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창덕궁 아침산책과 궁중무용
힐링과 휴식,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체험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춤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이제 전문극장 만이 아니다. 성곽, 거리, 건물 안은 물론이고 하우스 공연, 까페 공연 등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6월 15일 일요일 오전 9시 창덕궁 입구.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안내자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있는 ‘창덕궁산책’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
 ‘창덕궁산책’은 창덕궁 후원이 개방하기 전 이른 아침 후원을 산책하며 휴일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연으로 인터넷 예약 오픈과 동시에 10분 내에 티켓이 매진되는 명품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안내자를 따라 궁 안으로 들어가니 해설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연극 배우 유인촌이 오늘 산책의 해설자이다. ‘창덕궁산책’은 이렇듯 특별한 인문학 이야기를 갖고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산책은 배우 유인촌의 스토리텔링으로 꾸며지는 정조와 효명세자 이야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인문학 붐이 일기 이전부터 <역사스페셜>로 역사를 대중에게 가까이 전했던 유인촌이 창덕궁 후원에서 “정조와 효명세자 이야기”라는 주제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객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춤과 소리, 그리고 연주를 듣는 것이 오늘 산책의 프로그램이었다.

 



 특유의 친화력 있는 그의 목소리 때문인지 참여자들은 한층 기대에 들뜬 표정이었다. 궁 안을 걸어 첫 번째 당도한 곳은 후원 주합루의 관람정 앞.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는 정조 최초의 일성이었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벼울 수 없는 당시 대신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유인촌은 이곳에서 정조 집권 초기와 집권 말년 강화된 왕권을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조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어 몇 발자국만 발걸음을 옮기니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치러지던 곳인 ‘춘당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첫 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국립국악원 소리꾼 이주은이 과거 시험을 보고 장원급제해서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의 이야기를 노래한 판소리 <춘향가> 중 ‘춘당대 대목’을 불렀다.

 



 창덕궁 후원에 있는 효명세자의 서재 ‘기오헌’. 조선 왕실에는 현대로 따지면 작곡가와 안무가의 역할을 했던 창의력이 넘치는 왕세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효명세자이다. <춘앵전>은 효명세자가 만든 궁중무용으로 지금도 무대에서 활발히 공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조의 손자로 정조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효명세자의 이야기와 함께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숙왕후의 4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 <춘앵전>이 공연되었다.
 효명세자가 기거하던 곳에서 그가 직접 만든 춤을 보는 기분은 참으로 기묘했다. 국립국악원의 연주와 춤(김혜자)은 마치 안무자 효명세자를 향한 헌무처럼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마련한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의 일환으로 연희된 것으로 5월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고궁에서의 예술공연인 셈이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에서 개최되는 이 시리즈 공연은 궁중음악, 풍류음악, 민속음악, 퓨전국악, 종묘제례악 등 다양한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문학과 역사 등 인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고궁의 품격과 전통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올해로 6회째 맞이한 누적관객으로 25만 명이 찾은 이 프로그램은, 전통예술 활용 관광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시범공연을 시작으로 2009년 본격적인 상설공연으로 자리매김하며 매년 궁에서 열리는 의미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에서 산책을 하며 힐링과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창덕궁산책’은 매회 40명씩만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홈페이지 http://www.kotpa.org)

2014. 07.
사진제공_(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춤웹진