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14 대한민국발레축제
레퍼토리화 작업, 청소년 발레 댄서들의 참여 확대에 주목
장광열_춤비평가

 축제의 개막공연에 어울리게 커튼 콜은 화려했다. 20명이 넘는 무용수들이 그룹 퀸의 “we will rock you"에 맞추어 추는, 짧게 끊어지는 연속된 움직임의 군무는 한껏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김용걸댄스씨어터의 Work 시리즈는 대한민국발레축제를 통해 매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2012년 자유소극장을 시작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장시킨 Work 시리즈는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최수우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종 옅은 블랙 톤의 분위기, 금속성의 은색 바(Barre), 그리고 댄서들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는 움직임이 주조를 이루는 Work 시리즈는 2011년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의 <Work 1>을 시작으로, 2012년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개막공연 <Work 1-1>,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Work 2>, 2013 제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Work 2-1>로 이어졌다.
 5월 23일 제4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개막공연 작품으로 선보인 <Work 2 S>는 Work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70여분 동안 이어진 작품은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사했으나 영상 부문의 접합 작업이 가장 두드러졌다. Sebastien Simon의 인체의 형상과 몸의 뼈를 담아낸 흑백 톤의 영상은 무용이 작품 속에 내재된 댄서들의 지체의 움직임에 대한 탐구를 시각적으로 도출해낸다.
 비슷한 움직임 유형의 반복과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작업, 그리고 음악성을 접목할 수 있는 댄서들의 춤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 뒤따른다면, <Work 2 S>는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작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공공 예술 축제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던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올해 4회 째를 맞으면서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4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발레의 저변확대, 안무가들의 창작욕구 고취, 레퍼토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개최 의도는 기존 공연된 작품의 재공연, 신작 공연, 그리고 야외 공연이나 갈라 공연 등 그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의 구성과 초중등생, 대학생 등 서로 다른 계층의 댄서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축제는 오는 6월15일까지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등에서 올 초 공모로 선정된 13편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나며,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는 매주 토요일 명품 야외공연이 펼쳐진다.
 우수 발레작품의 레퍼토리화를 위해 선정된 작품은 모두 네 편. 김용걸댄스씨어터의 <Work 2 S>, 신무섭댄스씨어터의 <Carmen>, 와이즈발레단의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 이원국발레단의 <스코틀랜드의 꽃>으로 이중 <스코틀랜드의 꽃>은 2013년 창작산실 발레부문 우수작의 재공연 무대이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는 “축제”를 내세운 예술의전당 스태프들의 운영 지원이 결합되면서 일반 대중들을 향한 소구력일 높인 데다, 발레 전공 어린이 청소년들과 전문 발레 무용수들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 기회의 확충을 통한 유통 확대란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발레 대중화의 열풍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적인 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대부분 서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 중심의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앙 중심의 지원과 서울 중심의 편중이란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예술적인 완성도에서 보여주는 공연 작품들 간의 적지 않은 질적인 편차도 향후 극복해야할 과제로 보인다.

................................................................................................................................................................



 관객이 본


 눈이 번쩍 뜨이는 무용공연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제4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시작의 종을 울린 첫 작품은 김용걸댄스씨어터의 <Work 2 S>. 토월극장 객석에서는 무용계의 저명인사들과, 무용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발레, 어렵다. 춤을 추기도 어렵지만 보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발레축제라니, 관객들을 깨우지 않으면 안 되는 축제다. 그래서 김용걸 안무의 <Work 2 S>는 가장 기본적인 무용수들의 바 연습으로 그들의 워크(Work)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그들의 발끝, 시선, 자세, 움직임에만 눈이 가도록 한다. 모두가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며 발레의 ‘완벽함’을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완벽함’을 없애기 위해 ‘바’를 머리위로 치워버린다. 곧, 김용걸의 완벽하지 못한 티칭이 시작된다. 그는 서투르게 관객석 방향의 콘솔 부스를 향해, ‘음악’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추어 추는 발레 무용수들의 동작은 잘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발레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 가볍지 못하고, 계속해서 부족하다. 걸음걸이도 툭툭. 팔과 다리도 툭툭 떨어진다. 그리고 김용걸의 관객조롱은 계속된다. 발레를 보러 왔는데 검은 레깅스를 신은 무용수들이 드럼비트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러다가도 완벽함을 향한 무용수들의 끊임없는 워크(Work)가 라이브 바이올린 연주에 맞추어 공연을 이끌어나간다.
 아름다운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던 찰나, 김용걸의 발레 무용수들은 깊숙한 잠에 빠지고, 관객은 깨어난다. 발레리나는 마치 목만 잘린 닭처럼 튜튜와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꿈속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일반인이지만 댄서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더 나아가 발레축제의 다른 공연까지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클래식 발레만을 일생 동안 해 온 발레전문가들은 관객석에서 과연 이들의 공연에 박수를 보낼까? 예쁘고 살랑살랑한 발레만을 기억하는 일반 관객들은 과연 팬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축제의 매력이다.
 무용수와 일반인, 남녀모두가 관념을 버리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커튼콜에서 무용수들이 미국 락 밴드, 퀸의 음악에 동작을 맞출 때엔 모두가 박수를 치며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퇴장하는 관객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잊고 싶지 않은 듯, 마지막에 찍어둔 순간들을 확인하며 축제의 다음 작품들을 살폈다. 축제는 6월 15일까지 계속된다.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어떤 공연들이 잠자는 무용팬들을 깨울까 기대해본다. (글_장수혜)

2014. 06.
사진제공_김용걸댄스씨어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