것인데 이에 대해 무용계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다양한 논점을 제시했다.
 김예림은 성무량의 발제에 덧붙여 지방의 무용축제가 장기적 안목을 가진 전문적인 프로그래머에 의해 고집스럽게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3-4년간 강동아트센터와 같은 구단위의 극장들이 서서히 뭔가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멕시코의 도시, 쿨리아칸에서 30년째 펼쳐지고 있는 호세리몽 현대무용 페스티벌과 지금은 사라지고만 홍천의 최승희 춤 축제를 비교하며 “좋은 콘텐츠와 고집스러운 안목으로 축제의 성격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기획 능력이 요구된다”고 피력했으며 “많은 무용제들의 존속과 활성화를 위해서 다양성과 고유의 명확한 컬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형준은 여태까지 공연예술축제들이 대부분 공연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면, 이제는 축제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가서 공공이라는 단어와 관계맺기를 진행해야할 시점이라고 보고 “축제는 고유의 정체성을 갖춰야 하며, 공연예술의 방향을 선도하고 전망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전망을 공동의 체험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덧붙여 “축제가 지속가능한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맺기, 즉 공공성의 지표를 개발하고 축제의 비전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박호빈은 강동아트센터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포지셔닝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방안, 공간 활성화를 위한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런던의 ‘더 플레이스’ 극장에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축제가 전시적인 프로그래밍이 아닌 물량적으로도 더욱 폭발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체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객을 유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춤 축제의 활성화와 지역 문화공간의 발전 방향에 관해 인문학적, 현장실무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담론이 생성되었던 점에 의의가 있지만 세 시간 남짓의 제한된 시간 안에 주제의 논점을 정리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발제자와 참여자 간의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던 점, ‘무용축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문화공간 발전’에 대한 제반 문제들이 더욱 심도있게 논의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련 발제문 보기
 ㆍ‘춤 축제’ 거듭나기-춤추는 人間과 춤추는 空間 (이지현_춤비평가),
 ㆍ무용축제를 통한 지역공연장 발전 방안 (성무량_대전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
 ㆍ공연예술축제의 역할과 지역사회 (김신아_아트프로듀서)

2014. 06.
사진제공_강동아트센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